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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A'S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나(NEW)
작품등록일 :
2012.12.13 14:43
최근연재일 :
2013.03.27 12:2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0,277
추천수 :
60
글자수 :
36,521

작성
12.12.17 16:39
조회
797
추천
6
글자
7쪽

1. 내가 미쳤나 봐 (2)

DUMMY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서자 종업원들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만큼의 신경은 지금 남아있지 않았다. 시신경의 능력을 풀로 가동 시킨다고 생각하며 레스토랑 내부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이내 익숙한 한수의 얼굴과 가녀린 체구를 가진 긴 생머리의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한수의 옆자리에 털썩 앉자마자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안해요.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너무 늦어버렸죠.”


14년 만에 만나게 된 하나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여성이 되어 있었다. 앞머리 없이 갈색의 긴 생머리가,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매끄러운 피부가, 별빛보다 반짝이는 것 같은 눈동자가, 단숨에 나를 하나를 처음 봤던 그 날, 그 때의 13살로 데리고 가는 것 같았다.


달콤하면서도 따뜻한 복숭아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하나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뭐야~ 존댓말 쓰니까 어색하잖아. 괜찮아 나도 조금 늦었어. 한수가 오래 기다렸지 뭐.”

“그래 임마. 나한테 사과를 하라고.”

“미안하다 정말. 오늘은 내가 저녁 살게.”

“올, 하나야 뭐 먹을까. 제일 비싼 거로 시키자.”


다행이도 하나는 내가 늦은 일에 대해서 크게 화내지 않았다. 너무 긴장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한수가 있어서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했다.


오늘은 진짜 뭔가 좀 다른 기분이다. 평소와는 다른, 뭔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하나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


디저트로 나온 샤베트를 먹으면서 나는 용기를 조금 냈다.


“하나야, 이주 뒤에 내 생일인데 그 때 한수랑 정혜랑 만나서 놀기로 했는데, 너도 올래?”

“아 정말? 나야 좋지.”

“그래. 하나야 같이 놀자”


한수의 든든 지원 속에 나는 한 번 더 용기를 냈다.


“근데, 내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약속 없어?”

“와 정말? 12월 24일이 네 생일이야?”

“응. 시간 돼?”


꼴깍.

괜스레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샤베트를 떠먹던 수저를 입에 물고 뭔가를 생각하는 하나의 입술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심장이 점점 빨리 뛰다가 펑하고 터지기 일보직전에 하나의 입술이 열렸다.


“응. 그 날 나 휴가 냈거든. 오전에 다녀올 곳이 있어서. 어차피 오후에 만날 거지?”

“예쓰!”

“응?”

“아, 아니야. 한수야 하나 번호 좀 알려줘라.”


나는 나도 모르게 작게 터져 나온 환호성에 조금 당황하며 화제를 빨리 돌리기 위해 한수에게 말했다. 조금 한심하게 쳐다보는 한수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데, 하나가 먼저 말했다.


“공일공 삼사오오 육칠구팔”

“응?”

“내 번호야. 나한테 물어보면 돼지. 뭘 한수한테 물어보고 그래”

“아, 그러게. 뭐라고?”

“공일공 삼사오오 육칠구팔. 문자 한 통 보내줘”


자꾸 올라가는 입 꼬리와 당장이라도 지상에서 떠올라 하늘로 떠오르려고 하는 내 발을 붙잡으며 하나의 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했다. 오늘 정말 뭐가 이렇게 잘 풀리지. 약속 시간에 늦은 것만 빼면 일진이 좋아도 심각하게 좋은데. 요정까지 보고. 하나도 보고, 번호도 얻고, 올해 운을 오늘 다 쓰는 기분인데, 그렇다고 내년은 주구장창 액운이 끼는 건 아니겠지?


식당을 나서서 우리는 나중에 합류한 정혜까지 함께 바(bar)로 향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가볍게 한잔 씩 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서 찰리 채플린 아저씨를 흉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치 드라마나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저 행동을 실제로도 정말 기분이 좋으면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헤헤헤.”


허물 벗듯이 옷을 벗어서 던져두고 침대에 몸을 파묻자 잠은 오지 않고 웃음만 실없이 흘러나왔다. 크리스마스이브 오후에 약속을 잡았다는 얘기는 지금은 애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다. 아니 그럴 거라고 나는 이미 믿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확히 14년 만에 만난 하나는 정말 예뻤다. 게다가 성격도 어릴 적의 그 배려 깊은 성격 그대로였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게 된 이유였던 하나의 ‘배려’. 하나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그 때 그 날의 기억이 뚜렷하다.


이제는 올라가는 입 꼬리를 막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마음껏 히죽거리며 베개를 품에 끌어안고 잠들었다. 오늘은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 *


“꺄아, 이건 뭐야. 짱 더러워.”

“조심해! 숨을 크게 쉬지마, 잘못하면 우린 죽을 수도 있어!”

“으아악! 살려줘!”


쿠당탕.

뭔가 쓰러지는 소리에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침대 옆 책상 위에 던져뒀던 핸드폰을 손으로 더듬어 확인해 보니 아직 아침 9시 밖에 되지 않았다. 뭐지,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지 나.


“다들 이리와 봐! 여기는 더 어마어마하다고!”

“꺄아, 더러워 짱 더러워.”

“괜찮아? 살아있어?”


뭐지.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침대에 걸터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멍한 시선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음, 밖에서 애들이 떠드나. 그런데, 방에 뭐가 이렇게 날아다니지. 음식물 쓰레기를 너무 방치했나. 날파리들이 그새 생긴 건가. 근데 날파리치고는 너무 큰데.


“어...”


너무 크기만 할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어. 게다가 옷도 입고 있네.


“앗, 용사님이 일어나셨어! 다들 이리와 봐!”

“우와 용사님이다!”

“용사님. 방이 너무 더러워요! 짱 더러워!”


그리고 말도 해. 심지어 내 눈 앞에서 날아다니면서 나한테 말을 걸고 있어.


“하하, 잠이 덜 깼나 봐.”


나는 다시 침대에 파고들며 이불을 온 몸에 둘둘 감았다. 어제 요정을 한 번 봤다고 내 환상이 만들어낸 꿈인가 봐. 꿈속에서도 다시 잠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자야겠다. 아무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우웅? 용사님 다시 자는 거예요?”

“그만 일어나세요~ 용사니이임~”


아야.

뭔가 머리카락를 잡아당기는데. 아프다고 그만 잡아당겨.

음? .................아프다? 아퍼?!


벌떡.

나는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내 눈앞에 형형색색의 날개를 빛내며 떠있는 것들은 환상도 내가 꿈을 꾸는 것도 헛것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용사님.”

“용사님 얼굴도 짱 더러워요. 빨리 씻어야 겠다.”

“용사님, 처음 뵈어요. 인사드릴게요.”


내가 멍한 눈으로 요정들을 보자 요정들은 까르르 웃으며 내 머리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랬다. 나는 지금 꿈 속도 아니었고 현실이었다. 볼을 살짝 꼬집어 봤다. 아까 머리카락의 통증처럼 정말로 아팠다.


“하하하. 내가 미쳤나 봐.”


나는 시력이 좋다. 그리고 지금 그 시력 좋은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분명,

어제 내가 하수구 속에서 봤던 그 요정과 같은, '요정' 들이 분명하다.


작가의말



오늘 왜이리 졸리죠.

지금 비몽사몽....

비몽사몽 속 글을 써내리고..

주인공도 비몽사몽

나도 비몽사몽

에블바디 비몽사몽

비몽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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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3) +6 13.03.27 605 4 7쪽
11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2) +8 13.01.29 618 4 9쪽
10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1) +2 13.01.02 755 6 9쪽
9 1. 내가 미쳤나 봐 (7) +2 12.12.31 605 4 9쪽
8 1. 내가 미쳤나 봐 (6) +3 12.12.26 557 4 7쪽
7 1. 내가 미쳤나 봐 (5) +4 12.12.20 639 4 8쪽
6 1. 내가 미쳤나 봐 (4) +5 12.12.19 669 3 7쪽
5 1. 내가 미쳤나 봐 (3) +8 12.12.18 733 3 9쪽
» 1. 내가 미쳤나 봐 (2) +7 12.12.17 798 6 7쪽
3 1. 내가 미쳤나 봐 (1) +5 12.12.14 1,513 9 8쪽
2 Prologue.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6 12.12.13 1,749 7 3쪽
1 (첫 인사) 안녕하세요. 히나입니다. +3 12.12.13 1,037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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