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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A'S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나(NEW)
작품등록일 :
2012.12.13 14:43
최근연재일 :
2013.03.27 12:2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0,301
추천수 :
60
글자수 :
36,521

작성
12.12.18 16:29
조회
733
추천
3
글자
9쪽

1. 내가 미쳤나 봐 (3)

DUMMY


“다시 한 번 말해봐요.”

“네, 용사님. 그러니까 저희는 요정 왕국에서 특명을 받고 용사님을 물심양면으로 보필하기 위해 요정계를 떠나 인간계로 출정한 요정 전사들 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해줄래요.”

“이잉, 용사님 귀가 잘 안 들리시는 거예요?”


연 분홍색에 나비의 날개처럼 생긴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의 이름을 ‘그린나래’라고 밝힌 요정이 내 귀 주변으로 다가왔다.


“여보세요~ 잘 안들리시나요오오”


내 귓바퀴를 잡고 열심히 소리치는 그린나래를 손으로 떨쳐내며 보라색에 잠자리의 날개처럼 생긴 날개를 3쌍을 펄럭이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가온들찬빛’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일단 이 요정들의 말에 의하면 나는 ‘용사’라는 건데 말이지.


“어째서 내가 용사가 되는 거죠?”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기나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용사님”


가온들찬빛이 천천히 날아다니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온들찬빛이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찰나, 노란색에 나비의 날개처럼 생긴 날개 두쌍을 펄럭이며 ‘미리내’가 다가왔다


“야! 그린나래! 나랑 같이 청소나 하자! 놀지 말고 이리와!”

“싫어! 너무 더럽단 말야!”

“이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어서와!”


미리내는 그린나래의 팔목을 붙들고 부엌으로 날아갔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청소하지 말라고 말하려는데 가온들찬빛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용사님이 요정족 중에서도 우리 ‘가온’족을 보게 된 날은, 사실 우리 요정계에 내려오던 예언이 실행되는 날이었습니다.”


가온들찬빛의 말을 듣자하면,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던 그 날 밤은 요정계에서 ‘용사’의 등장을 예언했던 날이었고, 예언에 따라 요정계의 각 부족들은 용사의 등장을 기다리며 들뜬 마음으로 성대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예언은 그 날 푸른 달빛을 가리며 나타나 새로운 빛을 내뿜는 사람이 이 시대를 구원할 ‘용사’일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가온’족이 잔치를 벌이고 있던 곳에 갑자기 달빛을 가리며 내가 나타났고, 새로운 빛을 내뿜었다고 한다. 아마 그 새로운 빛이란, 휴대전화 카메라에서 시작된 플래시 라이트였을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가온’족은 하수구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을까. 나는 가온들찬빛에게 왜 하필이면 하수구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냐고 물었다.


“하수구요? 아아, 그 곳이 하수구였습니까? 사실 저희는 인간계에 우리의 형상을 완벽히 드러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허상을 보내 용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럼 지금은 완벽히 이쪽으로 넘어온 거구요?”

“네, 그렇죠. 용사님을 보필해야하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인 점은 이런 동화 같고 환상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졌고, 아무리 볼을 꼬집어봐도 꿈속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인지했다고 쳐도. 지금 이 시대에 어째서 용사가 필요한 것인지가 의문이다.


“사실, 예언은 용사의 등장과 함께, 이 세계의 몰락도 함께 예언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몰락이라고요?”

“네, 자연이 무너져가고 인간들로 인해 지구가 아파해도, 세계의 균형을 맞추는 저희가 살아있는 한, 세계가 몰락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살아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순되게도 인간들 덕분이죠.”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부터 요정들은 숲 속이나 아주 공기가 맑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예 다른 곳, 차원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곳에 살고 있을 줄이야.


“인간들의 꿈과 희망, 사랑, 배려 등 좋은 감정들은 우리들의 양식이 되죠. 하지만 최근에 점점 좋은 감정들이 사라지고 그에 반대되는 감정들만이 요정계로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감정들을 걸러내는 요정들은 지쳐다가 못해, 과로로 쓰러지기 시작했고, 오염되는 요정들조차 등장해. 그들은 요정계에서 감시 속에 한 장소에 모여살고 있습니다.”


처음 듣게 되는 요정에 대한 이야기에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공포까지 느껴졌다.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진실들이 무수하구나 하는 느낌.


“그런데, 세계의 몰락에 대한 예언에서는 더 이상, 요정들의 양식이 되는 좋은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고, 그 것은 우리 요정들의 멸종을 의미하죠.”

“아... 그렇게 되면 혹시 인간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것인가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몰락하여 좋은 감정이 없어지면, 저희는 양식이 없어져 멸종하고, 저희가 유지하고 있던 생태계의 고리 조차 무너지는 것이죠.”

“생태계의 고리?”

“네. 먹이 사슬 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요정들은 인간들의 좋은 감정을 먹고 살고, 지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임무라고 한다. 그 균형에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들의 먹이사슬도 당연히 포함되어있는데, 요정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그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요정들이 보호하던 동물들도 멸종하고 만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이 무너지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초식동물들도 육식동물들에게 대항하며, 곤충들이 무리를 지어 인간을 공격해 잡아먹을 수도 있고, 인간이 인간을 먹기도 한다는 것이죠.”

“윽. 그런 일이.”

“사실 현재도 인간이 인간의 고기를 먹는 경우는 간혹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 명의 인간이 태어나면 요정도 태어납니다. 그 요정들은 인간과 운명을 같이하는데, '수호' 요정들이라고 부르죠. 그 수호 요정들은 그 요정이 맡게 된 인간을 보호하고 감시하는 임무를 받고 있어요.”

“아, 그렇다면 제 수호 요정은 누구인가요?”


왠지 나를 찾아 온 이 3명 중에 한 명이 나의 수호 요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접니다.”

“아 정말요. 왠지 기분이 묘하네요. 새삼 반가워요.”


내가 괜스레 볼을 긁적이며 부끄러워하자 가온들찬빛은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수호 요정들은 한 명의 인간을 담당하면서 세계의 균형을 맞춥니다. 그런데 인간들 중에도 그런 수호 요정에게 전혀 좋은 감정을 주지 못하고, 악한 감정만 주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수호 요정들은 그 악한 감정을 막기 위해 노력하다가, 오염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소멸하고 말죠. 그런 사람들이, 아니 그런 인간들이 인간을 먹기도 합니다.”


아직은 실감도 나지 않고 심각하게 다가오지도 않는 가온들찬빛의 이야기에 나는 괜스레 부엌에서 투닥투닥 싸우면서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는 그린나래와 미리내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용사님이 필요합니다. 이 세계는.”

“...근데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는데요.”

“걱정마세요.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배우면 되는 것이니까요.”

“배우면..?”


가온들찬빛은 웃으면서 내 주위를 한 번 빙그르르 하고 날더니 내 눈에 붙어있던 눈곱을 떼어내며 말했다.


“일단은 청소부터 하실까요. 용사님.”

“....네.”


그렇게 나와 요정들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나를 물심양면으로 보필하게 위해 왔다던 요정들은 어떻게 그 조그마한 몸으로 가능한 건지 의심이 갈 만큼, 근 4개월 간 청소를 하지 않아 돼지우리를 방불케 했던 내 방을 모델 하우스에 버금갈 정도로 깔끔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도 모를 신선한 과일들은 물론이고, 채소며 고기며 깨끗한 재료들이 자고 일어났더니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더 황당했던 건,


“일어나셨어요 용사님. 아침 드세요.”

“....네.”


어떻게 구했는지도 모를 자그마한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를 하고 있는 미리내와 가온들찬빛을 보며 난 이제 더 이상 현실에 의문을 표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릴 때 요정들과 만나보고 싶었고, 대화도 해보고 싶었으니까.


아주 어릴 적의 꿈이 갑자기 실현돼서 너무 얼떨떨한 기분이긴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단지 내가 세계를 구할 ‘용사’라는 사실에 조금 부담이 될 뿐이다.


작가의말

으음

아무래도 충동적으로 시작한 작품이니 만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가 관건이네요.

재미 없어도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오늘 너무 추워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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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3) +6 13.03.27 607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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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 내가 미쳤나 봐 (5) +4 12.12.20 63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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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미쳤나 봐 (3) +8 12.12.18 734 3 9쪽
4 1. 내가 미쳤나 봐 (2) +7 12.12.17 799 6 7쪽
3 1. 내가 미쳤나 봐 (1) +5 12.12.14 1,514 9 8쪽
2 Prologue.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6 12.12.13 1,753 7 3쪽
1 (첫 인사) 안녕하세요. 히나입니다. +3 12.12.13 1,04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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