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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초한 영웅 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카자마츠리
작품등록일 :
2017.09.06 23:43
최근연재일 :
2017.11.07 12: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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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192

작성
17.09.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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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21 환생의 선약

DUMMY

021

환생(還生)의 선약(仙藥)




시황 일십사 년. 한(韓) 출신의 한비가 세작의 이심을 품은 죄로 투옥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독약을 먹고 자진했다.

한비의 저작인 ‘한비자’에 심취했으며 그의 법, 세, 술에 고무되었던 영정은 크게 노여워했고 이틀간 식음을 전폐하며 슬퍼했다.

영정은 한비의 투옥과 자진이 이사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이사의 재능과 견해를 신뢰하고 존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장사(長史)이자 객경(客卿)의 우두머리 자리에 있었던 이사는 유세, 매수, 이간, 뇌물 등의 계책으로 적국의 군신을 교란에 빠뜨렸고, 영정은 이것을 왕전이나 몽무의 전공보다 높게 평가했다.

이사는 이년 전 세상을 떠난 여불위의 문객(門客) 출신이었다. 순자의 문하를 떠난 이사는 여불위의 문객으로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그의 자식들에게 제왕학을 가르쳤다.

전국시대 말기, 진의 장양왕인 자초가 죽자 어린 영정이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장양왕 당시 승상이었던 여불위는 최고 대신의 자리인 상국에 올랐고, 영정은 그를 중부(仲父, 숙부)라 불렀다.

당시 여불위에게는 이목구비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바깥출입을 금지하며 몰래 키우다시피 한 자식이 하나 있었다. 이사는 서출이라는 소문까지 있는 여불위의 자식을 양자로 받아들였고, 이를 계기로 그의 큰 신임을 얻게 되었다.

마침내 이사는 여불위의 추천으로 진왕 영정을 대면하게 되었으며, 지략과 책모를 인정받아 조정에 진출해 영정의 심복이 되기에 이르렀다.

‘대왕께서 나를 신뢰하시나 심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그 괴팍한 성정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이사는 한비의 자진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영정을 위해 장생불사의 선약을 진상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정의 유일한 관심사가 바로 이 선약이었기 때문이다.

영정은 파군(巴郡) 출신의 거상인 과부 청(淸)을 가까이 두고 그가 진상한 단약(丹藥)을 취하며 심신을 다스리고 있었다.

단약은 도교의 선인이 취했던 것으로, 붉은빛을 띠는 광물인 단사(丹砂)를 태워 만든 선약의 하나였다. 이 약을 취하면 심장과 폐의 기운이 강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피부가 고와졌다.

단약의 효능을 직접 체험한 영정은 이 약을 수시로 취하려 했으나 부소의 만류로 상용을 삼갔다. 당시 팔 세밖에 안 되었으나 총명했던 부소는 의관인 하무저(夏無且)의 조언을 영정에게 전하며, 단약을 자주 복용하면 언행에 장애가 오며 장복할 경우 마비, 실성, 급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사는 단약의 효능을 넘어서는 선약이 존재할 것이라 확신하지 않았으나, 음주와 가무는 물론 여색에도 큰 관심이 없는 영정의 심기를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장생불사의 선약을 진상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영정은 이사에게 명해 선인과 선약을 찾아오게 했고, 왕전과 몽무에게 이를 돕도록 했다.



#


이사는 무관인 한종, 후공, 석생을 비롯해 방사인 한중, 서불, 노생, 후생을 불러 장생불사의 선약을 찾아 방방곡곡을 뒤지게 했다.

오십여 일 후 한종, 후공, 석생은 견융(犬戎, 강족·강인)이 거주하는 황하(黃河), 황수(湟水), 조수(洮水) 인근에 위치한 민강(岷江)에서 일백이십 세를 살고 있는 선인 여덟을 데려왔다.

이사, 왕전, 몽무가 여덟 선인을 심문했으나 장생의 비법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

이사가 한종, 후공, 석생에게 명했다.

“여덟 선인이 일백이십 세를 살고 있는 것을 어찌 상서롭다 하겠는가. 흉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보아 후환이 될 것이 분명하니 돌려보내지 말고 모두 참하도록 하라. 더불어 민강에도 군사를 보내 일대의 견융까지 모두 참해야 할 것이다.”

이사가 명을 내리고 돌아설 때였다.

“다 아뢰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주변을 물리고 잠시 시간을 내주신다면 마저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진아(眞我)라 불리는 견융의 족장이자 선인 무리의 지도자가 이사를 불러 세웠다.

이사가 고갯짓을 하자 왕전과 몽무를 제외한 한종, 후공, 석생 및 모든 수행 병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사, 왕전, 몽무가 여덟 선인을 향해 다가갔고, 진아 역시 무리 앞으로 나왔다.

진아가 이사, 왕전, 몽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금일이나 명일, 작은 회색 구슬처럼 생긴 선약을 진상하겠습니다. 그 장생이나 불사의 효능을 가진 것은 아니나 뜻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사, 왕전, 몽무가 의아한 듯 진아를 바라보았다.

진아가 이야기를 이었다.

“강인(羌人)에서 갈라져 나온 민강(岷羌)은 환생한 진아가 족장의 자리를 세습해오고 있습니다.”

진아가 이사, 왕전, 몽무를 차례대로 바라본 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선약을 삼키면 열 차례의 긴 호흡을 한 후 죽을 것이나 십 개월이 지나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민강의 진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세습을 이어왔습니다.

왕전과 몽무는 진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이사가 진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간난아이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가 진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시 물었다.

“어디에서 누구의 자제로 태어나는지 알 수 있는가.”

진아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후 대답했다.

“민강은 일천 호가 되지 않는 작은 부족이기에 환생한 진아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현생의 진아는 선약을 삼킨 후 열 차례의 숨을 다 쉬기 전에 환생할 진아에 대해 반드시 예언합니다.”

이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수십만 호에 수백만 인구를 가진 진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진아가 이사의 이야기를 이었다.

“이승상의 의견에 일리가 있습니다. 진아의 환생과 세습은 능인적묵(能仁寂黙, 석가모니)을 받드는 민강에게만 온전한 이능이자 교리일 것입니다.”

진아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사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법가를 통치의 근본으로 삼는 진에서 어찌 감히 능인적묵의 교리를 입에 담는 것인가. 발언이 법도를 넘어선다면 더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왕전이 손짓으로 이사를 제지했다.

“간난아이가 어디에서 누구의 자제로 태어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일 것이다.”

왕전이 진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환생의 효능에 대해 다시 묻겠다. 민강에게만 온전한 이능이라 한 것은 그 환생의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조금 전에는 선약 진상을 약조하며 장생불사의 효능은 없으나 뜻하는 바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진아가 대답했다.

“선약이 가진 환생의 효능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입니다. 다만 선약을 취하는 순간의 정황에 따라 그 환생의 내용과 형식이 달라지는 것이기에 그리 아뢴 것입니다.”

진아가 왕전, 이사, 몽무를 차례대로 바라본 후 대답을 계속했다.

“저를 비롯한 여덟 강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혹시라도 진왕께서 선약을 취하려 하신다면, 후사(後事)에 충분히 대비하시어 의심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대비 없이 평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약을 취한 진아는 환생할지언정 새로운 진아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아가 이야기를 끝내고 난 후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몽무가 진아에게 이야기했다.

“온전한 이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해했으나 환생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혹한 것이 사실이다.”

몽무가 이사와 왕전을 차례대로 바라본 후 이야기를 이었다.

“환생을 확신할 수 없다면 그 선약은 독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와 제 전생, 그 전생의 전생이 그 선약으로 환생했습니다.”

진아 뒤에 서 있던 선인이 이야기했다. 노파의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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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황보숭과 사마의 17.11.07 177 1 13쪽
49 049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17.11.01 129 1 13쪽
48 048 진궁과 고순 17.10.29 118 1 14쪽
47 047 진궁과 조전, 여포와 초선 17.10.24 137 1 13쪽
46 046 여포, 왕윤, 노식, 진궁 17.10.23 127 1 14쪽
45 045 제후 연합군 17.10.20 127 1 14쪽
44 044 관우와 유비의 통수 17.10.19 144 2 13쪽
43 043 유비, 관우, 주창과 장만성 17.10.17 149 1 13쪽
42 042 장각 17.10.16 112 1 13쪽
41 041 장우각과 저연 17.10.13 171 1 13쪽
40 040 여포와 진궁 17.10.11 174 0 13쪽
39 039 고순의 함진영과 장료의 팔건장 17.10.08 164 1 13쪽
38 038 장료와 화웅 17.10.08 191 1 13쪽
37 037 여포군과 제후 연합군 17.09.30 162 2 13쪽
36 036 동탁의 폭정과 하북의 거병 17.09.28 159 1 14쪽
35 035 여포와 이숙 17.09.26 176 2 13쪽
34 034 십상시의 난, 장양과 하태후 17.09.24 160 0 12쪽
33 033 조조와 동탁 17.09.23 166 2 13쪽
32 032 동태후와 하태후, 하진과 원소 17.09.22 167 1 12쪽
31 031 조조와 순욱 17.09.21 208 2 12쪽
30 030 장양, 하진, 조조 17.09.20 208 2 13쪽
29 029 백룡, 청룡, 적룡, 흑룡, 황룡 +1 17.09.19 266 3 14쪽
28 028 유방과 항적(항우), 홍문의 연회(鴻門宴) 17.09.18 261 4 16쪽
27 027 유방의 거병 17.09.17 224 2 13쪽
26 026 유방과 번쾌 17.09.16 259 2 13쪽
25 025 역모 17.09.15 220 3 12쪽
24 024 이사와 조고 17.09.14 265 3 12쪽
23 023 영정과 청 17.09.13 269 3 13쪽
22 022 황색 주머니와 흑색 주머니 17.09.12 297 3 9쪽
» 021 환생의 선약 17.09.12 252 3 8쪽
20 020 영정과 이사 17.09.11 320 5 8쪽
19 019 불로초 +1 17.09.11 301 4 11쪽
18 018 상산사호와 이사 17.09.10 299 4 7쪽
17 017 상산사호 17.09.10 283 4 7쪽
16 016 사마휘와 상산사호 17.09.09 335 3 7쪽
15 015 이왕거기일언(而王居其一焉) 17.09.09 311 2 7쪽
14 014 융중결의(隆中決意) 17.09.08 371 3 10쪽
13 013 제갈량의 혜안 17.09.08 350 3 6쪽
12 012 제갈량과 우길인 각리선생 17.09.08 349 3 8쪽
11 011 제갈량과 득래 17.09.08 459 4 6쪽
10 010 사마휘, 우길인 각리선생, 좌자인 기리계 17.09.08 467 6 6쪽
9 009 유비의 혜안 17.09.08 550 3 9쪽
8 008 필연과 우연, 법칙과 의지 17.09.07 721 4 8쪽
7 007 진승과 오광의 난 17.09.07 673 6 7쪽
6 006 유비와 남화노선인 동원공 17.09.07 910 5 6쪽
5 005 입신(立身) 17.09.07 876 7 7쪽
4 004 유비와 감부인 17.09.07 965 7 7쪽
3 003 유비와 간옹 17.09.07 1,343 8 7쪽
2 002 관우와 감부인 17.09.06 1,785 16 6쪽
1 001 장생(長生)에서 운장(雲長)으로 +2 17.09.06 2,527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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