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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마츠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초한 영웅 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카자마츠리
작품등록일 :
2017.09.06 23:43
최근연재일 :
2017.11.07 12: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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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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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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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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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9 불로초

DUMMY

순자를 떠나 진왕 영정의 신하가 된 이사는 왕의 신임을 크게 얻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한비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던 탓에 순자의 문하를 떠난 후에도 진왕 영정을 직접 찾아가 대면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사상을 정리해 엮은 오십오 편의 ‘한비자’를 왕에게 전했다.

진왕 영정은 ‘한비자’를 탐독했다. 특히 ‘고분(孤憤)’과 ‘오두(五蠹)’는 보지 않고도 외울 정도였다. 마침내 왕은 한비를 곁으로 불러들였고, 그를 이사보다 더 총애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한비를 시기했던 이사는 결국 그가 이심(異心)을 가지고 있다고 모함해 투옥한 후 스스로 독약을 먹고 자진하게 했다.

하황공이 기리계의 대답을 이었다.

“이승상께서 상앙과 한비의 법가를 진 제국에 맞게 새로 정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인들은 그 법가로 유가를 논한 것입니다. 옛것으로 지금 것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것으로 옛것을 비난한 것입니다.”

하황공의 대답을 들은 이사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후공이 네놈들 목을 베지 않았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구나.”

말에 오른 이사가 석생에게 명했다.

“돌아가는 대로 다시 죄수 일십만을 끌고 와 저들과 함께 선약을 찾게 하라.”

명을 마친 이사는 마차가 세워져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몰았다. 한종, 후공, 석생, 수행 병사가 그 뒤를 따랐고, 후공의 명을 받은 병사 몇이 엎드린 다섯 사내의 결박을 풀어준 후 다시 그 뒤의 뒤를 따랐다.



#


이사와 관군이 떠나고 난 후 한 시진이 지났으나 결박에서 풀린 다섯 사내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앉아있었다.

작은 바위에 기대어 앉은 이이가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을 향해 물었다.

“자네들은 이승상과 동문이라 하지 않았나. 왜 아는 척을 하지 않은 것인가.”

각리선생이 대답했다.

“아는 척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네. 그나저나 이사가 다시 석생을 통해 죄수 일십만을 보낸다 했네.”

동원공이 각리선생의 대답을 이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각리선생이 이야기했다.

“이사도 선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찾지 못한다 해서 죄를 물어 죽이지는 않을 것이네.”

기리계가 각리선생의 이야기를 받았다.

“그 대신 선약을 찾다 노산에서 죽거나, 죽을 때까지 선약을 찾아야 하겠지.”

하황공이 기리계의 이야기를 받았다.

“이곳 노산을 떠나지 않는 한 수행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네.”

이이는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을 한 차례씩 바라본 후 다시 물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노산에서 도망할 것인가.”

하황공이 대답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관군을 남겨두지 않고 떠난 것으로 보아 우리가 도망한다 해도 애써 찾으려 할 것 같지는 않네.”

동원공이 이이를 바라보며 하황공의 대답을 이었다.

“그 동안 자네에게 얻어 배운 것이 많네만 아직 아무 것도 깨우치지 못했네. 남은 생을 존재하지도 않는 선약이나 찾아다니며 허비해야 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깝고 원통할 일이 어디 있겠나.”

이이가 웃으며 동원공의 이야기를 받았다.

“왜 선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는 것인가.”

기리계가 물었다.

“무슨 뜻인가.”

이이가 대답했다.

“지금 노산 지천에 널린 것이 불로초라네.”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이가 이야기를 이었다.

“석생이 죄수 삼십만을 끌고 와 노산의 모든 초목을 뿌리째 거두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 노산의 삼림에 자색 지초가 자라기 시작했다네.”

하황공이 아는 바가 있다는 듯 이이의 이야기를 받았다.

“나 역시 사방에 널린 죄수의 시신을 수습하다 자줏빛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자색 지초를 몇 번 보았네. 머금은 핏빛이 보기에 편하지 않아 독초라 여기고 있었다네. 그것이 불로초라는 것인가.”

이이가 하황공의 이야기를 받았다.

“그 자색 지초는 자줏빛 버섯과 똑같이 생겼으나 버섯과 다르게 목질이 단단한 그루터기가 아닌 바짝 마른 부엽토 위에 자란다네. 그것이 불로초라는 것은 장자의 후학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놀라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물론 그 누구도 이이의 이야기를 허언이라 여기지 않았다.

하황공이 이이,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모든 검수(백성)가 선약을 취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 어떻겠나.”

이이가 대답했다.

“검수는 선약을 취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네. 장생불사의 육신을 얻는다면 끝없는 시간을 제왕과 제후, 장수, 재상의 폭정에 시달려야 할 테니 말일세.”

동원공과 기리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가 이야기를 이었다.

“물론 왕후장상의 씨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나 그 역시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 처지와 역할만 바뀌는 것일 뿐 검수의 곤고한 일상과 일생은 변하지 않을 것이네.”

각리선생이 이이의 이야기를 받았다.

“일백 년, 이백 년 후를 내다볼 수 없다 해서 시황제(영정)가 불사의 육신을 얻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기리계가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야기를 이었다.

“적어도 시황제가 그 선약을 취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네.”

기리계가 이이, 동원공, 각리선생, 하황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수십 일 후면 석생이 일십만 죄수와 함께 이곳 노산에 들이닥칠 텐데 정말 큰일일세.”

하황공이 이이를 바라보며 기리계의 이야기를 이었다.

“그 일십만 죄수가 불사의 유혹이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선약을 취하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큰일 아닌가. 자네가 이야기한 것처럼 죄수의 신세로 끝 모를 부역에 시달려야 할 테니 말일세.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이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이야기했다.

“자네들이 지금 불로초를 취해 시황제에게 바치지 않는 이상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네.”

하황공이 이이를 다그쳤다.

“어서 상세히 설명해보게.”

이이가 이야기를 이었다.

“불로초의 수명은 일백 일이 되지 않으며 번식도 하지 않는다네. 수명이 다한 후에는 모양과 형질이 변해 그저 흔한 독초에 지나지 않게 되지. 수명이 다하기 전에 취해서 보관한다 해도 그 효능은 수일을 넘지 못할 것이네.”

기리계가 이이의 이야기를 받았다.

“석생이 일십만 죄수와 함께 돌아간 것이 벌써 칠팔십 일 전이니 이제 불로초의 수명은 이삼십 일도 남지 않은 셈이로군.”

하황공이 기리계의 이야기를 이었다.

“결국 시황제는 장생불사를 이루지 못하게 되었네.”

동원공이 하황공의 이야기를 이었다.

“이 역시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원공이 이야기를 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처신뿐이네.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떠나야 하겠나, 아니면 머물러야 하겠나.”

각리선생이 이야기했다.

“도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

기리계가 각리선생의 이야기를 받았다.

“수행을 계속하려면 떠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황공이 기리계의 이야기를 받았다.

“다른 곳을 찾아 은거하더라도 결코 피세는 하지 못할 것 같네. 얼마 남지 않은 생, 차라리 세상과 마주하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동원공이 하황공의 이야기를 받았다.

“상산(商山)에 대해 들은 바 있네. 높지 않으나 험하고, 깊지 않으나 어두워 아무도 들지 않는 산이라 했네. 시황제와 이사의 손이 닿지 못할 것이니 당분간 그곳에 은거하며 시기를 살피는 것이 어떻겠는가.”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던 이이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네들은 장생불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네. 불로초를 직접 취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인가?”

동원공이 대답했다.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렵네.”

각리선생이 대답했다.

“곤고하고 신산할 할 것이 분명한 삶과 세계를 언제까지 견뎌내야 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없네.”

기리계가 대답했다.

“더 산다 해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네.”

하황공이 대답했다.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네.”

이이가 크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네들은 장자의 후학인 나보다 더 큰 무위와 만물을, 나보다 더 깊은 자연과 변화의 이치를 깨달은 것처럼 보이네. 자네들이라면 얼마든지 불로초를 취해도 될 것이네.”

이야기를 마친 이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리에서 일어난 이이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자세에 변화가 일어났다.

표정과 자세의 변화에 이어 마침내 형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백 년 전에 불로초를 취한 적이 있다네. 정해진 수명을 더해 오백 년을 제자백가, 춘추전국의 시대와 함께 보냈지.”

이이의 형체가 점점 커지면서 안개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은 갑작스런 이적(異跡)에 크게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이가 이야기를 이었다.

“이제 현세의 생이 다해 잠시 떠날 때가 되었네. 자네들 같은 현자를 만났으니 이 이상 기쁠 수가 없다네. 자네들이 나처럼 불로초를 취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네.”

이이는 제 자리에 서 있는 듯 했으나 형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점점 더 흐릿해졌다. 동원공, 각리선생, 기리계, 하황공은 놀란 와중에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이의 형체는 계산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른 듯 느리게, 느린 듯 빠르게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천지를 채울 듯한 낮은 음성이 공명(共鳴)처럼 남았다.

“도대(道大), 천대(天大), 지대(地大), 왕역대(王亦大), 역중유사대(域中有四大), 이왕거기일언(而王居其一焉).”

공명마저 흩어지면서 이이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동원공이 탄식했다.

“아아···. 노자(老子)가 아닌가.”

각리선생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함께 탄식했다.

“우리가 어리석었네. 도덕가(道德家)를 공부한다며 노자와 함께 수년을 지내고도 어찌 이이(李耳) 이담(李聃), 노자를 알아보지 못했단 말인가!”

망연자실 자리에 선 기리계와 하황공 역시 탄식하며 이이가 사라진 자리만 바라볼 뿐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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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황보숭과 사마의 17.11.07 177 1 13쪽
49 049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17.11.01 129 1 13쪽
48 048 진궁과 고순 17.10.29 118 1 14쪽
47 047 진궁과 조전, 여포와 초선 17.10.24 137 1 13쪽
46 046 여포, 왕윤, 노식, 진궁 17.10.23 127 1 14쪽
45 045 제후 연합군 17.10.20 127 1 14쪽
44 044 관우와 유비의 통수 17.10.19 144 2 13쪽
43 043 유비, 관우, 주창과 장만성 17.10.17 149 1 13쪽
42 042 장각 17.10.16 112 1 13쪽
41 041 장우각과 저연 17.10.13 171 1 13쪽
40 040 여포와 진궁 17.10.11 174 0 13쪽
39 039 고순의 함진영과 장료의 팔건장 17.10.08 164 1 13쪽
38 038 장료와 화웅 17.10.08 191 1 13쪽
37 037 여포군과 제후 연합군 17.09.30 162 2 13쪽
36 036 동탁의 폭정과 하북의 거병 17.09.28 159 1 14쪽
35 035 여포와 이숙 17.09.26 176 2 13쪽
34 034 십상시의 난, 장양과 하태후 17.09.24 160 0 12쪽
33 033 조조와 동탁 17.09.23 167 2 13쪽
32 032 동태후와 하태후, 하진과 원소 17.09.22 167 1 12쪽
31 031 조조와 순욱 17.09.21 208 2 12쪽
30 030 장양, 하진, 조조 17.09.20 208 2 13쪽
29 029 백룡, 청룡, 적룡, 흑룡, 황룡 +1 17.09.19 266 3 14쪽
28 028 유방과 항적(항우), 홍문의 연회(鴻門宴) 17.09.18 261 4 16쪽
27 027 유방의 거병 17.09.17 224 2 13쪽
26 026 유방과 번쾌 17.09.16 259 2 13쪽
25 025 역모 17.09.15 220 3 12쪽
24 024 이사와 조고 17.09.14 265 3 12쪽
23 023 영정과 청 17.09.13 269 3 13쪽
22 022 황색 주머니와 흑색 주머니 17.09.12 297 3 9쪽
21 021 환생의 선약 17.09.12 252 3 8쪽
20 020 영정과 이사 17.09.11 320 5 8쪽
» 019 불로초 +1 17.09.11 302 4 11쪽
18 018 상산사호와 이사 17.09.10 299 4 7쪽
17 017 상산사호 17.09.10 283 4 7쪽
16 016 사마휘와 상산사호 17.09.09 335 3 7쪽
15 015 이왕거기일언(而王居其一焉) 17.09.09 311 2 7쪽
14 014 융중결의(隆中決意) 17.09.08 371 3 10쪽
13 013 제갈량의 혜안 17.09.08 350 3 6쪽
12 012 제갈량과 우길인 각리선생 17.09.08 349 3 8쪽
11 011 제갈량과 득래 17.09.08 459 4 6쪽
10 010 사마휘, 우길인 각리선생, 좌자인 기리계 17.09.08 467 6 6쪽
9 009 유비의 혜안 17.09.08 550 3 9쪽
8 008 필연과 우연, 법칙과 의지 17.09.07 721 4 8쪽
7 007 진승과 오광의 난 17.09.07 673 6 7쪽
6 006 유비와 남화노선인 동원공 17.09.07 910 5 6쪽
5 005 입신(立身) 17.09.07 876 7 7쪽
4 004 유비와 감부인 17.09.07 965 7 7쪽
3 003 유비와 간옹 17.09.07 1,343 8 7쪽
2 002 관우와 감부인 17.09.06 1,785 16 6쪽
1 001 장생(長生)에서 운장(雲長)으로 +2 17.09.06 2,527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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