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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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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4
최근연재일 :
2019.07.08 07:3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939
추천수 :
244
글자수 :
303,038

작성
19.06.25 07:30
조회
65
추천
2
글자
7쪽

각자 행동하다

DUMMY

“조우빈. 임준연이 전에 설명해 준, 백지가 보여줬다는 식물 능력자들 얘기 기억해?”


“물론. 능력자 몸속 피가 다 사라지기 직전에 즉시 같은 혈액형의 혈액을 공급하는 장치를 하고 있다고 했어. 이걸 뺏어올 수만 있다면 저놈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백지단은 단원들을 엄청 훈련시키는 걸. 내가 해 봤어서 알아. 그냥 조용히 모루랑 소예 누나랑 장미 형이랑 성민 형을 데리고 탈출하는 방법은 없어?”


“없어.”


수연과 우빈이 단호하게 말하자 정은 기가 죽었다.


“여러분은 현재 살아있는 여러분 편인 아이들 전원 다 살아서 나갔으면 하는 거죠?”


“그게 다가 아니에요. 모루의 항체가 모든 식물 줄기로 퍼지기 전까지 백지단을 막고 싶은 거란 말이에요.”


“아···그건 힘들···아니야. 해 봐야지. 그러려면 우선 저 망할 놈의 대포를 못 쓰게 만들어야겠어.”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어떻게?”


대포가 여러 발 발사되면서 거대한 나무 군데군데에서 둔탁하게 뭔가 박히는 소리가 났다. 그중 한 번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들렸다.


“저 위엔 뭐가 있어요?”


수연이 초록색 여자에게 물었다.


“식물의 뇌. 그러나 동물 뇌와는 달라요.”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그건···몰라요. 제가 아는 건, 이 나무의 모든 부분엔 역할이 있고 어느 부분이 훼손되면 나무가 이상 증세를 일으킬 거란 거예요.”


회원들은 초록빛 여자의 도움을 받아 꼭대기 층의 천장 너머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전에 정이 추측한 것과 달리 어른들은 아니었다. 꼬리가 달린 솜털 같은 것들이 사방을 날아다니며 저들끼리 소통하고 있었다. 대포가 날아오면 그 여파로 이들이 머무를 장소에 미세한 진동이 오긴 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충분히 보여줬다고 여겼는지 여자는 5분 뒤 엿볼 수 있는 통로를 닫았다.


“저런 포 정도로는 이 나무가 끄떡하지 않을 거예요. 저들도 곧 깨닫겠죠. 문도 함부로 열지 못할 테고···”


“그렇다고 마음 놓을 순 없어요. 지훈 씨도 문을 열 수 있는 초록빛 인간이잖아요. 그분은 전부터 어느 편인지 알 수 없는 분이었어요. 백지단을 도와 문을 열지도 모르죠.”


“확실하진 않잖아.”


“그렇다 해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두는 편이 좋지. 우리가 백지단보다 유리한 점은 이곳 구조를 더 잘 안다는 거야. 선발대도 안쪽까지 속속들이 알진 못한다고. 그걸 이용해야 해.”


곧 민우가 돌아왔다. 그는 장미가 멀쩡하며, 소예도 미끄러졌을 때 몹시 놀라긴 했지만, 무사히 살았다고 했다. 또한 소예는 여자가 회원들과 들어가기 위해 중간에 내어놨던 틈을 통해 위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성민의 소식도 알아냈다. 성민은 야생동물들을 피해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상가 건물 3층에 숨어 있었다. 그는 이따금 베란다로 나와 햇빛을 쐴 때만 빼고 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 발견된 것이었다.


“지금은 장미 형이랑 같이 있어.”


“그럼 오래 굶었겠다. 우리 식량을 나눠주면 좋은데.”


“그 기차에 있던 건 들개들이 다 먹어버렸을 거야. 이곳을 어른들이 풀려날 때까지 무사히 지키고 나면 뭐든 먹을 수 있어.”


“김치찌개도?”


“김치찌개도.”


회원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한동안 얼싸안고 재회한 기쁨에 휩싸였다. 그러나 들뜬 감정이 사라지자 이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장미가 말했다.


“이제 뭘 어떻게 할 거야? 저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쳐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잖아. 하다못해 낚시도 미끼가 있어야 하는데.”


수연은 그의 말에 퍼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미끼라···”




백지단은 선발대의 보고를 받고 급하게 나오느라 98명의 훈련받은 아이 중 30명만이 현재 거대한 나무 앞에 있었다. 그들은 전차 두 대와 지프 네 대를 가지고 왔지만, 이 나무는 그들의 공격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직접 탐사에 나설 때였다. 이 30명의 백지단원들은 전원 식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차량에서 내린 다음 여섯 명씩 나뉘어 다섯 팀이 거대한 나무를 둘러가며 입구를 찾았다. 30명 중에는 준연도 있었다. 지훈도 끼어 있었다. 그는 몸에 꼼꼼히 페인트를 칠해 초록빛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지훈은 백지단에게 입구를 여는 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팀원들이 열심히 입구를 찾는 모습을 보며 잠자코 서 있었다. 그때였다.


“여, 여, 열···”


누군가 흥분해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와악, 하는 비명이 여러 번 났다. 다른 단원들이 달려가니 그 자리엔 입구는커녕 쥐가 드나들 만한 구멍조차 하나 없었다. 하지만 단원은 한 명,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세마디 회원들은 붙잡힌 백지단원을 최대한 부드럽게 대했다. 그는 마구 발버둥 쳤지만, 회원들은 그를 쥐어박거나 협박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혈액 전달 장치만 빼냈다.


“좋아, 이런 식으로만 하면 되겠어.”


회원들이 또 가져갈 것이 없나 수색하는데 누군가 정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지훈이었다.


“너, 모루를 찾고 싶댔지?”


정은 희망 반 의심 반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내가 데려다줄까?”


“하지만···”


정은 전에 올라갈 때 했던 고생을 떠올렸다. 지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웃었다.


“물론 힘들긴 할 거다. 하지만 넌 저 애들보다 작고 몸무게도 가볍고 혼자잖아. 내가 너 정도는 힘껏 뒷받침해줄 수 있어. 밧줄로 내려가는 구멍에서는 널 안고 기어 내려갈 거야. 어떠냐, 해 볼래?”


세마디 회원들이 그들 틈바구니에서 정이 사라진 걸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20분 뒤였다. 그 사이 정은 끙끙대며 식도를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심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지훈이 신음하며 정을 업고 아래로 향했다. 지훈은 더는 지치지 않는 몸이긴 했지만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은 그렇게 큰 심장은 처음으로 보았다. 심지어 초록빛이 섞인 심장은. 그 거대한 장기의 박동 소리는 규칙적이고 요란하지도 않았다. 심장 주변에는 다른 층에서 본 것처럼 사방이 벽으로 막힌 게 아니라 뚫려 있고 군데군데 수백 개에 달하는 혈관들이 솟아나 있었다.


“이 혈관 중 한 군데야. 물론 정확히 이 층에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간에 막히지 않고 모든 혈관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층은 이곳밖에 없어.”


“다른 층에 있으면 어떻게 해요?”


“혈관을 찾기만 하면 돼. 그럼 혈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그 앨 찾아서 빼내면 되는 거거든. 어때, 할 수 있겠냐?”


정은 확신이 서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세마디 회원으로서 한 일이 별로 없다고 느꼈고, 또 모루가 보고 싶었다. 그는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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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월~금 아침 7시 30분 연재합니다. 19.04.08 110 0 -
73 외전 - 죽은 이의 이야기 19.07.08 103 1 9쪽
72 에필로그 19.07.05 84 2 8쪽
71 살아줘 19.07.04 72 2 9쪽
70 화승총(花勝銃) 19.07.03 67 2 8쪽
69 모두 모이다 19.07.02 82 2 7쪽
68 그들의 싸움 19.07.01 278 2 9쪽
67 내막 19.06.28 79 2 8쪽
66 비밀 선물 19.06.27 71 2 8쪽
65 행운은 적에게 19.06.26 69 2 10쪽
» 각자 행동하다 19.06.25 66 2 7쪽
63 심장에는 혼자만 19.06.24 76 2 9쪽
62 꼭대기로 19.06.21 112 2 8쪽
61 맹수 19.06.20 71 2 7쪽
60 어느 편 19.06.19 83 2 9쪽
59 민우 19.06.18 68 3 8쪽
58 거대한 나무로 19.06.17 95 3 8쪽
57 준비 19.06.14 88 3 8쪽
56 합작 19.06.13 84 3 7쪽
55 협박 19.06.12 77 3 7쪽
54 지키기 위한 선택 19.06.11 88 3 7쪽
53 1+1=? 19.06.10 49 3 7쪽
52 감정의 방향 19.06.07 65 3 8쪽
51 살인 동기 19.06.06 66 3 8쪽
50 녹음 19.06.05 65 3 8쪽
49 완성 19.06.04 65 3 8쪽
48 영웅 19.06.03 72 3 9쪽
47 다른 비밀? 19.05.31 58 3 9쪽
46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1 19.05.30 73 3 9쪽
45 위로와 소망 19.05.29 6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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