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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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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4
최근연재일 :
2019.07.08 07:3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929
추천수 :
244
글자수 :
303,038

작성
19.06.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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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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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완성

DUMMY

백지는 청소년 대학의 움직임을 보고받았다. 그는 늘 하는 강당 연설 때 평소와 다름없는 연설 뒤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항체 보유자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청소년 대학보다 빠르게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들은 이제 막 식물 능력을 쓸 수 있는 인간들을 보유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이제 막 발을 떼었을 따름이지. 우리는 그보다 더한 진척이 있었다. 그 성과를 오늘 보여주도록 하겠다.”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강당 맨 앞에 일렬로 섰다. 그들의 팔뚝엔 모두 가슴팍에 있는 작은 주머니로부터 작은 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저 관이 보이지? 저기서부터 각자 다른 사람의 피를 제때 수혈받을 수 있어. 이 방식이면 전투 도중 식물 액체에 피를 뺏기기 직전까지도 싸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승리를 알리는 것이다.”


연구원 중 한 명이 온몸에 철쭉이 핀 채 들어왔다. 그녀의 팔에 다른 연구원이 주사를 놓자, 철쭉이 순식간에 완전히 시들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 연구원은 그대로 밖으로 직진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리 준비해둔 호스로 두 아이가 쓰레기산의 불을 끄자 그녀는 그 너머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식물 연결망 위에 반듯하게 섰다. 식물 줄기들은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들어오자마자 화염 방사기를 든 아이들이 분주히 꺼진 쓰레기산 앞에 서서 식물 줄기가 침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연구원이 강당으로 들어오자, 백지는 톤을 한층 높여서 우렁차게 발표했다.


“백신이 완성되었다!”


그 길로 일어난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는 이제껏 이 강당에 울렸던 어떤 함성보다도 컸다. 백신이 완성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식물 괴물이 될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루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강당 연설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백지는 별관에 머무르는 모든 단원이 그녀에게 백신 관련은 입도 뻥끗하지 않도록 철저히 입 단속했다. 그녀가 백신이 완성된 사실을 알면 '더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며 도망가 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백지는 아직 그녀가 필요했다.


당연하지만, 그는 주은을 통해 전달된 남우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동안은 그들이 백신을 먼저 완성할 만약의 때를 대비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유였다. 상황이 어렵게 되자 주은은 백지단에 남은 그녀의 친구들을 통해 백지단의 꿍꿍이를 알아보는 시도라도 하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말하며 친분이 있으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히 기억해. 난 단원들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기억하니까. 하지만 그 아이들은 사실···더는 이 세상에 없어.”


백지는 긴 회의실 탁자 끝에서 반대쪽 끝에 있는 주은에게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주은은 말문이 막혔다.


“그 애들의 보호자 역시 이제는 존재하지 않지. 만약 네가 그 애들의 유품을 갖고 싶으면 돌려줄게. 전부 사물함에 그대로 보관해 뒀으니까.”


백지는 그 두 명을 일부러 ‘거대한 나무’를 조사하기 위한 선발대에 포함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자진해서 선발대에 지원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들이 선발대로 가고 싶어 하도록, 그 아이들이 친분이 없는 아이들을 시켜 ‘선발대에 몹시 가고 싶어 하는 무리’를 가장하도록 했던 것이다. 거대한 나무는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일 뿐 실은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모루가 갑자기 그 나무에 가고 싶어져서 능력을 사용하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곳에 도달하려면 누구에게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선발대들은 전부 식물 능력을 주입받았고, 지금쯤 나무 주변에 캠프를 치고 조사를 이행하느라 바쁠 것임이 틀림없었다. 백지는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는 백신 개발에 쓰던 시간을 모루를 위해 썼다. 그는 매일 그녀를 만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주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백지는 모루가 확실히 그를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 특히 백신에 관해 이야기하면 가차 없이 말을 끊었다. 이런 모습은 그의 자상한 모습과 전혀 달랐으므로 괴리감에 모루는 혼란스러워했다. 하나 지훈과 달리 그는 그녀를 조금도 안쓰럽게 여기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정을 붙일 여유는 없었다.


그런 그가 결코 알지 못한 것은 모루가 백지와 만나는 시간 외 대다수를 수연과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훈은 모루에게 수연이 햇빛을 쐬고 수액을 놓아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루는 몰래 그녀를 옥상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매일 수연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보러 갔지만 그녀는 겉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녀가 지훈이 투여한 피 덕분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는 점, 나아지려면 그녀 스스로 피를 만들어낼 정도로는 회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루는 몰랐다. 하지만 모루는 지훈이 말한 것을 성실히 이행해 그녀에게 제때 수액을 맞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비가 왔다. 수연이 여느 식물처럼 비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조금 움찔거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팔을 들어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으려 했다. 그러니까 이제 그녀는 팔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다리도, 목도. 도환이 전에 그랬듯 그녀의 몸에도 더는 식물이 피어났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연은 의식까지 사라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시청 옥상에 있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모루가 그녀를 매일 돕고 있다는 것도. 그녀는 연잎을 하나 피워내 그 위에 글씨가 쓰이길 소망했다. 잎 위에 짤막한 편지를 남긴 그녀는 잎이 날아가지 않도록 잎 주변에 연꽃 줄기도 만들어 줄기로 잎을 눌러 놓았다. 그녀는 옥상을 내려가려다 거대한 소나무가 한쪽 끄트머리에 자라나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 그 밑에 비석이 하나 있었다. 비석에 가까이 다가간 수연은 그것이 그녀 자신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소나무는 그녀에게 소정의 도움을 주었던 바로 그 묘목이란 말인가. 수연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나무뿌리 왕국으로 돌아갔다. 전화선이 끊겼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왕국에 돌아와 불을 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전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지훈이 그녀에게 주었던 그 무전기였다.


음? 지금 정오인가?


그러나 이 안에는 시계가 없어 시간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들려요? 한 시간에 한 번씩 연락 넣고 있는데...아무도 없나요?"


오랜만에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목은 좀 잠겨 있었지만, 수연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 수연이야. 홍수연."


수연이 침착하게 응답했다.


"진짜야? 진짜 너야?"


"응, 나야. 이 무전기 왜 네가 가지고 있는 거야? 이거 지훈 씨 건데."


"지훈 형···."


잠시 뒤 그는 아까보다 한층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이리로 와 줄 수 있어?"


"어디인데?"


"입구에 별관이라고 돼 있고···. 기역 자 건물이야. 나는 1층 왼편...휴게실에 있어···."


네가 왜 거기 있어?


수연은 묻고 싶었으나 그의 꺼져가는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했다.


"곧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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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월~금 아침 7시 30분 연재합니다. 19.04.08 110 0 -
73 외전 - 죽은 이의 이야기 19.07.08 103 1 9쪽
72 에필로그 19.07.05 84 2 8쪽
71 살아줘 19.07.04 71 2 9쪽
70 화승총(花勝銃) 19.07.03 67 2 8쪽
69 모두 모이다 19.07.02 82 2 7쪽
68 그들의 싸움 19.07.01 278 2 9쪽
67 내막 19.06.28 79 2 8쪽
66 비밀 선물 19.06.27 71 2 8쪽
65 행운은 적에게 19.06.26 69 2 10쪽
64 각자 행동하다 19.06.25 65 2 7쪽
63 심장에는 혼자만 19.06.24 76 2 9쪽
62 꼭대기로 19.06.21 112 2 8쪽
61 맹수 19.06.20 70 2 7쪽
60 어느 편 19.06.19 83 2 9쪽
59 민우 19.06.18 67 3 8쪽
58 거대한 나무로 19.06.17 95 3 8쪽
57 준비 19.06.14 88 3 8쪽
56 합작 19.06.13 84 3 7쪽
55 협박 19.06.12 76 3 7쪽
54 지키기 위한 선택 19.06.11 86 3 7쪽
53 1+1=? 19.06.10 49 3 7쪽
52 감정의 방향 19.06.07 65 3 8쪽
51 살인 동기 19.06.06 66 3 8쪽
50 녹음 19.06.05 65 3 8쪽
» 완성 19.06.04 65 3 8쪽
48 영웅 19.06.03 71 3 9쪽
47 다른 비밀? 19.05.31 58 3 9쪽
46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1 19.05.30 73 3 9쪽
45 위로와 소망 19.05.29 6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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