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따뜻하고 조금 바람이 부는 오후였다.
수연은 먹기 좋게 잘린 과자를 막 입에 넣으려던 차였다.
아, 붉은 꽃이 담긴 화분에 꿈틀거리는 것이 언뜻 보였던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화분을 보니 꽃은 얌전히 있었다.
저 꽃 이름이 뭐였지, 포인세티아였나?
하긴 꽃의 종(種) 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평화롭게 식물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하고도 한두 달 전의 이야기다.
어느 날부터 식물들이 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식물들은 더는 소중한 친구가 아닌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
다시 평화를 되찾기까지 수많은 희생과 고통이 뒤따랐다.
그 일은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마음의 상처 같은 얘길 하려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수연은 여기저기 다쳤다.
금방 낫겠지.
그녀는 무심히 생각했다.
그 엄청난 모험을 겪고 난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10대였다.
청소년기는 치유력이 빠른 시기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수연은 왜 다쳤는가?
알려줄 수 없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알려줄 수 없다.
특히 그녀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가에 대해서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알려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려줄 수 있다.
폭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어떤 풀은 살아남아
그 뒤에 내리쬐는 햇빛을 볼 것이다.
그게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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