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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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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4
최근연재일 :
2019.07.08 07:3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940
추천수 :
244
글자수 :
303,038

작성
19.06.13 07:30
조회
84
추천
3
글자
7쪽

합작

DUMMY

수연을 끌고 온 두 식물 능력자는 그녀를 놓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이려 해 봤지만 그들의 힘이 더 셌다.


“거친 방법을 써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널···”


“내 ‘친구들’은 어디 있어?”


수연이 말을 끊자 남우의 한쪽 눈썹이 움찔했다.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홍수연. 나 말하는 중이잖아. 난 널 그냥 가둬버릴 수도 있어. 그런데 이렇게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이유는 너를 존중하기 때문이야. 백지단과는 다르지.”


남우는 백지단을 특히 강조해서 말했다.


“이건 오빠 문제잖아. 오빠가 이런 일을 저지르는 이유가 뭐야? 내 친구들을 가뒀다는 게 진짜야? 날 불러오려고? 그 애들은 대체 무슨 죄야.”


“그럼 나는 어떻고!”


그는 수연의 코앞까지 다가와 윽박지르듯이 말했다.


“나도 할 만큼 했어. 모든 게 없어진 뒤에도 말이야! 나를 따르거나 의지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난 그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해···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수연은 그가 하는 말 중 절반 가까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과거에 일어난, 그 자신만 알고 있는 억울한 기억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수연은 남우의 그런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자신과 닮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추억할 공간마저 사라졌을 때 비슷한 마음을 먹었었다.


그렇다면 남우 오빠 역시 나처럼 소중한 걸 영원히 잃어버린 걸까. 오빠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연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나 그를 동정할 때가 아니었다. 슬슬 준비해둔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녀는 한층 부드러워진 말투로 남우를 달래듯이 말했다.


“알아. 오빤 진짜 열심히 살았어. 특히 대학이라는 장소로 유능한 애들을 끌어모은 건 정말 존경스러워. 나도 좀 배워야겠어.”


남우는 갑자기 돌변한 수연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가 그녀에게 뭔가 꿍꿍이속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데에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너···”


하지만 수연이 약간 더 빨랐다. 사실 더 느렸다 하더라도 그녀가 속한 팀을 이길 순 없었을 것이다.


“인재를 알아보고 쓰는 것 말이야.”


수연은 말하자마자 양팔을 잡은 식물 능력자들에게서 벗어나려고 거칠게 저항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그녀를 구출해줄 방법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를 바닥에 세게 눌러 제압했다. 그 순간 수연의 몸 안에 예약되어 있던 그녀 자신과 모루, 준연의 힘이 판단을 내렸다. 그녀에게 본격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이 왔다고. 그 힘은 폭발적으로 그녀의 목덜미로부터 치솟아 세 종이 합쳐진 거대한 식물이 되었다. 수련과 연꽃은 각각 거대한 꽃을 피워 수연의 양옆에 있던 식물 능력자들을 꽃봉오리 안에 가두었다. 소나무 줄기는 곧장 남우에게 향해 수십 개의 나뭇가지로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남우 역시 식물 능력자였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엔 대처할 수 없었다. 가지들은 그의 양팔과 다리, 목 사이로 교묘하게 교차해 신체적인 피해는 입히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게만 했다. 남우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미소를 지었다.


“너도 무르구나. 우리가 진짜 호감 있는 사이였더라도 잘 맞았겠어.”


수연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이제 말해. 내 친구들 어디다 가뒀어?”


“이런 방법으론 절대 알아내지 못할걸.”


수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죽이거나 실험에 사용했다거나···”


“내가 그런 짓을 저지를 인간으로 보여?”


남우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수연이 그에게로 다가오자 긴장했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고, 고문이라도 하려는 거야?”


수연은 남우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했던 것처럼 눈은 웃지 않은 채 입으로만 미소지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사람으로 보여?”


그녀는 묻고 나서 그의 대답을 듣지 않고 아까와 달리 진짜 웃음을 띠며 곧장 말했다.


“맞아.”


꽃가루 세례는 생각보다 괜찮은 고문 도구였다. 신체에 큰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당하는 상대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남우는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세마디 회원들은 시청과 청소년 대학 사이를 잇는 터널 안에 갇혀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연은 우선 건물 밖으로 나와 모닥불 울타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루와 준연에게 갔다.


“들어와. 범인은 이곳 리더였어.”


“리더라고?”


준연이 의아해하자 수연은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그녀에게 여전히 아까 상황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남우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애들에게 모든 걸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그건 중요치 않아. 애들은 지하 통로에 갇혀 있대. 모루 네가 시청과 이곳 사이에 뚫어 놓은 그 통로야. 기억나지?”


“그럼, 거기로 바로 가면 돼?”


모루의 힘으로 세 사람은 단숨에 지하 통로에 도착했다. 그들이 터널 벽 한쪽을 무너뜨리면서 화려하게 등장하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손발이 묶인 채였다. 식사는 주었던지 빈 식판이 터널 한쪽에 얌전히 쌓여 있는 게 보였다. 결박을 풀고 나서 수연은 모루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말했다.


“소개할게. 이 애가 항체 보유자고 이름은 모루야.”


수연이 모루의 눈을 보니 그녀 눈가에 자란 풀들이 또 전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그들이 그녀에게 호의를 보인 적이 거의 없었으므로. 세마디 회원들도 모루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가장 사교성이 좋은 장미가 일어서서 먼저 모루에게 악수를 청했다.


“난 박장미야.”


그의 이름을 들은 모루는 갇혀 있는 동안 면도를 하지 못해 그의 턱에 난 거뭇거뭇한 수염의 흔적이며 한 갈래로 묶은 긴 머리를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면 실례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고. 긴 정적 끝에 마침내 그의 인사에 답했다.


“······네.”


모루의 이 같은 반응을 본 아이들의 입가에 일제히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하나둘 모루에게 다가와 자기소개를 하고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지금까지 잘 지냈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모루는 성심성의껏 답했다. 그녀는 뒤에서 수연이 흐뭇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 자신도 마침내 웃었다. 정에게 마음을 연 뒤로 처음 보이는 환한 미소였다.


이렇게 세마디 회원들과 모루의 첫 만남은 비교적 수월하게 호의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준연이었다. 그가 백지단 출신이며 식물 괴물이 나타나기 전부터 백지단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회원들은 일제히 경계심을 드러냈다. 준연은 이런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수연은 섣불리 그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준연이 백지단을 떠난 이유를 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어지러운 침묵 속에서 준연은 여러 차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내가 백지단을 처음 만났을 때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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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월~금 아침 7시 30분 연재합니다. 19.04.08 110 0 -
73 외전 - 죽은 이의 이야기 19.07.08 103 1 9쪽
72 에필로그 19.07.05 84 2 8쪽
71 살아줘 19.07.04 72 2 9쪽
70 화승총(花勝銃) 19.07.03 67 2 8쪽
69 모두 모이다 19.07.02 82 2 7쪽
68 그들의 싸움 19.07.01 278 2 9쪽
67 내막 19.06.28 79 2 8쪽
66 비밀 선물 19.06.27 71 2 8쪽
65 행운은 적에게 19.06.26 69 2 10쪽
64 각자 행동하다 19.06.25 66 2 7쪽
63 심장에는 혼자만 19.06.24 76 2 9쪽
62 꼭대기로 19.06.21 112 2 8쪽
61 맹수 19.06.20 71 2 7쪽
60 어느 편 19.06.19 83 2 9쪽
59 민우 19.06.18 68 3 8쪽
58 거대한 나무로 19.06.17 95 3 8쪽
57 준비 19.06.14 88 3 8쪽
» 합작 19.06.13 85 3 7쪽
55 협박 19.06.12 77 3 7쪽
54 지키기 위한 선택 19.06.11 88 3 7쪽
53 1+1=? 19.06.10 49 3 7쪽
52 감정의 방향 19.06.07 65 3 8쪽
51 살인 동기 19.06.06 66 3 8쪽
50 녹음 19.06.05 65 3 8쪽
49 완성 19.06.04 65 3 8쪽
48 영웅 19.06.03 72 3 9쪽
47 다른 비밀? 19.05.31 58 3 9쪽
46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1 19.05.30 73 3 9쪽
45 위로와 소망 19.05.29 6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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