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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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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4
최근연재일 :
2019.07.08 07:3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926
추천수 :
244
글자수 :
303,038

작성
19.06.0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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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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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영웅

DUMMY

수연에게서 연락이 끊긴 지 한 달이 지났다. 세마디 회원들은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며 장미의 방에 머물면서 연녹색 전화기를 지켰다. 우빈과 장미는 수연이 자신이 점차 굳어가고 있으며, 완전히 굳어버릴 경우 항체 보유자의 연락이 올 것에 대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을 잊지 않았다.


청소년 대학 내 연구팀의 연구에도 탄력이 붙었다. 그들은 수연의 피에서 식물 괴물의 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물질 몇 가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유기물질들을 다른 아이들에게서 채집한 피 안에 넣고 기다리자 그 중 한 군데에서 피가 점점 어떤 액체에 삼켜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그 액체는 투명하면서 약간 초록빛을 띠었다. 실험 도중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수연의 혈액 역시 몽땅 액체에 삼켜져 버렸다. 이 액체가 피를 집어삼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 중, 액체가 피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 단 한 방울이라도 같은 혈액형인 타인의 피를 더 넣으면 유기물질이 혼란 상태에 빠지는지 잠깐 피 삼키기를 멈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사이 삼켜졌던 피는 아주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기물질이 남아있는 한 지체 시간 이후 다시 원래대로 삼켜지긴 했지만. 피의 양이 많다고 더 오래 멈춰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피 당 지체 시간은 약 하루였다. 이 방법이면 수연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 여긴 세마디는 물질을 몰래 입수해 전화선을 추적하여 수연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식물 능력을 쓰려면 한 가지 식물 종을 자세히 떠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청소년 대학 연구팀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에는 실험 대상이 필요했다. 다시 세력을 회복한 경비대가 반란자들을 체포했다. 수연을 협박했던 무리였다. 잡고 보니 이들은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이 피험자가 되었다(요즘에는 실험 참가자라고 표현하지만 이들은 강제로 잡혀온 것이므로 피험자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유기물질이 투약된 세 명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식물 괴물화를 시도했다. 한 명은 식물 도감을 보고, 다른 한 명은 식물 괴물의 사체 일부를 먹거나 만지고, 마지막 한 명은 '내가 곧 나무다' 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식물 도감을 본 아이는 '가장 센 식물이 뭐냐'며 도감을 뒤적이더니 호두나무 항목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가볍고 튼튼한 데다 호두가 열리면 먹을 수도 있다는 데 꽂힌 모양이었다. 다음 날, 그는 면도를 마치고 무심코 손으로 입 주위를 쓸다가 손에서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가 도망갈 것을 대비해 입구에서 지키고 섰던 아이들은 화장실안에 앵무새라도 날아들어온 줄 알고 뛰어갔다가 그의 손에 난 이파리를 보고 똑같은 비명소리를 냈다. 이후에 일어난 그의 무자비한 난동은 예견된 것이었으리라. 청소년대학 미래대책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현재 세 명을 인질로 붙잡고 다른 두 명의 반란자를 구출해 식당을 습격했다는군. 식량을 전부 독차지할 셈이야. 앞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피험자는 마지막으로 식물 도감에서 목재가 가구로 쓰여 속이 단단하다고 알려진 한 종의 식물 만을 집중적으로 본 뒤 저렇게 변했어. 연구원 측은 '한 가지 종'의 식물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어. 또 피험자가 식물 능력을 사용할 때 '손키스'를 했다는 정보도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주은이 말했다.


"식물 도감을 본 애가 셋 중 대장 격인데 경비대원 출신이야. 전에 초등학생 아이가 죽은 적이 있잖아? 그걸 직접 목격했대. 그게 돌아선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고. 다른 둘은 그렇게 심각하게 동조하고 있진 않다고 들었어. 사귀던 애랑 틀어진 것 때문에 합류했다는 말도 있고. 또 그 애들 중 한 명은 최근에 생일이었는데 그 생일 파티에서..."


윤서가 슬슬 중요한 정보는 전부 말하고 가십 면으로 넘어갈 기세가 보이자 남우는 그녀의 말을 저지했다.


"미안, 그 정도만 들으면 되겠어. 저 녀석이 힘이 세다는 나무 한 종류를 깊게 파고들더니 지금처럼 되었단 거지? 그렇다면 내가 그 물질을 직접 주입받으면 어떨까?"


주은과 윤서를 포함한 모인 미래대책위원회 회원 전원이 일제히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남우는 그들을 설득했다.


"내가 솔선수범해서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거야. 날 믿어줘. 같은 조건이라면 저 애를 못 이길 이유도 없잖아?"


그는 유기물질을 혈관에 투여한 뒤 목재로 쓰이는 나무 중 참나무를 골라 식물 도감 내 해당 항목을 정독하고 눈앞에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주은에게 받은 정보를 이용해 이것저것 실험하던 그는 곧 주은이 보고했던 '손키스'가 실제 식물 능력의 사용법이라는 사실도 금세 깨우쳤다. 그가 식물 능력을 막 쓸 수 있게 됐을 무렵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반란자 두목이 식물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움직이기 힘들어하며 고통을 호소한다는 정보였다.


아하. 식물 능력을 쓰면 쓸수록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이군. 나도 꼭 필요할 때에만 써야겠어.


남우는 식당 입구로 곧장 향하지 않고 2층 기숙사 창문으로 들어가 주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갔다. 반란자 중 식물 능력을 쓰지 못하는 두 명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들의 우두머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우두머리는 온몸에 호두나무의 단단한 줄기가 뻗어난 채로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뻗어난 줄기에서 호두가 달렸지만 그는 그것을 먹을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남우는 손을 입에 맞춘 다음 그들 셋을 바라보며 그들을 나무 줄기로 한데 묶어 제압하는 그림을 떠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비교적 손쉽게 반란 세력을 진압했고 그 결과는 달콤했다. 그는 순식간에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후 연구를 더 진행한 끝에 식물 능력을 쓰면 체내 혈액이 더 빨리 식물 액체에 삼켜져 몸이 점차 식물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같은 혈액형인 사람의 피를 넣으면, 이것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남우와 혈액형이 같은 아이들은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내주었다.


경비대원들은 이제 지원자에 한해 식물 능력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혈액형이 희귀한 아이가 지원하지 않도록 혈액 검사를 거쳐 다섯 명의 아이들을 선발했다. 그 중에 전에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 세마디 회원도 끼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민우였다. 그는 미루나무를 선택했다. 탐사대원도 식물 능력으로 무장할 수 있게 되었고 성민도 지원해 상수리나무를 골랐다. 이리하여 세마디 회원 중 두 명이 식물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식물 능력을 쓰지 못했던 다른 피험자, 즉 다른 두 명의 반란자들을 통해 능력을 전혀 쓰지 않는다면 식물 괴물화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최대 이 주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이 우두머리로부터 식물 능력을 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은 의외였다. 우두머리는 그 능력을 독점하려 했던 모양이었다.


한 번 수혈받은 사람의 피를 다시 넣어도 식물 능력은 멈추지 않으므로 채혈할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백신을 개발해야 했다. 그것은 남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려면 항체 보유자를 데려와야 했다. 이제 백지단과 그들의 힘은 거의 비등했다. 남우는 우선 항체 보유자를 잠시 데려오거나, 혹은 피라도 얻기 위해 평화적 협상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는 사건 이후 백지단원이 된 아이들 몇 명과 친분이 있는 주은을 경비대원 둘과 함께 백지단 건물에 보내 그의 의사를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


한편 세마디에서는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회원 두 명을 앞세워 전에 하려고 했던 전화선 추적을 시도했다. 땅굴을 파는 것은 식물 능력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었다. 뚫기 힘든 길은 능력을 쓰고, 팔 수 있는 땅이 나오면 다른 회원들이 삽질을 하면서 이들은 나아갔다. 그러나 천 미터 가량 갔을까. 전화선이 끊긴 게 보였다. 전화선 근처 흙은 다른 부분에 비해 밀도가 낮았다. 마치 누군가 땅을 파고 들어와서 선을 끊고 반대쪽 선을 제거한 다음 다시 나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선이 끊긴 지역에서 수직으로 땅을 파 올라가 보니 어느 아파트 단지였다. 사방에 수상한 것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두 아이가 능력을 거의 다 사용해서 새로 피를 수혈받았다. 전화가 끊겼으니 수연의 안부는 물론이고 항체 보유자와 연락할 방법까지도 잃어버린 그들은 망연자실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남우가 백지와 만날 때를 이용해 백지단에 잠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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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월~금 아침 7시 30분 연재합니다. 19.04.08 110 0 -
73 외전 - 죽은 이의 이야기 19.07.08 103 1 9쪽
72 에필로그 19.07.05 84 2 8쪽
71 살아줘 19.07.04 71 2 9쪽
70 화승총(花勝銃) 19.07.03 67 2 8쪽
69 모두 모이다 19.07.02 82 2 7쪽
68 그들의 싸움 19.07.01 278 2 9쪽
67 내막 19.06.28 79 2 8쪽
66 비밀 선물 19.06.27 71 2 8쪽
65 행운은 적에게 19.06.26 68 2 10쪽
64 각자 행동하다 19.06.25 65 2 7쪽
63 심장에는 혼자만 19.06.24 76 2 9쪽
62 꼭대기로 19.06.21 112 2 8쪽
61 맹수 19.06.20 70 2 7쪽
60 어느 편 19.06.19 83 2 9쪽
59 민우 19.06.18 67 3 8쪽
58 거대한 나무로 19.06.17 95 3 8쪽
57 준비 19.06.14 87 3 8쪽
56 합작 19.06.13 84 3 7쪽
55 협박 19.06.12 76 3 7쪽
54 지키기 위한 선택 19.06.11 86 3 7쪽
53 1+1=? 19.06.10 49 3 7쪽
52 감정의 방향 19.06.07 65 3 8쪽
51 살인 동기 19.06.06 66 3 8쪽
50 녹음 19.06.05 65 3 8쪽
49 완성 19.06.04 64 3 8쪽
» 영웅 19.06.03 71 3 9쪽
47 다른 비밀? 19.05.31 58 3 9쪽
46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1 19.05.30 73 3 9쪽
45 위로와 소망 19.05.29 6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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