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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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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4
최근연재일 :
2019.07.08 07:3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932
추천수 :
244
글자수 :
303,038

작성
19.06.18 07:30
조회
67
추천
3
글자
8쪽

민우

DUMMY

달리는 미니 지하철 2호 안에서 세마디 회원들은 어두컴컴한 창문 밖만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하철은 총 두 칸이었다. 첫 칸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으며 두 번째 칸에는 나무뿌리 왕국에 있던 식량이며 무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수연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녀는 이따금 근심스러운 얼굴로 그들이 지나온 통로를 보며 누군가 쫓아오지 않는지 확인했다.


"대체 전화기로 뭐라고 했길래 그래?"


장미의 물음에 수연은 대답을 망설였다.


"아무것도."


그 말에 각자 얘기를 나누고 있던 다른 회원들도 수연을 보았다. 그들은 수연이 구체적으로 말해주길 기다렸다.


"전화는 이민우가 받았어. 그 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말했어. 목소리가 좀 기운 없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거기서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를 들었어. 아마 이정, 너 정도만 알 거야."


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너하고 내가 전에 만났던 애 말이야. 원래 백지단 소속이었는지, 괴물이 나타난 후에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기억 안 나? 최도환."


그 말에 정뿐만 아니라 모루 역시 움찔했다. 그들은 동시에 수연을 보고 같은 질문을 했다.


"백지단이라고?"


수연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 시청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도환과 마주쳤다. 모루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아는 사이인 정마저 만나러 가지 않았단 말인가?


"도환 형이 백지 단이라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도환 형이 모루를 공격했을 때 백지 형이 구해줬단 말이야!"


정에게서 그와 모루가 백지단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자세히 들은 수연은 헛웃음이 나왔다. 백지는 순진한 두 어린이를 감쪽같이 속였다. 속임수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모루의 거대한 힘에 대항할 필요 없이 그녀의 신뢰도를 얻음으로써 백신과 식물 능력을 얻어냈다.


"너희는 정말 조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딱 너희가 당한 타이밍에 맞춰서 한 단체의 수장이 단독으로 나타나 구해준다는 게?"


"하지만 모루가···. 모루가 불타고 있었는걸···."


정이 울먹였다. 소예가 그의 등을 다독였다. 모루는 이미 전에 별관에서 녹음된 대화를 듣고 백지의 이중적인 모습을 안 뒤였기 때문에 충격은 덜했다. 그러나 좀 더 똑똑했다면 진작 백지단에서 빠져나왔을 텐데, 하는 생각만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침울해진 분위기를 보고 있던 장미가 말했다.


"너네 배 안 고프냐?"


그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 그것은 식량이 줄어든 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비축해 둔 식량은 6명이 일주일 동안 먹을 양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확인해 보니 꼭 1인분만큼이 부족했다. 먹을 게 들어가니 그들의 기분도 나아졌다. 지하철이 때맞춰 멈춰 섰다. 지하철은 거대한 나무 바로 직전까지 뚫려 있었다.


“자, 이제 들어갈 방법을 찾아보자.”


거대한 나무는 식물 능력으로 열리지 않았다. 성민과 민우가 지상에 드러난 부분은 조사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이번엔 뿌리 주위를 더 세밀하게 살펴야 했다. 지하철에는 식량과 무기가 있었으므로 남들이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게 벽을 세운 다음 장미와 소예가 짐칸 앞에 서서 망을 보았다. 나머지 회원들은 거대한 나무를 조사하기로 했다. 모루는 뿌리 근처 땅을 나선 모양으로 파 내려간 뒤 레일을 깔고 사방이 뚫린 코스터를 얹어 놓았다. 모루는 코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지만, 우빈이 전에 설계도면을 보고 구조를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도움을 받아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코스터를 타고 내려가며 혹시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는지 살폈다. 나무뿌리 왕국에서 거대한 나무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30분 정도였다. 뿌리의 가장 밑 부분까지 내려가는 데에는 세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뿌리 아래로부터 나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시도하자 뿌리가 몸을 감으려 했다. 식물 능력을 못 쓰는데 붙잡히면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다시 코스터에 타고 위로 올라가는데 정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뒤에!”


다른 회원들이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뭐였어, 이정?”


수연은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정은 진정하려고 숨을 크게 내쉰 뒤 말했다.


“사람.”


“우리가 아는 사람?”


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확실한 건 어른은 아니었는데···”


수연은 내려가는 방향을 뚫어져라 보았다. 코스터가 내려온 만큼의 절반을 오르는 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시선을 떼려는데 희미하게 인간의 형상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수연은 저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이민우 아냐?”


그러자 그 형상이 갑자기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정은 다시 비명을 질렀고 우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저거 쟤 정찰 나갈 때 입었던 옷인데, 하고 중얼거렸다. 모루가 수연에게 코스터 속도를 올려도 되냐고 물었다. 수연은 말라가는 입술을 핥으며 허리에 찬 자동권총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마침내 모루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뛰어내릴 테니 너희는 속도를 높여서 그대로 가. 난 식물 능력도 있고 무기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지만···”


모루의 말을 끝까지 듣기 전에 수연은 코스터에서 뛰어내려 한 바퀴 굴렀다. 모루의 눈가에 난 풀들이 미친 듯이 떨고 있었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손을 입에 맞춰 코스터에 대고 속도를 높였다. 수연은 민우로 보이는 형상이 코스터를 쫓아갈까 봐 눈으로 그를 쫓으며 권총을 뽑아 들려고 했다. 민우는 코스터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그토록 오래 뛰었음에도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수연 앞에 섰다.


“우리 엄마랑 연락이 안 돼. 엄마는 어디에 있지?”


그는 뜬금없이 말했다. 맥락에 상관없이 말을 던지는 모습은 이전에 모루와 거대한 나무로 갔을 때 만났던 여자를 연상케 했다.


“아빠도 마찬가지야. 아빠는 어디 있어? 엄마랑 아빠가 둘 다 없어.”


“부모님은 아마 이 안에 있을 거야.”


수연이 거대한 나무의 뿌리를 가리켰다. 민우는 뿌리 쪽을 보더니 뿌리에 손을 댔다. 뿌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환한 빛이 들어왔다. 수연은 빛이 익숙해질 때까지 눈을 손으로 가렸다. 손바닥 틈새로 민우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


그렇게 물으며 민우는 수연에게로 한 발짝 다가갔다. 빛을 받은 그의 몸은 연한 초록빛이었다. 색은 전에 거대한 나무에서 본 여자보다는 좀 더 짙었다.


“응, 거기.”


수연은 가까스로 대답했다.


나 혼자 나무 안에 들어가 봤자인데. 어떻게 해서든 다른 애들이 있는 곳으로 유인할 수 없을까. 아니면 애들을 이리로 오게 한다거나. 그렇지만 민우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된 거지. 뜬금없이 부모님 얘길 하질 않나.


거대한 나무에서 만났던 여자가 정신을 찾기 위해 머리를 때리던 장면이 생각난 건 그때였다. 하지만 민우는 수연보다 힘이 더 셌다. 그를 잠깐이라도 속여서 머리를 살짝 치면 잠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 너 머리카락에 뭐 묻었어.”


수연은 말하며 그의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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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월~금 아침 7시 30분 연재합니다. 19.04.08 110 0 -
73 외전 - 죽은 이의 이야기 19.07.08 103 1 9쪽
72 에필로그 19.07.05 84 2 8쪽
71 살아줘 19.07.04 72 2 9쪽
70 화승총(花勝銃) 19.07.03 67 2 8쪽
69 모두 모이다 19.07.02 82 2 7쪽
68 그들의 싸움 19.07.01 278 2 9쪽
67 내막 19.06.28 79 2 8쪽
66 비밀 선물 19.06.27 71 2 8쪽
65 행운은 적에게 19.06.26 69 2 10쪽
64 각자 행동하다 19.06.25 65 2 7쪽
63 심장에는 혼자만 19.06.24 76 2 9쪽
62 꼭대기로 19.06.21 112 2 8쪽
61 맹수 19.06.20 70 2 7쪽
60 어느 편 19.06.19 83 2 9쪽
» 민우 19.06.18 67 3 8쪽
58 거대한 나무로 19.06.17 95 3 8쪽
57 준비 19.06.14 88 3 8쪽
56 합작 19.06.13 84 3 7쪽
55 협박 19.06.12 76 3 7쪽
54 지키기 위한 선택 19.06.11 86 3 7쪽
53 1+1=? 19.06.10 49 3 7쪽
52 감정의 방향 19.06.07 65 3 8쪽
51 살인 동기 19.06.06 66 3 8쪽
50 녹음 19.06.05 65 3 8쪽
49 완성 19.06.04 65 3 8쪽
48 영웅 19.06.03 71 3 9쪽
47 다른 비밀? 19.05.31 58 3 9쪽
46 나쁜 풀은 빨리 자란다 +1 19.05.30 73 3 9쪽
45 위로와 소망 19.05.29 6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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