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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 님의 서재입니다.

환골탈태한 아저씨가 야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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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
작품등록일 :
2024.06.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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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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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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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화 야구, 재미있네 -1

DUMMY

4화 야구, 재미있네 -1




순간적으로 모두 고장이 난 것 같았다. 내 경우는 박춘석을 다치게 한 건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박춘석은 뒤로 넘어졌으니 고장난 거고, 정찬이는 입을 벌리고 고장이 난 것 같았다.


“어······ 괜찮아요?”


“······괘, 괜찮아유.”


충청도 사람인가보다.


“형! 뭐예요?”


“어? 뭐가?”


“아니, 방금 그 공이요.”


“그게 왜?”


“아니, 형 투수해본 적 있어요?”


“있겠냐?”


“그건 그런데······.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춘석이형! 한 번 더 받아볼 수 있어요? 스피드건 가져와볼게요.”


“그려. 마, 함 해보입시더!”


경상도 사람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 정찬이가 스피드건을 들고왔다. 저걸로 속도를 측정한다는 거다.


“다시 가운데로 던질 수 있겠어유?”


“네? 아, 네.”


“그럼 다시 던저봐유.”


“네.”


역시 충청도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다시 와인드업을 하고, 스리쿼터 폼으로 힘껏 공을 던졌다. 참고로 지금 내가 던진 것은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포심 패스트볼이다.


뻐엉!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았다. 단지 또 고장이 난 것 같은데, 움직이지 않는다.


‘죽었나? 공으로 사람을 죽이면 그것도 살인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손 뿌라졌어유.”


“진짜요?”


“아니, 진짜는 아니구, 그럴 것 같아유.”


실제로 박춘석은 미트에서 손을 뺐는데 상당히 붉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부은 건가? 원래 상태를 잘 모르겠어서 판단이 안 된다.


“얼마나 나온겨?”


박춘석이 궁금하다는 듯이 손을 주무르면서 정찬이에게 묻는다. 나도 궁금해서 정찬이에게 다가가본다.


“100······.”


엥? 100이면 시속 100km? 생각보다 공이 빨라보였는데.


“이이? 이게 100키로라고? 고장난 거 아녀?”


“아니, 100키로가 아니라 100마일이요.”


“100마일? 그럼 시속 얼마라는 겨?”


“시속으로 따지면 161km정도 나오겠죠. 와, 미쳤네.”


두 사람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니까······ 시속 150km만 넘어도 강속구 아냐?”


“당연하죠! 161이면 광속구죠!”


“와, 생각보다 잘 나오네. 신기하네.”


내 말에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형, 그게 다예요?”


“그럼? 뭐 어쩌라고?”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사실 내가 야구선수도 아니고. 아니 내가 젊기라도 했으면 어디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이라도 내보겠지만, 마흔둘의 내가 161키로의 공을 던졌다고 해서 그게 뭐 대수인가?


아, 사회인야구하면 여포놀이는 할 수 있겠다. 그것도 일단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겠지. 161km공이 제구가 안 되면 그건 사실 살인무기 아닐까?


“와, 너희 형님 왜케 대범하시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시는 눈치신디?”


“그러니까요. 우리 형이 좀 무던한 면이 있으시지만 이건 너무 무던하신데요?”


“그럼 뭐 마흔둘에 내가 메이저리그에 도전이라도 하랴? 그리고 공만 빠르다고 투수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건 맞죠.”


“이이, 들어보니까 맞는 말씀이구만.”


“하긴 형, 재능을 너무 늦게 발견했네요.”


정찬이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난 별로 아쉬운 것은 없다. 야구선수가 꿈이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건 꿈을 꿔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에겐 그냥 헤프닝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야구공에 맞아서 내가 변한 부분에 대해서는 살짝 생각을 해볼 일이긴 하겠지만.


“여어!”


“정찬아! 춘석이 형!”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춘석이 내가 161km의 공을 던졌다고 침을 튀기며 얘기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라를 친다고 박춘석을 나무랐다.


나?


난 그냥 가만히 야구 배트를 휘둘러보는 중이다. 누가 뭐래도 오늘 난 이 팀의 용병으로 타자와 외야수, 정확히는 우익수를 맡기로 한 거였으니까.


그렇게 헤프닝으로 나의 161km의 투구는 잊혀지는 것 같았다. 사실 사회인야구에서 161km를 던진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니까.


사람들은 아마도 스피드건이 이상했을 거라고 했고, 나도 거기에 동조했다. 더 귀찮아지는 게 싫어서.


그리고 준비운동을 마치고 드디어 시합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




내가 너튜브에서 본 프로야구와 이 사회인야구팀의 경기는 뭔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아, 그 꼴등 단골이라는 KBO팀의 코믹수비 모음집이 이거랑 비슷하려나?


그 와중에 나에게 오는 공은 빠짐없이 잡았다. 수비실책은 제로라는 것. 물론, 그렇다고 나에게 온다고 해서 그게 아웃으로 이어지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뜬 공으로 온다면 내가 잡아서 아웃이지만 바운드로 오는 것은 방법이 없다. 내가 공을 잡았을 때 이미 타자는 1루에 거의 도착한 상태니까. 암만 내가 공을 빨리 던져도 그건 무리다.


단지.


“와, 미쳤는데?”


나에게 공이 오면 주자는 아웃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심지어 홈에서도 방금처럼 아웃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뜬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달리는 주자를 보고 춘석 씨에게 다이렉트로 송구를 했다. 꼭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느낌으로? 그랬더니 공을 잡으면서 자연적으로 태그가 되어 아웃이 된 거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


“뭐야? 선출을 용병으로 데려오는 게 무슨 경우야!”


상대팀의 감독으로 보이는 양반이 흥분해서 우리팀의 덕아웃을 향해 외친다. 그리고 우리팀의 덕아웃이 순간적으로 침묵한다.


‘어? 우리팀도 날 선출로 의심하는 거 아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결국 유격수를 보던 정찬이가 심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달려가서 뭔가 설명을 한다.


정찬이가 속한 이 팀은 사회인야구 3부에 속한 팀이라고 한다. 취미반 상급부 수준쯤 되려나? 아무튼, 잠시 소란이 있은 후에 우리의 3회초 후비를 마친 후에 우리는 3회말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선두타자는 바로 나.


용병으로 와서 9번타자로 나섰는데 우리팀은 아무래도 수비가 강한 팀인가보다. 내 타선까지 오는 동안에 무안타 2볼넷인 것을 보면 말이다.


아, 상대팀은 5안타 3득점을 올린 상태다. 그러니까······ 수비가 강한 것도 아닌가? 그냥 약한 건가? 하긴 원래 멤버들이 식중독으로 여럿 빠졌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난 타석에 서기 전에 배트를 가겹게 휘둘러본다.


부웅! 부웅!


‘이것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여!’라고 외치고 싶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플레이!”


심판의 말에 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포수가 묻는다.


“형씨, 정말 선출 아니에요?”


“네, 리틀 야구 초딩 때 잠깐 해본 것 말고는 야구 배트 오늘 처음 잡습니다.”


“혹시 직업이 누구 작업치는······.”


“작갑니다.”


“아, 음.”


하긴 내 피지컬이 앉아서 글만 쓰는 피지컬로 보이진 않는다. 신기한 일이다. 194cm에 110kg인 것은 같은데 구성이 살로 되어 있느냐, 근육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참고로 처음 당뇨에 걸렸을 때 내 몸무게는 135kg에 육박했다. 딱히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고, 식단을 바꾸고 당뇨약을 먹으니 살이 빠지더라.


당뇨약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무튼, 지금은 일단 투수를 노려보자. 정찬이가 나에게 맡긴 임무가 이거였으니까.


움찔!


투수가 놀란다.


딸꾹!


그리고 딸꾹질까지 한다. 상대 투수에게 왜 우리팀 타자들이 맥을 못 추게 되었느냐? 그건 투수의 구속이 무려 평균 125km를 찍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빠른 거냐고?


별명이 3부리그의 랜디 존슨이라고 하더라. 야구를 잘 모르는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이다. 좌투수기도 하고, 사회인 야구 3부리그에 저 정도면 랜디 존슨 소리 들어도 된다고 정찬이가 그랬다.


박춘석은 그런 정찬이의 말에 다시 내가 161km를 던졌다고 주장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꾸사리를 먹었고.


‘일단 임무 완료인가? 확실히 겁 먹은 거 같은데?’


잘못 던져서 내가 맞았다가는 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려나? 사실 싸움이 벌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이 몸둥이라면 전성기 유도선수 시절의 기술들은 가볍게 다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마, 그럼 누구 하나 죽지 않을까?


착한 생각을 하자. 나를 맞춘 것도 아니니까. 난 그렇게 인상을 쓴 상태로 투수를 노려보며 배트를 길게 잡고 오기만 하면 홈런을 날릴 것 같은 포스를 풀풀 풍겼다.


참고로 내 타격 자세는 약물 시대 이후의 최고 타자라고 불리는 애런 저지의 타격 폼을 흉내 낸 것이다. 약간 비스듬히 휘두르며 담장을 쳐다보는 폼이 멋져 보였거든.


‘근데 이렇게 휘둘러서 맞으면 홈런이겠지만 안타가 잘 나오나?’


잘 모르겠다 대부분 너튜브에 있는 영상은 그 선수가 홈런을 치던 영상이라서 말이지.


투수가 던진 공이 날아온다. 난 금방이라도 날려버릴 것 같은 스윙을 하는 척하며 투수를 노려봤다.


“스, 스트라잌!”


오, 의외로 강단이 있는 스타일인가보다 한가운데로 공을 넣었다. 난 살짝 물러서서 다시 한 번 스윙을 해본다. 홈런을 치려고 그러는 거냐고?


에이 사람이 수십년 만에 배트를 휘두르는데 홈런을 쉽게 칠 수 있나? 그냥 투수 맨탈을 무너트리는 게 내 임무니까 거기에 충실하려는 거다.


‘근데 방금.’


공이 들어오는 게 너무 잘 보였지 않았나? 사실 칠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쳐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다시 날아오는 공.


아무래도 투수는 나를 오래 보는 것이 맨탈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또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는다. 이번에도 노려보고만 있었는데 공은 참 잘 보인다.


다시 잠깐 물러서서 타임을 부르고 스윙을 해본다.


‘진짜 쳐도 되나?’


그런 생각이 다시 슬금슬금 올라온다.


‘에라 모르겠다.’


난 쳐보기로 마음먹었다. 리틀 야구를 잠깐 했을 때에 홈런을 쳐봤냐고? 당연히 못 했다. 딱히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리틀 야구에서 홈런이 잘 안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다시 투수가 와인드업을 한다. 이번에는 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배트를 힘껏 잡고 기다린다. 투수가 전력으로 공을 던진다. 아마 지금까지 공 중에 가장 빠른 것 같다. 한 130km정도 나오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힘껏 스윙을 한다. 애런 저지의 타격폼을 생각하면서 비스듬히 올려쳤다.


따아악!


날아간다. 나도 애런 저지처럼 잠깐 공을 쳐다본다. 어디까지 가나 궁금했거든. 그리고 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야구장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와, 미친!”


“대박!”


“정찬아 넌 누구를 모셔온 거니?”


우리 덕아웃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와서 난리를 친다. 난 얌전히 배트를 내려놓고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빠던? 멋지긴 한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단 말이지.


그렇게 내 인생 최초의 홈런을 사회인 야구 3부 리그에서 기록하게 되었다. 근데 이거 기록되나? 모르겠네.


작가의말

다음 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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