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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한 아저씨가 야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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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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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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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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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화 불행과 기적 -1

DUMMY

1화 불행과 기적 -1




나는 작가다.


아니, 스스로는 글쟁이라고 부른다. 작가라는 거창한 명칭보다 스스로 글쟁이라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실 내 글이 그렇게 뛰어난 글이라고도 생각하기는 힘들다. 문장력에서도 그렇고, 뭐 딱히 대단한 구성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힘이 대단한 글쟁이도 아니다.


그저 내가 조금 그나마 남들만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잘 풀어간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난 원래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그것이 10대에서 20대까지의 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난 전혀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내가 상상만 하던 여러 이야기를 글이라는 것을 통해서 남들에게 알리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 대한민국에 판타지 소설들이 슬슬 시작되던 시점.


연재 사이트라고는 몇 안 되던 시점. 대여점에 나와 있는 책들을 다 보고, 연재사이트까지 들어가서 연재분들을 다 읽고나니 더 읽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해외 번역본 판타지 소설을 읽었는데, 그건 또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취향의 문제인지 몰라도 나랑 맞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읽을 것도 없는 상황, 그래서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써 볼까?”


그렇게 시작한 연재였다.


처음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반응은 제로. 하지만 일주일 쯤 연재를 하다보니 독자들이 붙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하고 써 내려간 글에 ‘생명’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연재하던 사이트에서 당당히 1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판제의.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어이없는 조건이고, 한 달을 내내 매달려서 써 내려간 글의 값어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 벌이였지만, 그것도 난 많이 받는 편이었다는 것이 웃긴 점이다.


난 그렇게 전업글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슬럼프에 빠지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고, 예전보다 오히려 더 내 이름이 유명해진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갑자기 행운을 맞이하는 것은 불행을 껴안는 것과 같았다.


누군가로 인한 불행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초한 불행. 그 불행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멍청하게 잘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자신이 너무 웃긴다.


그리고 난 예전에도 겪어보지 못한 바닥을 경험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현재 평균수명은 매우 늘어났다. 내가 어릴적 봤던 40대와 지금의 40대는 차원이 다르다.


어릴적 내가 본 40대는 지금으로 치자면 대충 60대 정도 되는 분들을 보는 기분이랄까?


원래가 동안이 종특인 한국인이라지만 그것이 몇십 년 사이에 더 심해졌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건강을 잃을 거라는 것을 몰랐던 것은.


어느 순간 난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고,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행위 자체가 매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더 깊은 곳으로 스스로 떠내려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친한 동생이 권했다.


“형, 운동이라도 해요.”


이놈은 흔히 말하는 산책빌런이다.


‘몸이 안 좋으면 산책을 하세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산책을 하세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잠시 산책을 하세요.’


이런 종류의 산책빌런.


안타깝지만 현재 내 상황은 그 산책이라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 악화된 건강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당뇨병이다.


이 당뇨병이라는 것이 간단하게 말하면 피가 끈적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우?


아마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가 끈적해진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


생각을 해보자.


수도관에 깨끗한 물이 흐를 때와 거기에 진득한 음료수가 흐를 때 뭐가 다르겠는가? 초기에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진득한 음료수가 흐르던 수도관은 점점 흐름이 시원치 않게 될 것이고, 원래보다 멀리까지 액체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인체의 혈관이 그렇게 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몸의 여러곳에 제대로 피가 공급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의사한테 그렇게 들은 거라 뭐 정확하게 의학용어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 내가 의학소설은 안 써봐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어서 당뇨병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보다 그로 인해서 부차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 발생을 하게 되는데, 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증상은 말초신경병증이라는 합병증이었다.


말초신경까지 피가 잘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래서 어떤 증상이냐고?


처음에는 잠도 자기 힘들 정도로 발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정말 잠을 못 잤다. 그리고 통증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감각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한 시간 정도 무릎을 꿇고 있다가 일어났을 때 발부터 종아리까지 감각이 이상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내 살인데 내 살이 아닌 것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


딱 그런 상태가 24시간 지속된다.


그래서 산책이라는 다리와 발로 해야되는 그 행위를 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운전도 포기했다. 악셀을 밟고, 브레이크를 밟는데 그것을 내 스스로 자신을 할 수 없었다. 사고가 나서 나만 죽으면야 내 잘못이니 그렇다 치겠지만, 남에게 못할 짓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난 오래 걷기도 힘들어지고, 점점 더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눈에도 합병증이 찾아왔다.


당뇨망막병증이라는 증상인데 처음에는 누가 내 눈에 잉크를 풀어놓은 줄 알았다. 깨끗한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면 그것이 퍼지면서 생기는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시야가 그랬다. 나중에 병원에서 그것이 출혈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마치 어디에 부딪히면 멍이 들어서 피부색이 변하는 것과 같은.


문제는 이 출혈이 잦은 상황이고, 한 번 생긴 출혈이 사라질 때까지 오래 걸리며, 양쪽 눈이 번갈아가며 그랬다가, 결국 양쪽에 동시에 출혈이 크게 생기며 앞을 보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은 더 심한 한쪽 눈을 수술해서 피를 걷어내고, 레이저로 혈관을 막았다. 수술한 눈의 시야는 뭔가를 상실한 것처럼 정상일 때와는 많이 달라졌고, 다른 쪽 눈은 시야는 정상이지만, 출혈이 계속되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염병······.”


내 나이 이제 마흔둘이다. 아, 새로 바뀐 법으로는 마흔인가? 그런데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정신에까지 문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아니, 이미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형, 운동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가볍게 산책이라기보다 그냥 밖에 좀 나가서 햇볕이라도 좀 쐬고, 그러라는 얘기죠. 계속 이렇게 있으시면 결국은 더 심각해지지 않겠어요?


“난 원래 햇볕 안 좋아해.”


-형!


“그래, 알았어.”


난 결국 녀석의 말을 들를 수밖에 없었다. 나랑 15년을 알고 지낸 동생의 이야기를 무시하면 가뜩이나 실낱같은 내 인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질 것 같으니까.


“내일 나가볼게.”


그래도 오늘은 아니다. 그래서 내일로 미뤘다.




***




어느 순간부터 난 하루에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아, 아니다.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말을 한다. 근데 그게 물론 사람과 하는 대화는 아니다만.


깨톡? 사실 난 사회성이 좋지 않다. 말했듯이 10대, 20대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 골방폐인이 된 것 같다. 글쟁이가 되면서 더더욱.


그래서 산책빌런 녀석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그 얄팍한 인맥도 사라질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 오늘은 내가 밖에 나간다.”


-잘 생각했어요, 형. 밖에 나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녀석의 실없는 얘기에 난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제 밖으로 나간다.


“아빠 갔다올게.”


냐앙. 냥!


대답을 하는 녀석도 있고, 쌩까는 녀석도 있다. 원래 냥이들이란 그런 애들이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 저러면서도 내가 침대에 누으면 반은 나한테 달라붙어서 자는 애들이다. 반은 따로 놀지만.


보통 사람에게 밖을 나간다는 행위는 별 것이 아닐 것이다. 나도 그랬다. 예전에는 상당히 활동적이기도 했고, 한 때는 유망한 유도선수이기도 했다. 뭐, 운동을 그만두고 많이 다른 삶을 살긴 했지만.


그 별것 아닌 행위가 어떤 이들에게는 ‘각오’라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그게 지금의 나다.


발의 통증은 없는지, 다시 살펴보고, 마약성 진통제에 가까운 진통제도 미리 먹어둔다. 그리고 선글라스도 착용한다. 멋으로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눈부심에 약해서 착용하는 거다. 밝은 날에 맨눈으로 밖에 나가서 햇빛이 강한 곳에 있으면 눈이 아프다. 정말 많이 아프다.


물론, 이런 모습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내 옆에 잘 안 온다. 키 194에 몸무게 110킬로에 달하는 거구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뭔가 꺼려지는 것이 당연할 테니까.


“후우······.”


난 힘차게···까지는 아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도, 후에도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당연한 거다. 내가 무슨 세상의 주인공도 아니고, 나 하나 어떻게 된다고 세상이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까.


지금까지 내가 히키코모리처럼 아예 밖에 안 나온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가끔 편의점도 가고, 쓰레기도 버리고 그럴 때는 나온다. 단지 지금처럼 목적없이 산책같은 것을 위해서 나오지 않고, 보통 나와봐야 반경 100미터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과 다른 점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거기다. 난 그곳으로 향했다. 거기에 가서 일단 벤치에 조금 앉아서 쉬면서 햇볕이라는 것을 좀 받으며 광합성이라도 해볼 생각이었다.


내 기준으로 한참 걸어서 공원에 도착했을 때 일이 벌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목격했다.


어린 아이의 머리로 향하는 야구공.


“미친.”


어디서 날아오는 야구공인지는 몰라도 저 공에 맞으면 너댓살 정도로 보이는 저 아이는 멀쩡하지 못할 거다. 아니 죽을 수도 있다.


난 최근 몇 년 사이에 해본 적이 없는 달리는 행위를 해야했다. 그리고 어릴적 리틀야구 선수시절 해보았던 것처럼 손으로 그 공을 잡거나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때의 몸이 아니었고, 그것으로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 난 그냥 내가 몸을 날려서 아이 대신에 야구공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고로 난 원래 결단력이 빠른 남자다. 그리고 온 몸의 힘을 다해서 몸을 날렸다.


뻐억!


이게 야구공에 사람이 맞아서 날 수 있는 소린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몸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몸의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딜 잘못 맞았나? 애는 괜찮나? 그런데 우리 냥이들은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그래도 아이는 구한 거니까 다행이려나? 그리고 녀석······ 어? 그 녀석 이름이 뭐더라?’


나에게 산책을 권했던 산책빌런 녀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얼굴도, 그 무엇도. 내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담덕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올리게 됩니다. 나머지 작가의 말은 5편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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