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담덕™ 님의 서재입니다.

환골탈태한 아저씨가 야구를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새글

담덕™
작품등록일 :
2024.06.29 12:43
최근연재일 :
2024.07.04 09: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359
추천수 :
171
글자수 :
54,445

작성
24.06.29 14:00
조회
495
추천
16
글자
12쪽

*3화 불행과 기적 -3

DUMMY

3화 불행과 기적 -3




내 나이 마흔둘에 찾아온 기적.


누가 나에게 이런 기적을 준 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주로 쓰고, 읽었던 소설처럼 아포칼립스가 찾아오고, 게이트가 열리는 등의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인터넷 어디를 뒤저보아도 그런 정보는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맨의 삼촌이 남긴 명언. 그런데 큰 힘이 맞나? 그 친구에 비하면 너무 소박한 힘인 것 같은데? 그럼 내 책임도 소박하면 되는 것 아닌가?


“예전보다 훨씬 빨리 냥이들 화장실을 치울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애들 밥그릇, 물그릇 설거지도 빠르고 깨끗해!”


내가 생각하는 소박한 책임. 우리 냥이들을 잘 돌보는 것.


“이제 둘 정도가 아파도 케이지 두 개 정도는 번쩍 들고 병원까지 달려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이게 뭐라고 뿌듯하다. 냥이를 여럿 키우는 사람은 아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동시에 아픈 경우는 거의 없지만, 꼭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제 화재경보가 울려도 우리 애들을 모두 대피시킬 수 있겠어!”


이건 늘 생각하는 부분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난 우리 냥이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나만 살아남겠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다. 모두 구하지 못하면 같이 가는 거다. 그게 내 삶이니까.


근데, 이제는 가능할 것 같다. 어떻게 우리 애기들을 바리바리 싸서 데리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랄까?


“이런 게 소박한 책임이지.”


물론 100%내 위주의 생각이지만.


지이이잉. 지이이잉.


스마트폰이 울린다.


“어라?”


사촌 동생이다. 1년에 서너 번 연락이나 할까 싶은 녀석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지?


“어, 오랜만이다?”


-형! 요즘 몸 어때요?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내가 당뇨로 몸이 망가지고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에 나를 크게 걱정하던 녀석이다. 어린시절 내가 이 녀석에게 영웅이었다고 한다. 유도선수에 주변에서 유명했던 때였으니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 사촌 이정찬은 그런 나를 동경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망가졌을 때 더 슬퍼했기도 했고. 하지만 그 사실은 ‘삭제’되었다. 그럼 정찬이가 묻는 것은 내가 아프냐를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네, 요즘도 건강하시죠?


“그건 그렇지?”


-형,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 무슨 부탁?”


몸 상태를 물었으니 돈 빌려달라는 건 아닐 거다.


-아, 이번 주에 야구 시합을 하는데 사람들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려서 몇몇 자리들이 비었거든요. 형이야 운동신경도 좋고, 어릴 때 야구도 해보셨으니.


“야! 내가 야구를 안 해본 게 30년 가까이 되는데?”


-에이, 뭔 투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외야에 계시다가 빠따나 좀 휘둘러주시면 됩니다. 형 덩치면 상대 투수가 눈만 마주쳐도 볼넷을 주고 싶을 걸요?


확실히 내 인상이 위협적이긴 하지. 하지만 갑자기 야구라니 뭔······. 아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야구공을 맞아서였지 않나? 그럼 한 번 확인은 해봐야지.


“그래, 어디로 가면 되냐?”


-어디냐면요······.


대충 이야기를 들었다. 특별히 자기팀의 유니폼도 하나 맞춰준단다. 예전부터 정찬이는 나에게 야구를 같이 하자고 했었다. 야구에 반쯤 미친놈이다.


선출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그냥 야구를 겁나게 좋아하고, 사랑하며, 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심지어 제수씨도 야구장에서 만났다더라.


아마 우리 가족 전체를 봐도 야구를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우리 가족들은 국대 축구나, 국대 야구 외에는 스포츠를 잘 안 보긴 한다.


그나마 내가 선수였을 때는 경기장에 자주 오셨었지만.


“그래, 그때 보자. 근데 글러브나 그런 것도 없는데?”


-제가 다 알아서 준비할게요.


“알았다.”


야구라······ 뭔가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리틀야구도 잠깐 했던 거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환골탈태한 내 몸은 그것도 어느 정도는 커버하지 않을까?


“일단 대략적으로 알아는 보자.”


야구를 어떻게 알아보냐고? 세상에는 너튜브라는 훌륭한 인류의 스승이 있지 않은가?


난 너튜브를 통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한참 그렇게 너튜브를 보고 있다가 뭔가가 떠올랐다.


“아까 외야 수비에 대해서 나왔던 부분이······ 46번째 전에 봤던 영상의 3분 18초 부분이었지? 어?”


순간 내 손이 멈췄다. 이런 기억을 한다고? 머리? 작가를 한다는 것에서 이미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난 머리가 좋다. 작가라는 직업은 의외로 머리를 많이 써야 되거든. 아무튼, 내 아이큐는 140이 넘었었고,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안 시키고, 운동을 시켰다고 어머니는 늘 아쉬워하셨을 정도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포토 그래픽 메모리 같은 것은 아닌데.”


흔히 말하는 절대기억 능력이랄까? 현실에 존재하는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포토 그래픽 메모리의 경우는 자신이 본 것을 사진첩처럼 기억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내 기억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연산에 가까웠다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환골탈태가 얼굴을 안 바꿔줬는데 뇌는 바꿔준 건가?”


원래 좋았던 머리를 더 좋게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라고 인류를 위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하기는 개뿔. 그런 건 아무나 하냐?”


뭐 머리가 좋아져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난 가볍게 생각하고 다시 너튜브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알로리즘이 선물하는 야구영상들을 계속해서 보았다. 그 중에는 수비에 대한 것도, 타격에 대한 것도, 투구에 관련된 것도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투구폼과 근육의 사용법 같은 부분들이었는데, 예전이라면 ‘오, 이런 것도 있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부분이 ‘오, 그런거군!’이라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이건 매우 큰 차이였다.




***




며칠간 너튜브로 야구를 배우고, 집안에서 이런저런 자세도 해보고 그러면서 실질적으로는 냥이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하여 드디어 정찬이와 약속된 날이 되었고, 사회인 야구팀들이 사용하는 야구장에 도착했다.


날 태우러 오겠다는 정찬이에게 그냥 내가 간다고 했다. 근처라면 몰라도 삥 돌아와야 하는 부분인데 그건 좀 그랬으니까. 예전처럼 내 몸이 불편한 상태라면 염치 불고하고 그러라고 했겠지만, 애초에 그랬으면 이런 연락도 안 왔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야구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정찬이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형!”


“어, 오랜만이다?”


“와, 형 뭐 좋은 거 드셨어요? 몸이 장난 아닌데요?”


문득 그럼 얘가 마지막 보았을 때 내 몸은 어땠는지가 궁금했다.


“그 전에는 어땠는데?”


“그냥 은퇴한 운동선수 같으셨죠. 큭큭.”


“그러니까 살덩어리였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었구요.”


적어도 이 상태로 쭉 살아온 설정은 아닌가 보다. 삭제의 범위를 잘 모르겠다.


“뭐, 요즘 운동을 좀 빡시게 하고 있긴 하지.”


“네? 갑자기요?”


“어, 건강하게 살려고.”


“너무 건강하신 거 아니에요? 몸이 무슨 20대 같으신데요?”


“싱거운 놈. 장비는?”


“아, 이쪽으로 오세요.”


난 정찬이를 따라가서 녀석이 주는 유니폼과 글러브를 받았다. 야구화도 내 발사이즈에 맞춰서 사왔단다. 참고로 내 발사이즈는 310mm다. 쉽게 구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이야기.


“야, 이건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랬죠. 그래도 구했죠. 하하하.”


“그래, 대단하다. 난 그냥 운동화 신고 하나 했는데.”


“일단 이쪽에서 갈아입고 나오세요.”


“어.”


난 조금 어색했지만, 영상을 통해서 이미 모두 보았던 것이기에 어렵지 않게 유니폼을 입고, 스파이크까지 신은 후에 통통 뛰어보았다. 뭔가 생경하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갈아입은 후에 정찬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형, 와. 뭔 현역 선수 같으신데요?”


“현역 선수를 못 봐서 모르겠다.”


“크크, 전 야구장에서 자주 봐서.”


“하긴 거기선 볼 수 있었겠구나? 근데 야구 선수들 체형 보면 여러 가지가 있던데?”


“아, 그건 그렇죠.”


특이하게 야구선수들은 보통 운동선수하면 떠올리는 그런 체형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현역 선수 같다는 말이 애매한 부분도 있는 거다. 뚱뚱한 선수들도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였다.


“뭐여? 용병을 부른다더니 선출을 부른 거여?”


누군가 정찬이에게 다가오며 살짝 흥분한 기색으로 말한다.


“아, 형님! 이분은 우리 사촌형입니다. 야구 선출 아니시구요. 선출이긴 한데, 유도 선출이십니다. 큭큭큭.”


“아, 그려? 반가워이. 난 박춘석이라고 그랴. 근데 정찬이 니보다 어려보이는데 형이라고?”


“네, 형님보다도 두 살 많으시죠.”


“헙!”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마 나이는 마흔인 것 같고.


“최시우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흔둘입니다.”


“와, 이건 무슨 사기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마흔둘이유?”


난 그냥 운전면허증을 보였다.


“아고, 진짜구만. 반가워요. 정찬이랑 같이 야구하면서 노는 박춘석이유.”


“네, 반갑습니다.”


“근디 야구는 좀 해봤슈?”


“어릴 때 리틀야구를 아주 잠깐 해보긴 했는데, 사실 해봤다고 하기 어렵죠.”


“그래도 운동신경은 좋아보이는구만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럼 이러고 있지 말고 몸이나 풀어봐유.”


“네.”


우리 셋은 상당히 일찍 온 편인지 운동장에 나왔을 때에 우리 셋만 있었다. 잠깐 가볍게 런닝을 하고 삼각으로 캐치볼을 시작했다.


공을 받는 것은 본능의 영역일까? 훈련의 영역일까? 문득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뭔가 내가 엄청 공을 잘 받는 것 같아서 그렇다.


“와, 역시 형은 운동신경이 장난 아닌데요?”


정찬이의 말에 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오랜만에 야구공을 잡고 공을 던지고 받으니 이게 뭐라고 재미가 있다.


“그 시우 형······님?”


“그냥 편하게 불러요.”


“그럼 그냥 시우형이라고 부를게유. 아무튼, 공 한 번 던저 보시겠슈?”


“지금 던지고 있는데요?”


“아니아니, 마운드 위에서 말이유.”


마운드. 야구장에서 유일하게 올라가 있는 부분. 그 자리의 주인은 투수다. 물론 난 리틀야구를 할 때도 저기에 올라가 본 적은 없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긴 왜 높이가 다를까? 나중에 너튜브에서 찾아봐야겠다.


“해본 적이 없는데요?”


“뭐 어때유, 내가 포수니까 함 던저봐유. 이런 기회 흔치 않아유.”


“형, 해봐요. 나도 궁금하네요. 형 피지컬 봐서는 메쟈 1선발급인데 말이죠. 큭큭큭.”


“내말이 그거여.”


둘은 쿵짝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한 번 해볼까? 투수 관련 너튜브 영상도 많이, 아니 사실 제일 많았다고 해야할까? 사람들이 투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봐두고, ‘이해’도 어느 정도는 했으니까 한 번 던져보자. 그립도 몇 가지는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립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겠지만.


“해보죠.”


“그래유. 글러브만 바꿔서 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유.”


“형님, 장비 차고 오세요. 처음 던지는데 다치시면 어쩌실라구요.”


“아, 그르네.”


박춘석은 잠시 후에 포수 장비를 차고 홈플레이트 뒤에 자리르 잡았다. 그리고 포수 미트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자, 가운데로 들어와유. 힘껏 한 번 던져봐유.”


“네. 그럼 던져 볼게요.”


난 너튜브에서 본대로 와인드업을 했다. 그리고 투구폼은 집에서 살짝 연습해보았던 스리쿼터 폼으로 힘껏 공을 던졌다.


뻐엉!


‘어? 저거 괜찮은 건가?’


박춘석이 공을 잡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작가의말

다음 편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골탈태한 아저씨가 야구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오전9시 입니다 24.06.29 176 0 -
10 *10화 합류 –2 NEW +1 9시간 전 199 15 14쪽
9 *9화 합류 –1 +3 24.07.03 291 20 13쪽
8 *8화 백찬후의 변화구, 그리고 –2 +2 24.07.02 344 16 12쪽
7 *7화 백찬후의 변화구, 그리고 –1 +2 24.07.01 395 16 12쪽
6 *6화 야구, 재미있네 –3 +1 24.06.30 450 21 12쪽
5 *5화 야구, 재미있네 –2 +3 24.06.29 443 18 12쪽
4 *4화 야구, 재미있네 -1 24.06.29 452 16 12쪽
» *3화 불행과 기적 -3 24.06.29 496 16 12쪽
2 *2화 불행과 기적 -2 24.06.29 575 17 12쪽
1 *1 화 불행과 기적 -1 +2 24.06.29 715 1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