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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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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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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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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눈 깜짝할 새에 바름의 곁에 도착한 레델른이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투성이인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와 함께, 절반만 뜬 한쪽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바름의 모습은 레델른에게 첫 살인과 비등할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레..델..른."


충격을 받아 순간 넋을 놓고 있던 레델른이 바름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바, 바름! 조금만 참아라!"


다급해진 레델른의 푸른 빛이 맺힌 손이 바름의 몸에 얹어지자 바름의 상처가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고, 뒤이어 도착한 말튼은 그 광경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시 다시 봐도 말이 되지 않는구나..”


세상에는 상처를 즉각적으로 아물게 하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높은 등급의 포션이나, 사제와 성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힐 정도가 그나마 상처를 빠르게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럼 마법사는?


마법사로써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본인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발현한 이적으로 이곳저곳을 부수기나 할 줄 알지 애초에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에 바름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는 레델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나의 정령에게 선택을 받은 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이란 것은 없다고 고대의 문헌에 적혀져 있던 것이 영 허황된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레델른의 능력에 빌어먹을 마법사의 학구심을 불태울 때가 아니었다.


"레델른!"


"스, 스승님!"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레델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먹이며 말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말튼의 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이 갈라졌다.


말튼이 홍차를 꺼낼 때마다 수시로 열던 아공간이었다.


"그런 상처에는 포션이 더 잘 들을 게다!"


말튼이 외침과 동시에 아공간에 손을 집어 넣더니 레델른이 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병에 담긴 붉은색 액체를 꺼냈다.


"비켜 보거라!"


"아, 알았다!"


레델른이 바름의 곁에서 물러서자, 말튼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병마개를 떼어내더니, 붉은 액체의 절반을 바름의 입에 들이부었고, 남은 것은 바름의 상처 위로 골고루 뿌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바름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갔다.


이에 빈 포션 공병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은 말튼이 레델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정도면 죽지는 않을 게다."


"스승님, 고맙다!"


말튼을 향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 레델른이 바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절반만 뜬 한쪽 눈으로 레델른을 바라보던 바름이 힘이 없는 목소시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레..델....른."


"바름! 네 말은 나중에 듣겠다! 일단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레델른의 만류에도 바름은 무언가 꼭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부족..의.. 땅에.. 적이."


"알았다, 알았으니까. 일단 쉬어라."


레델른이 바름을 진정시키려 가슴에 손을 얹으려는 그때.


덥썩.


바름이 피범벆인 손으로 레델른의 팔목을 붙잡았다.


"..?!"


"우..리 부모님을.. 구해.."


핏발 선 한 쪽 눈으로 레델른을 바라보던 바라보던 바름이 버티기 힘들었는지, 이내 눈을 감으며 잡고 있던 레델른의 팔목을 놓았다.


툭.


바름의 팔이 나뭇가지처럼 땅을 향해 힘없이 떨어졌고, 이를 본 레델른이 두 눈을 부릅 뜨며 소리쳤다.


”바름! 안 된다!“


”진정하거라, 레델른.“


말튼이 레델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하자, 레델른은 고개를 돌려 말튼을 바라보았다.


이에 말튼은 레델른을 향해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네 친구는 체력을 소진해서 그냥 기절한 것일 뿐 생명엔 전혀 지장이 없을 게다.“


“하지만.. 피가..!”


”내가 어디 틀린 말은 한 적이 있더냐?“


말튼의 말에 자신의 팔목에 피로 찍힌 바름의 손바닥 자극을 보던 레델른이 이내 말튼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스승님이 한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래, 그러니 진정해라.“


레델른은 말튼의 차분한 말에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점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진정했다.“


”그래, 그럼 얼른 이 아이를 오두막으로 옮기자꾸나.“


말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델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름의 몸을 조심스레 공중으로 띄운 채, 천천히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말튼 역시 레델른의 뒤를 따라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소동이 한차례 지나가고, 레델른의 끊임없는 보살핌과 말튼이 아낌없이 쏟아부은 포션 덕분에 얼마 되지 않아 바름이 의식을 되찾았다.


“끄으으..”


“바름! 정신이 드나!?”


이내 눈을 뜬 바름이 레델른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델른..?”


“그래, 몸은 좀 어떤가!“


”끄응, 괜찮다. 근데 내가 왜 여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바름은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은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에 힘겹게 몸을 추스르던 바름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외쳤다.


”레델른! 나는 지금 당장 부족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일어나지도 못 하면서 어딜 간다고 하는..“


“부족의 땅에 적이 쳐들어왔단 말이다!”


바름이 레델른을 향해 비명과 같은 외침을 지르자 정작 그것에 답은 정작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아이야, 흥분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보거라.“


”레델른의 스승님은 빠져라!“


바름의 무례한 말에 레델른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바름! 스승님에게 그게 무슨 태도인가!”


”레델른, 부족을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나를 숲 밖으로만 나가게 해줘라.“


레델른이 화를 내며 바름의 행동을 지적했지만, 바름은 마치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오로지 자신의 할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에 묵묵히 바름의 모습을 지켜보던 말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슬립.”


말튼의 입에서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름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레델른은 당황한 듯 말튼을 바라보았지만, 말튼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스, 스승님!?”


“걱정 말거라. 단지 잠깐 동안 숙면을 취하게 해 준 것뿐이니.“


레델른이 말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 말튼은 바름에게로 눈길을 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네 친구의 부족이 위험에 처해있는 모양이구나.“


”.. 그런 것 같다.“


”레델른, 네 생각은 어떻느냐?“


말튼을 바라보던 레델른은 입을 다문 채 그의 질문 의도를 헤아리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 레델른의 반응을 본 말튼이 말을 이어갔다.


“내 말은 네 친구의 부족에 가볼 생각이냐는 말이었다.“


“아..”


말튼의 말을 들은 레델른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부족의 땅..’


자신은 태어나자마자 쫓겨난 아버지의 고향.


그리고 자신을 저주받은 망령이라 부르며 배척하던 부족민들.


레델른에게 부족의 땅은 발조차 대고 싶지 않은 땅이었다.


그렇기에, 부족이 적의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들을 도우러 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레델른이 시선이 침상 위에 누워있는 바름에게로 옮겨졌다.


”바름..“


부족의 땅에 있을 부족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그 중에 바름의 부모가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에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바름을 바라보던 레델른이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승님도 내게 들어서 알거다. 부족 사람들이 나와 내 아버지에게 어떤 짓을 하려 했고, 또 어떻게 했는지.”


“그래, 이전에 네가 해준 이야기는 전부 기억한단다.”


“.. 그래서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레델른이 혼란스러운듯 고개를 숙이자, 그 모습을 본 말튼이 레델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레델른,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결정해야 할 순간들이 몇몇 있는 법이다.”


말튼의 말을 들은 레델른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에 레델른과 눈을 마주친 말튼이 한층 더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결정을 내리기 힘든 순간도 반드시 함께 찾아오는 법이지.”


“.. 그럼 그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럴 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생각하거라.”


”간단하게..?”


말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같은 경우에는 두 가지이겠구나.”


말튼이 숲속 너머, 두둘리안이 있을 움집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부족은 너와 네 아비를 배척한 부족인 게냐, 아니면..”


말튼의 시선이 침상에 누워있는 바름을 향했다.


“소중한 네 친구의 부모가 있는 부족인 게냐?”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늦은 밤, 숲속에서 말튼과 레델른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정말 네 아비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겠느냐?”


“괜찮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


걱정스운듯 말하는 말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레델른이 두둘리안이 자고 있을 움집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부족의 땅으로 간다고 말했다면, 나를 아마 묶어둔 채 움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을 거다.”


“허허, 그래. 네 아비라면 정말 그랬을 지도 모르겠구나.“


말튼은 껄껄 웃으며 천천히 몸을 공중에 떠올렸다.


”준비가 됐으면 지체하지 말고 어디 한 번 가보자꾸나.“


말튼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델른 역시 몸을 허공으로 띄우더니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이다. 바름은 항상 이 방향에서 왔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부족의 땅으로 빠르게 쏘아졌다.


숲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말튼과 함께 숲에서 빠져나온 레델른이 펼쳐진 광경에 순간 몸을 멈춰세웠다.


“이, 이런건 처음 본다..!”


사냥을 나가며 봤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평야와 그 옆에 붙어있는 넓은 강이 레델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 밝지 않은 달빛만으로도 그 광활함은 감출

수 없었다.


“경치가 좋구나.”


레델른이 본래의 목적을 잠시 잊을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을 단지 좋다는 말로 일축한 말튼이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 굽어지는 곳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움집들이 말튼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구나.”


말튼이 손으로 부족의 땅을 가리키자,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 레델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 저기가 그 부족의 땅인가.."


자신과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움집과 닮은 건물들을 보며, 레델른은 순간 자신이 숲을 떠나 부족의 땅에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와 함께 레델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레델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고 싶다면 말하려무나."


"아니다, 괜찮다."


말튼의 권유를 거절한 레델른은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뱉었다.


잠시 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레델른이 말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나와 아버지를 배척한 부족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다."


레델른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부족의 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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