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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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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3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09 16:27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숲속의 망령 (1)

DUMMY

야생의 거친 환경 속에서 자라나 그 높이가 상당히 웅장하다 할 만한 나무들이 사방에 빼곡한 숲.


길게 땋은 흑발을 늘어뜨린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숲속을 뒤지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레델른! 레델른! 어디 있나, 레델른!"


아무리 크게 외친다 한들 광활한 숲에서 누군가를 찾긴 힘들어 보였지만 이내 저 멀리 나무 위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 여기 있다. 내가 거기로 가겠다.


소리가 메아리치며 사그라 들었고, 이윽고 멀리서 날아온 소년이 사내의 바로 위 나뭇가지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내가 날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다 다친다."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고 하지 않았나? 아버지는 걱정이 많아 탈이다."


소년의 말에 한숨과 함께 콧김을 내뿜은 사내가 내려오라 손짓했다.


"너도 아버지가 돼보면 알 거다. 가자, 얼른 내려와라."


"아버지 먼저 가라."


소년이 짓궃게 웃었다.


"푸른 연기는 이 숲에서만 나와 이야기하며 놀 수 있다 했다."


"놀기만 한다면 강한 사내가 될 수 없다! 당장 내려와라!"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소년은 이내 몸을 공중에 띄우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나는 이곳에 조금 더 있다 가겠다. 밥은 아버지 먼저 먹어라!


"밥은 진작에 먹었다! 서라,레델른!"


숲 깊은 곳으로 달아나는 소년을 잡기 위해 오늘도 뛰기 시작하는 과거의 대전사였다


&


광활한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


투박하게 지어진 움집 앞이 소란스러웠다.


"바위 들기는 싫다."


소년이 입을 삐죽 내밀자 거대한 바위를 등에 짊어진 채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하는 사내가 말했다.


"바위를 들어야 강해진다."


"이깟 바위 나는 손도 대지 않고 들고도 들 수 있다."


소년은 사내가 짊어진 바위의 1/10 크기에 불과한 작은 돌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도 알지 않나, 나는 이미 강하다."


짐짓 거만한 표정을 지은 소년의 손에 푸른 빛이 맺히더니, 이내 돌멩이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어떤가? 나는 바위를 안 들어도 충분하다."


"후욱.. 그런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소년을 보며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듯 콧방퀴를 낀 사내가 짊어진 바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바위도 한 번 들어봐라."


"그, 그건.. 치사하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고기를 많이 먹어왔지 않나!"


"레델른, 정말 이 두둘리안이 고기를 많이 먹어서 강해진 것이라 생각하나."


두둘리안의 표정이 근엄해지자, 레델른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아니다.. 고기만 많이 먹어서는 아버지처럼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강해진 이유가 이 바위를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아닌가..?"


레델른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두둘리안을 바라봤다.


평소였으면 엄포를 놓으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라 다그쳤을 두둘리안이었지만 오늘을 달랐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


"이것도 사실 너의 아버지에 아버지가 나에게 시키던 걸 그대로 하는 것이다."


두둘리안이 쪼그려 앉더니 레델른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이었다.


"나의 아버지인 켈란은 레델른 딱 지금 네 나이 때 하데른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건 갑자기 왜.."


"그렇기에 나에게 이 짓을 시킬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그렇다면 이 힘든 짓을 왜 계속 한 거냐?"


"맹세했기 때문이다."


두둘리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켈란이 하데른의 품으로 가던 날 대대로 그랬던 것처럼 부족 최고의 대전사가 되겠다고 맹세했었다."


"맹세인가.."


"그렇다, 맹세를 듣고 다행이라며 미소를 짓던 그 표정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킨 두둘리안이 바위를 보더니 손을 올렸다.


"그런 맹세에 당장 할 수 있었던 건 무거운 것들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거였다."


"꼭 그래야만 강해질 수 있었던 건가?"


레델른의 질문에 바위에서 시선을 뗀 두둘리안이 호기심 많은 자신의 아들을 보며 짓궃은 미소를 지었다.


"레델른, 너를 보면 꼭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아까 딱 네 나이 때 켈란이 하데른의 품으로 갔다고 하지 않았나?"


두둘리안이 거대한 몸을 돌리더니 두꺼운 손으로 레델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레힐다의 숨결을 고작 7번 경험했었을 땐 너와 똑같은 말을 했었다."


"...."


"그리고 그때마다 켈란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그게 뭐냐?"


짓궃었던 두둘리안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했다.


"나를 믿어라."


"...."


"그리고 그런 켈란을 믿었던 두둘리안을 믿어라, 레델른 너는 반드시 강해질 수 있다."


잠시 말에 뜸을 들인 두둘리안이 레델른의 양 어깨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부족 최고의 전사가 됐었듯이."


&


"하하, 너는 앉았다 일어나는 것과는 다르다."


전날 평소와 달랐던 두둘리안의 모습에 이제부터라도 앉았다 일어서기를 열심히 하겠다 다짐한 레델른이었지만.


"아버지가 아무리 힘이 세다 하더라도 나처럼 공중에 뜰 수는 없다."


그 결심은 채 하루도 가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과 함께 하는 이 푸른 연기는 왜인지 이 숲에서만 자신에게 속삭였기에 레델른은 이 숲이 좋았다.


"너는 부끄럼이 많은건가."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 레델른은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나누듯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게 너를 보여주는 것처럼 아버지에게도 너를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다."


허공에 질문을 던진 레델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하, 너는 부끄럼이 없다고 하지만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보니 사실은 부끄럼이 많은 게 틀림없다."


잠시 후, 미소를 거둔 레델른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에 시선을 옮겼다.


'먹어도 아무 맛은 안 난다.'


엄밀히 말하면 돌멩이를 먹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하지만.. 신기하게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내 레델른은 문득 처음으로 숲의 깊은 곳으로 발을 들였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똑같이 평범한 날이었다.


푸른 연기와 함께 숲을 누비며 끝없는 수다를 떨었다.


그때는 시간이 가는 줄도, 웃음이 그칠 줄도 몰랐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깊은 숲속으로 와 있었다.


이렇게 깊은 숲속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 숲의 중심부에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바위산이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산의 한가운데에 뚫려 있던 구멍에서는 엄청난 양의 푸른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록 항상 자신과 함께하는 푸른 연기보다는 더 옅었지만, 쏟아져 나오는 양이 굉장했다.


잠시 후 홀린 듯 구멍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구멍 바깥에서 뿜어져 나오던 연기보다 훨씬 짙은 푸른빛을 발하는 돌들이 벽 곳곳에 빼곡하게 박혀있었다.


'이것도 그때 주웠지."


박혀있는 돌들과는 달리 연한 푸른 빛을 내뿜으며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그 돌을 집어 들자마자 푸른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곁에서 떠다니기만 하던 푸른 연기가 갑작스레 몸속으로 들어오다니!


하지만 곧 들려오는 연기의 속삭임과 전신에 퍼지는 포만감에 본능적으로 이것이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처음에는 손만 닿아도 몸속으로 저절로 스며들던 연기를,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 바위산 안에 있던 돌멩이들은 죄다 자신만이 아는 곳으로 옮겨 놓았고, 그 갯수는 감히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도 다 먹었으니 내겐 필요 없다."


빛바랜 돌멩이를 하늘을 향해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던 레델른이 이내 돌멩이를 하늘이 아닌 땅으로 던졌다.


"아악!!"


"..?!"


돌멩이를 던진 방향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자신의 아버지인 두둘리안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레델른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다른 존재들.. 특히 사람은 절대 마주치지 마라고 했다."


입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레델른의 몸은 이미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게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


"아악!!"


"왜, 무슨 일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야문드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으윽.. 별일 아니다. 하늘에서 돌이 떨어졌다.


"근데 발에서 피가 나지 않나!"


"떨어진 돌이 발에 부딪혔다."


발등이 붓기 시작하자, 다리를 절뚝거리던 바름이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오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


"내가 오자고 했을 때 먼저 좋다고 했던 게 너 아니었나, 바름?"


"젠장, 어른들이 이 숲은 절대 가지 말라고 했을 때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야문드와 바름이 옥신각신하자 그 옆에 있던 켈트닌이 둘을 중재하려 했다.


"둘 다 멍청하다.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져봐야 무슨 소용인가?"


켈트닌의 말에 말다툼을 멈춘 야문드와 바름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켈트닌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멍청하다고 한 건가?"

"지금 나에게 멍청한다고 한 건가?"


멍청하다는 말에 켈트닌까지 합세해 신나게 다투던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사람..이다.."


그것도 고기를 많이 먹어 본 아버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처럼 아직은 적게 먹은 듯한 작은 사람들이었다.


"어떡해야 하는 건가.."


자신이 던진 돌멩이 탓에 한 명은 발이 다친 것 같았고 그 이후에 서로 다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린 레델른이 다투고 있는 소년들 위로 몸을 세웠다.


"너희는 사람이 맞나?"


"?!"

"?!"

"?!?!?"


레델른의 바로 아래서 다투던 소년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너희는.."


"으아아아악! 저주받은 망령이다!!"

"으아아악! 하데른의 대리자다!"

"흐어어억! 으윽.. 발이.."


고개를 들은 소년들이 검은 장발을 풀어헤치고 있는 레델른을 멋대로 착각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야문드, 켈트닌!! 나를 두고 가지 마라!"


돌에 발을 다친 한 작은 사람을 내버려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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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숲속의 망령 (2) 24.05.09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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