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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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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9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0 14:25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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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숲속의 망령 (3)

DUMMY

울부짖는 레델른을 품에 꼭 안은 채 움집으로 돌아온 두둘리안은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레델른이 태어났을 때의 일, 아내의 레릴린느의 죽음, 그리고..


"모든 부족 사람들이 너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


울어서인지 눈이 퉁퉁 부은 레델른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가.. 날면서 푸른 연기를 내뿜었기 때문인가?"


"그렇다, 당시 출산을 도와주던 족장과 산파가 부족민들에게개소리를 지껄였었다."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 듯 두둘리안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레델른, 네가 레릴린느의 생명력을 다 앗아갔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말이다."


"...."


"너무 신경쓰지 마라. 나는 레릴린느의 미소를 기억한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레델른의 턱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잡아 올린 두둘리안이 말했다.


"그것은 생명력을 빼앗긴 사람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럼..?"


"레델른, 너를 낳았기에 행복한 사람의 미소였다."


이내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둘리안에게 레델른이 질문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죽지 않고 여기서 아버지와 있을 수 있는 건가?"


"내가 종종 부족의 최고의 전사인 대전사였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나?"


"기억한다."


레델른의 턱을 집고 있던 손을 내린 두둘리안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전사는 그때 당시 부족 내에선 없었다."


"그건 대전사니까 당연한 게 아닌가?"


"맞다, 그렇기에 대전사인 내가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누구도 막지 못했다."


이내 한쪽 입꼬리를 올린 두둘리안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에게서 너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놈들을 다 때려눕혔었다."


"...."


"그러고는 갓난아기인 너를 품고 내 발로 부족을 나왔다."


최고의 대전사였던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부족을 나왔다는 말에 레델른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아버지가 부족을 나왔.."


-쾅! 와그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부서진 움집 벽면으로 시선을 옮긴 에델른이 입을 다물었다.


"왜, 네가 사과하는 거냐."


"나 때문에 아버지가.."


"그건 네가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


두둘리안이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인 레델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내린 결정이고 난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알겠다."


레델른의 대답에 두둘리안의 표정이 짓궂게 변하더니 쓰다듬던 손으로 레델른의 머리를 헝클여뜨렸다.


"갓난 아기인 너를 데리고 처음 여기 왔을 때 참 힘든 게 많았다."


"뭐가 힘들었나..?"


자신을 보는 레델른을 향해 두둘리안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틈만 나면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네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몰라서 고생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릴 때 무엇을 먹고 자랐나?"


"그건 비밀이다. 아무튼 이렇게 고생하면서 키웠으니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부족에서 키우는 들소의 젖을 몰래 훔쳐 먹였다는 건 죽어도 말하기 싫은 두둘리안이었다.


&


"아버지, 다녀오겠다."


"너무 늦지 마라. 그리고 조심히 다녀와라."


두둘리안과 앉았다 일어나기라는 과업을 끝낸 레델른의 몸이 공중에 뜨더니 숲의 안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레델른의 뒷모습을 보던 두둘리안이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날씨가 좋군.'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토해냈던 그날.


그날 이후로 레델른은 달라졌다.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은 건 물론이고 조금이나마 자신의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부터 해서 열세 번째로 다시 뜬 안데른인가.'


레델른이 달라지고 13일이 지났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점도 있었다.


'숲이 그렇게도 좋은가.'


어느새 멀어져 점이 되어버린 레델른을 보며 두둘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


"오늘도 안 오는 건가.."


높이 솟아있는 나무 위, 길게 뻗어져 있는 나뭇가지에 걸터 앉은 레델른이 고개를 숙여 바름과 처음 만났던 장소를 바라봤다.


"뭐, 시간은 많다."


여유로워 보이는 말과는 다르게 레델른은 초조했다.


자신이 없을 때 숲속에 왔다 돌아갔는지, 혹은 숲속에는 들어왔지만 길을 잃었는지.


그렇게 갖가지 생각을 하며 한참을 기다리던 레델른의 눈에 드디어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보였다.


"바름!"


저 멀리 작은 바위가 있는 쪽에서 바름이 걸어오고 있었다.


"왔구나!"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있던 몸을 띄운 레델른이 빠르게 날아갔다.


"흐억!"


"바름! 약속을 지켰다!"


검은 머리를 풀고 공중에 떠있는 레델른이 아직 적응이 되지 못한 탓인지 깜짝 놀란 바름이 가슴을 두드렸다.


"당연하지. 나는 빈말은 하지 않는다."


"약속을 지켜서 고맙다. 근데 너는 뭐가 고마운 건가?"


"아, 내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 때문인가."


"그렇다."


레델른의 물음에 가슴을 조금 더 세차게 두드린 바름이 답했다.


"가슴 두드리는 것은 고맙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


"궁금하다. 가르쳐 주면 안 되나?"


초롱초롱한 레델른의 눈에 바름이 활짝 웃었다.


"하하,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느낌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고기를 먹고 나서도 두드린다, 강한 전사와 싸우기 전에도 두드린다."


가슴을 두드리는 게 여러 상황에서 쓰인다는 것을 눈치껏 알아들은 레델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가르쳐 줘서 고맙다."


"별 것 아니다."


"와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 바름, 그럼 이제 뭐 할 거냐?"


레델른의 질문에 바름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건가."


"...?"


"나는 다시 온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두 사람 간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먼저 입을 연 것은 레델른이엇다.


"그렇다면.. 혹시 날아본 적은 있나?"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나는 사람이다."


"나도 사람.."


이제는 자신이 망령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한 레델른이 입을 다물었다.


"말을 왜 하다 마나?"


"아니다, 말이 헛 나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바름을 보고 있던 시선을 하늘로 옮긴 레델른이 미소를 지었다.


"혹시 같이 위로 올라가 볼 생각은 없나?"


".. 저주받은 망령이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그럴리가 없지 않나!"


자신의 말에 당황하는 레델른을 보던 바름이 짓궃게 웃었다.


"장난이다. 네가 해치려 했다면 그때 그랬을 것이다."


레델른을 향해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인 바름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을 이었다.


"크룰투 부족의 작은 전사 바름은 함께 위로 올라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가자."


"정말 괜찮겠나?"


"당연하다. 작은 전사도 큰 전사와 같은 전사... 으아아아악!"


올라간다는 예고도 없이 자신과 바름의 몸을 띄운 레델른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절대 나를 망령으로 생각하는 게 기분 나빠서가 아니다.'


심술이 난 게 확실한 레델른이 이내 한 나뭇가지에 걸터앉더니 바름을 자신의 옆에 내려놓았다.


"바름, 괜찮은 건가?"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넋을 놓고 있던 바름이 활짝 웃고 있는 레델른에게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쌀.. 뻔했다."


"무엇을?"


".. 정말 몰라서 묻나?"


이내 숲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린 레델른의 모습에 바름도 함께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바름이 자신의 밑으로 보이는 숲의 경치를 보며 말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건 아주 멋지다."


"종종 놀러와라 언제든지 구경시켜 주겠다."


"고맙다. 이 광경을 야문드와 켈트닌도 함께 봤다면 더 좋았을 거다."


숲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름에게 옮긴 레델른이 말했다.


"야문드와 켈트닌이라면 그 친구라던 두 작은 사람을 말하는 건가?"


"맞다, 저번에 나를 버리고 갔던 두 얼간이 말이다."


"왜 그 두 사람은 오지 않았나?"


레델른의 질문에 바름이 머리를 긁적였다.


"다시 이 숲에 오는 걸 내켜하지 않았다."


"나 때문인가?"


"그렇다. 그 이상 이 숲에 같이 오자고 했다면 내가 너에게 현혹 당했다고 생각했을 거다."


머리를 긁적이던 바름이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 현혹당한 건가!"


"...."


"그렇게 보지 마라, 장난인 거 알지 않나?"


바름의 장난에 눈을 부라리던 레델른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 기다려라."


"나를 이 높은 곳에 두고 혼자 어디 가나?"


"줄 것이 있다, 그러니 기다려라."


이내 바름의 답은 듣지 않고 몸을 띄운 레델른이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 장난이 너무 심했던 건가."


바름이 자신의 장난을 후회하려던 차 금새 돌아온 레델른이 허공에서 말했다.


"바름, 이거 받아라."


레델른이 던진 푸른빛의 돌멩이를 받은 바름이 자신의 손에 있는 돌멩이를 바라봤다.


"이게 뭐냐?"


"내가 좋아하는 돌멩이다."


"푸른색 돌이라니, 신기하다."


신기한 듯 돌멩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바름의 모습에 레델른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푸른 연기가 내가 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확실하다."


"그럼 나도 이 돌을 가지고 있으면 날 수 있나?"


바름의 질문에 레델른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저번에 네 발을 치료한 것도 푸른 연기가 도와준 거다."


"그런가.. 나도 도움을 받아서 날아보고 싶다."


"혹시 모른다. 언젠가는 돌멩이 안에 있는 푸른 연기가 도움을 줄지."


허공에서 내려와 다시 바름의 옆에 앉은 레델른이 이어 말했다.


"너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사람'친구다."


"사람'친구가 없다면 '망령'친구가 있는 것인가?"


바름의 질문에 레델른이 허공에 떠다니는 푸른 연기를 손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푸른 연기가 원래 내 친구다."


"레델른, 그 푸른 연기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망령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니 너는 볼 수 없다."


이제는 자신을 망령이라 칭하며 너스레를 떠는 레델른이 시선을 바름에게로 옮겼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럼 뭐냐?"


"중요한 건 네가 내 첫 '사람' 친구라는 거다."


말과 동시에 가슴을 치는 레델른의 모습에 바름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레델른, 너는 배움이 빠르다."


"하하, 고맙다. 아무튼 내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마땅히 줄 게 없었다."


이내 자신의 손에 있는 푸른 돌멩이를 보던 바름의 시선이 레델른에게 옮겨졌다.


"충분하다. 아주 멋진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어느새 해가 그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레델른, 나는 이제 가봐야할 것 같다."


"좀 더 놀다 가라."


"늦은 시간까지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른들이 나를 찾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레델른의 표정에 바름이 이어 말했다.


"오늘부터 해서 일곱 번째 안데른이 다시 뜨는 날 다시 오겠다."


"약속해라."


"약속하겠다."


일주일 뒤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받아낸 레델른이 이내 바름과 함께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레델른, 네가 준 돌은 항상 품에 간직하고 있겠다."


"선물을 맘에 들어해줘서 고맙다."


"다음엔 내가 네게 줄 선물을 들고 오겠다."


바름의 말에 레델른이 가슴을 두드리며 웃었고 바름 역시 가슴을 두드리며 웃었다.


"이만 가보겠다, 다시 볼 때까지 잘 지내라."


"너도 건강하게 지내라, 얼른 가봐라."


레델른의 대답에 활짝 웃음 지은 바름이 몸을 돌리더니 들어왔던 길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바름! 다시 놀러온다는 약속 꼭 지켜라!"


레델른이 아쉬운 마음에 숲이 떠나가라 외치자 바름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크게 외쳤다.


"꼭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한다!"


그렇게 두 소년이 서로의 비밀 친구가 된지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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