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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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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2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1 17:43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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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진정한 망령?

DUMMY

안데른이 빛으로 그 존재감을 가장 강렬하게 뽐내는 오후


바위를 짊어진 두 남자가 땀을 비처럼 흘리고 있었다.


“후욱, 후욱.”


얼굴은 앳되 보이지만 몸은 이미 완성된 전사의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다부진 소년이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억.. 아버지, 죽을 것 같다.”


“후욱..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아버지의 대답에 소년이 짊어지고 있던 바위를 내려놓으며 그 자리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나..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약하다, 레델른. 하지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내가 바위에 깔려서 죽길 바라는 건가?“


레델른의 질문에 두둘리안이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잠시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뭐가 말인가?”


두룰리안이 자신의 바위와 레델른의 바위를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보다 좀 더 커지긴 했다만 겨우 이 정도 크기의 바위에 깔린다고 정말 죽는다고 생각하냐는 소리다.“


”···”


두둘리안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델른이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망령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인 것이 분명하다.“


”커흡.“


예상지도 못한 레델른의 공격에 호흡을 뱉어버린 두둘리안이 말했다.


“까, 깔릴뻔 했다.”


”그렇지 않나? 사람이라면 이런 바위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그렇게 많이 할 수 없다.“


“ 또 그 소리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대답하는 레델른을 보던 두둘리안이 짊어진 바위를 옆으로 내동댕이쳤다.


내려놓고 보니 그 크기가 레델른의 것보다 월등히 컸다.


”레델른, 네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어쩐지.. 검은 머리의 망령이라더니.. 내가 아니라 아버지를 두고 한 말인 게 분명하다.“


“..“


이제는 망령이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장난으로 꺼낼 수 있었지만 레델른이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것이 그 망령이라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결코 잊을 수 없던 두둘란이 아무 말 없이 침묵하더니 순간 레델른을 향해 잽싸게 움직였다.


“흐억, 아버지 갑자기 왜 이러나.”


“검은 망령은 아들을 간지럽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은 듣지 못했나?”


”하하하! 미안, 미안하다!“


레델른의 사과에도 두둘리안의 간지럽힘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레델른 역시 반격하기 위해 손을 놀렸고, 순간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이 한참을 서로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크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던 레델른이 웃으며 눈물을 흘렸는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무튼 앉았다 일어나기가 끝났으니 이제 숲에 다녀 오겠다.”


”오늘은 해가 지기 전까지는 꼭 돌아와라.“


두둘리안이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띠우며 레델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항상 그래왔지 않나.”


대답과 함께 허공으로 몸을 띄운 레델른이 두둘리안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니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아니, 얼마 전에는 해가 지고 들어온 적이..“


잔소리를 듣기 싫었던 건지 두둘리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레델른이 숲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이에 무언가 외쳐려다 만 두둘리안이 고개를 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 설마 또 나를 밤새 숲을 뒤지게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


어느새 숲속에 도착한 레델른이 허공에 멈춰서더니 눈을 감은 채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


입안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주는 기분 좋은 청량감은 레델른이 이곳에 오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들려오는 푸른 연기의 속삭임에 레델른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미안하다, 오늘은 바름이 오기로 한 날이니 둘이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이에 푸른 연기가 투정부리듯 불만을 토로하자 레델른이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사냥을 배운다고 바쁜 것을 너도 보지 않았나?“


- ···


”이해해줘서 고맙다. 조만간 바름이 오지 않는 날에 이곳에 올테니 그때는 둘이서 실컷 놀자.“


레델른 말에 답하듯 그의 주변을 맴돌던 푸른 연기가 회오리치며 몸 이곳 저곳을 빠르게 휘감았다.


푸른 연기가 기분이 좋아졌다는 신호 중 하나였다.


”하하, 그래! 그럼 바름이 오기 전까지라도 둘이서 실컷..“


“호오..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


갑작스레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레델른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괴한 차림의 노인이 서 있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턱 밑으로 길게 늘어뜨린 흰 수염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저 노인이 사람이라면..


8년 전, 바름과 두 얼간이를 본 이후로 처음 보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것도 자신처럼 허공을 밝고 서있는 사람.


“꼴을 보아하니 이 근방에 있던 야만 부족의 아이인 것 같은데.. 이런 변방의 야만 부족에도 마법을 쓸 수 있는 아이가 있었구나.”


”너, 너는 누구냐!!“


깜짝 놀란 레델른이 말을 더듬으며 외치자 이내 레델른을 보던 노인이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느낌은..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인데.. 부족의 주술 같은 건가?"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노인을 보던 레델른의 눈이 당황감으로 가득찼다.


사람 같지 않은 생김새에 눈빛을 희번덕 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자.


진정 이 숲에 망령이 있다면 저자가 딱 그 망령같지 않은가!


'도망가야 한다..!'


망령일지도 모를 눈앞의 노인을 피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레델른이 순간 몸을 멈춰세웠다.


'바름!'


바름이 이곳에 오기로 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어찌어찌 날아서 도망간다 해도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노인이 자신을 찾아 이 숲에 온 바름을 발견한다면 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으으.. 어떻게 하면 좋나..!'


그렇게 레델른이 도망을 칠까 말까 갈팡질팡 하는 사이 어느새 혼자서는 정답을 알 수 없을 거라 결론 내린 노인이 레델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르겠군. 트랜스 랭귀지."


"?!"


“아이야, 내 말이 들리느냐?"


이에 노인에게서 무언가 익숙한 느낌을 받은 레델른이 그저 아무 말 없이 휘둥그레 뜬 두 눈을 껌뻑였다.


익숙한 느낌은 뒷전일 정도로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아 듣지 못할 말을 반복해서 하던 노인의 말이 갑자기 이해가 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법은 분명 제대로 발현이 됐는데.."


"나,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너는 망령인가!"


"그냥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었군."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을 확인한 노인이 레델른을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다가갔다.


"아이야, 노부는 너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머, 멈춰라!"


"허허, 나는 사람이니 진정하.."


"거짓말 하지 마라! 나는 망령이 하는 거짓말에는 속지 않는다!"


레델른이 노인의 말을 끊고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자, 이내 다가가는 것을 멈춘 노인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혀를 찼다.


'쯧, 귀찮구나."


애초에 인내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얕은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노인이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가늘게 뜨자, 이내 그의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델른의 눈에는 그것이 노인의 몸에서 옅은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망령이 푸른 연기를?!"


"아이야, 너에게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 인내심과 바꿀 만큼은 되지 않는 구나."


"이게..! 대체?!"


노인의 모습을 본 레델른의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 동그랗게 커졌다.


말이 들리기 이전에 노인에게서 느꼈던 익숙한 감각이 푸른 연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은 것도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의 주변에 푸른 연기가 있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스산한 말과 함께 노인의 몸에서 더욱 많은 연기가 피어오르자, 놀라움에 이미 커질대로 커졌던 레델른의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내 노인에게서 영문모를 위협을 느낀 레델른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자, 조금 전까지 웃으며 대화했던 익숙한 푸른 연기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안 된다..! 바름이 곧 이곳에 올 텐데 바름을 두고 혼자 도망갈 순 없다."


- ...!


"그게 무슨 말인가? 네가 하라는 대로 하라니!"


다급해 보이는 푸른 연기의 말에 물어볼 것이 산더미였지만 눈앞의 노인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아하니 그것은 일단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아, 알았다! 하면 될 것 아닌가! 일단 양손을 들고.. 저 연기에게 사라지라고 명령을 한다는 느낌으로.."


레델른이 연기의 속삭임에 집중하더니, 그 말을 그대로 따라 중얼거리며 양손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를 본 노인이 마법을 영창하려다 말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뭐하는 게냐?"


하지만 레델른은 노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연기의 속삭임대로 행동하는데 집중했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 설마 주술을 사용하려는 건가? 그것도 나를 향해서?"


어이없다는 듯 입을 헤 벌린 노인이 호기심과 놀라움 그리고 약간의 경계심이 담긴 눈빛으로 레델른을 바라봤다.


하지만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야, 무슨 주술을 사용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한숨 자고 일어나면 너는 다시 네 삶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 부작용이 있을 순 있지만 죽는 것 보단 나을 것이다."


레델른이 자신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노인이 표정을 굳히며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더 강력해지는 마나의 파동을 온몸으로 발산하던 노인이 레델른을 보며 외쳤다.


"메모리아 델레오!"


노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푸른빛과 함께 오랜 세월 잊혀져 있던 고대의 기억 삭제 마법이 발현됐다.


아니, 발현될 뻔 했다.


"사라져라!!"


노인에게서 무언가 압도되는 듯한 거대한 느낌을 받은 레델른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이에 레델에게서 영문 모를 힘이 흘러나오더니 노인을 순식간에 관통했고, 이내 노인의 마나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이, 이게 무슨..! 쿨럭!"


자신의 마법을 디스펠 하다니!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수차례 각혈하던 노인이 레델른을 귀신 보듯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뭘 말인가!"


"내 마법을 대체 어떻게.. 쿨럭.."


자신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물으며 피를 토하던 노인이 갑자기 눈을 까뒤집더니 정신을 잃은 채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 어..?"


이에 당황한 레델른이 무심코 푸른 연기를 사용해 노인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허공에 붙잡아두었다.


"이, 이제 어떻게 하면 좋나.."


오늘은 아무래도 바름과 재밌게 놀긴 그른 날인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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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징조 24.05.17 4 1 13쪽
8 사냥 24.05.16 8 0 13쪽
7 어린 마법사와 몽둥이 24.05.1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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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망령? 24.05.11 16 0 12쪽
4 숲속의 망령 (3) 24.05.10 15 1 12쪽
3 숲속의 망령 (2) 24.05.09 19 0 12쪽
2 숲속의 망령 (1) 24.05.09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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