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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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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7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4 12:45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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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어린 마법사와 몽둥이

DUMMY

문명과 동떨어진 듯한 숲속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오두막.


그 내부에서 푸른 빛이 연신 터져나오고 있었다.


"레델른."


길게 땋은 새하얀 수염만큼이나 흰 피부가 인상적인 노인이 가부좌를 튼 채 온몸에서 푸른 빛을 발하고 있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제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게 좋겠구나."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델른의 몸에서 푸른빛이 튀어나왔다.


1년 전보다는 확실히 커진 푸른 빛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레델른의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이내 천천히 눈을 뜬 레델른이 노인을 보며 말했다.


"벌써 돌아갈 시간이라니.. 스승님, 어떻게 날이 갈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허허,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라.."


레델른의 말을 들은 노인이 허허로운 웃음을 짓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입을 다물었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이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이곳에서 지낸지 1년이 넘었다.


자신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이후로 마법에 대한 탐구욕에 기반한 방랑벽이 생긴 터라 이곳에 잠시 터를 잡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것은 쓸데 없는 노파심이었다.


고대의 문헌에서나 나왔던 마나의 정령의 주인인임과 동시에, 불과 1년여 만에 2써클을 이룬 천재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금도 보라.


재능이 있는 마법사들 중에서도 극 소수만이 겪는다는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져있다 나와 놓고서는 한다는 말이 시간이 빨리 빠르다라니


순간 노인이 레델른을 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 네가 정령과 함께 수련하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져서 그런 것일 게다. 다르게 말하면 더 가까워진 것이지."


"그런 건가! 그래서 이제는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건가!"


노인이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델른이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은 항상 맞는 말을 한다. 그러니 이번도 스승님의 말이 맞다."


노인을 보며 말하던 레델른이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푸른 빛을 바라봤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루나?"


레델른의 질문에 푸른 빛이 긍정하듯 깜빡깜빡 거리자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루나가 뭐라고 하느냐?"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허허허, 너희에게 인정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구나."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린 노인이 문득 밖을 바라봤다.


빽빽하게 들어선 거대한 나무들의 틈으로 스며들던 햇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럼 얼른 가보거라. 나는 네 아비에게 또 혼나기는 싫구나."


노인의 너스레에 레델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있으니 아버지에게 혼날 걱정은 하지마라. 또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레델른의 말을 들은 노인은 문득 예전에 레델른을 늦게까지 붙잡아두었다가 숲까지 찾아온 두둘리안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기억에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허, 말이나 못하면.. 그래 네 말대로 네 아비는 걱정하지 않을테니 얼른 가보거라"


"알았다, 스승님. 이만 가보겠다."


"그래, 레델른. 조심히 가거라."


노인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인 레델른의 몸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오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오두박 밖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런 레델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은 제자에게서 선물받은 푸른 돌멩이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흠.. 그나저나 저 반말은 대체 언제쯤 고쳐질꼬."


&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날아가던 레델른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은 마지막 남은 햇빛마저 삼켜버릴 듯 어두웠다.


그 광경을 보던 레델른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다는 아버지에게 혼날지도 모른다!"


스승에게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늦게 도착할까 봐 걱정하던 레델른이 자신의 옆을 나란히 비행하는 푸른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 되겠다, 루나!"


- 음, 알았다.


루나의 대답을 들은 레델른은 비행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푸른 빛이 곧바로 레델른의 몸에 스며들었고, 다른 이와 감각을 공유하는 것만 같은 묘한 이질감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고양감이 레델른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레델른이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시간이 얼마 없다.“


레델른의 눈에서 이전과는 달리 강렬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니 단숨에 간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레델른이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튕겨져나갔다.


방년 16세.


아직은 아버지가 무서울 나이였다.


&


"다녀왔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고기를 굽고 있던 두둘리안이 레델른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왔나."


"오늘은 늦지 않았다!"


레델른의 말에 굽고 있던 고기를 내려놓은 두둘리안이 고개를 들어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보며 입을 뗐다.


"하늘 위 밤의 장막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안데른이 아니라 하데른이 아닌가?"


"내, 내가 스승님의 집에서 나올때까지만 해도 밤의 장막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기는 싫었는지 반박하려 애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찔리는 것이 있는 듯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는 레델른을 향해, 피식한 두둘리안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이번은 그리 늦은 것이 아니니 봐준다."


"정말인데.. 알았다."


다시 변명을 늘어놓으려던 레델른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두둘리안의 시선에 투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두둘리안이 레델른에게 미리 구워놓은 고기를 내밀며 말했다.


"내일 무슨 날인지 기억나나?"


"당연하다. 아버지에게 사냥을 배우기로 한 날이 아닌가!"


레델른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 두둘리안에게서 받은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은 채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내일 언제 출발하는 건가!"


"사냥을 배우는 것이 그렇게도 좋나?"


"당연하다!"


고개를 끄덕인 레델른이 움집 입구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두둘리안의 거대한 몽둥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이제 아버지처럼 내 몽둥이도 생긴다는 말이 아닌가!"


레델른은 누가 봐도 사냥과는 거리가 먼, 온통 몽둥이에 대한 생각뿐인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레델른의 모습에 두둘리안의 얼굴에는 짓궃은 미소가 걸렸다.


"사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네 몽둥이가 생기는 것이 좋았던 건가?"


"아,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배우러 나가는 것이 더 기대되고 좋다..!"


레델른의 대답과는 달리, 마치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흠, 그런가. 그럼 네 몽둥이는 없던 일로.."


"하지만!"


레델른은 두둘리안이 할 다음 말이 예상이 됐기에, 그의 말을 자르고 서둘러 소리쳤다.


"몽둥이가 생기는 것도 기대가 된다! 그러니 몽둥이는 꼭 주면 좋겠다!"


"푸흡.."


레델른의 다채로운 반응에 웃음을 겨우 참고 있던 두둘리안이 결국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왜, 왜 웃나..!"


레델른은 얄미울 정도로 크게 입을 벌려 웃기 시작하는 두둘리안의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불만 섞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를 놀리던 것이었나! 치사하게 몽둥이 가지고 놀리지 마라!"


”크흐흐.. 알았다, 농담이었다.“


겨우 웃음을 그친 두둘리안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뾰로통해진 레델른의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잠시 기다려라.“


”윽.“


이에 레델른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는 사이, 움집 안으로 들어갔던 두둘리안이 곧바로 손에 무언가 쥐어든 채 나왔다.


왠만한 거대한 두둘리안의 몽둥이를 축소해놓은 것만 같은 작은 몽둥이였다.


“레델른.”


“서, 설마..!“


레델른이 깜짝 놀라 머리를 정리하던 손을 내리고 몸을 굳힌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에 두둘리안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레델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들고 나온 것이 내 몽둥이인 것인가!“


”그렇다. 받아라.“


두둘리안이 손에 있던 작은 몽둥이를 레델른에게 내밀었다.


이에 레델른이 반짝이는 눈을 하며 몽둥이를 받아들자, 두둘리안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 몽둥이가 나뭇가지처럼 가벼워지는 날까지..“


”드디어, 나도 몽둥이가 생겼다!“


자신만의 몽둥이가 생겼다는 것에 기쁜 나머지, 레델른은 두둘리안의 말을 듣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있던 고기를 내던지고는 몽둥이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고기를 던지다니! 아깝게 무슨 짓인가!“


”하하하!! 루나! 이것 봐라! 내 몽둥이다!”


“.. 그리도 좋은가.“


이제는 레델른이 듣지 못 하는 것인지, 듣고도 모른척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두둘리안이었지만.


어느새 푸른 빛과 함께 뿜어내는 몽둥이를 양손으로 높이 치켜들며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레델른을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 두둘리안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


&


”준비 됐나!“


두둘리안의 물음에 레델른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끝난지 오래다.”


“알겠다, 그럼..”


두둘리안이 움집 한 쪽 벽면에 세워놓은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사냥을 가도록 하지.”


몽둥이를 어깨에 걸친 두둘리안의 뒤를 레델른이 바짝 따랐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넓은 들판과 작은 물줄기들이 레델른의 시야에 들어왔다.


“레델른, 저기 보이나?”


두둘리안이 들판의 풀숲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앉아 있는 들개들을 가리켰다.


“오, 저게 우리가 먹던 들소인가? 아버지가 말한 것보다는 작은 것 같다.”


”하하, 저건 들소가 아니라 들개다.“


”우리가 먹었던 고기 중에 들개의 고기도 있었나?“


레델른의 질문에 두둘리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우리가 먹었던 것 중에 들개의 고기는 없다.“


“왜인가?”


두둘리안은 레델른을 바라보던 눈길을 들개 쪽으로 돌렸다.


“잡아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의 고기가 없을뿐더러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서 잡기 귀찮다.”


“그럼 들소는 어떻게 생긴 건가?”


두둘리안이 작은 물줄기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들소들을 가리켰다.


“저기 덩치 큰 놈들이 보이나?“


”보인다, 오! 저기 저 놈은 아버지만 한 것 같다.


“저게 들소다.”


평소에 고기로 먹던 들소를 드디어 실제로 본 것이 신기했는지 레델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귀여웠는지, 레델른의 볼을 살짝 꼬집은 두둘리안이 고개를 돌려 들소 무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여기서 기다리면서 내가 하는 것을 잘 봐라.”


두둘리안이 어깨에 걸쳐놨던 몽둥이를 꺼내들더니, 느긋한 걸음으로 들소 무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에 들개들은 들소들보다 먼저 두둘리안의 기척을 느낀 듯 재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목을 축이던 어린 들소 한 마리가 무리를 향해 다가오는 두둘리안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음머, 음머!"


이에 일제히 고개를 든 들소들이 재빠르게 방향을 틀어 두둘리안이 다가오는 정반대 방향으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들소들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두둘리안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두둘리안의 무릎을 굽혀지며 자세가 낮아지더니, 이내 굉음이 울려퍼졌다.


- 쿠 - 웅!


첫 번째 굉음이 대지를 뒤흔들었을 때, 두둘리안의 발모양으로 땅바닥이 깊게 패인 자국만이 덩그러니 있을뿐 두둘리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 콰- 앙!


이내 두 번째 굉음이 울려퍼진 곳에는.


“레델른, 끝났으니 이리로 와라!”


대가리가 깨진 채 고꾸라져 있는 거대한 들소 앞에 피로 물든 몽둥이를 휘휘 젓고 있는 두둘리안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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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마법사와 몽둥이 24.05.14 17 0 12쪽
6 24.05.12 15 0 12쪽
5 진정한 망령? 24.05.11 16 0 12쪽
4 숲속의 망령 (3) 24.05.10 15 1 12쪽
3 숲속의 망령 (2) 24.05.09 19 0 12쪽
2 숲속의 망령 (1) 24.05.09 40 1 11쪽
1 프롤로그. 24.05.09 28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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