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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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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5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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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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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징조

DUMMY

소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명의 죽음을 목격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직접한 것에 대한 반동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나타났다.


"우웁.. 우웩.."


"괜찮나, 레델른.."


"괘, 괜찮.. 우웁."


멀리서 매직 미사일을 쐈을 때는 놈의 시체의 몰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몰랐지만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인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가슴에 구멍이 뚫려 땅을 피로 적시고 있는 시체를 보자 레델른은 자신이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게 내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나."


두둘리안이 레델른의 등을 두드리며 걱정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자, 레델른이 입에 묻은 토를 닦으며 굽히고 있던 허리를 천천히 폈다.


"이제 괜찮아진 것 같다.."


"다행이다."


괜찮아졌다 말했지만 아직 안색은 좋지 않아 보이는 레델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두둘리안이 문득 한 곳에 모아 놓은 두 사내의 시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이 놈들은 생김새도 그렇고 이곳에 원래 있던 부족 놈들이 아니다.'


과거 자신이 있던 부족은 물론이고 그외에 사냥에 나서다 간혹 마주치는 다른 부족의 사람 역시 아닌 듯 했다.


특히나 두 놈 전부 공통적으로 온몸 군데군데에 그려져 있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신들이 그 생각에 확신을 심어줬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레델른,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 것 같다.."


여러번 토악질을 해서 그런지 레델른이 힘이 빠져있는 듯 하자 두둘리안이 움집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여러모로 피곤할테니 일단 함께 돌아간다."


"그럼 이 두 놈은.. 우웁.."


휵칙한 몰골의 두 시체를 보며 말하려던 레델른이 다시 한번 토악직을 하려 하자 시체가 보이지 않게 그 사이에 선 두둘리안이 말했다.


"이 두 놈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그러니 지금은 레델른 너 자신만 신경 써라."


"알았다.."


레델른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두둘리안이 발걸음을 뗐다.


"그럼 가자."


&


무언가의 뼈로 만들어진듯 한 흉물스러운 의자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음에도 진득한 살기가 느껴지는 사내의 눈에는 사냥감을 잡아와 바삐 움직이는 자신의 부족민들이 보였다.


사냥 나갔던 전사들, 모두가 사냥에 성공을 한 듯 빈손인 자들이 없었다.


이윽고 부족민들을 훓어보던 사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떠나길 잘했군."


원래 자신과 부족민들이 살던 곳은 이런 드넓은 평원이 아닌, 척박하기 그지 없던 늪지였다.


수많은 몬스터와 몬스터에 비견될 만큼 기이한 변이를 이룬 동물들이 즐비했던 늪지에서 조상들로부터 해서 수 세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점점 더 강해지는 사냥감들 때문에 사냥을 나갔던 전사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사냥을 나갈 전사가 줄어드니 먹을 것 역시 점점 줄어갔고.


이 끝없는 악순환에 결국 터전을 버리고 이주를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엔 걱정했는데 말이지.."


늪지에서 평생을 생활해 온 부족민들이 과연 그곳을 떠나서도 적응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족민들은 생각보다 더 빨리 적응해 나갔고, 이제는 살기 좋은 환경에 진작 왜 이주를 하지 않았냐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리고 부족민들이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늪지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사냥감들이 평원에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다."


자신의 결단에 다시 한번 만족한 사내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족장."


족장인 사내 다음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부족의 전사가 사내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사냥을 나갔던 인원 중 두 명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흠, 내가 분명 사냥을 실패해 빈손으로 오게 되더라도 돌아오는 시간은 분명 지키라고 했을텐데."


사내가 표정을 찡그리자, 그를 잠시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족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두 놈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전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족장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족장. 그 두 놈들은 단 한번도 돌아오는 시간을 어긴 적이 없던 놈들이다."


전사의 말을 들은 사내가 무언가 생각하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혀를 차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쯧, 역시 약한 것들만 있던 건 아니었나."


"어떻게 하면 좋겠나?"


"다음 날이 밝을 때까지 그 두 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사내가 전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때 그 두 놈을 찾으러 간다."


&


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숲속, 마치 인위적으로 잘린 듯한 거대한 나무 밑동에 두 소년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진지한 눈빛으로 바름이 질문하자 레델른이 의기양양한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버지도 놓칠뻔한 그 놈을 내 마법으로 잡았다."


레델른이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치며 말하자 바름이 왜인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일이 있었나.."


어떠한 생각에 빠진듯, 잠시 짧게 침묵하던 바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일찍 가나? 스승님에게 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바름은 레델른의 질문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말을 꺼내는 것을 망설이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이내 부족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요즘 부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인가?"


"자세한 건 부족의 전사들과 큰 사람들만이 알고 있지만.."


바름이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레델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요즘 사냥을 나가러 갔다 돌아오지 않는 전사들이 늘었다고 했다."


레델른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름을 바라보았다.


"돌아오지 않는다니..?"


"레델른, 네가 아버지와 함께 그 두 놈에게 습격 당한 것이 나흘 전이라고 하지 않았나?"


레델른은 바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바름을 바라보았다.


"맞다, 그럼 설마?"


바름이 레델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너를 습격했다던 그 놈들과 부족의 전사들이 사라지는 것이 서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온 전사는 있었나?"


"아니, 내가 알기로는 아직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 말을 끝으로 두 소년 간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잠시 후, 바름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 침묵을 깼다.


"미안하다, 레델른. 부족에게서 배척 받은 네게 부족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다. 이제 전혀 아무렇지 않으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름은 레델른의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아, 그리고 보니까 레델른."


바름이 씩 웃더니 레델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전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 아버지도 놓칠 뻔한 적을 네가 잡았다 하지 않았나?"


"그랬다."


"그럼 전사라고 부르기엔 충분한 것 아닌가!"


바름의 칭찬에 순간 쑥스러워진 레델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 하지만 아버지는 내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 그런가."


레델른의 말을 들은 바름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지만, 이내 레델른을 보며 가슴을 두드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바름은 너를 전사로 인정하겠다."


장난이라 치부하기에는 진지하기 그지 없는 바름의 표정에 레델른 역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답했다.


"고맙다, 바름."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바름이 대답과 함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레델른에게 손을 내밀었고, 레델른은 그 손을 맞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가 보겠다."


"혹시 모르니 부족이 보일 때까지 만이라도 내가 함께 가는 것은 어떻겠나?"


"말은 고맙지만 괜찮다. 둘이서 가는 것보다 혼자 가는 것이 더 눈에 띄지 않을 거다.


레델른이 동의하듯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름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당분간은 숲으로 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


바름의 시선이 숲 이곳 저곳을 훑었다.


"사실 오늘도 이곳에 오면 안 됐지만.."


주변을 살피던 바름의 시선이 레델른에게로 향했다.


"레델른, 네가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온 거다."


"이해한다. 오히려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미안할 것도 많다."


피식 웃은 바름이 부족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부족의 상황이 해결된다면 다시 오도록 하겠다."


"그래, 조심히 가라."


레델른이 가슴을 두드리자, 이를 본 바름도 가슴을 두드리더니 이내 숲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뛰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름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자 이를 지켜보던 레델른 역시 스승이 있는 오두막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바름의 말대로 그가 다시 숲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고, 그렇게 2주가 흘렀다.


그리고 바름을 마지막으로 본 뒤의 레델른의 일상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버지와의 앉았다 일어나기, 스승님과의 수련.


그리고 루나와 함께 숲속 이곳저곳을 누비며,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바위산에서 가져온 돌멩이에 들어 있는 마나를 흡수하는 것까지.


누군가가 1년 넘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레델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즉시 아니라고 답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생활이 즐거웠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스승에게 평원 밖의 넓은 세상에 대해서 들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모든 시간을 명상과 마법을 수련하는데 할애했지만, 종종 이렇게 수련을 일찍 끝내고 다른 세상에 대해서 듣는 것이 재밌고 또 즐거웠다.


"그래, 오늘 들었던 것 중에서 궁금한 게 있느냐?"


어느새 명상을 끝내고 말튼과 나란히 앉아 홍차를 홀짝이던 레델른이 말튼의 물음에 입에 대고 있던 홍차 잔을 내려놨다.


"그럼 그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와 스승님 중에 누가 더 강한가?"


말튼에게 오러에 관해서 처음 들은 레델른은 흥미가 동한듯 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처음 마법을 배울 때와 같은 눈이었다.


이에 호기심 많은 제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말튼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드마스터라.. 그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구나."


"사실은 스승님보다 소드마스터가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레델른이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의 마법은 나도 없앨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


"허허, 이놈이.."


7서클의 대마도사인 자신에게 이런 망발을 하는 제자라니.


허허롭게 웃던 말튼의 이마에 핏대 하나가 삐죽 솟아났다.


"레델른.. 제자야. 너에게 내 마법이 디스펠 당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 내가 몇 번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비록 지금은 마나 써클에 문제가 생겨 내 이런 모습이지만, 회복하기만 한다면 그깟 소드마.."


말튼의 열정적인 열변은, 문득 말튼의 뒤로 시선을 옮긴 레델른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끝맺지 못했다.


"아니?!"


레델른의 동공이 지금 보이는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잔을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레델른이 말튼의 뒤로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 회복되기만 한다면 한 번 혼꾸녕을."


언젠가는 반드시 스승에 걸맞은 위엄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하며 고개를 저은 말튼은 자신의 뒤로 날아간 레델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들어온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 게냐?"


조금 전까지 제자와 함께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말튼이 시선을 옮긴 그 곳에는.


한 손에는 도끼를 쥐고,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바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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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린 마법사와 몽둥이 24.05.14 16 0 12쪽
6 24.05.12 15 0 12쪽
5 진정한 망령? 24.05.11 16 0 12쪽
4 숲속의 망령 (3) 24.05.10 15 1 12쪽
3 숲속의 망령 (2) 24.05.09 19 0 12쪽
2 숲속의 망령 (1) 24.05.09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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