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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몽둥이 든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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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06: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70
추천수 :
4
글자수 :
49,611

작성
24.05.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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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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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DUMMY

두 소년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 바싹 붙어 앉아, 나무 기둥에 기댄 채 정신을 잃은 노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네 푸른 연기와 같은 것을 몸에서 뿜어냈다고?”


바름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렇다. 푸른 연기를 다른 사람에게서 나오는것을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근데 치료는 왜 했나? 진짜 망령이면 어쩌려고.”


“.. 아니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바름의 질문에 레델른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푸른 연기가 이 놈은 망령이 아니라고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내게 나쁜 의도는 없었던 것 같았다.“


레델른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노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일단 푸른 연기에게 부탁해 치료를 했는데 깨어나지를 않는다.”


”치료가 제대로 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바름이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레델른을 바라보자, 고개를 가로저은 레델른이 노인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다, 분명 치료는 제대로 ..어!”


“왜, 왜 그러나!”


바름이 깜짝 놀라며 묻자 레델른이 노인을 가리키며 외쳤다.


“바, 방금 이 자가 움직였다!”


“뭐, 뭐하나!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당황한 바름이 레델른의 팔을 잡아 당기며 뒤로 물러서자 노인이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끄으으..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두통이 있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미간을 찡그린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소년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레델른이었다.


”너는 분명..“


레델른을 보며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 가던 노인이 순간 눈을 번뜩였다.


“그래, 너!”


남은 한 손으로 레델른을 가리킨 노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내 마법을 대체 어떻게 디스펠 한 게냐!“


분면 자신이 수많은 노력 끝에 찾아낸 고대 마법이 눈녹듯 순식간에 소멸했었다.


고작 저 야만인 소년의 ’사라져라‘는 외침에 말이다.


“대답하거라!”


노인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레델른과 바름은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에 대화가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노인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모았다.


“트랜스 랭귀지!“ 이제 됐.. 크억!”


말을 하다 말고 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이전에 마법을 디스펠 당했던 때처럼 피를 토하지는 않았지만, 그때처럼 가슴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온 탓이었다.


하지만 기절했었던 그때와는 달리 고통은 그리 길지 않았고, 고통에 뒤틀던 몸을 똑바로 가눈 노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갑자기 혼자 왜 저러는 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째 치료를 해주기 전보다 더 이상해진 것 같다.”


노인은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두 소년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간단한 마법에도 미칠듯한 고통이 찾아오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몸을 당장이라도 살펴봐야할 것 같았다.


이에 노인이 고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몸으로 가부좌를 틀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번쩍 뜬 노인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마나 써클이 뒤틀렸다..?“


고대 마법의 디스펠로 인한 반동으로 마나 써클이 뒤틀린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대체 왜 뒤틀린 채로 굳어있는 것이냐!“


어떤 이유로든 뒤틀리기만 한 마나 써클은 사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귀찮기는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원상태로 돌리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뒤틀린 채로 굳어버린다면 다시 원상태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흔한 마나 역류조차 단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거늘..”


노인이 이 상황이 현실인 것을 부정하듯 멍하니 땅을 바라보며 넋을 놓았다.


하지만 이내 번뜩 고개를 들더니 레델른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마법은 발현이 됐으니 내 말이 들릴 것이다. 그러니 대답하거라.”


레델른을 향한 노인의 목소리는 점점 크게 울려퍼졌다.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게냐!”


”은혜도 모르는 짐승과는 대화하지 않겠다!”


“뭐, 뭐라?”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노인이 눈이 커졌다.


은혜도 모르는 짐승이라니?


저 야만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네이놈! 감히 나에게 그런 망발을 지껄이다니!“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에 격분한 노인을 향해, 레델른이 당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다친 것을 치료해줬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화만 내지 않았나!”


“.. 그게 무슨 말이냐? 치료를 하다니?“


”네가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려던 것을 내가 붙잡았다!“


소년의 말에 거짓은 없어보였다.


그 높은 곳에서 의식을 잃고 추락했다면, 당연히 어딘가 한군데라도 부러졌어야 했다.


하지만 핏자국만 빼면, 겉보기에 노인은 아주 멀쩡해 보였다.


“그 뒤엔 다친 것 같아 푸른 연기에게 부탁해 너를 치료했다. 그리고 네가 일어났다.”


”푸른 연기라니..? 그게 무엇이냐?”


"지금도 그렇다! 내가 너를 구했다고 들었는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네 할 말만 하는 것을 보면 너는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분명하다!“


레델른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진 노인은,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 아이야, 혹 그 푸른 연기라는 것이 네 눈에만 보이는 것이냐?"


"그것을 네가 어떻게 아는 건가..?"


레델른의 반문이 곧 긍정이었고, 이에 노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푸른 연기라는 것이 네게 말을 거느냐..?"


”마, 맞다! 대체 푸른 연기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 건가!!”


레델른의 놀란 눈을 마주한 노인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마나의 정령..?"


고대 마법을 찾아다니며 알게된 수많은 지식들 중, 노인의 흥미를 가장 끌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마나에도 정령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의심이 많은 성격인터라 처음엔 노인은 그 존재를 부정했었다.


하지만 고대 마법이 실제로 발현 가능한 것임을 몸소 느낀 이후, 문헌에 언급된 마나의 정령에 관한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아이가 정말 마나의 정령에게 선택 받은 것이라면..


순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석을 발견한 여인처럼 눈을 반짝인 노인이 정신을 차리고자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마법은 더이상 쓰지 못 할 수도 있는 마당에, 나도 참 주책이구나. '


흥분으로 들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힌 노인이 문헌에서 읽었던 내용을 속으로 되새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노인은 크게 뜬 눈으로 레델른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얘야, 혹시 그 푸른 연기의 이름을 룬(Lune)이라고 생각하고, 그 연기를 한번 불러보지 않겠느냐..?"


"은혜를 모르는 짐승의 말은.."


레델른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려는 듯하자, 노인은 그 말을 가로막듯 서둘러 자신의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내가 말한 대로 해주지 않겠느냐?"


노인의 사과에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진 듯 표정을 푼 레델른이 새침하게 말했다.


".. 그게 뭔 줄 알고 내가 따라 말하나?"


"네게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피해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게다."


문헌에 적혀있던 마나의 정령에 관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 오히려 나중에는 네가 내게 감사하게 될지도 모르지."


거짓말 같아 보이지 않는 노인의 말에 레델른이 잠시 망설이 듯 푸른 연기를 바라보았다.


'룬'이라는 단어가 푸른 연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인이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부터 이미 푸른 연기는 전에 없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푸른 연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저 빠르게 회전할 뿐, 그 어떤 속삭임도 들려주지 않았다.


마치 저 노인이 말한대로 '룬'이라고 외치라는 것처럼.


"룬(Lune)!"


우렁찬 레델른의 외침이 푸른 연기를 향해 울려퍼졌다.


그러자 푸른 연기에서 눈을 뜬 채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


레델른은 재빨리 눈을 감으며 손으로 그 빛을 가렸다.


이에 레델른과는 다르게 애초에 푸른 연기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그 강렬한 빛을 보지 못한 바름이 다급하게 말했다.


"왜 그러나, 레델른!"


"갑자기 푸른 연기에서 빛이..!


레델른이 놀란 목소리로 대답하려는 찰나, 밝은 빛이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레델른의 귀에 들어왔다.


- 레델른!


푸른 연기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작게 속삭이듯 들렸던 이전과는 다르게 그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이에 의아함을 느낀 레델른이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눈을 뜬 레델른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마나의 정령은.. 실제로 존재했단 말인가!"


앞서 회오리치던 푸른 연기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경악과 환희가 뒤섞인 표정을 짓는 노인이 있었고.


- 이제 너랑 더 재밌게 놀 수 있게 됐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준 덕분이다!


푸른 연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작디 작은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푸른 빛을 은은히 발산하며 레델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


"그러니까.. 레델른. 네 말은.."


두룰린안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레델른의 몸 주변을 빠르게 돌아다니는 푸른 빛을 쳐다봤다.


"이 푸른 빛이 네가 이때까지 말했던 푸른 연기라는 말인가?"


푸른 빛을 한번 훑어본 레델른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름이 룬이라고 했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두둘리안이 레델른의 뒤에 조용히 서있는 괴상한 복장의 노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자는 왜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가?"


"그, 그건.."


푸른 빛을 이야기할 때와는 달리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레델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책임을 지려했을 뿐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두둘리안의 물음에 레델른이 그의 목소리를 짐짓 흉내내며 답했다.


"항상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라."


"..."


"아버지가 항상 내게 했던 말이 아닌가! 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우물쭈물하던 레델른이 당당하게 외치자 움집 안을 이리저리 쏘다니던 푸른 빛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더욱 밝게 빛났다.


마치 레델른의 말을 거드는 듯 했다.


"대체 이 노인의 어디가 다쳤단 말인가? 상처를 보여봐라."


"상처는 없지만 내가 다치게 한 것은 맞다."


"레델른, 그게 말도 안되는 소리란 것을 설마 모르는 것인가?"


두둘리안이 거대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레델른을 뚫어져라 보자 레델른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사실 레델른도 자기가 노인을 다치게 한 것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다.


그저 푸른 연기의 이름을 알려준 노인과 조금 더 대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다면.. 이게 마지막 방법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지은 레델른이 두룰리안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당분간만 이곳에 함께 머물게 해주면 안되겠나?"


"안 되겠다. 내 손으로 내쫓아야.."


"정.말.안.되.나? 부.탁.이.다"


레델른의 볼이 빵빵해지고 입술이 튀어나왔다.


이에 두둘리안이 놀란 듯 두 눈을 부릅 떴다.


"?!"


누군가는 탄탄한 근육질의 소년이 징그럽게웬 애교냐 말하겠지만, 레델른의 모습에 심장이 내려앉은 느낌을 받은 두둘리안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그럼 당분간 만이다."


"오! 고맙다! 역시 아버지가 최고다!"


레델른이 기쁨을 참지 못해 펄쩍 뛰자, 그 모습을 내심 흐뭇하게 지켜보던 두둘리안이 문득 노인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러자 노인이 살짝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둘리안이 혀를 차며 레델른에게 말했다.


"쯧, 그럼 이제 밥 먹을 준비 해라."


"알았다!'


두둘리안의 말에 레델른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노인과 함께 움집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바라보던 두둘리안이 외쳤다.


"당분간 만이다! 레델른!"


그리고 그 당분간이 1년이 넘는 시간이 될 줄은 이때의 두둘리안은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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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린 마법사와 몽둥이 24.05.14 17 0 12쪽
» 24.05.12 16 0 12쪽
5 진정한 망령? 24.05.11 16 0 12쪽
4 숲속의 망령 (3) 24.05.10 16 1 12쪽
3 숲속의 망령 (2) 24.05.09 19 0 12쪽
2 숲속의 망령 (1) 24.05.09 40 1 11쪽
1 프롤로그. 24.05.09 28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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