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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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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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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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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6.18 18:00
조회
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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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3쪽

행복한 권태율

DUMMY


새로운 1레벨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채현은 본격적인 연금술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 마법 식물이라는 것들은 던전의 레벨에 따라서 그 효능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같은 트리 포일이라도 1레벨 던전에서 채집했느냐, 2레벨 던전에서 채집했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다르지. 1레벨 던전에서 채집한 트리 포일은 2레벨 이하의 몬스터들의 마비 독을 해독하는 포션의 주재료로 사용되지만, 2레벨 던전에서 채집한 트리포일은······”


권태율의 기나긴 설명이 이어질수록 이채현의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깨작, 깨작.


부스럭, 부스럭!


깨작, 깨작.


그리고 권유리는 옆에서 과자 한 봉지를 뜯고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과연 이번엔 언제 터질까?


권태율은 이채현의 눈이 반쯤 감긴 모습을 보고 터치 스크린을 열심히 그려대던 펜을 놓았다.


연금술 연구에······ 관심 있던 거 아니었어?

연금술에서 가장 재밌는 분야만 간추려서 알려주는 건데, 왜 저런 동태 눈인 거야?


깨작. 깨작.


부스럭, 부스럭!


조용한 강의실 안에 과자 먹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심기가 뒤틀린 권태율의 눈에 그 모습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너······ 쉬는 시간에 먹으면 안 되겠냐?”

“내기에서 이겼잖아요.”

“너도 이채아한테 졌잖아!”

“전 할아버지하고만 내기했어요.”


자신은 이채아하고 내기한 적이 없단다.

그래서 내기에서 이긴 대가로 일주일 동안 수업 시간 때 간식을 먹겠단다.


“넌 양심도 없어!”


28%나, 30%나 100% 앞에서는 태양 앞이 반딧불이거늘!


“저는 사실만 얘기해요.”


권태율은 가슴을 퍽퍽 쳤다.


귀신은······!

귀신은 왜 저거 안 잡아가고, 뭘 하고 놀고 자빠진 거야!


“어? 수업 끝났어요? 유리 씨, 저도 과자 먹어도 돼요?”

“네.”

“잘 먹을게요. 앙.”


깨작, 깨작, 깨작.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두 연놈이 다시 지랄 댄스를 벌이고 있었다.


권태율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소리쳤다.


“이채현, 너! 연금술에 관심 있던 거 아니었어?”

“네? 관심 없는데요?”

“그래, 관심 있다는 녀석······ 뭐? 방금 뭐라 했어?”

“네? 관심 없는데요?”


앞에 한 말을 그대로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재생하는 모습을 보니 머리 위에 덮어놓은 뚜껑이 달그락달그락했다.


이놈을······ 죽여, 살려?


“후우······! 관심 없다고? 너 연금술 연구에 흥미 있다며!”


이채현은 권태율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사실 저는 최상급 마법 식물을 먹는 것만 관심 있어요.”


정확하게는 1레벨 던전에서 나오는 12종류의 마법 식물만.

던전 레벨이 올라갈수록 부작용도 점점 심해진다는데, 미쳤다고 그것들을 생으로 먹을까?


“먹는 것만······ 관심 있다고?”


권태율은 이게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린가 싶었다.


다른 연금술사들은 죽어도 하기 싫다는 게 마법 식물 섭취였다.

그런데 이놈은 마법 식물 섭취는 하고 싶은데, 연금술은 배우기 싫다네?


저번 던전에서 율사과를 먹고······ 맛이 좀 갔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하지 않을 텐데?


“네, 그러니까 1레벨 던전에서 나오는 마법 식물들을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어떻게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존경하는 스승님.”


······이놈을 대체 어이하면 좋을꼬?


한국 최고의 연금술사라는 자신의 머리로도 감히 감당이 안 되는 인물이었다.

문득 이놈 친누나라는 이채아가 떠올랐다.


걔는 얘를 27년 동안 봤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지?


······아아!

그것을 극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훌륭한 여장부로 장성한 거였군!


권태율이 그렇게 수업과 관계없는 생각을 이어 나갈 때, 권유리가 조용히 불렀다.


“할아버지.”


권태율은 그제야 자신이 딴생각에 빠졌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정신을 되찾았다.


“어, 그래. 뭐냐?”

“저도 던전 들어갈래요.”

“······안 된다고! 이번 던전은 끝났어! 네 자리 없어!”

“2세대.”


······어흑!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니, 지구를 팔아먹었니?


권태율은 한동안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 명상을 취해야 했다.


잠시 후, 강의실로 다시 돌아온 권태율은 이채현이 바라는 마법 식물의 부작용을 알려주었다.


“먼저 상현 버섯과 하현 버섯. 이놈들은 오한과 발열을 일으킨다. 독감의 두세 배 정도 된다고 보면 돼. ······클클!”


“트리포일. 이 녀석은 비염을 터뜨린다.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지. 가히 최악의 알레르기 비염을 경험하게 될 거다, 클클클!”


“다음은 브이캐럿. 아무런 가공 없이 생으로 먹으면 중증의 아토피를 불러온다. 살 껍질이 다 벗겨질 정도로 긁지 않으면 미칠 지경일걸? 클클클클!”


“그리고 숨결초. 약재로는 체력 포션의 주재료로 사용되지만, 그냥 먹으면 지독한 허기를 느낄 거다. 가지고 있는 부스트 드링크는 물론이고, 풀이고, 흙이고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모조리 입에 쳐넣게 되지. 그러다가 토하고, 다시 먹고. 어쩌면 입에서 쏟아낸 걸 다시 입에 넣을지도 모른단다, 제자야? 클클클클클!”


권태율은 귀신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이채현을 향해 마법 식물의 부작용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읊었다.

그의 얼굴에는 보이지 않은 글자로 ‘너 도 당 해 봐 라!’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어······ 부작용을 완화할 방법은요?”

“부작용 완화? 그런 거 없다니까? 클클클클클클! 그냥 먹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클클클클클클클!”


권유리는 할아버지가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이채현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존재라고.


평소 툭하면 성화만 내는 권태율이 언제 저렇게 만면 가득 미소를 지었던가?

권태율을 기쁘게 한 결과에 자신도 일정량 기여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흔하게 발견되는 건 아니지만 열풀이라는 것도 있다. 미열을 품고 있는 풀이지. 그놈을 먹으면 관절염에 걸린 것처럼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실 거다. 그거 경험하고 나면 80대 노인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걸? 클클클클!”


“마지막으로 트리크라운. 이건 정말 찾기 힘든 건데, 생긴 건 트리포일처럼 생겼어도 부작용은 완전히 다르지. 클클클! 만약 이걸 생으로 먹는다면 던전에서 내내 팬티 벗고 다니는 게 나을 거다! 클클클클클!”


이채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불쌍한 우리 근욱 씨!

그렇게 힘든 길을 걸어야만 하다니!


정말 이건 모두 퀘스트 때문이었다.

본인이 섭취해도 되는 거였다면 내가 몽땅!

······절반 정도는!

······한두 개쯤은!

대신 먹어줄 수 있을 텐데!


왕근욱 씨, 걱정하지 마요.

근욱 씨가 힘들어한 만큼,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다 줄 테니까!


이채현은 각오를 다지며 권태율에게 설명을 들은 마법 식물의 숫자를 세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응?

하나가 비는데?


“스승님, 12번째 마법 식물의 부작용은 뭔가요?”

“클클클······ 응? 뭔 12번째?”

“1레벨 던전에서 나오는 마법 식물이 총 12종류잖아요?”

“12종류? 11종류인데, 언제 하나가 더 발견됐대?”

“12종류 아니에요?”


빠른 검색을 마친 권유리가 대답했다.


“총 11종류에요. 아직 새로 발견됐다는 얘기는 없어요.”


······어?

퀘스트에 오타가 났나?


다시 한번 퀘스트를 살펴보니 1레벨 던전의 마법 식물 12종류가 맞았다.

이채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권태율을 향해 물었다.


“존경하는 스승님, 왜 12종류가 아닌가요?”

“그 존경하는 좀 작작 붙여! 그리고 1레벨 던전의 마법 식물이 총 11종류인 건 시험공부하면서 안 배웠어?”


······그랬나?

시험 성적 1등인 내가 왜 그런 기억이 없지?


*


1레벨 던전 공략을 내일로 앞둔 시점.

공략대를 책임질 2레벨 조승민 헌터가 이채아 인사팀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번에 이채아 팀장님 동생분과 두 번째로 던전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네, 딱히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안전한 공략 잘 부탁드려요, 조승민 공략대장님.”


이번이 이채아에게 점수를 딸 좋은 기회라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조승민이 어깨를 활짝 펴며 호탕하게 대답했다.


“하하, 아무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원딜 헌터도 평소보다 넷이나 더 지원받은 이상, 동생분이 채집할 장소도 최대한 말끔하게 보존하겠습니다!”

“감사해요. 하지만 그건 권태율 연금술사님이 요청한 일이니 그분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셔야죠.”


이채아는 자신의 동생인 이채현이 관련된 일이 아니라, 권태율이 이번 던전과 연관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시켰다.


“네, 물론 그분과 계약된 일인 만큼 평소보다 훨씬 신경 쓸 생각입니다. 그래도 던전이 평야 지역이니 눈을 감고 다니는 게 아닌 이상 몬스터를 놓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하하하!”


마냥 밀치는 건 좋지 않기에 이채아는 적당히 띄워주는 말도 곁들였다.


“삼족오의 2레벨 에이스인 조승민 헌터님만 믿고 있어요. 기분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는 분이 아니시잖아요.”

“무, 물론, 그렇죠! 참, 이번 공략 때는 여유가 있는 만큼 시간이 된다면 제가 동생분을 멀리서라도 종종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채현 씨에겐 왕근욱 씨라는 같은 채집팀원이 있으니 굳이 힘들게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아뇨, 아뇨! 평소였다면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평야 던전이니까요. 게다가 인력도 충분하고요. 절대 무리하는 게 아닙니다!”


이채아는 자신이 뭐라 말해도 조승민이 듣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우리 삼족오 길드의 완벽한 의뢰 완수가 최우선 목표니 모쪼록 계약된 내용을 잘 이행해주시길 바랄게요.”

“하하, 그건 당연한 얘기고요!”


별일이야 있겠냐만, 그래도 동생을 봐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감사할 일이었다.


이채아는 좋게좋게 생각하며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


던전 공략 당일.


게이트 앞에서 모든 준비를 끝마친 조승민은 길드원들을 대기시키고 홀로 이채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거네요?”

“······아! 안녕하세요?”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남자였다.

조승민도 그런 낌새를 눈치챘기에 바로 이름을 밝혔다.


“삼족오 길드의 2레벨 헌터 조승민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공략대를 이끌게 되었네요. 저번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몬스터들만 깔끔하게 토벌할 테니, 마음 느긋하게 채집을 진행하시면 될 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쪽 분은······?”


왕근욱이 넙죽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채현 형님의 짐꾼, 왕근욱입니다!”

“이야, 이번에 얼마나 채집하시려고 짐꾼까지 모셔오셨나요? 왕근욱 씨, 그럼 우리 이채현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네!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채현 형님을 지키겠습니다!”

“푸하핫! 채집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었나요? 목숨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 건 저희 삼족오 길드가 할 테니, 여러분은 그저 마음 편하게 채집만 해주시면 될 겁니다.”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럴 때 뭐라고 하던가요? 아, 만석을 기원하지요.”


조승민이 가볍게 손 인사하며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왕근욱은 또 한 번 이채현의 위대함에 충격을 먹었다.


우리 형님은 무려 2레벨 공략대장이 직접 찾아와 먼저 인사할 정도의 인물이었구나······!


“혀, 형님! 2레벨 헌터하고도 알고 지내세요?”


왕근욱의 감동한 듯한 목소리에 이채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4레벨 헌터도 아는데요, 뭐.”


그것도 과자를 같이 나눠 먹을 정도로 꽤 친한 사이?


“오오! 형님은 대체 예전에 뭘 하던 분이셨나요?”


어······ 내가 예전에 뭘 했었지?

방구석 집귀신?


“아, 이제 들어가려나 보네요. 우리도 어서 가죠!”

“아, 네, 네!”


이채현과 왕근욱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채집팀이 헌터들과 함께 던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말

# 내용 수정

[마법 식물 섭취 퀘스트]의 10종류가 -> 12종류로 2종류 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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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위대한 이채현 형님! +6 24.06.17 3,787 109 17쪽
30 가족애 넘치는 남자 +7 24.06.16 4,306 1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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