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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37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6.17 18:00
조회
3,787
추천
109
글자
17쪽

위대한 이채현 형님!

DUMMY


왕근욱은 루나 레머디를 나오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반지하 원룸 월세방인 그의 거처에는 허리를 다친 안유림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24시간 내내 자리에 누워 있었다.


“엄마! 저 왔어요!”

“후우! 후우!”


안유림은 누운 자세에서 들어 올리던 아령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래, 왔어?”

“엄마! 병원에서 무리하지 말랬는데,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 어떻게 해요!”

“엄마 몸은 엄마가 잘 알아. 그리고 이렇게 근력을 유지해야 허리 나았을 때 바로 미장일 시작할 거 아냐?”


안유림은 남편을 잃고 난 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운 억센 여장부였다.

왕근욱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여자치고는 큰 키에 힘도 좋아 40kg 시멘트 한 포도 척척 들어 올렸다.


하지만 막내딸인 왕하늘이 불치병에 걸리며 보험이 적용 안 되는 막대한 병원비가 들기 시작하면서 가세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집도 방 3개 아파트 자가에서 점점 줄어들어 현재의 반지하 원룸 월세방이 되었고, 큰아들인 왕근욱이 짐꾼 일을 열심히 해도 현상 유지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하루에 두 탕을 뛴 게 화근이었다.

주간에 이어 야간까지 무리해서 일하다가 허리가 나간 것이었다.


전치 16주.

상당히 오랜 기간 일을 접어야 했다.

그만큼 왕근욱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었으니, 엄마로서 어떻게든 하루빨리 일선에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이제 엄마가 일 안 해도 돼요! 나 이번에 채집팀에 계약했어요!”

“채집팀? 그게 무슨 소리니?”


왕근욱은 신이 난 아이처럼 이채현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뭐, 한 달 1천만 원에 계약했다고? 그것도 기본급으로?”

“응, 응! 그러니까 엄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푹 쉬면 돼요! 아니, 하늘이가 있는 병원에 같이 입원해서 치료받을래요?”


처음에는 순진한 아들 녀석이 어디 가서 호구 잡힌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루나 레머디가 무슨 회사고, 권태율이 누구인지는 모를 수 없었다.

설마 빚만 잔뜩 안고 있는 왕근욱을 속이자고 그런 거대한 일을 꾸몄을 리도 없고, 도무지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아······

이채현인가 뭔가 하는 남자가 혹시 우리 왕근욱보다 더 호구인가?


“그래? 그래서 계약서는?”

“계약서요? 그게 왜 필요해요?”


허이고, 그러면 그렇지!

그저 미끼였구만!


“너, 그러다가 돈도 못 받고 이용만 당할 수 있다?”

“아니에요! 이번 달 기본급도 이미 1천만 원 받았잖아요!”

“그거야 첫 달만 그러는 거지! 이후에는 돈이 안 된다고 계속해서 보수 지급을 미루고 너만 뼈 빠지게 일할지도 몰라!”

“우리 자애로운 이채현 형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엄마도 형님을 보시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되실 거에요!”


봐라, 봐라!

이 순박한 놈이 벌써 이렇게 코가 꿰였네?

내 허리만 멀쩡했어도 당장 허튼소리 하는 이채현이란 놈에게 찾아가 허리를 반으로 접어줬을 텐데!


“너, 나중에 계약서 받을 일 있으면 꼭 엄마에게 가져와야 한다? 그놈이 분명 독소조항 같은 거 숨겨놨을 테니까!”

“우리 위대한 이채현 형님은······!”

“왕근욱! 엄마 말 안 들어? 알았어, 몰랐어?”

“······알았어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채현이 왕근욱보다 호구 같은 남자면 좋은 거고, 그게 아니라 왕근욱을 이용해먹으려는 교활한 남자라면 어떻게든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했다.


루나 레머디와 권태율을 모르진 않았으나, 세상에 사기꾼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안유림이 이채현을 의심하는 모습에 왕근욱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이번에도 그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유림이 원하는 계약서가 등장한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아드님을! 왕근욱 씨를 제게 주십시오, 어머님!”


이채현이 아침 일찍 계약서를 들고 왕근욱 집에 찾아온 것이었다.


‘계약은 빨리하는 게 좋을 거다. 그래야 다른 길드에게 대항력이 생기는 거니까.’


이채아의 충고를 듣자마자 이채현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 사이에 누가 이 귀한 짐꾼을 채가려면 어쩌려고?


계약서에 싸인이 끝나야 진정한 자기 사람이 되는 거라는 말에 아침밥도 거른 채 지하철 첫차를 타고 들이닥쳤다.


왕근욱의 집은 서울 시내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허름한 동네의 노후한 빌라 반지하였다.

아침인데도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등을 켜지 않으면 실내가 어두컴컴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힘겨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니!

내가 기필코 우리 착한 왕근욱 씨 호의호식하게 해줘야지!


이채현은 새로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그런 이채현의 모습을 안유림은 미심쩍은 눈으로 지켜보았다.

계약서를 살피면서 간간이 훑어본 이채현의 모습은 왕근욱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해맑은 사내였다.


아니, 지금의 왕근욱은 그런 해맑음이 많이 사라졌으니, 이채현이 첫 번째인 건 분명했다.

그 모습이 꾸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점점 사기꾼에서 호구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졌다.


“정말······ 이 계약 내용 그대로 싸인해도 괜찮겠어요?”


계약 내용은 터무니없이 좋았다.

오히려 을이 갑을 걱정해줘야 할 정도였다.


그저 한 달에 1천만 원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인데, 거기에 더해 추가 수익금의 10%까지 주겠다고 한다.

또한, 계약 당사자 중 어느 한 명이 원하는 즉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다.

아무런 위약금 없이.


너무나 깔끔한 내용에 두 번, 세 번 뒤집어봐도 독소조항 따위는 단 한 줄, 한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그야말로 연금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네! 제가 우리 왕근욱 씨를 책임지겠습니다! 왕근욱 씨를 꽃길만 걷게 해드릴게요!”

“크흑······! 혀, 형님······!”


개구리같이 말랑한 사내가 와서 우리 곰 같은 아들놈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거기에 더 나아가 꽃길만 걷게 해주겠단다.


엄마로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설마······ 그, 그런 건 아니겠지?

우, 우리 아들이 돈 많은 재벌 3세의 노, 노리개······


안유림은 고개를 세차게 돌리며 생각을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그런 야릇한 기류를 못 읽을까?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그쪽(?)보단 그저 의형제 정도로 보는 게 타당했다.


응······ 그럴 거야······ 그래야 해······!


“모쪼록······ 우리 아들 녀석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제가 왕근욱 씨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


왕근욱은 1레벨 던전의 짐꾼 역할로 3일 동안 일했다.

이건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계약한 것이라 안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채현의 채집팀으로 다른 던전에 들어가는 것과 일정이 겹치지도 않았기에 남는 시간 동안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어이, 왕근욱. 내 갑옷 좀 들어 줘야지?”

“손이 좀 남지? 자, 여기 내 타워 실드.”


이번에 처리한 게이트는 산속에 위치해서 차가 있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크로우 길드의 헌터들은 평소처럼 짐꾼들에게 자기 짐을 떠넘겼고, 그 중의 왕근욱은 가장 좋은 먹잇감이라 할 수 있었다.


왕근욱은 자신을 향해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는 헌터들을 내려보았다.

평소였다면 바로 굽신거리며 그들의 짐을 들어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왕근욱 씨, 이제 근욱 씨는 제 사람이에요! 그러니 저 말고 아니, 저를 포함해 다른 사람한테도 절대 굽신거리지 마세요!’


위대한 이채현 형님이 일러주셨다.

이채현 형님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그렇기에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왕근욱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마음으로 외쳤다.


“시, 싫어요!”

“······뭐?”

“아니, 이게 미쳤나?”


헌터들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할 뻔했지만, 이채현이 율사과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전능한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용기를 얻었다.


“저, 저는 짐꾼이지, 여, 여러분의 심부름꾼이 아니에요!”

“허······! 야, 돼지! 너 이제 우리 길드에서 일 안 받고 싶어?”

“이게 오냐오냐해주니까, 요새 정신줄을 놨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처음 한두 번이 어려운 일이었다.

왕근욱은 용기백배하여 말했다.


“저는 이제 채집꾼을 할 겁니다! 안 불러주셔도 아니, 다음부터는 절 찾지 말아 주세요!”

“······크크큭! 짐꾼 말고 채집꾼을 하겠다고? 왜, 먹을 게 없어서 풀뿌리라도 뜯어 먹게?”

“크하핫! 채집꾼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 줄은 알고?”


왕근욱이 이채현을 떠올리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우리 위대한 이채현 형님이 채집으로 당신들보다 훨씬 많이 버시거든요? 저번에도 1,500만 원이나 버셨어요!”

“푸하하핫! 고작 한 번 심 본 거 가지고 거기에 홀라당 넘어간 거야?”

“크큭! 뭐? 위대한 이채현 형님? 뭐, 위대한 사기꾼쯤 되는 건가? 크캬캬캬캭!”


자신을 향한 욕은 얼마든지 넘길 수 있어도.

전능한 이채현 형님을 욕보이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었다.


감히······!

우리 이채현 형님을 조롱하다니!


“사과하시죠.”


왕근욱이 얼굴을 싹 굳히며 목소리를 깔았다.


“푸풋! 갑자기 사과를 왜 찾아?”

“이놈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왕근욱의 솥뚜껑 같은 두 손이 두 헌터의 어깨를 붙잡았다.


꽈악!


“끄억! 너 지금 무슨······!”

“큭! 이 새끼가 갑자기 죽고시······!”


왕근욱이 고개를 내리며 다시 주문했다.


“우리 위대한 이채현 형님께, 사과하라고 말했습니다.”


헌터들은 겪어보지 못한 공포감에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헌터라고 해봤자 아직은 1레벨.

일반인보다 훨씬 강하기는 하지만, 왕근욱처럼 어나더 레벨의 일반인과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물론 스킬을 써서 공격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고된 보스전을 끝내고 마나가 모두 떨어진 상황.

체력까지 기진맥진해 왕근욱의 우악스러운 손아귀를 벗어날 힘이 없었다.

무엇보다 평소 보기만 해도 괴롭혀주고 싶은 순둥순둥한 왕근욱의 얼굴이 암컷에게 차인 성난 불곰처럼 변한 모습에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아아······ 사, 사과할게······!”


한 사람이 사과하자 왕근욱이 다른 사내에게 물었다.


“사과, 안 하십니까?”

“아, 아니, 나는 아무 욕도······!”


꾸욱!


“끄으윽! 하, 할게! 사, 사과한다고! 끄윽!”


그제야 왕근욱은 두 헌터를 풀어주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처음이니 이것으로 용서하겠지만, 우리 이채현 형님을 다시 욕보인다면 그땐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가만히 있진 않았는데?


꾸드득!


왕근욱이 주먹을 불끈 쥔 모습에 두 헌터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어어, 아, 알았다고!”

“미, 미안하다고!”


자신을 괴롭히러 온 헌터들이 부리나케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왕근욱은 또 한 번 감탄했다.


역시······ 이채현 형님!

형님의 말대로 하면 틀리는 게 없구나!

그동안 자신을 거리낌 없이 학대해 온 저 무시무시한 헌터들까지 바퀴벌레처럼 물리치시다니!


왕근욱의 마음속에 이채현을 향한 경외심이 새롭게 쌓여갔다.


*


크로우 길드에서 짐꾼 일당을 정산받은 후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왕근욱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우리 왕근욱 씨, 돈은 좀 만져봤나?”


사채업자의 행동대장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거대한 왕근욱에게 팔을 가까스로 걸칠 수 있을 정도로 그 또한 한 덩치 하는 편이었다.


“대출금 빠지는 날은 내일일 텐데요?”


왕근욱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평소에는 바들바들 떨면서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내일까지는 마련할게요!’라고 하소연하던 게 지난달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시베리아 불곰 같은 험상궂은 기세가 풍겨 나왔다.


“그래, 그래, 내일 맞지. 나는 그냥 우리 근욱 씨가 또 돈이 부족하다고 연락 안 받고 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크크큭, 엄마에 여동생까지 어디 있는지 다 아는데, 우리 근욱 씨가 그럴 리가 없겠지?”

“불쾌합니다.”

“······응? 무슨 소리야?”

“우리 근욱 씨라고 절 부를 수 있는 건, 오직 이채현 형님, 한 분뿐이에요.”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이자와 원금 합쳐서 548만 원이죠? 지금 바로 입금해드리죠.”


왕근욱이 실제로 스마트폰을 조작해 돈을 입금하자 남자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됐나요?”

“······어? 어, 어! 됐지! 아무 문제 없지! 아, 앞으로도 이렇게 재깍재깍 잘 갚아 달라고?”

“그럴 거예요.”

“······어, 어, 그래! 우리 근욱 아, 아니, 왕근욱 씨 뭔가 괜찮은 건수라도 잡았나 봐?”


왕근욱은 말없이 남자를 지그시 쳐다봤다.


뭔 놈의 눈빛이······ 저렇게 사나워?

설마 던전에서······ 사람 한두 명 담그고 나왔나?


기세가 눌린 남자가 꼬리를 내렸다.


“그래, 그래! 나야 왕근욱 씨가 이렇게 대출금만 잘 갚으면 됐지! 그럼 다음 달도 이번처럼 잘 부탁한다고?”


남자가 엉거주춤 길을 나섰다.

왕근욱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역시······ 이채현 형님!

그 호랑이 같던 사채업자 행동대장까지 꼬리 내린 말티즈처럼 돌변하게 하시다니!


이채현을 향한 경외심이 켜켜이 쌓여갔다.


왕근욱의 다음 행선지는 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


“······쓸데없이 왜 왔어.”


새 다리처럼 뼈밖에 없는 동생의 모습은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쿵 내려앉았다.


병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액으로만 간신히 영양분을 공급받는 신세.

과연 하루하루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이젠 시간이 많아져서 종종 병문안 올 수 있을 거야.”

“시간이 남으면 알바라도 할 것이지.”


왕하늘은 올 때마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타박했다.

매번 치료를 안 받겠다고, 그 돈 엄마나 오빠 쓰라고 성화를 부렸다.


처음에는 자신과 엄마가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 준다고 동생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날.

깜빡 잊고 놓고 온 게 있어서 병실에 되돌아간 그 날, 목격하고 말았다.


‘아파······! 너무 아파······! 나도······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흐흑!’


이불을 뒤덮고 숨죽여서 흐느껴 울던 동생의 모습에 그제야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는지 고스란히 깨달았다.


하늘아······!

이 오빠가······!

돈 많이 벌어서 반드시 널 낫게 해줄게!


불치병이라고는 하지만, 돈만 있으면 증상을 완화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의 수입으로는 그저 생명을 연장해주는 게 고작이었으나, 이 이상을 벌 수 있다면 그녀가 안 아프게, 어쩌면 몸을 일으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왕근욱은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왕하늘의 날 선 대꾸에 부드럽게 대답했다.


“응, 알바는 이따가 할 거야.”


왕하늘이 잠시 멈칫거렸다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여기서 뭘 미적거려? 빨리 사라지든지.”

“응, 너 좀 지켜본 후에.”


왕하늘은 왕근욱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짜증을 부렸다.


“시간 참 많아. 뭐······ 나만 하겠냐만.”


한참 침묵이 이어졌다.


왕하늘은 왕근욱이 자신을 푸근한 미소와 함께 지켜보는 모습을 보며 다시 불퉁하게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영양 주사는 왜 신청했어? 돈 아깝게.”

“이젠 매주 아니, 매일 맞을 수 있을 거야.”

“미쳤어? 그게 얼만데!”

“하하! 그렇게 소리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주사 효과가 좋긴 좋구나?”

“······돈을 길바닥에 버려요, 버려!”


다시 또 침묵이 이어졌다.


왕근욱은 애써 입술을 삐죽이는 동생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조금만 기다려, 하늘아!

내가 이채현 형님을 따라 돈을 왕창왕창 벌어서 반드시 널 걷게 해줄게!


매일 병실에서 주사만 맞고 누워 있어야 하는 동생을 보노라면 가슴속 깊은 어딘가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왕근욱은 눈물이 고일 것 같은 느낌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또 올게. ······푹 쉬어.”

“······이제 좀 편히 쉬겠네.”


왕근욱이 큼지막한 손을 흔들며 병실을 나섰다.

그가 입구를 통과할 즈음, 왕하늘이 들릴 듯 말 듯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말했다.


“······고마워.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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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가족애 넘치는 남자 +7 24.06.16 4,306 1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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