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6 20:31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24,053
추천수 :
534
글자수 :
964,415

작성
24.05.09 23:03
조회
17
추천
1
글자
9쪽

즐거운 훈련 (2)

DUMMY

196화


손가락 세 개를 날려 먹은 대가로 소환을 완료한 하지운이 게거품을 튀겨 가며 힘차게 외쳤다.


“엎드려, 이 쌰앙!!”


하지운의 염려 가득한 외침에 엘프녀와, 그녀를 짝사랑 중인, 금 부장이 부둥켜안고 바닥을 굴렀다.

드라마 주인공 뺨치는 금 부장의 사랑스러운 슬라이딩에 늙은 엘프의 죽은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뭐 해? 이 밥통 같은 년아! 네년이 잘하는 거 당장 하라고!!”


하지운의 표독스러운 쌍소리와 물대포에 파편이 되고 있는 수십 그루의 아름드리나무들 때문에, 두 남녀 좀비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금세 파탄이 나 버리고 말았다.


칠 미터 팔십에 달하는 코끼리머리 괴물을 목격한 엘프녀가 침착하게 저주를 완성시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웬 마초적인 남성미를 뿜어 대는 좀비 사수에게 몸이 깔린 채로 정신을 집중하느라, 심신의 고달픔이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하지운의 쌍욕 섞인 격려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족히 일박 이 일은 걸렸을 엄청난 대역사였던 것이었다.


마력의 흐름에 예민한 코끼리머리가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운을 향해 신나게 물대포를 쏴 갈겨 대던 놈이, 갑자기 움찔하더니, 급하게 고개를 돌려 포신을 두 좀비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딜 봐? 이 코 큰 새끼야!”


비열한 하지운이 그 순간의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양손으로 마력을 잔뜩 때려 넣더니, 미친년 방아 찧듯, 마구잡이로 휘둘러 버렸다.

그러고선 불덩이를 네 개나 만들어서 날리고는, 번개까지 불러일으켰다.


열 개의 바람의 칼날이 코를 향해 날아가고, 스무 개가 생식기를 향해 날아갔다.

두 목표물이 다 사이즈가 어마어마해서 대충 날려도 어딘가에는 맞을 거 같았다.


혹시라도 코끼리 아저씨가 잽싸게 피해서 아저씨의 생식기가 잘리지 않을까 봐, 아저씨의 전후좌우로 불비도 쏟아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벼락은 그냥 덤이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개폼에 공을 많이 들이며, 여유로움을 과시해 대던 코끼리 아저씨가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이 아저씨는, 천하의 개잡놈과 싸우는 도중에 개멋에 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정도로, 실전 경험이 많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저승의 버프 덕에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막강해진 코끼리머리가, 사지에다가 코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 개의 기둥을 미친 듯이 휘둘러 댔다.

정수리로 내리꽂혀 오는 벼락은 마력을 잔뜩 실은 코를 휘둘러 후려쳐 내 버리고,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에는 마력 품은 양 주먹을 정신없이 날려 댔다.

그 와중에 사방에서 번져 오는 불길은 양발을 방정맞게 굴러 대며 진화해 갔다.


하지운의 마법 선물 세트를 어찌어찌 막아 내고 한숨 돌리려는 코끼리 아저씨의 면상이 단숨에 일그러지고 말았다.


“크흐흐흐흑. 코 큰 새끼야, 좆같지? 내가 그 기분 잘 알아.”


극도로 흥분한 코끼리머리 괴물이 굉음을 뿜어내며 엘프녀를 향해 돌진하려 하였다.

동시에 하지운은 금 부장을 향해 피신을 명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내 둘은 아득히 멀어져 가는 좀비 남녀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주가 걸리기가 무섭게, 금 부장은 골골대는 엘프녀를 안아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저, 저... 저 괘씸한 연놈들 좀 보소!”


시작되는 연인들을 보며 단순히 배알이 꼴리는 기분에 힘겨워하는 하지운과는 달리, 코끼리 아저씨는 두 눈을 껌뻑거리며 망연자실한 감정을 감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금세 마음을 진정시킨 하지운이 고개를 들어 코끼리머리 용사와 눈을 맞추었다.


“자, 내가 쏠 테니까, 너는 막거나 피하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자, 그럼 쏜다.”


하지운의 손에는 어느새,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벌크업을 시킨, 엘프의 활과 방금 팔에서 뽑아 놓은 꼬챙이 두 개가 들려 있는 것이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날린, 자체 제작한, 화살 두 발이 코끼리머리 용사의 소중한 두 알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하지운은 상상치도 못한 괴이한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이 순간만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눈물만 글썽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미친 저승사자들이... 내 전투 수행 능력에 맞춰서 조정했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였어?”


코끼리머리 용사의 생식기와 고환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더니, 회음부에 착 달라붙어 버린 것이었다.


“하아... 손발도 아니고, 저게 저런 식으로 움직인다고? 내가 코뿔소 놈들한테 한 짓거리들이 그렇게 고까웠다 이거지?”


하지운은 순간 영혼이 산산이 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앞으로 만나는 새끼들마다 죄다 거시기가 제멋대로 움직일 거란 얘기잖아! 그래, 어디 마음껏 움직여 봐라! 내가 끝까지 못 맞추나! 너 이 새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거기다 맞춘다!”


일순간에 하지운의 머리 위로 오만 발이 넘는 꼬챙이가 생성되었다.

난데없이 머머리가 되어 버린 하가 놈이 귀기를 줄줄 흘려 대며 코끼리 아저씨에게 충고 한마디를 전했다.


“잘 피해라, 이 씨발놈아.”


다른 기예들이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하지운은 꿋꿋하게 화살만 날렸다.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피해 내는 코끼리머리 용사를 보고도, 하지운은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묵묵히 활시위만 당겨 댔다.

분당 천이백 발의 발사 속도로 양 눈알과 가랑이 사이에만 집요하게 화살을 날려 대는 모습이 그렇게 강직해 보일 수가 없었다.

다른 세상에서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굳건한 정신을 과시하는 의지의 한국인 하지운이었다.


코끼리 아저씨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닌데, 화살을 그저 피하고만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연하게도, 코뿔소머리들이 했던 것처럼 안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몸통 박치기를 시도해 본 것이었다.

명색이 코끼리머린데 엄니가 장식으로 달린 것도 아니고, 팔 미터에 가까운 신장까지 고려하면, 몸통 공격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굳이 안 맞아 봐도 알 일이었다.


문제는 하지운이 그걸 미련하게 맞아 주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코끼리 아저씨가 보여 준 담대한 돌진의 결과는 참혹했다.

정정당당이란 단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하가 놈이다.

코끼리 아저씨의 왼발이 땅에 닿으려는 바로 그 순간에, 바닥을 푹 꺼지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운의 무지막지한 손찌검에 굴하지 말라고, 반올림하면 팔 미터인 신장에 십이 톤의 무게가 나가는, 중장갑 괴수로 업그레이드해 준 저승사자들이었다.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심사가 뒤틀려 버린 하지운이 한층 더 추잡스러운 쟁투를 이어 나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구덩이에 디딤 발이 빠지는 바람에 중심을 잃은 코끼리 아저씨가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바닥에 나자빠지고 말았다.

십이 톤이나 나가는 몸뚱어리의 하중을, 경사진 구덩이를 밟은, 한쪽 발목이 버텨 내야 했으니 발모가지가 남아날 리가 없었다.

워낙 뼈대가 튼튼한지라 완전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재빠른 회피는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왼 발목에서부터 올라오는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코끼리머리 용사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위험 신호에, 울화가 터져 버리고 말았다.

코끼리머리 용사가 자빠지기가 무섭게 놈의 등 뒤로 돌아 와서 활을 겨눈 하지운이, 놈이 몸을 일으키려 하는 순간에, 놈의 항문을 향해 화살 수십 발을 연달아 쏴 갈겨 댄 것이다.

다급해진 코끼리머리 용사가 급한 대로 미친 듯이 꼬리를 휘둘러 화살을 쳐 냈고, 몇 발은 엉덩이에 맞고 튕겨 나가 버렸다.


“거 참, 빈틈이 없는 친굴세. 네가 이러면 내가 정말 견딜 수가 없는데.”


잠시 후 항문 방어에 여념이 없는 코끼리머리 용사의 주변을 개망나니 소대가 물샐틈없이 둘러싸 버리게 되었다.

멈추지 않고 활질을 해 대는 와중에도, 하지운은 양쪽 엄지발가락만 밖으로 삐져나오게 만들어 순식간에 복제 인간들을 쏟아 내 버렸던 것이다.


손발에 꼬리까지 동원해서 필사적으로 화살을 막아 내던 코끼리머리 용사가 갑자기 멈춰 버린 화살 공격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던 코 큰 용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기함을 해 버리고 말았다.

스물일곱이나 되는 똑같이 생긴 악귀들이 활에 화살을 재고는 실실 쪼개고 있던 것이었다.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짝다리를 짚고 있던 하지운이 위로의 한마디를 남겼다.


“발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줄 알았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4 1 10쪽
» 즐거운 훈련 (2) 24.05.09 18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20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5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22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9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8 1 10쪽
191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3) 24.04.28 30 1 10쪽
190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2) 24.04.25 22 2 9쪽
189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1) 24.04.23 24 1 10쪽
18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1) 24.04.21 21 1 9쪽
187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0) 24.04.19 24 1 10쪽
186 새 역사 창조의 건아 (9) 24.04.17 24 1 9쪽
185 새 역사 창조의 건아 (8) 24.04.16 31 1 10쪽
184 새 역사 창조의 건아 (7) 24.04.13 29 1 10쪽
183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24.04.11 27 1 9쪽
182 새 역사 창조의 건아 (5) 24.04.09 25 1 9쪽
181 새 역사 창조의 건아 (4) 24.04.07 33 1 9쪽
180 새 역사 창조의 건아 (3) 24.04.05 30 1 10쪽
179 새 역사 창조의 건아 (2) 24.04.03 29 1 10쪽
17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 24.04.02 30 1 11쪽
177 웬도버의 봄 (15) 24.03.28 33 1 12쪽
176 웬도버의 봄 (14) 24.03.26 33 1 10쪽
175 웬도버의 봄 (13) 24.03.25 34 2 10쪽
174 웬도버의 봄 (12) 24.03.22 31 1 10쪽
173 웬도버의 봄 (11) 24.03.21 31 1 10쪽
172 웬도버의 봄 (10) 24.03.18 35 1 10쪽
171 웬도버의 봄 (9) 24.03.17 40 1 10쪽
170 웬도버의 봄 (8) 24.03.15 32 1 9쪽
169 웬도버의 봄 (7) 24.03.13 38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