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두문불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18.05.18 05:16
최근연재일 :
2019.03.24 06:0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51,840
추천수 :
255
글자수 :
502,216

작성
18.06.01 22:10
조회
989
추천
5
글자
12쪽

개경전투

반갑습니다!




DUMMY

6. 개경전투


젊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치기로 김역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해 그다지 두려움은 없었다.


하나 막상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치자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로서 시대를 외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엄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러 왔다.


불현 듯 요동 정벌의 참가로 떨어져 있게 된 어여쁜 약혼녀 왕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쩌면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길함 속에서도 씩씩하게 밝은 웃음을 보여 가며 배웅했던 왕영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흐르기도 하였다.


회군이 결정되기 전 좌우도통사는 이러한 상소를 올리기도 하였다.


‘근자의 애로사항을 조목별로 적어 도평의사사지인 박순 편에 보고를 드리게 했으나 아직 윤허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가의 대사를 치르면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불충이오니 어찌 죽음을 피하고자 잠자코 입을 닫고 있겠사옵니까.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나라를 온전히 지켜나가는 길이니 우리 고려는 삼국을 통일한 이래 성실히 큰 나라를 섬겨 왔으며 공민왕께서는 명나라에 귀복하면서 ‘자손만대에 이르도록 신하가 되겠나이다’ 라는 표문을 올려 지극한 정성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전하께서도 그러한 뜻을 이어···’


이러함에도 우왕과 최영은 회군을 허락하지 않았다. 군영은 해괴한 소문이 떠돌면서 탈영병이 속출하였다.


우군도통사 이성계가 친위병을 거느리고 동북쪽으로 진군했다는 뜬소문에 기겁한 좌군도통사 조민수는 그의 군막을 찾아갔다. 이후 본격적인 회군이 이뤄졌다는 말을 김역은 최길충으로부터 들었다. 그런 뒤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성계가 온화한 눈빛으로 회상하듯 말하였다.


“네 아버지가 생존해 계신다면 내게 많은 도움의 말을 해 주셨을 텐데···”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도통사는 입을 떼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치를 들어 회군 요청의 상소를 올렸으나 주상께서는 잘 살피지 않으시고 팔도도통사 최영 대감은 이제 노쇠해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군사들과 직접 주상을 뵈옵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자세히 아뢴 뒤 측근의 악인들을 제거해 백성을 안정시키려 한다···”


김역은 떨구고 있는 고개 밑으로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추켜 떴다.


‘반란?’


윤허 없는 회군 자체가 반란을 뜻하기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주체로부터 그러한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우르르 내려앉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이어진 도통사의 말은 김역의 가슴을 울컥거리게 하였다.


“이것이 잘못된 일이더냐? 진정 나라와 백성을 생각한다면 옳은 결정이었노라고 네 아버지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버지란 말에 김역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높지 않은 벼슬이었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관직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는 학자에 가까웠다.


무수한 변란과 우매한 임금 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사리를 쫓지 않고 공리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간혹 이성계 장군이 찾아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가고는 하였다.


김역이 열여덟이란 나이로 아버지의 학식과 가문의 후광으로 과거시험 없이 음서로 관직 생활을 시작할 때 누구보다 기뻐하며 격려해줬던 분이 이성계 장군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꼴이 뭐란 말이더냐. 거기에 아버지의 말이 나오니 면목없음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순 도통사의 인자한 면모가 차갑게 변하였다.


“군율을 어긴 건 법으로 다스려야 할 일! 우선 개경으로 압송하라!”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 뒤 투구를 집어 들고 군막 바깥으로 나가던 도통사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김역의 등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방원이가 널 신신당부 했더니라···”


도통사 일행의 발자국이 빗줄기 속으로 파묻히는 걸 들어가며 김역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


요동 원정군 5만의 부대는 빠른 속도로 개경을 향해 회군하였다.


요동정벌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하여 위화도에 도착한 그 기간보다 훨씬 단축된 열흘 정도의 시간이 회군에 걸렸다.


기병과 경보병으로 이뤄진 선발대의 행군은 말할 것도 없이 본진의 회군도 빠르기만 하였다.


김역은 두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로 회군의 후발대인 군수품 수송대를 따라서 개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많은 수의 탈영병이 붙잡혀서 김역과 같은 꼴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왕을 갈아치울 역모가 틀림없을 이 거사가 성공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했을 때 군율을 어긴 죄는 있다지만, 반란으로 새로 등극한 왕이 사직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특별 사면해 줄 거라는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다.


김역 역시 그러한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미간을 펴지 못한 굳은 얼굴엔 자책심만 깊어갔다.


순간적인 결단의 실수로 평생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니 자기 자신을 향한 이 울분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사리분별을 가려가며 행동에 옮겼어야 하거늘 뭐가 겁이 나서 덜컹 시키는 대로 했는지 그러한 자신의 태도가 한없이 밉기만 하였다.


뼈를 깎는 자학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건 반란이 성공하면 장창모 장군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이란 믿음이었다.


무엇보다 최길충이 자기의 명예를 위해 구명 활동을 펼 것이고, 또 벗인 우군도통사의 아들 이방원도 가만있지는 않으리라고 보았다.


탈영병들은 족쇄가 채워진 채로 공성전에 쓰려 했던 무기들을 이동하는데 동원되었다.


여덟 마리의 소가 시위를 끌어당길 정도의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팔우노는 거대한 화살을 여러 개 장착해 쏠 수 있는 파괴력이 강한 무기였다.


손으로 줄을 잡아당겨 적의 성안으로 돌을 날리는 투석기에다, 적의 성문을 부술 때 사용하는 당거 및 수레에 망루를 설치해 그 위에 올라가 적의 성을 관측할 수 있는 누거 등은 무게가 많이 나가 빠른 회군 속도에 지장을 주었다.


기병과 경보병들은 일부 필요한 장비만 가지고 갔기에 많은 수의 장비는 군수품 수송대가 이끌고 회군하였다. 그럴 때 군법을 어긴 탈영병은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장비와 식량과 보급품과 그 외의 말을 이끌고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을 도하할 때는 진창에 빠진 마차 바퀴를 밀어야 하는 등 비와 더위로 고생이 여간 아니었다.


탈영병들은 죄를 사면해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모진 멸시와 억압을 견디어가면서 솔선수범을 보여 나갔다. 다시 원정군에 편성해 준다면 목숨을 다해 충성할 것이란 마음도 다 잡았다.


장창모 장군의 부대는 본진에 앞선 선발대였기에 그 부대에 속한 최길충은 만나볼 수가 없었다.


김역은 주먹밥 한 덩어리로는 허기를 면하기가 어려워 그 친구가 절실히 생각나기도 하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러한 고행을 예상했는지 최길충은 수송대의 아는 대정에게 얘기해놔 밤이면 김역을 따로 불러내 허기를 면하게 해주는 우정을 보였다.


말을 타고 활을 쏘고 무예를 연마하며 별 어려움이 없이 자란 권문세족 도련님 김역은 주먹밥을 씹어가면서 갚을 길 없는 최길충의 고마움에 눈물을 보이고는 하였다.


***


음력 5월 22일 위화도를 출발한 회군 선발대는 6월 1일 개경 인근에 도착하여 어렴풋한 성도를 눈앞에 두고 본진이 오기를 기다렸다.


때마침 이성계의 사병으로 종군에서 제외됐던 동북지역의 무인과 여진인들이 우군도통사의 회군 소식을 듣고 천여 명이 밤낮을 다투어 모여들어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본진이 도착하고 난 6월 3일부터 개경 수비군과 요동 원정군 사이에는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앞서 전국에 왜적의 침입이 그치지 않고 이어졌는데, 특히 음력 5월 13일 양광도 40여 군에 왜구의 침구가 심하여 우왕은 도흥, 김주, 조준, 곽선, 김종연 다섯 원수에게 왕경방어군을 이끌고 내려가 싸우도록 하였다.


그 군사라도 있었으면 개경 수비가 훨씬 쉬웠겠으나, 남하한 현시점에서 그 군사들이 때맞춰 귀환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팔도도통사 최영 장군이 우왕의 만류로 개경에 남아 원정군으로 출정하지 않은 관계로 그의 부대인 중군마저 좌우 양 도통사의 원정군으로 편성되었고, 개경의 중앙군 또한 많은 수가 요동 원정군에 참가한 관계로 성도에는 약 8천여 병력만이 남아 있었다.


서경에 있던 우왕은 급히 개경으로 내려와 서해도 등 각 도로부터 구원병을 징발해 집결시키라는 명을 내리는 한편 병사를 뽑았으나, 개경엔 시원치 않은 자들만 남아 있었고 인원도 몇 되지가 않았다.


이와 함께 수레를 긁어모아 도성 거리를 봉쇄하고 군사를 나누어 사대문을 지키게 하였다.


반란군의 수괴가 된 좌우도통사는 우선 회군의 정당성과 함께 최영 장군을 지목하였다. 우매한 폭군이었지만 아직 명실상부한 왕이었기에 직접 임금을 겨냥하는 불충은 저지르지를 않고 그 배후인 최영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성계의 우군은 개경의 동쪽 숭인문 밖에 주둔하고, 조민수의 좌군은 개경 서쪽 선의문 밖에 주둔하였다.


개경의 성 구성은 궁성과 황성과 나성의 세 성으로 구분돼 있었다.


나성은 궁성과 황성을 둘러싼 제일 외곽의 성으로서 북쪽의 송악산, 서쪽의 오공산, 남쪽의 용수산, 동쪽의 덕암봉과 부흥산의 능선을 이용하여 쌓은 것으로 둘레가 약 58리, 동서 13리, 남북이 15리에 이르렀다. 성의 높이가 27척이요 두께가 12척이고 밑에는 해자가 파여 있었다.


드디어 반란군은 동서 양 방향에서 도성을 향해 맹렬히 공격해 나갔다. 수비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외려 최영 군에게 역습을 당하는 패배를 겪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이른 시일 안에 회군하느라 무거운 공성 장비를 많이 갖추지 못하고 급조한 장비로 싸움에 임한 이유도 있었다.


우군도통사 이성계는 유만수를 선봉에 세워 숭인문을 공격하게 하였으나, 불행히도 그는 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성계의 행동은 놀랍기만 하였으니, 말안장을 내려놓은 채 군막에 들어가 장수들의 출정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늦장을 부렸다.


반면 좌군도통사 조민수 부대는 서쪽 선의문에서 전력을 다해 공격하여 도성 진입에 성공하였다. 맹렬히 밀고 들어가서 수레 등으로 장애물을 설치해 놓은 수비군과 활을 쏘고 불을 지르는 등 말을 달리면서 시가전을 벌였다.


화살이 난무하고 접전의 함성이 우렁찬 가운데 기세를 잡은 좌군이 계속 공격해 들어가자 수비군은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좌군 사령관 조민수가 흑색대기 펄럭이며 수비군을 쫓아 영의서교에 이르렀을 때, 그만 남산 방면 최영 장군의 지원병이 당도하여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이성계는 갑주를 차려입고 적궁과 백우전에다 백마를 타고 동쪽 숭인문을 공격해 들어갔다. 한데 예상외로 수비군의 저항이 미약하여 힘을 들이지 않고 숭인문을 통과하여 이미 성도에 들어와 있는 일부 좌군 병사와 합류하여 남산 방면으로 달렸다.


이때 남산에 있던 최영의 주력 수비군은 영의서교에 있는 좌군을 역습하기 위해 지원을 나가 있었다.


그 지원군은 패해서 도망치는 좌군 조민수의 반란군을 쫓아서 공격하는 중이었다.


무풍지대의 성도 안을 이성계는 황색대기를 앞세운 채 선지교를 지나 남산에 이르러 최영의 부하 안소가 이끄는 군사와 접전을 벌여 나갔다.


화살이 날고 함성과 비명이 어우러지는 전쟁판에서 안소의 군은 이성계 군을 맞이하여 온 힘을 다해 싸웠으나, 조민수 반란군의 섬멸 지원에 주력군이 빠졌기에 차츰 궤멸하기에 이르렀다.


우군 이성계 군이 남산을 점령하자 돌연 후퇴하기에 급급했던 좌군 조민수 군이 반격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일순 주력 수비군은 앞뒤로 협공해 오는 좌우 군을 맞이하여 지리멸렬 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문불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거두들의 만남 18.09.06 573 2 12쪽
30 포로 +1 18.08.31 554 3 12쪽
29 새벽길 18.08.26 573 4 12쪽
28 태산행로 18.08.22 568 2 13쪽
27 의민(義民) 18.08.18 606 3 12쪽
26 영륜산 전투 18.08.15 603 3 12쪽
25 호랑이 굴 18.08.11 603 2 12쪽
24 함정 18.08.08 582 2 12쪽
23 의혹 세력 18.08.04 586 2 12쪽
22 의행공 18.08.01 613 1 12쪽
21 음모 18.07.29 615 2 12쪽
20 애지화(愛之花) 18.07.25 627 3 12쪽
19 신불(神佛) 18.07.21 626 2 12쪽
18 아기발도 18.07.18 629 2 12쪽
17 왜구 18.07.14 622 2 12쪽
16 또 다른 자객 18.07.12 685 2 12쪽
15 자객 18.07.07 653 4 12쪽
14 입성 18.07.04 646 3 12쪽
13 기회 18.07.01 657 3 12쪽
12 복수의 칼날 18.06.27 709 4 12쪽
11 한담 18.06.24 712 3 12쪽
10 불출 18.06.20 774 4 12쪽
9 고죽도 18.06.15 767 5 12쪽
8 인피부적 18.06.10 804 4 12쪽
7 정국 18.06.06 812 4 12쪽
» 개경전투 18.06.01 990 5 12쪽
5 회군 +1 18.05.28 1,183 4 12쪽
4 소녀 18.05.28 1,310 9 13쪽
3 죽엽공자 18.05.25 1,641 9 12쪽
2 의문의 사나이(2) 18.05.22 2,061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