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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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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18.05.18 05:16
최근연재일 :
2019.03.24 06:0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51,849
추천수 :
255
글자수 :
502,216

작성
18.05.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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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
글자
12쪽

의문의 사나이(2)

반갑습니다!




DUMMY

2. 의문의사나이


두등형 분타주는 부리나케 두 척의 배를 선회하도록 고동을 불게 하는 한편, 징도 치고 깃발로 신호도 보냈다.


분산 된 두 척의 해적선은 정사의 배와 또 한 척 금은보화가 잔뜩 실려 있을 것 같은 배를 공격하려는 찰나였다. 철수령이 떨어졌기에 허망하니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박갑문 장군은 자기가 탄 배와 방주선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건만, 홀로 해적을 상대하는 그 배의 복면인 모습을 뇌리에 새겨 두려는 듯 예리한 눈매의 두 눈동자에 힘을 잔뜩 주었다.


할 일 없이 계집질과 사냥질에 검술 연마만 하고 다녔던 혼사구는 이놈의 검법이 대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건 중원에 있는 검법이 아니었다.


“흐흐흐, 이 여직(여진) 놈 쥐새끼가 뭘 얻어먹을 게 있다고 여길 기어들어 온 것이냐! 어디 족속 놈이냐? 흐흐, 상관없이 이 어르신이 때려잡아 주마!”


혼사구는 이자를 여진족으로 알았다. 검법이 생소했기에 그리 판단한 것이다.


원나라의 주축 세력인 몽골인들이 홍무제 주원장의 기세에 밀려 대초원 북원으로 물러난 그 요서 요동의 일대는 해서여진 건주여진 야인여진 달달 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명나라가 복속만 시켜 놓은 상태하에서 아직은 치안이 형편없는 곳이었다. 한 여진 놈이 잘살아보겠다고 밀항하려는 모양인데 하필 불길 속을 뛰어들었으니 미친놈이 틀림없었다.


소방주답게 혼사구는 제법 검술 솜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해적들이 지켜보는 갑판 한가운데서 수십 합을 겨루었다.


혼사구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으나 복면인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단지 눈빛만은 변함없이 살기 등등 그대로였다.


혼사구는 앞으로 자기가 통솔하게 될 부하들의 앞에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차츰 이자의 실력이 자기보다 위인데 일부러 지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었다. 나는 용감무쌍하고도 비열한 해적이며 산적이기도 한 방주의 아들이 아니던가. 더욱이 천하가 벌벌 떠는 원사방의 방주가 될 몸이다.


혼사구는 맹렬히 검을 휘둘러 공격해 들어가다가 슬쩍 뒤로 한 바퀴 도는 동시 품속에서 표창 하나를 꺼내 들어 날렵하니 그자를 향해서 던졌다.


아뿔싸! 이놈도 나와 같은 생각을 먹고 있었단 말인가. 음험한 강호라 하더니만 자기보다 더 사악한 놈이 있었다. 표창을 날리는 동시 공기를 가르며 암기가 날아오는 것 같은 기류를 느꼈으니 그건 먼저 충격이 말해주었다.


이마가 뜨끔하단 생각이 드는 동시 부하들의 놀란 외침을 끝으로 귀가 멍해지고 앞이 노랬다.


“아앗!”

“소방주님!”


눈 밑으로 자기의 목에서 솟구치는 피가 보였다. 저절로 춤을 추듯 사지가 뒤틀리고 펄떡거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갓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떴을 때 팔딱팔딱 뛰는 것과 똑같았다.


흐릿한 시선으로 복면인이 있는 곳을 쳐다보니, 그자가 칼을 잡은 손 말고 왼손을 펼쳐 보이는 그 손가락 사이에서 바둑알보다도 작은 조약돌 세 개가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혼사구의 몸이 고목이 쓰러지듯 갑판에 쓰러지고 나서도 달랑거리는 모가지를 매단 채 오한이 걸린 듯 사지 육신을 떨어대는 광경은 끔찍하기만 하였다.


피로 물든 복면인은 박 장군의 사행선이 무사히 명 수군의 보호 아래 들어선 것을 보고는 그대로 갑판을 달려서 바다를 향해 몸을 붕 날렸다.


“잡아라! 꼭 잡아야 한다! 아니 죽여라!”


두 분타주는 소방주의 죽음으로 돌아올 문책을 의식해서 통곡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구릿빛 상체의 해적 여섯이 입에 단도를 문 채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그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


여름의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갈 무렵 하얀 복면의 사나이가 한 숲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밤톨만 한 돌멩이 두 개가 쥐어져 있었다.


형형한 눈빛으로 그는 숲 속의 무성한 풀밭을 살피고 다니면서 입으로 ‘쯔쯔쯔!’ 소리를 내가며 뭔가를 부르듯 했다.


한 풀밭에서 그 뭔가가 ‘푸드득!’ 거리더니 풀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의 입에서 그 뭔가를 쫓는 듯한 목소리가 크게 들려 왔다.


“훠이! 훠이!”

“푸드덕! 푸드덕!”


이윽고 풀 속을 뒤뚱거리며 뛰어다니던 꿩 두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손바닥 위의 두 돌멩이를 가볍게 공중으로 던져가며 놀리던 그가 그걸 받아들었다 싶은 순간, 간발의 시차를 두고 그것들을 하늘로 세차게 내던졌다.


막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꿩 두 마리는 힘찬 비상도 펼치기 전에 날아온 돌에 맞아 땅바닥으로 툭툭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활을 쏘아 꿩을 잡는 건 있어도 이처럼 돌멩이를 던져 꿩을 잡는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돌멩이로 날아가는 두 목표를 정확히 타격한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솜씨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


달빛 환한 대나무 숲에서 그는 활활 타는 모닥불에 구운 꿩고기를 단도로 한 점 한 점 베어 먹어나갔다.


여전히 얼굴의 하얀 복면을 늘어트린 채 먹을 때마다 그걸 들쳐서 입에 넣고는 하였다.


대체 얼마나 얼굴이 흉하기에 늘 복면을 하고 있을까. 그게 궁금할 뿐이고 보는 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불꽃이 톡톡 튀는 모닥불만 묵묵히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 속엔 또 하나의 증오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한순간 그의 귀가 쫑긋하는 것 같더니 짙은 두 눈썹이 모이면서 검은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작은 돌멩이 하나를 손에다가 슬쩍 쥔 그가 그걸 무성한 왼편 죽림 속으로 내던지고는 벽력같이 소리쳤다.


“나와라!”

“아야야! 예! 나, 나갑니다!”


숲에서 아픈 듯 머리를 매만져가며 한 중년의 사나이가 모습을 보였다. 검을 든 그자는 검을 쥔 상태로 복면인에게 포권지례를 해 보였다.


“공자. 일부러 엿보려던 것은 아닙니다. 소인 두등형 인사 올립니다.”


눈동자에 불안함을 잔뜩 드리우고 있는, 듬성듬성한 수염에 어찌 보면 우는 듯한 표정인 그를 복면인은 쓱 쳐다보았다.


“쥐새끼처럼 날 잡으러 온 것이냐?”

“아닙니다···공자님! 소, 소인 좀 살려주십시오!”


별안간 두등형은 복면인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애걸복걸하였다.


“내가 너에게 뭘 어쨌다고 살려 달라는 것이냐? 사람 잘 못 찾은 것 같다.”

“아닙니다! 소인은 원사방 등주분타주로 아까 낮에 방주선에 타고 있던 사람입니다! 제발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다시 한 번 그를 살피던 복면인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발하였다.


“그렇다면 문책이 두려워서? 아까 내가 죽인 자가 원사방의 높은 사람이라도 되는 모양이구나?”

“높다마다요. 바로 방주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후계자입니다! 그러니 소인의 목이 성할 리가 있겠습니까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복면인이 호로병을 들어서 물을 마시고 나서는 물었다.


“원사방이 그렇게 무서운 집단이더냐?”

“아니 원사방에 대해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한번 찍히면 끝까지 추적해서 죽이고 마는 잔인한 놈들입니다. 공자께선 정말 요동에서 온 여진인인 모양입니다.”


두 분타주는 아까 배에서 소방주 혼사구가 한 말을 떠올리며 복면인을 여진족으로 여겼다.


“방주는 어떤 사람이더냐? 아들이란 작자를 봤을 땐 그도 별다를 게 없을 것 같다만.”

“맞습니다. 포악하기에 소인이 공자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습니까. 백련교도인데 자비를 모릅니다.”

“백련교도? 원사방 해적 전체가 백련교도로 이뤄 졌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원사방 백련교도는 바다에선 해적, 육지에선 산적이 되고는 합니다.”

“좋은 뜻으로 만든 종교일 텐데 왜 그런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구나.”

“정토종과 미륵신앙에 명교 사상이 가미된 종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원사방의 백련교는 방주 혼마포가 백련교도였던 홍무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어 그 증오심으로 점점 흉포해지고 있습니다···”


복면인은 총기가 넘치는 눈망울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과 두등형을 봐가며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원나라 말기에 흑사병이 창궐하는데다가 한족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면서 민심은 더욱 흉흉해 졌다. 이에 ‘미륵불이 내려와서 인간의 명왕이 된다’ 라는 백련교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백련교주 한산동이 원나라에 의해 처형당하자 유복통이 그의 아들 한림아를 옹립하여 멸원흥한의 기치로 봉기하였다.


이에 고무되어 호주에선 곽자흥 손덕애 등이 궐기하였는바, 탁발승이었던 본명 주중팔 주원장은 곽자흥의 수하로 들어간다. 당시 이들은 머리에 붉은 두건 쓴 백련교의 홍건군으로 송나라 소명왕으로 칭한 한림아의 휘하에 머물러 있었다.


군웅할거의 시대를 맞이하여 진우량 장사진 주원장 및 원나라가 4파전을 벌이다가 결국 주원장이 패권을 거머쥐게 된다.


오왕으로 칭한 장사성은 평강의 함락과 함께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홍무제의 보복은 가혹했다. 장사성을 처형시킨 것도 모자라 그를 도와 끝까지 저항했던 소주 지역의 협력자 30만 명 이상을 강제로 추방 이주시켰으며, 그의 참모들은 모조리 참수하여 시체를 거리에다 내다 버렸다. 또 그 고장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하였다.


이때 장사성의 부하였던 혼마포는 겨우 빠져나와서 홍무제에 대한 증오심으로 백련교에 몰입하였다.


그 이유는 주원장이 홍무제로 등극하고 나서는 백련교를 탄압하였기 때문이다. 대신 유학을 장려하였는데, 원래 백련교도가 아닌 혼마포는 그 반발심으로 그 종교에 빠져들어 원사방을 만드는 등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래, 백련교는 무엇이더냐?”

“백련교는 이 세상을 빛과 어둠으로 나눠 보고 빛, 즉 불을 신성시 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엔 명과 암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명은 광명이자 선량함과 진리이고 암은 암흑으로서 죄악과 불합리를 말합니다. 이것들이 맞물려서 계속 싸워나가는데, 미륵불이 세상에 내려오면 광명이 암흑으로부터 승리하기에 우리 교도들은 밝은 그날이 오도록 밤에 등을 켜놓고 영문을 낭송합니다.”

“한 마디로 미륵불이 내려와서 이 세상을 광명스럽게 만든다는 거 아니더냐?”

“맞습니다.”


원래 백련교는 동림사에서 정토종을 창건한 혜원 스님이 연못을 파고 백련을 심은 것에 유래한 종교집회 백련사로서, 남송 초 고종 때의 모자원이 이를 본받아 백련종을 만들었다.


정토종은 아미타불의 구원을 믿고 염불을 외워 서방극락 정토에 왕생하여 깨달음을 얻고 살생 절도 음주 음란 망언 등을 지계로 삼은 대승불교이다. 그 한파인 백련종은 지계를 지키지 않고 처자식을 두는 등 불교의 교리를 왜곡하여 널리 사교로 알려져 포교금지령이 내리기도 했다.


이후 백련종은 미륵신앙과 이단으로 찍힌 명교를 흡수하여 정토종의 범주를 벗어나 백련교로 발전하였다. 구세주 미륵불의 강림 신앙은 현세의 고통에 허덕이는 백성을 쉽게 파고들어 그들은 밤에 모였다가 새벽에 흩어지는 종교적 비밀결사까지 만들어 정부에 대항하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복면인이 물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사후 수십억 년이 지나서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부처님이 아니더냐. 미륵불이 나타나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천국처럼 살기가 좋아진다는데, 언제 그분이 오실 줄로 알고 목매 기다린다는 것이냐?”

“그러기에 일찍 강림하시도록 혼마포 방주께선 미륵 현세술을 권장하십니다.”


두등형이 하는 말을 듣고 복면인의 두 눈은 실망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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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기발도 18.07.18 6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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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회 18.07.01 6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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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피부적 18.06.10 804 4 12쪽
7 정국 18.06.06 812 4 12쪽
6 개경전투 18.06.01 990 5 12쪽
5 회군 +1 18.05.28 1,184 4 12쪽
4 소녀 18.05.28 1,310 9 13쪽
3 죽엽공자 18.05.25 1,641 9 12쪽
» 의문의 사나이(2) 18.05.22 2,06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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