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구름처럼 노니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3.05.04 13:02
최근연재일 :
2013.09.02 10:1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208
추천수 :
39
글자수 :
20,764

작성
13.05.09 15:29
조회
398
추천
5
글자
7쪽

구름처럼 노니는 - 5

DUMMY

“나는 그런 건, 취업준비 같은 건 전혀 안 해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이 바다 볼 때엔 그런 건 잊어버려요. 알겠죠?”

“알았어요. 후─ 좀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헤헤헤.”


현찬의 말에 마리는 기분이 후련해졌다. 현찬도 다시금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 ^ ^


버스는 달리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리씨, 일어나요.”

“흡! 네?”

“다 왔어요, 내려요.”


얼마나 지루했는지 마리는 깜빡 잠들었다. 현찬과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의 부름에 마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났다. 모르고 흘린 침을 흡 하고 빨아들였다. 현찬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마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 이게 뭐야, 창피하게. 하고.


“우와…”

“오래간만이네, 한 2년 전에 왔었나?”


마리는 내려서 감탄부터 했다.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3층이 넘어가는 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내린 버스는 서울에서부터 온 버스니 두 사람이 내린 이곳은 시외버스 터미널이 분명해야 하는데 터미널은 버스 4대를 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터미널 건너편 패밀리마트와 롯데리아만이 겨우 여기가 서울과 같은 한국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서울 토박이인 마리에겐 참 생소한 풍경이다.


“진짜 시골이네요.”

“아직 더 가야되요. 여기가 바다는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현찬은 앞서 걸으며 말했다. 마리는 따라 걸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어딜 가는 게 아니라 현찬은 버스정류장의 나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게 아닌가. 마리는 의아해 물었다.


“여기… 왜 앉아요?”

“원래는 걸어가려고 했는데, 그런 건 마리씨가 싫어하니까. 버스 타려구요.”

“아… 네.”


현찬의 천연덕스런 말에 마리는 조금 골이 났다. 비꼬는 건지, 배려하는 건지, 옆자리에 털썩 힘없이 앉았다.


^ ^


‘털털털…’

“아유, 아깝다…! 이 길을 걸어야 하는데…!”

“피.”


시골 버스. 사람도 거의 없고, 있어도 다들 보따리를 하나 가득 가지고 계신 할머니들 뿐이다. 현찬은 안타까워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마리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뭐가 아깝다는 건지. 마리가 보기엔 그냥 한적한 시골길일 뿐이다.


“그래도, 시골버스 타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으니까.”

“뭐가 좋아요, 덜컹거리고 기사님도 불친절한데.”

“에이~ 시골버스의 매력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하하하.”


현찬은 마냥 좋아서 되도 않는 농담까지 날린다. 마리는 다시 한숨이 나오려 했다.


‘치익─ 훅.’

“아이구, 할머님! 허리 다치셔요!”

“아유, 괜찬은데… 고맙네, 젊은이.”


시골 한적한 곳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한 할머니가 큼지막한 보따리를 양 옆에 들고 내리려는데 현찬이 펄쩍 뛰며 뛰쳐나갔다. 그리고 만류하는 할머니의 짐을 억지로 뺏다시피해서 성큼성큼 내린다. 할머니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현찬을 바라본다. 현찬은 되게 신나보이는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려서까지 할머니를 따라 길 건너 저편까지 짐을 들어다 준다. 할머니는 괜찮다고, 손을 흔든다. 현찬이 돌아오고 나서야 버스가 출발한다. 매정하게 문을 닫고 출발할 것 같던 불친절한 버스기사는 의외로 현찬을 기다려 주었다. 할머니랑 짐 같이 나르는 데 거의 5분이 가깝게 걸렸는데도.


“우와… 대단하네요.”

“히히, 이런 거 그냥 못 보고 넘어가는 성격이라.”


마리는 현찬을 보고 감탄했다. 자신은 그런 게 있어도 늘상 구경만 했는데. 학교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로,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와도 애써 모른 척 MP3를 듣거나 자는 척을 했다. 마리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괜히 저만 부끄럽잖아요.”

“마리 씨도 도와드려요! 처음 말 꺼내기가 힘들 뿐이에요.”

“…알겠어요. 노력해볼게요.”


그래도 격려해주는 현찬이 고맙다. 못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치익─ 훅.’

“얼른요, 가요!”

“저, 저기…”


몇 정거장 지나, 이번엔 다른 할머니가 짐을 들고 내리려 한다. 현찬은 마리의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재촉한다. 제 의지가 아니라 억지로 나간 마리는 쭈볏거리며 할머니께 다가가 겨우 말을 걸었다.


“제가 짐 들어 드릴게요오…”

“에이그, 됐어! 처녀라고 바싹 말라서는, 아유, 됐다니까! 힘도 없게 생겨서는!”

“제가 도와... 도와드릴께요!”

“허허허, 그려, 그건 무거우니깨 이거 들어.”


마리는 무시하는 할머니의 말에 오기가 생겨 있는 힘을 다해 짐을 들었다. 그치만 너무 무겁다. 이런 걸 두 개나 어떻게 드는 건지, 할머니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힘은 없지만 그래도 도와주려는 마리가 기특한 지 가벼운 짐 들으라고 바꿔주신다.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휴우.”

“어때요, 좋죠?”

“네, 뭔가 되게… 기분 좋네요?”

“그쵸? 히히히.”


현찬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온 마리를 보고 싱글싱글 웃으며 묻는다. 마리도 웃으며 대답했다. 뭔가 기분이 뿌듯하다. 봉사라는 게 이런 걸까? 마리는 현찬에게 한 가지 배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 ^


20분 정도 지나서, 현찬의 주도로 버스에서 내렸다. 마리는 아까 서래마을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 도착한 곳보다 더 시골이여서. 거기보다 더 시골이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는데.


“저기… 근데요.”

“예?”

“이제 날 저무는데… 바다를 어디서 봐요?”


벌써 해는 뉘엿뉘엿 주홍빛을 내고 있다. 서울서 한바탕 벌이고, 2시간 넘게 걸려서 버스 타고, 또 버스 타고. 그러니 시간이 늦을 수밖에. 하지만 어디에도 바다는 안 보인다. 그냥 시골 마을이지.


“아, 그걸 말 못 했네.”

“뭐요?”


현찬은 손뼉을 딱 치며 말했다. 마리는 궁금해서 현찬을 보며 물었다. 현찬은 씨익 미소지으며 말한다.


“조금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바닷가까지 걸어가야 해요.”

“걸어요? 음… 얼마나?”


마리의 되물음에 현찬은 어울리지 않게 눈치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ㅂ.


“1시간? 거기서 조금 더? 그 정도에요.”

“…뭐, 천천히 걷죠.”

“하하, 감사합니다!”


마리는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걷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찬이 몇십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걷자고 하니까 거부한 것이지. 그렇게 걷자고 걷자고 사정하니 뭐 1시간 정도야, 얘기하면서 걸을 수 있다. 현찬은 무슨 브로커와의 거래가 성사된 것처럼 뛸 뜻이 좋아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름처럼 노니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구름처럼 노니는 - 7 ────────────────── 『끝』 +1 13.09.02 389 3 6쪽
6 구름처럼 노니는 - 6 +1 13.05.12 437 6 7쪽
» 구름처럼 노니는 - 5 +1 13.05.09 399 5 7쪽
4 구름처럼 노니는 - 4 +1 13.05.08 406 5 8쪽
3 구름처럼 노니는 - 3 +1 13.05.06 431 4 7쪽
2 구름처럼 노니는 - 2 +1 13.05.05 479 5 7쪽
1 구름처럼 노니는 - 1 +1 13.05.04 668 1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