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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구름처럼 노니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3.05.04 13:02
최근연재일 :
2013.09.02 10:1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210
추천수 :
39
글자수 :
20,764

작성
13.05.06 18:15
조회
431
추천
4
글자
7쪽

구름처럼 노니는 - 3

DUMMY

남자는 그렇게 한참을 마리를 붙들고 뛰었다. 마리는 끌려가며 계속 발악했지만 남자는 아랑곳 않고 한참을 뛰었다.


“헉… 헉…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하하, 체력 약하시네요, 이 정도에 숨이 가빠지고.”


마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남자의 말에 마리는 창피해서 볼이 달아올랐다. 아니야, 아니야 하고 마리는 정신을 차리고 남자를 쏘아보았다.


“지금 뭐하자는 거에요? 카메라 부순 것도 모자라서, 갑자기 붙잡고 뛰고… 납치라도 하는 거에요?!”

“같이 여행하지 않을래요?”


여행…이라니. 자기 말은 듣지도 않고 대뜸 말하는 남자의 질문에 마리는 어이없어 말을 잃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계속 보여주는 남자의 순수한 표정에 마리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을 잃었다.


“바다가 보고 싶어서요. 예쁜 그…쪽을 보니까요, 헤헤.”

“……”


남자는 ‘예쁜’ 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어린 소년이 사랑 고백하듯 수줍어한다. 마리는 그런 남잘 보고서 굳었다. ‘예쁘다’는 칭찬이 어색하거나 부끄럽거나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생각이 든다. 너무도 다른, 자신의 처지와 남자의 행동에 대해.


───마리는 무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특히 최근 1년 간의 마리는 더욱 그랬다. 취업이라는 현실이 당장에 목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 무엇을 하겠는가. 여행? 꿈도 못 꿀 일이다. 단어조차 생소하다. 대학을 다닐 적에도, 2학녀 때 MT 이후로는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 방학 때엔 알바에 계절학기에 토익이니 하는 공부에, 정신이 없었다. 바다라는 걸 안 본 지 거의 5년은 된 것 같다.


그런 마리와는 달리 남자의 행동은 참 당당하다. 당장 하고 싶다고 바로 실행에 옮기려는 그 모습은 마리를 멍청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의 진실된 눈빛이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그 당당한 눈빛은 만난 지 체 몇 시간도 안 됐지만 뭔가 신뢰감을 줬다.


“여행…”

“갈래요? 히히, 갈꺼죠?”


마리가 멍하니 서 있자 남자는 아이처럼 웃으며 마리 주위를 돌며 깝쭉댄다. 대답을 기다리다 남자는 다시금 마리의 팔목을 잡았다.


“가요, 이렇게 망설이다간 아무것도 못 하니까!”

“아, 으… 손 놔요…!”


마리는 당황해서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다시금 후회했다. 너무 냉정하게 손을 뿌리친 것 같아서. 하지만 괜한 걱정이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고 도리어 싱글벙글 웃으며 앞서 걷는다.


“이름이 뭐에요? 아, 나는 현찬. 박현찬이에요.”


남자의 물음에, 현찬의 말에 마리는 망설였다.


“마리… 김마리에요.”

“와, 맛있게 생긴 이름이네. 나 김말이 진짜 좋아하는데.”

“…씨!”


이런 놀림이 염려돼서 마리는 망설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받는 놀림이다. 마리가 도끼눈을 뜨고 쳐다봐도 현찬은 아랑곳 않고 웃고 있다.


“바다 좋아해요?”

“그럭저럭…”

“헤헤, 잘 됐네요.”


현찬은 앞서 걷다 뒤의 마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리는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현찬은 다시 앞을 보고 걷는다. 두 사람은 잠시동안 묵묵히 걸었다. 걸으며 문득 생각해보니, 항상 현찬이 먼저 말을 걸어야 대화가 시작된다. 나도 한 번 먼저 말을 걸어보자, 하고 마리는 입을 열었다.


“저기요.”

“네.”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바다요.”


그걸 누가 모르는가. 아까부터 바다 간다고 노래를 부르던 현찬이다. 마리는 다시금 말했다.


“그건 알아요. 어디로 가는건데요. 버스터미널? 지하철?”

“아뇨, 걸어가는데요.”

“……걸어가?”


걸어가다니, 어딜 말인가. 마리는 잠시 생각하다 설마 하고 말을 걸었다.


“설마… 바다까지?”

“네, 걸어가죠.”

“미, 미쳤어요!”


마리는 정색하고 말했다. 여기가 어딘가. 외곽이긴 해도 서울이다. 걸어서 바다를 가다니. 최소한 인천으로 잡는다 해도… 그래,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간다는 얘기겠지, 생각하고 마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했다.


“그, 그러니까 버스 타러 간다는 거죠?”

“아뇨, 그냥 걷는건데요.”

“……으으~”


현찬의 천연덕스런 대답에 마리는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남자이다.



^ ^ ^



이 현찬이라는 남자는 대체 누굴까. 만난 지 2시간, 그에 대해 아는 건 현찬이란 이름 뿐이다. 마리는 팔꿈치는 무릎에 대고 손으로는 턱을 받치고 현찬을 쳐다봤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지저분한 반곱슬의 머리칼, 덥수룩할 정도로 자란 수염. 얼핏 보면 정말 중년의 아저씨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현찬은 꽤나 잘생겼다. 짙은 눈썹에 크고 선한 눈매, 적절히 높은 코. 씻기고 다듬고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지금은 거지꼴이지만.


둘은 지금 버스정류장 대기실에 앉아 있다. 걸어가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현찬을 설득하고 협박(?)하여 겨우 버스터미널로 오게 됐다.


“어휴.”

“왜요?”

“댁 때문에 그래요, 댁!”

“댁? 제가 왜요?”

“답답해서요!”


현찬은 여전히 천진난만하다. 마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대체 왜 이 남자랑 같이 있는 건지, 자신이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마리가 이 남자랑 같이 있을 필요는 없다. 아, 있다면 부숴진 카메라의 변상 정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현찬과 같이 있는 건 아니다. 마술같이, 뭔가 이끌리는 묘한 매력에 그를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어디 살아요?”

“바깥에 살지요.”

“……”


조금은 현찬에 대해 알고 싶어서, 마리는 말을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말문을 막게 만든다. 뭐지 이 남자, 나랑 얘기하기 싫나. 하는 생각이 드는 마리였다.


“저기요.”

“네.”

“대답이… 농담인 거에요, 진심이에요?”


마리의 가시 돋힌 말에 현찬은 빙굿 웃는다. 검은 피부와 흰 이가 대조적이다.


“다들 그러더라구요, 처음엔. 나는,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나그네에요. 길 가는 나그네.”

“나그네…?”

“네, 나그네요.”


나그네란 말에 마리는 고개를 갸웃 했다. 잘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의 마리를 보고 현찬은 웃으며 말한다.


“조선시대 때 있던 그 나그네요. 봇짐 하나 들고 천리만리 걷다 모르는 집 들어가서 재워달라고 하고, 그게 안되면 그냥 밖에서 자고. 그러는 나그네요.”

“……진짜?”

“진짜! 하하하.”


현찬은 유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턱대고 의심하기엔 현찬의 태도가 너무 진실되다. 그리고 그런 것보다도 현찬의 옷차림과 그 태도가… 그 나그네라는 것과 이미지가 너무 잘 들어맞는다.


“그럼… 아까 진짜 걸어가겠다는 거였어요?”

“네.”

“…하아.”


대답은 잘 한다. 마리는 또 한숨이 나왔다. 이 남자, 정말 대책이 없다. 동시에 묘하게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이 남자, 정말 자유롭구나. 바람에 노니는 구름처럼, 하늘을 미끄러지듯 나는 새처럼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는구나. 자유롭게…… 이것저것 넝쿨처럼 그물처럼 얽혀있는 자신과는 대조적이다.



작가의말

휴가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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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름처럼 노니는 - 4 +1 13.05.08 406 5 8쪽
» 구름처럼 노니는 - 3 +1 13.05.06 432 4 7쪽
2 구름처럼 노니는 - 2 +1 13.05.05 479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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