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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단편선집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5.06.14 22:05
최근연재일 :
2016.07.25 21:57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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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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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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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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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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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1. 해적이라도 XX를!

DUMMY

바셀 대륙 남서부 해안. ‘리나프 내해’라 불리는 이 해안은 리니프 왕국과 벨루엠 왕국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리나프 내해는 해적들의 주요 근거지이다. 암초가 많고 조류가 강한 험한 바다이지만 그렇기에 왕국 해군의 위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목숨을 건 해적들에게 항해의 위험함보다는 잡히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리나프 내해에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있다. 큰 섬들은 리나프 왕국과 벨루엠 왕국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관리하지만 주민이 몇 명 살고 있지 않거나 무인도인 경우에는 다르다. 그 모든 섬들을 관리하기에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섬들은 자연스럽게 해적들의 아지트로 활용된다.

잡히지 않을 만큼의 거친 환경과 근거지로 삼을 수 있는 무인도. 이런 조건들 말고도, 리나프 내해는 해적들이 활개를 칠만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많은 무역선들이 지나가는 해안이라는 점이다. 북부와 남부, 벨루엠과 다른 지역의 많은 물산이 오가는데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해안이 바로 이 리나프 내해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해적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나 중요한 해안이므로 해안에 인접한 여러 국가들은 공동으로 방위범위를 지정해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 해안에, 거기에 무수히 많은 상선과 화물선들이 지나가는데 해적들이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수히 많은 해적들이 소탕되지만 그 이상의 해적들이 또 생겨나는 형국이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리나프 해안은 상당히 시끌시끌하다.


“매번마다 감사드립니다, 촌장님.”

“헣허, 뭘. 늘 후하게 값을 쳐주니 우리가 감사할 따름이지.”

깍듯이 인사하는 중년 남성. 검게 그을린 피부와 역동적인 근육이 그가 뱃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사내의 이름은 윌슨, 해안에 정박 중인 배의 선장이다. 윌슨의 인사를 받고 흰 수염을 만지며 대답하는 노인은 여기 작은 마을의 촌장. 두 사람 사이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맴돈다.

윌슨은 해적이다. 거창하게 해적단이라고 칭할 정도의 큰 규모 해적단은 아니지만, 적절한 크기의 배와 20여 명의 부하를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해적단의 선장이다. 지금은 작은 마을에 들러 물과 식량 등을 촌장을 통해 샀다.

통상적으로 해적들은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미지가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적들이 무턱대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거점지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해적들은 무작정 물자를 약탈하지 않는다. 도리어 원 시세보다 비싼 값에 물건들을 사곤 한다.

해적질을 한 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선 적절한 항로의 선정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보급지점인 작은 마을들과 척을 지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은 일이다. 적절한 운신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의 해적들은 이런 작은 마을들과 친분을 유지하곤 한다.

마을 주민들도 딱히 피해를 끼치지 않고, 도리어 비싼 값에 물건을 사 주는 해적들을 좋아하곤 한다. 결정적으로 마을 주민들 중에 일부는 해적 출신들도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들은 해적들을 최대한 미화하며 그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주곤 한다. 지금 윌슨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촌장도, 이 마을 출신으로 마을에 돌아오기 전 청춘을 해적으로 바다에 바친 사람이었다.

“와아아아아!”

“아니, 저것들이……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헣헣헣. 한참 혈기 많을 녀석들이니.”

저편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윌슨은 한숨을 푹 쉬며 촌장에게 말했다. 아무리 암묵적으로 해적들을 묵인해주는 마을이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적은 해적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관광객이라던가 여행객이라던가 외지인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윌슨의 부하들이 저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촌장 역시 해적 생활을 해 본 적이 있는 몸. 수염을 만지며 웃는다. 윌슨은 얼굴을 찌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선장! 쩔어, 이거 봐!”

“이 미친 것들아, 암만 마을이라도 대놓고 큰 소리로 ‘해적 왔습니다!’ 하고 광고를 하고 다니냐?!”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보라니까 이거!”

“놔 주세요!! 살려주ㅅ! 웁! 웁!”

짐짓 목소리를 깔고 근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윌슨. 일단의 무리들 가운데 젊은 선원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한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는 청년의 이름은 존. 어려보이지만 윌슨과 4년의 항해를 같이 한 베테랑이다. 존은 환히 웃으며 말한다. 윌슨과 젊은 선원들은 나이차이가 한참 나지만, 윌슨의 지침으로 그들은 서로 말을 놓고 있다. 같은 해적이라면 같은 동지라는 이유로. 그래서 그들은 선장인 윌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존과 다른 선원들의 손에 붙들려 있는, 가녀린 한 소녀. 눈이 부실 듯 흰 피부에 가녀린 손발, 금발의 고수머리가 어울리는 굉장히 예쁜 소녀다. 눈에 확 들어오는 미인이지만 눈매가 꽤나 날카로운 편이라 어느 정도 성깔이 있을 것 같다. 그 예상이 맞았는지 소녀는 잔뜩 소리 지른다. 존과 선원들은 우악스럽게 그녀의 입을 틀어 막는다. 웁웁거리면서도 잔뜩 발버둥치는 소녀. 장정 여럿이 붙어 있음에도 버거울 정도로, 상당히 고집 있게 발버둥친다. 윌슨은 ‘허 참.’ 하며 그들을 바라본다.


“이름은?”

“……엘리시아 페르네프.”

“페르네프 남작의 셋째 딸이다?”

“……네.”

“나이는 올해로 열 일곱?”

“……맞아요.”

선장실. 윌슨은 자리에 앉아 깃대로 종이에 그녀의 신상정보를 적는다. 엘리시라아 자기를 소개한 소녀는 잔뜩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납치를 당한 것이니.

해적은 어찌됐든 범죄자들이다. 그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은 약탈. 약탈 대상에는 비단 물자뿐만 아니라 사람 또한 포함되어있다. 인신매매는 해적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이다. 건장한 남성들은 팔아 치울 거리가 상당히 많다. 단순노무의 노예부터 검투사, 외모가 반반하다면 남색(男色)을 즐기는 귀족에게 비싼 값으로 팔 수도 있다. 하물며 여성은 말할 것도 없다. 건장한 남자라 해도 적절한 외모의 여성을 창부에 파는 것보다 돈이 덜 된다.

거기에 더해, 귀족 여성이라면 그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귀족 여성을 창부에 팔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인신매매를 빌미로 해당 가문에 몸값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비싸게 먹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윌슨 해적단은 오래간만에 대어를 낚은 셈이다.

“관광을 왔다가 이렇게 됐다? 음. 열 일곱 먹은 귀족 처녀애가 호위 하나 없이 혼자 관광을?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싶은데. 뭐, 이미 우리에게 잡혔지만.”

“호, 호위 기사 정도는 있었어요!”

“‘있었다’라. 그럼 어디 다른 데 갔나? 호위 기사의 지상최대의 목표인 레이디 보호는 지키지도 못 한 채?”

“으으…… 레이엠을 욕하지 마요!!”

윌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그것도 귀족임에도 이렇게 허무하게 잡힌 엘리시아의 처지 때문에. 보통 귀족을 잡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보통 그들은 외지에 여행이나 관광을 떠날 때 호위 기사의 보호를 받거나 고용된 용병들의 호위를 받기 때문에. 작정하고 준비하여 기습을 한다 해도 한 두명 죽거나 중상을 입을 각오를 해야만 겨우 납치할 수 있는 것이 귀족이다. 엘리시아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알이나 마찬가지다.

“레이엠? 호위 기사 이름인 모양이군. 그래, 어쩌다 떨어지게 된 거지?”

“……화, 화장실 간다고 해서…….”

“하핳! 거 참 형편없는 호위 기사구먼. 화장실 가는 바람에 레이디도 지키지 못하다니. 기사라는 칭호도 아까워.”

“시, 시끄러워요! 당신은 똥 안 싸요!? 어쩔 수 없는 생리작용이잖아요!!”

엘리시아는 날카로운 눈매에서 느껴지듯 상당히 성깔 있는 여자애다. 그녀의 성질에 윌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족의 기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격한 여자애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 어쨌든 귀족은 귀족이니까.

“어디보자. 귀족 여성 몸값이면…… 50덴 정도면 적당하려나.”

“미, 미쳤어요?! 5, 50덴이라니!”

“왜, 적당한 시세 아닌가? 명색에 귀족인데.”

50덴이면 페르네프 남작령 한 달 세금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만한 돈이 갑자기 있을 리가 없다. 거기에 그녀의 아버지는 불과 한 달 전 벌어진 영지 방어전으로 꽤 많은 돈을 잃어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 재산과 식량이 없어 어떻게든 이웃 영지에 차관을 빌려 겨우겨우 이끌어가는 상황이기에 50덴이라는 큰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왜. 남작령이라 가난한가? 하긴, 오히려 빚더미에 앉은 가난한 귀족들도 최근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하필이면 그게 우리가 납치한 귀족 아가씨네 사정이었다니.”

“……큿.”

윌슨의 능글능글한 말에 엘리시아는 수치심을 느꼈다. 평민도 되지 않는 일개 해적 나부랭이에게 가문이 가난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마음 같아선 당장 큰 소리 치며 화내고 싶지만 해적들에게 잡혀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한 성깔 하는 엘리시아지만, 적어도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 귀족이지만 지금은 굽히고 들어가야 할 때.

“뭐, 돈을 지불할 수 없다면 별 수 없지. 수도 쪽의 고급 창부에 파는 수밖에.”

“차, 차, 차, 창부?!”

“음, 그렇지. 고급 교육을 받은 귀족에, 한창 싱싱할 열일곱 살에, 못 해도 10덴은 받겠는데.”

“……!!”

윌슨의 말에 엘리시아는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설마 했지만 그런 결론이 나올 줄이야. 더듬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윌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놀람과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진 엘리시아.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인다.

물론 윌슨은 엘리시아를 창부에 팔 생각은 별로 없다. 우선은 남작령에 기별이라도 넣어봐야 하지 않겠나. 파산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는 한, 어지간하면 돈을 지불하는 것이 귀족들의 생리이다. 아무리 돈이 없다 해도, 애지중지 키운 자신의 딸을 무지한 해적들의 손아귀에 두고자 하는 귀족이 어디 있겠는가.

뭐, 정이 안 된다면 마지막 수단이기는 하다. 창부로 파는 것은. 귀족 출신 여성은 사창가에 몹시 비싼 값으로 팔리기에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다. 그치만 상당히 찜찜한 일이긴 하다. 거기에 돈도 몸값을 받는 것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고.

‘덜컹!’

“선장 얘 창부에 파는 거야!? 그럼 우리가 먼저 먹자!”

“맞아 맞아! 오랜만에 싱싱한 애 좀 먹어보고 싶었단 말야!”

“우워어어어! 우리도 맛 좀 보자!!”

“어허, 어허. 시끄럽다들.”

문이 열리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선원들. 존을 비롯한 젊은 선원 녀석들이다. 항해에 나서고 몇 주 이상 굶주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여기는 윌슨. 그렇다고 아직 어떤 결과도 나지 않은 여자애를 데리고 무턱대고 이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기에 윌슨은 그들을 정리했다.

“아, 닳습니까?! 한 번 먹읍시다!”

“그래요! 한 번 씩만 넣었다 뺍시다! 그럼 상관 없잖수!”

“야, 난 설거지는 안 하는데.”

“미친 그런 거 따질 때냐?!”

존은 선동하듯 말한다. 욕망에 가득찬 눈으로 엘리시아를 보며 말한다. 다른 선원들 역시 잔뜩 격앙된 표정과 목소리로 얼굴이 벌게져서 말한다. 엘리시아는 몸서리치며 그들의 눈을 피한다.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고여 있는 것 같다. 귀족 여자애에게 거친 해적들의 이런 행동들은 큰 불안감을 안겨 주리라.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느끼고 윌슨은 목소리를 착 깔고 녀석들을 꾸짖는다.

“네 녀석들 정신머리는 예전부터 병X이라는 건 알았는데. 다음에 퀴엥 쪽 들르면 잔뜩 하게 해준다니까.”

“아 그건! 그거고! 사 먹는 건 사 먹는 맛이고, 얘는 아직 그런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먹자!”

“존 말이 맞아, 먹자 먹어!”

“호수에 배 몇 번 지나간다고 자국 남어? 상관없잖아!”

“하아. 말을 해도 알아먹지를 않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윌슨의 꾸짖음에도 존과 선원들은 전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우긴다. 그래도 선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그의 허가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의 허가가 있기 전에는 존과 선원들은 결코 어떤 짓도 하지 않는다. 끈끈한 해적들간의 신뢰이다.

“……안 돼요!!”

“하아?”

“왜, 왜 안 돼! 우씨, 우리 무시해?!”

“너 지금 우리 해적이라고 무시하지?!”

“히익, 죄, 죄송해요……!”

가만히 있던 엘리시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하아?’ 하고 눈을 치뜨는 존. 옆의 덩치 큰, 조금 바보 같은 게 단점인 얼이 소리친다. 존은 맞장구치며 말한다. 엘리시아는 다시금 기가 죽어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그러다 머뭇, 결심한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한다.

“저, 저는 처녀란 말예요!!”

“……!!”

“처, 처녀……?!”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던 윌슨은 헛웃음이 나왔다. 암만 해적이라지만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반응을 보이는 존과 얼과 녀석들도 귀엽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가 기가 죽어 고개를 숙였다 다시 말을 꺼내는 엘리시아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거기다 자기가 처녀라고 말하는 건 당최 무슨 이유에서인지. 귀족 여자애가 그 나이 먹도록 처녀인 게 놀랍긴 하지만, 그건 잔뜩 굶주린 해적들 앞에서 씨알도 안 먹힐 얘기다. 오히려 더 좋아하겠지.

“……됐어, 그러면.”

“……처녀면 할 수 없지.”

“하아. 오래간만에 따먹나 했더니.”

“어이어이, 갑자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야?!”

존은 시무룩한 표정이 돼 말한다. 얼은 기까지 죽어선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보던 윌슨은 어이가 없어 태클을 걸게 된다. 딱히 녀석들의 행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윌슨이었지만 방금 전까지 기세 좋게 우기던 녀석들이 ‘처녀’ 라는 한 마디에 이렇게나 기가 죽는 게 어이가 없기에.

“선장. 우리가 이렇게 빌어먹을 인생을 살고 있지만, 적어도 처녀는 따먹지 않아.”

“그것 참 빌어먹을 신념이구나.”

“적어도 처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이 바치는 게 여성의 미덕이라고. 존의 엄마는 그렇게 가르쳐줬어.”

“어머니가 참 좋은 거 가르쳐 주셨구나.”

“지금 우리 엄마 욕했어?! 선장이라지만 너무하잖아!”

“하아. 나는 너네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세대차이인가.”

존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윌슨은 잔뜩 불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존의 말에 태클을 건다. 존이 16살 되던 시절부터 5년, 꽤 오랜 시간 같이 다니며 많이 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의 특이한 정신상태를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아무리 말을 놓고 같이 친구처럼 지내도,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와 세대 차이를 극복할 길은 없는 것일까.

“어쨌든, 처녀는 먹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야. 그렇지?”

“그렇지, 사랑하지도 않는 우리가 감히 처녀를 없앨 수는 없는 거니까.”

“하아…… 아깝다.”

“……?”

“아가씨도 어이없겠지만, 이 녀석들이 이렇게 병X이라오. 나름대로 착한 녀석들이야.”

“착, 착하다고?! 우린 악명 높은 윌슨 해적단의 자랑스러운 해적들이야! 사람도 죽여 봤다고!”

“나는 적어도 너희한테 사람 죽이라고 시킨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아니이! 죽였어! 확실히!”

존과 얼을 비롯한 선원들은 기가 죽어 말한다. 엘리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선원들을 쳐다본다.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윌슨은 팔짱을 풀며 의자에 도로 앉으며 말했다. 존 옆의 약삭빠르게 생긴 뒁이 허둥대며 말한다. 결코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순박한 녀석의 얼굴이다.

“아! 좋은 생각 남!”

“뭔데. 말해봐.”

바보 같은 표정의 얼이 눈을 크게 뜨며 말한다. 존은 그런 얼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받는다. 다른 선원들도 얼에게 집중한다.

“우리가, 이 여자애를 도와줘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처녀를 잃게 하면, 그 뒤론 우리가 먹어도 되잖아!”

“……하아?!”

“아하하, 살다살다 정말 거지 같은 얘기를 들어보네. 너희 정말 어떻게 된 거 아ㄴ─”

“정말 좋은 생각인데?!”

“상호 윈윈이잖아, 이 처자도 좋고 우리도 좋은!”

“미친놈들아!”

얼의 얼빠진 말에 일동은 잠시 굳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윌슨은 그야말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과연 바보 같은 얼다운 말이라고, 요즘 녀석들은 대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존은 그 말을 끊으며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윌슨은 다시금 황망한 표정이 돼 녀석들에게 소리친다. 도대체 이 놈들의 병X성은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아가씨! 사랑하는 남자 있어요?”

“…….”

“미친놈들아, 너희들 속셈 바로 앞에서 다 들은 여자앤데.”

“……있긴 한데.”

“어이어이!”

존은 단도직입적으로 엘리시아에게 묻는다. 과감한 행동력은 존의 장점이다. 엘리시아는 경계의 눈빛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윌슨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이 때 엘리시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히며 말을 꺼낸다. 윌슨은 눈이 커져서 엘리시아에게 소리친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하는 표정으로.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단편선집 첫 화입니다! 어느 정도 이상한 수위(?)를 가지고 있지만 상관없겠지요, 이 정도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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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7 애상야
    작성일
    16.06.30 10:55
    No. 1

    단편선집이라면... 꽤나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슬럼프 때 다른 아이디어의 소설을 써보기도 하고, 만약 반응이 좋다면 다음 화를 올리는 방향으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07.03 20:34
    No. 2

    단편..... 예전에,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썼었는데...... 이렇게 방치되었네요. 제목도 바꿨는데, "미숙의 미학"이라고. 문피아는 제목이 바꿔지질 않아서, 그대로 방치해놨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9.02 16:11
    No. 3

    한 영지에서 마왕을 토벌할 용사를 보냈다.곧이어 용사를 두려워한 대륙중앙의 제국이 용사를 죽이려다 실패한다.그리고 용사를 키운 영지에서 토론이 벌어져따
    "..우리가 먼저 용사에게 붙으면 안되겠는가?그렇게 조종당할바에.."
    "헣허,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흫!흫흫흫흫"
    ".....으?"
    "제국이.제국이 우릴 내버려둘꺼같흐아아?!?!?!!제에굮이!!!!나라고 생각 안해본 줄아나?!?!킄,흐핳하핳하,이미..의미없는 짓이다."
    "자네.."
    그렇게 그 영지는 제국이 용사를 통제할수단으로 쓰이다망했고 용사는 다주겼따
    흫,크핳하 웃음이 참 희안하네 크핳하핳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9.02 16:11
    No. 4

    음 아무이야기 아녜요 무시해요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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