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프롤로그
한없이 먼 길을 떠나는 모험가여
언뜻 보기에 그대의 여정은
사소한 발걸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영웅의 서사시는
아득한 장막 속에 가려진
별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것만은 기억하라
모든 바다는 한 줄기의 실개천으로부터 시작되고
모든 폭풍은 한 가닥의 실바람으로부터 시작되듯
모든 위대한 영웅의 태초는
한없이 사소한 발걸음이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잔물결에 지나지 않던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걷잡을 수 없는 해일이 되어
세상을 온통 휩쓸어 버릴 지
그러니 그대는 반드시 기억하라
사소하게만 보였던 걸음 걸음들이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족적이 될 수 있음을
보잘것없던 한낱 나그네의 이름이
훗날 영원토록 기억될 전설이 될 수 있음을
- 작자 미상, 『위대한 모험가에게 바치는 시』
* * *
친구가 소년에게 물었다.
"야, 너는 꿈이 뭐야?"
그러자 소년이 답했다.
"꿈?"
소년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모험가가 될 거야."
"모험가?"
"응. 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거야. 대륙에는 온갖 것들이 있고, 저 멀리 백색 산맥 너머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친구들은 소년을 빤히 쳐다보았다.
소년은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저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 세상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난 그것들을 찾아내고 싶어. 전설 속의 존재들. 잊혀진 나라의 유적들. 지금껏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 그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은 소년의 말에 흠뻑 빠졌다.
"그거 정말 굉장한데? 나도 궁금해지는걸."
한 친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렇게 하자. 우리가 커서 어른이 되면, 다같이 모험을 떠나는 거야."
"그거 정말 멋진데? 혹시 모르잖아, 우리도 전설 속의 영웅처럼 될 수 있다고."
"좋아. 약속하자. 손가락 걸어."
소년들은 다같이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우리 약속했다? 까먹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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