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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용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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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10.07 21:12
최근연재일 :
2023.10.30 21:1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04
추천수 :
1
글자수 :
80,622

작성
23.10.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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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사지론

DUMMY

“ 자, 필모 아저씨 준비하세요. 5개··· ”


7강 5개로 10강을 하나라도 띄운다면 오늘 로또를 해봐야 했다. 여기엔 로또 시스템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희박한 확률이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7강 5개가 남아 있었다. 여기서 기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 딱! 딱! 딱! ”


아저씨는 내 박자에 맞춰 강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 예..? 8강 2개요···? ”


결과는 참패였다.


이렇게 되면 하나를 킵 해두고 하나로 도전을 해봐야 했다. 만약에 정말로 하늘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서 올스트레이트로 10강에 붙여 주실지도 몰랐다. 난 그 기적을 믿는 거다!



“ 무조건 먹는다는 마인드로 고!!!!!! ”


“ 따악!!!!! ”



[ 강화에 실패해서 장비가 파괴됐구려! 미안하게 됐수다! ]


내가 지금 때리고 싶은 게 주석씨인지 필모 아저씨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누구 하나 걸리는 놈을 죽이삐고 싶었다.


그렇게 1차 강화 시도는 필모 아재 때문에 일주일 무과금 엔딩이 나고 말았다. 우리 길드에 역대급 하마가 들어온 거다. 그나마 레노라 갑옷이라서 다행이지 비싼 철과 다이아가 들어가는 필로트 갑옷이었으면 진심으로 퇴출을 고려해 봤을 거다.



“ 면목 없습니다.. ”


아저씨는 기가 죽은 듯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 아니에요.. 저 곰가죽도 본인이 직접 파밍해 오신 거잖아요···. 또 파밍해 오면 되겟죠··· ”


난 길드의 와해를 막기 위해 애써 괜찮은 척했다. 하지만 그 파밍에 또 아까운 일주일만 허비하게 생겼다는 걸 절대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또 보스 트라이를 하기로 한 일정이 일주일 뒤로 밀린 거다. 원래 이런 게 RPG라지만 이러다 최종 보스는 10년 후에 잡게 생겼다.


결국 난 결단을 내려야 했다.



“ 나도 파밍에 동참한다··· ”


태어날 때부터 핵과금 용캐로 태어나 극초반을 제외하고 파밍에 손도 대보지 않은 내가 오로지 필모 아재의 레노라 갑옷을 위해 역대급 결심을 하고 파밍에 동참하기로 했다.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나도 미쳐 예상치 못했지만 절박한 상황이 되니까 그렇게 됐다.



“ 그럼 각자의 위치로 흩어집시다! ”


그렇게 또 무한 파밍의 시간이 돌아오고, 난 필모 아저씨와 사냥터에 나왔다.


그런데.. 이 곰새끼들은 은근 파워가 셌다. 회피작이 잘 되어 있어서 요리 저리 잘 피하다가 우연히 한 대라도 제대로 맞으며 피가 3분의 1이나 깎였다. 나 같은 용캐니까 이 정도에서 끝난 거지 필모 아저씨나 빙빙이었다면 죽기 직전의 치명상이었을 거다. 역시 이 사냥터의 1황 동물다운 파워였다.



“ 아저씨 조심하세요! 곰이 엄청··· ”


그런데 필모 아저씨는 부족한 회피율을 화려한 컨트롤로 대신하며 냥냥 펀치만한 공격력으로 야금야금 곰을 죽이고 있었다. 잘 피하고 잘 때리긴 하는데 저 파워도 도대체 언제 곰을 죽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 내가 컨트롤만 좋았다면 금방일 텐데.. ’


그때부터 난 정신을 집중하고 에임을 맞추려 노렸했다.


처음엔 역시나 처참한 명중률이었지만 이것도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어떨 때는 치명타가 떠서 원샷 원킬이 나오는 경우도 생겼고, 그 빈도가 점점 늘어갔다.


내가 그동안 컨트롤이 거지같았던 데엔 사냥을 게을리 했던 탓도 있었다는 걸 쫄딱 망하고 사냥 노예가 된 후에야 알게 됐다.


그렇게 용캐 노예의 활약으로 우린 4일 만에 다시 곰가죽 1000개를 복구할 수 있었다.



“ 갑시다. 주석씨와 승부하러! ”


왜 우리가 보스 대신 마을 대장장이와 싸우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우린 진지했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필모 아저씨는 갑옷 없이 맨몸으로 보스를 잡으러 가야 할 거다. 이번 전략은 바로 사지론이었다.



“ 이게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 집중하고! 일단 7강부터 만들어 오세요! 아자! ”


아직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 난 일단 파이팅 넘치게 아저씨를 격려해줬다.


그런데 결과값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뽑혔다.



“ 곰가죽 1000개를 몰아 받아서 7강이.. 겨우 10개요..? ”


이건 그냥 필모 아저씨 캐릭터에 저주가 걸린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재수가 똥일 수가 없었다.



“ 시..신에게는 아직 7강이 10개나 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믿어주세요! ”


아니요. 죄송하지만 이미 못 믿겠구요. 당신의 갑옷 종결템은 이미 레노라 갑옷 7강으로 결정했습니다. 더는 성장할 생각 마시고 그냥 이렇게 팀원들을 위해 열심히 사냥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그 말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 예. 일단 해보세요. ”


어차피 끝을 본 거 난 설렁설렁 지휘했다.



“ 감사합니다! 반드시 8강 5개 이상 띄우겠습니다! 따악! ”


하지만 기세와 달리 결과는 8강은 고작 3개뿐이었다. 이미 아재의 실체를 알아버린 터라 이젠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아재의 종결템이 7강에서 8강으로 올라서 다행이었다.



“ 8강 하나 지금 착용하시고요. 나머지 2개로 도전해 보세요. ”


어차피 파괴될 8강이라면 괜히 하강돼서 곰가죽만 처먹지 말고 아예 미련도 없게 깔끔하게 파괴돼 버렸으면 좋겠다. 그럼 남은 곰가죽은 나중에 들어올 길드원에게 몰아줄 수 있을 거다.



“ 합니다! 따악! ”


아저씨는 목이 터져라 기합을 외치며 괜히 목을 혹사시켰다. 저렇게 기합을 넣는다고 해서 망캐가 축캐가 되는 게 아니란 걸 나한테 알려준 게 본인이면서 정작 자신은 그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거 같았다.


길드 기둥 뽑히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길드장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 강화에 실패해서 장비가 파괴됐구려! 미안하게 됐수다! ]


저 봐라. 안 될 놈을 곰가죽 1000개를 가지고 와도 안 된다니까.


결국 우린 약 10일 동안 죽어라 곰가죽만 파밍하다가 갑옷이 필요 없는 농부한테만 10강 갑옷을 맞춰주고 정작 필요한 힐러한테는 무과금 엔딩으로 막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내 귀를 위험하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 강화에 성공하였구려! 축하하오! >


< 강화에 성공하였구려! 축하하오! >


우리 주석씨의 입에서 강화에 성공했다는 멘트가 무려 3번이나 연속으로 들렸다.


그 말은···8강에서 9강, 9강에서 10강..?!



“ 대장!!!!!!!! ”


그 순간 필모 아저씨가 거대한 몸뚱아리를 끌고 달려와서 내 품에 와락 안겼다. 충돌의 순간 난 멧돼지한테 몸통 박치기를 당한 거처럼 뒤로 휘청였다.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드디어 우린 무한 파밍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 거다!



“ 이제 레로라 갑옷은 졸업이다! 오늘은 일하지 마!! 무조건 술파티다!! 가자!!!!!!!! ”


오늘 같이 기쁜 날엔 술이 빠지면 섭섭한지라 우린 파업을 선언하고 대장간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오랜만에 사치를 부렸다.


그런데 텅텅 비었을 줄만 알았던 술집엔 처음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캐릭터들일까..?



***



그렇게 어제 부어라 마셔라 한 결과 결국 우리 길드는 가진 금화를 다 써버리고 파산하고 말았다.


내가 잠시 우리가 하루 벌어 하루 버티는 간당간당한 길드라는 걸 잊고 예전 습관대로 흥청망청 놀았던 모양이다.



“ 걱정마세요, 대장님! 제가 모아둔 요리 팔아서 돈 마련해 올게요! ”


역시 우리 길드는 빙빙이가 없으면 안 돌아갔다. 난 얘가 곰가죽을 몇 개를 먹었건 상관없었다. 그런 마당에 바로 레노라 갑옷을 10강까지 찍었으니 안 예뻐할 수가 없었다.



“ 그럼 돈 문제도 해결 됐고, 이제 슬슬 코쿵카를 잡으러 가볼까요? ”


우리가 이렇게 세진 이유는 바로 1관문을 지키고 있는 코쿵카를 잡기 위해서였다.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용캐인 내가 5명의 몫을 해준다면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을 거다.


난 그간 사냥을 하면서 연습한 나의 컨트롤을 믿어보기로 했다.



“ 저도 마침 그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빙빙이는 어쩌실 겁니까? 이대로 농사랑 요리만 하게 하실 건지, 아니면 전투에도 투입할지 이제는 결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


아주 좋은 질문이었다.



“ 그건.. 빙빙이의 의사가 중요할 거 같은데요. 넌 전투가 하고 싶니..? ”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난 빙빙이에게 의사를 물었다.


예전부터 난 길드원들의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솔직히 말해서 빙빙이의 전투는 기대감이 일도 없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끼워줄 의사는 있었다.



“ 전 뭐든 좋아요! ”


그래. 얘한테 물어본 내가 멍청했다.


얜 그냥 보스를 잡아오라고 하면 농민 봉기 마냥 곡괭이를 들고 뛰쳐나갈 애였다.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게 맞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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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등 길드라는 자부심 23.10.21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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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겁나 센 아이돌 전사! 23.10.18 16 0 9쪽
10 벽을 느꼈다.. 23.10.17 15 0 9쪽
9 용캐 공격 원툴 파티 23.10.17 19 0 10쪽
» 사지론 23.10.16 15 0 9쪽
7 운명을 건 강화! 23.10.15 20 0 10쪽
6 사냥 테스트 23.10.15 25 0 10쪽
5 용캐 전용 힐러 23.10.11 25 0 10쪽
4 찾았다 내 물주! 23.10.09 31 0 9쪽
3 난 도적이야! 23.10.08 36 0 10쪽
2 굶어죽은 용캐 23.10.07 52 0 10쪽
1 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23.10.07 9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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