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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용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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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10.07 21:12
최근연재일 :
2023.10.30 21:1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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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22

작성
23.10.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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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DUMMY

나 김동수, 현재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강남에서도 부자들이 살기로 유명한 H 아파트 101동 1701호였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신분 확인만 이중으로 거쳐야 했다. 그리고 20년 전 내가 살던 곳이기도 했다.


20년 전, 우리 아버지께선 꽤 굳건한 중견기업을 운영하셨다. 덕분에 난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세상 어려운지 모르고 살아왔다. 얼마나 돈이 넘쳤으면 당시 고딩이었던 내가 게임에 빠져서 천만원이나 현질에 때려박았다.


당시에는 게임에 현질하는 유저들이 별로 없어서 난 쓰레기같은 컨트롤을 템빨로 커버하며 랭커의 삶을 살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작진이 서버비를 뽑아보겠다고 야심차게 낸 도적 전설 캐릭터를 뽑는 카드깡에서 첫날에 고작 100만원으로 뽑으며 회사와 게임을 동시에 망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 후에 제작진의 저주를 받아선지 우리 집도 바로 망해버려서 난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와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 주소를 받았을 땐 잠깐 정신이 나갔었는데 오랜만에 내가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 콜을 받았다. 그 덕에 난 예전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던 그 곳에 정중하게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야 했다.



"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 "


그런데 우리 가족이 살던 그곳엔 나보다 목소리가 더 어려보이는 놈이 살고 있었다.


그 목소리만으로도 난 상대가 요즘 연달아 드라마 3편을 찍은 에이급배우 최성호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알기론 그의 나이는 올해 27살이었다.


내 인생은 이렇게 망해버렸는데 저 자식은 무슨 복을 받았는지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런 집에 살고 있었다. 갑자기 현타가 와서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 띵동! >


그때 새로운 배달이 들어왔다.


현타가 왔건 말건 그나마 입에 풀칠하고 살려면 무조건 이 콜을 잡아야 했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곳이라서 난 수락 버튼을 누르고 입구에 세워둔 오토바이로 달려갔다. 그 사이에 비가 왔는지 땅이 차갑게 젖어 있었다. 엄마는 이럴 때면 무조건 서행하라 하셨지만 그럴 여유가 없어서 범칙금 안 끊을 만큼 최대한 밟았다. 길이 미끄러워서 커브를 돌 때마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렸지만 이미 3년째 하는 일이라 난 유연하게 무게 중심을 옮겨가며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굉음을 내뿜는 스포츠가 한 대가 나타나더니 나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왔다.


저 새끼가 약을 먹었는지 역주행을 처하고 있었다!


쾅!


미처 속도를 줄여볼 틈도 없이 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순간 행복했고 유복했던 나의 학창시절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인성이 파탄나고 공부도 지질나게 못해서 매일 지겹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아무 걱정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행복했던 시절의 나로....


그렇게 고단했던 내 인생도 평온함 어둠에 잠겼다.



***



" 일어나세요!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난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에 난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부상이 있어서 응급실에 실려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살았다는 안도감보단 남은 인생에 대한 걱정과 지겨움에 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 콜 잡아 놓고 안 왔다고 또 평점 깎였겠네... 오늘은 뭐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


이왕 이렇게 공 친 거 부상을 핑계로 조금 더 자다 가기로 하고 난 눈을 뜨지 않고 버팅겼다. 이럴 때가 아니면 내가 마음 놓고 쉴 시간도 없었다.



" 용사님, 일어나세요! "


근데 별 이상한 단어가 들려왔다.


어느 미친놈이 병원에서 용사를 찾고 지랄이야.


난 그 정신 나간 여자를 찾기 위해 미간을 찡그리며 슬며시 눈을 떴다.



" 용사님! 정신이 드셨군요! "


그런데 내 눈에 보이는 건 병원이 아니라 18세기 유럽의 시골을 풍경으로 한 드넓은 목초지였다.



" 여..여기가 어디야! "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니 내 옆에는 요상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금발의 외국인이 서 있었다.


분명 말이 통한 거 같은데. 얘가 한국어도 할 줄 아는가 보다.


문제는 강남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던 내가 갑자기 왜 유럽으로 공간 이동을 했냐는 거다.



" 용사님, 괜찮으세요? 하도 오래 주무셔서 깨울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


근데 이 여자는 자꾸 날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며 친한척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예뻐서 좋긴 한데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옷 때문에 쳐다보기도 민망했다. 여기 어디서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 실례지만 제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


난 그녀에게 공손하게 물었다. 원래 나 말고도 남자들은 미인 앞에선 신사가 됐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 정말 기억 안 나세요? 저 로라에요! "


미안하지만 내가 아는 외국인 친구는 이 세상에 없었다. 일단 말이 안 통해서 난 그냥 평생 한국인 친구들이랑만 어울리기로 결심했다.



" 죄송하지만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절 아세요..? "


" 벌써 절 잊으셨군요. 저 용사님을 옆에서 보필하던 로라요! 처음에 용사님이 달빛 마을에 왔을 때부터 저와 함께 셨잖아요! 그 단검도 저와 함께 튜토리얼로 얻으셨는데. 정말 기억 안 나세요?! "


달빛 마을이라 하니 잊혀진 기억 너머로 어렴풋이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 마을은 20년 전 내가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방문했던 아주 정겹고도 즐거운 장소였다. 그곳에서 난 로라를 만나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도적의 기본 무기인 단검을 얻으며 내 인생 최고의 갓게임을 시작했다.



" 설마.. 미라클 스프링?! "


그 게임은 내가 서버 1위를 찍자마자 막을 내렸던 20년 전 갓게임 미라클 스프링이었다!



" 드디어 절 기억하시는군요! "


로라는 오랜만에 고향친구를 만난 거 마냥 날 반가워했다.


그건 고마운데.. 문제는 열심히 오토바이를 몰며 현생을 살고 있던 내가 왜 갑자기 게임 속에 들어와 있냐는 거다.



" 그래. 이거 꿈이네.. 꿈이야.. "


꿈이 아니고서야 내 눈앞에 이런 평화로운 들판과 괴상한 옷을 입은 게임 캐릭터가 등장할 리가 없었다. 내가 부상이 너무 심한 나머지 깨어나지 못하고 꿈 속을 헤매고 있는 거다.


그럼 깨어나야지!


난 주위를 살피다가 단단해 보이는 바위로 발견했다. 여기서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난 얼른 현생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야 우리 부모님 빚도 갚고 용돈도 드릴 수 있었다.


난 두 눈 꼭 감고 바위로 달려가 머리를 박았다.


쩌억!



' 근데.. 왜 안 아프지..? '


분명 단단한 무언가가 갈아지는 소리가 났는데 이상하게 고통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꿈이라서 그런가..?


조심스럽게 실눈을 떠보니 황소만 한 바위가 수박 갈라지듯 반으로 나눠져 있었다.



" 용사님은 지금 우리 서버에서 최초로 필로트 갑옷 올 11강을 찍으셔서 이런 바위는 손가락 하나로도 부실 수 있으세요. 굳이 머리까지 쓰실 필요도 없었는데 역시 겸손하시네요. "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게임의 랭킹 1위의 용캐였다. 매일 피통이 어마어마한 보스들이랑만 싸우던 나에게 이런 돌덩이는 새끼 손가락으로 코 파는 수준의 난이도였던 거다.


나 김동수, 이제는 현생이 아닌 게임 속에서 전설의 용캐를 소유한 닉네임 '무적'으로 다시 깨어났다!



" 나 돌아갈래! 어떻게 하면 현생으로 갈 수 있는지 알려줘! "


난 늘 길을 알려주던 NPC 로라에게 물었다. 나에게 첫 단검이 있는 곳도 알려줬으니 현생으로 가는 길도 능히 알려줄 수 있을 거다.



" 현생이라뇨? 여기가 현실인데요? "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얘한텐 게임 속 세상이 현실일 거다.


물은 내가 바보지..



" 그럼 이 세계에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


" 최종 보스를 깨셔야죠. "


로라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 최종 보스라면 키카루스?! 그거 중간에 게임 망해서 출시 안 된 거 아니었어?! "


키카루스는 도적의 전설 캐릭터 '적혈'이 출시된 후에 업로드 되기로 했던 이 게임의 최종 보스였다.


하지만 기대값 1000억이라는 목표치를 단 돈 100만원에 말아먹은 망할 유저놈 때문에 우린 그의 그림자도 못 보고 이 게임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아무래도 그 망할 놈이 지금 그 업보를 치르러 이 게임속으로 끌려온 거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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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용캐 공격 원툴 파티 23.10.17 19 0 10쪽
8 사지론 23.10.16 14 0 9쪽
7 운명을 건 강화! 23.10.15 20 0 10쪽
6 사냥 테스트 23.10.15 25 0 10쪽
5 용캐 전용 힐러 23.10.11 25 0 10쪽
4 찾았다 내 물주! 23.10.09 31 0 9쪽
3 난 도적이야! 23.10.08 36 0 10쪽
2 굶어죽은 용캐 23.10.07 52 0 10쪽
» 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23.10.07 9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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