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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Mango13

네메시안 테일즈 - 수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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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망고반쪽
작품등록일 :
2018.02.16 23:34
최근연재일 :
2019.04.13 10:42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905
추천수 :
49
글자수 :
334,185

작성
18.02.23 23:15
조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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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사람, 삶

DUMMY

"으헉!"

오웬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의 목검이 손을 떠나면서 나무 막대기가 울리는 소리가 연습장에 메아리 쳤다.

"아냐 아냐, 그게 아니라구. 자세를 더 낮추란 말야. 그리고 방패는 항상 몸 앞에! 알았어?"

그의 앞에는 자신처럼 나무 방패와 목검으로 무장한 에카가 서 있었다. 같은 방패병으로서 개인지도를 해주는 중이였지만, 이제 훈련을 막 끝낸 실습병은 역시 빈틈이 많았다.

"ㅇ-예."

"자, 다시 간다. 정신 차려라?"

오웬이 자신의 투구를 고쳐 쓰며 황급히 일어섰다.

"예!"

둘은 다시 자세를 잡고 서로 마주 보았다. 몸을 가리고 있는 방패, 그리고 머리 위로 높이 든 검. 얼핏 보면 비슷한 자세였지만 같은 비질들, 특히 오웬 자기 자신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에카가 먼저 앞으로 움직이며 그의 방패를 자신의 방패로 밀쳤다. 방금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 그는 대비하고 있었고 충돌과 동시에 발을 뒤로 빼서 중심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그는 반격으로 오른손목을 돌려 그녀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자세를 더욱 낮춰 검이 머리 위로 지나가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에카가 똑같은 방식으로 검을 놀렸지만, 그녀는 검의 궤도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여 그의 다리를 노렸다. 황급히 방패를 내린 그는 목검이 방패에 부딪히는 것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카의 방패가 그의 얼굴로 향하더니 정면으로 부딪혔다. 또 한번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그는 엉덩방아를 찧은 뒤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또 또, 내가 방금 뭐라 했는데? 방패는 항상 몸 앞! 뒤져도 방패는 항상 몸 앞에 두는거야, 안 그럼 진짜로 뒤진다."

"아-아야야··· 예."

"잘 들어, 우리 방패병들은 네메시스 놈들이랑 대놓고 치고박고 싸우는 놈들이란 말여. 우리가 뒤지면 우리 분대원들도 다 뒤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다리는 항상 날렵하게! 방패는 항상 몸 앞에! 잊으면 안된다."

"아-알겠습니다."

"얘, 티아! 이리 와 봐. 잘 봐, 어떤 느낌인지 보여줄게."

자신의 창을 손질하고 있던 티아가 그녀의 부름을 듣고 연습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한쪽에 비치되어 있는 봉을 하나 집어 든 그녀는 말 없이도 에카가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아는 듯 했다.

오웬이 뒤로 물러서자 이번에는 티아와 에카가 대련을 준비했다. 티아는 단창을 쓰는 이유인지 다른 창병들처럼 창을 허리에서 드는게 아니라 방패병들 처럼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실전에서의 난이도 때문에 단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질은 훈련병이든 실전 비질이든 보기 쉽지 않았기에 그런 그녀를 보는게 오웬은 항상 새롭게 느껴졌다.

'거기다··· 수석비질이신데, 어떠려나?'

그리고 그녀가 나타나자 연습장을 사용하고 있던 다른 비질들도 모두 멈춰서 그들이 할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티아의 명성이 그만큼 이곳의 비질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듯 했다.

대련이 시작 되자 티아가 창의 끝을 잡고 크게 돌렸다. 방패를 최소한으로 움직여 모서리로 막은 에카는 직후 창의 장점인 사거리를 없애기 위해 파고 들었지만 티아는 창을 회수하면서 에카의 방패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고 동시에 뒤로 뛰어 오히려 거리를 더욱 넓혔다. 그러더니 그녀는 창을 허리로 내리고 자신의 무게를 실어 에카에게 돌진했고, 충격을 받아낸 에카는 뒤로 밀리면서도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한동안 티아를 쳐다보다 다시 에카에게 눈을 돌린 오웬은 그제서야 자신과 에카의 차이를 완전히 이해했다.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티아의 맹공을 막아내는 그녀는 마치 방패와 혼연일체가 된 듯 묵직하게 서서 자세를 유지했다.

어느 순간 빈틈을 본 에카가 마침내 자신의 검을 움직였다. 발을 앞으로 내미는 그녀의 머리 위로 크게 호를 그린 검은 티아의 목 바로 옆에 멈추었다.

"아!"

"... 비겼네."

"어··· 하-하윈 비질님?"

어느새 하윈도 와서 그들의 대련을 구경하고 있었다. 분명히 에카가 이겼다고 생각했던 오웬은 어리둥절 해서 그에게 물었다.

"비겼다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에카 비질님이 지금···"

"아냐, 저걸 봐."

에카가 피식 웃더니 자신의 방패를 올려 보았다. 알고 보니 티아의 창끝도 에카의 허리에 닿아 있었다. 그녀가 공격하는 틈을 타 자신도 창을 내려 방패의 구역 밖을 노린 듯 했다. 대련이 끝난 것을 확인한 다른 비질들도 하나둘씩 자신이 하던 일들로 돌아갔다.

"봤지? 이게 방패병으로서의 첫번째 기초, 방어! 훈련소에서도 배웠을거야. 물론 실전에서 이렇게만 하면 뒤진다. 근데 왜 뒤질까?"

에카의 돌발 문제가 이어졌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받은 교육을 곱씹어본 오웬은 바로 답할 수 있었다.

"바-방어만큼 회피도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오호! 좋아. 방금은 내가 방어의 기초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회피를 안한거라구. 내가 제대로 했으면 티아는-"

"티아는 뭐라고?"

"으햣!"

티아가 봉으로 에카의 허리를 쿡쿡 찌르자 그녀가 간지러운지 소리를 지르며 움찔거렸다.

"가-간지러 티아! 아하하! 제-제발 그만!"

"내가 봐준건 생각 안하는거야, 에카? 내가 수석비질이란건 네가 한 말이잖아?"

"아-알았어! 으히힛, 미안해! 이제 그만해!"

그녀를 몇번 더 간지럽히더니 티아는 재미를 충분히 봤는지 에카를 놔주고 봉을 다시 원위치에 갖다 놓으러 가버렸다.

"에고··· 죽는줄 알았네."

그리고 방금의 고문으로 지친 에카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에카 비질님 대단하십니다. 수석비질이란 분이랑 그렇게 대련을 하시니."

"근데 쟤 말이 맞아, 제대로 하면 내가 져."

"바꿔 말하면 수석비질과도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계신다는거 아닙니까?"

그의 말이 웃겼는지 에카가 갑자기 풋하고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솔직히 이런 대련은 의미가 없지. 우리는 괴물 싸우는 놈들이여, 사람 싸우는건 와쳐 놈들 일이구."

"그-그건 그렇습니다."

그 때 일과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한주가 끝나고 주말이 왔다는 생각에 비질들이 하나같이 들떠서 연습장을 빠져 나갔다.

"우와, 주말이다! 가자 오웬, 오늘 고생했다."

"아-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비질들이 생활관으로 향하는 반면 티아 혼자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궁금해진 오웬이 결국 그녀가 사라지기 전에 물었다.

"어···? 루크레티아 비질님은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응? 너 몰랐어? 쟤 유부녀야. 주말마다 자기 집으로 퇴근해."

"ㅇ-예?!"

갑자기 드러난 사실에 오웬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티아는 스물 넷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숙달된 비질일 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어차피 우리 집이 멀어서 주말에만 집으로 퇴근이야."

"그··· 그렇구나···"

"우우우! 우린 칙칙한 막사인데!"

"내버려 둬 하윈, 어차피 우린 포기해야 돼. 주말당직 열외는 조금 부럽다만..."

하윈과 한스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쓸쓸하게 막사로 향했다. 티아는 그들을 보고 살짝 웃더니 말을 빨리 빌리기 위해 서둘렀다.

"그럼 모두 다음주에 봐!"

동료들을 뒤로 하고 비질 막사에서 말을 빌린 그녀는 스파다를 나섰다. 그녀의 진짜 집은 말을 타고 동쪽으로 3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스파다 주의 외곽 쪽 마을 토른. 그녀의 남편인 개럿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유상인으로서 사자연맹의 이웃 왕국들에 까지 자주 출장을 다니는 꽤나 바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집에 있었고, 그녀는 최대한 빨리 집에 가서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마을 입구를 지날 즈음에는 달이 이미 멀리서 떠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늦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기를 작게 기도하였다.

"어머, 티아 왔구나?"

"네. 일주일간 잘 지내셨어요?"

우연히 지나가던 촌장 아주머니가 티아를 보고 다가왔다. 일주일 만에 보는 그녀가 반가운 듯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그럼, 무슨 일이 있겠어. 티아도 이번주 고생 했겠네, 얼른 들어가서 쉬어."

"네. 나중에 봬요."

그녀와 개럿의 집에서 세어 나오는 옅은 촛불의 빛이 그녀의 눈을 이끌었다. 살금살금 집 뒤의 마굿간에 말을 묶어둔 그녀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며 안을 확인했다. 개럿이 운동을 하다 놀라서 일어서며 문을 향해 돌아섰다.

"누-누구··· 어? 티-티아 씨?"

덥수룩한 검은 수염에, 운동으로 인해 다부진 몸이었지만 그의 성격은 문자 그대로 '파리 한마리도 죽이지 못할' 성격이었다. 어쩌면 그가 단련한 몸은 그런 유한 마음을 숨기기 위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 왔어, 여보. 혹시 저녁 먹었어?"

"아직··· 일찍 왔네."

"다행이다, 오랜만에 여보야랑 저녁 같이 먹고 싶었거든. 배도 고프네, 얼른 먹자."

그가 말 없이 땀을 닦아내고 손도 씻더니 미리 끓여놓은 스프와 빵을 들고 왔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고기라도 손질 해놓을걸···"

한편 티아는 정말 배고팠는지 어느새 갑옷도 다 벗고 식탁에 앉아 있었다. 개럿이 앉기 전에 촛불 몇개를 더 켜 집 안을 조금 더 환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고기는 무슨. 근데 진짜 오랜만이네, 이렇게 저녁 같이 먹는거."

"응."

개럿이 자리에 앉자 마자 허겁지겁 먹는 티아와는 달리 그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처럼 쭈뼛쭈뼛 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의 눈이 티아의 배에 꽂혀 있었다.

"당신, 또 우리 아기 걱정하는거지?"

"어··· 응."

"괜찮아, 한달 정도만 더 일하고 휴가 신청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어느새 티아도 수프를 떠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개럿을 보았다. 미안하다는 듯, 걱정 된다는 듯 아련한 표정이 그를 더욱 심려하게 만들었다.

"당신··· 다음주도 출장이지?"

"어··· 한달 동안."

"솔직히 난 나랑 우리 아기보다 당신이 더 걱정 돼."

"... 내가 걱정 될게 뭐가 있어?"

"몰라, 그냥··· 그냥 기분이 안좋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만 같은···"

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굳은 살이 배기고 투박해진 손을 잡아 주었다. 그의 눈에는 그렇게 돌맹이 처럼 단단해진 손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없었다.

"난 별 일 없을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걱정 마."

"... 그래. 다 괜찮을거야."

그녀도 그의 부드럽지만, 약한 자신이 싫어 강하게 단련한 손을 꽉 잡았다. 촛불에 비춰 보이는 그녀의 옅은 미소가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걱정해 주면서, 다정하게 나눠가는 삶에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이것이 바로 사냥꾼이 꿈꿔오고, 소망했던 삶이었다.

윤택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삶이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다운 삶.


작가의말

에, 안녕하세요. 오렌지맛 망고반쪽입니다. 

오늘은 개인사정 때문에 쬐~끔 일찍 올립니다. 

이제 저는 흑표범 형님 영화 보러-읍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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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4: 구원 2 18.10.05 8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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