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alfMango13

네메시안 테일즈 - 수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망고반쪽
작품등록일 :
2018.02.16 23:34
최근연재일 :
2019.04.13 10:42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789
추천수 :
49
글자수 :
334,185

작성
18.07.27 22:39
조회
76
추천
1
글자
17쪽

22: 패배

DUMMY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거대한 날개짓으로 구름들을 날려보내며 도시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녀의 뒤로 비치는 햇살은 역시나 그녀의 은색 비늘과 날개와 뒤섞여 여신의 그것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하지만 악마는 악마. 먼지 하나도 안 날릴 듯 부드럽게 안착한 그녀의 첫번째 행동은 성벽을 장난스럽게 발로 차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한심하군."

마룡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들에게 코웃음 치며 성벽을 폴짝 넘어 땅을 울리며 도시 안에 착지했다. 눈을 찡그리고 잠시 두리번 거리던 그녀는 테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펠리시아를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몸을 숙였다.

"어떠냐, 내가 준비한 선물이?"

그녀의 행동에 펠리시아는 순간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나 생각하였다. 어떻게 저렇게 순진한 미소로 와 말투로 순수한 악 그 자체인 말을 담을 수 있는가.

"생각보다 멀리도 도망갔더구나. 하지만 헛수고 였지. 지금 죽지 않아도 언젠가는 죽을거 어째서 피하는 것이냐?"

더 이상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다. 이것이 가장 높은 긍지를 가진 생명체에게 노예의 고통을 준 대가였다.

"제발... 제발 그만해줘..."

"음?"

그녀가 속삭이는 말을 마룡이 잘 듣지 못하였는지 몸을 더욱 숙여 그녀의 바로 앞까지 얼굴을 가져갔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파란색과 은색 눈동자들이 펠리시아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는냐?"

"제발 그만해, 이렇게 사람들을 죽인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너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이미 죽었어!"

펠리시아가 코앞까지 온 절망에 몸서리 치며 눈물과 함께 외쳤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마룡은 오히려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받아쳤다.

"내가 그 말을 3년 동안 몇번이나 말했는지 아느냐?"

"...?"

"이만삼천칠백스물한번. '제발 그만해줘' 라고 내가 말한 햇수다. 내 긍지는 무시하고 벌레같은 네놈들 에게 빌면서 제발 그만해달라고 애걸 했지. 하지만 네놈들은 마치 신이라도 된 것 마냥, 네놈들이 아니라 내가 벌레인 것 마냥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를 고문하고, 나를 굴복시키고, 내 힘을 나에게서 뺏은 네놈들에게 나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땅을 짚은 그녀의 손톱이 대지를 뚫고 그 안에 박혔다. 그 악몽이 여전히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몸 곳곳에서 마력이 흘러나왔다.

"네놈들은 들리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나락에 쳐넣어 짓밟고, 내 몸에서 마력을 뽑아 쓰며 좋아라 했지. 그때 마다 나는 내 몸이 수천 갈래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몇년이고 말야. 하지만 네놈들은 절대 듣지 않았어.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좋아라 했겠지."

그녀의 한숨과 함께 마력이 모두 멈췄다.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 그녀는 주위의 모든 인간들을 내려다 보며 속삭였다.

"이번에는 내가 묻겠다, 인간."

그때 펠리시아는 느꼈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네메시스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가 왜 네놈들의 애원을 들어줘야 하지?"

바로 그 순간, 마룡의 입이 마침표를 찍는 바로 그 때 마룡의 눈 앞에 노란색 마법구가 나타났다. 곧바로 엄청난 섬광을 사방으로 뿌리며 폭발한 마법구는 일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였다.

"하, 또 이런 수작이 통할거라 생각한거냐?"

그러나 빛의 구름이 걷히고 나자 드러난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눈을 감은 채 한심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던 마룡이었다. 누가 한 공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한번 본 공격을 용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공격의 신호일 뿐이었다.

도시의 한쪽 골목에서 엄청난 비명이 음파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졌다. 필시 마법으로 증폭되었던 그 비명은 펠리시아와 테나 뿐만 아니라 마룡 까지 고통에 사무치게 만들었다.

"아닛-"

마룡이 한쪽 귀를 막으며 앞으로 엎어졌다. 하지만 한 팔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녀를 향한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명과 같은 방향에서 작은 공 같은 무언가가 그녀의 얼굴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그녀의 코에 정확히 닿은 그것은 곧바로 폭발하여 짙은 회색의 연기를 사방으로 분출했다.

"!"

곧바로 그녀가 기침을 하며 얼굴을 땅바닥에 부딪혔다. 짙은 연막에 숨이 틀어막힌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도시를 더욱 묵사발로 만들었지만, 다행이라 할지 그 일대의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숨을 거둔 후 였다. 여전히 귀를 막고 있던 펠리시아는 누가 마룡에게 그런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연막탄에서 나오는 지독한 냄새는 그 거리에서도 그녀의 코를 막아버리기 충분했다.

그때 공격이 연이어 나온 공격에서 당사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펠리시아 처럼 마법으로 자신의 속력을 높인 그는 곧바로 그녀 처럼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테나에게 달려와 그녀를 넘어뜨렸다.

"에-에인?!"

펠리시아가 당황하며 에인을 불렀지만 음파에 파묻힌 목소리는 그녀 자신도 듣지 못하였다. 한편 그는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마법으로 그녀의 정신을 잃게 만든 뒤 그녀를 어깨에 짊어 들었다. 그러더니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던져 주더니 모습을 드러냈을 때 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다시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펠리시아는 방금 벌어진 광경에 어이를 잃고 잠시 그가 사라진 골목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가 사라지자 곧 비명소리도 멈추었다.

"...! 이건..."

"흐으... 흐으... 이놈들이!"

마룡이 소리가 멈추자 벌떡 일어서며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살폈다. 방금의 연막에 눈물이 고이고 콧물이 흘러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우스꽝 스러웠지만, 마룡의 분노는 놀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 벌레가 또 내 앞을!"

테나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가 순간 당황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사방에 화염을 뿜었다. 그녀의 거대해진 몸 만큼 압도적인 화염의 해일이 도시를 뒤덮었다.

"그만둬!"

그때 펠리시아가 마룡의 얼굴을 향해 마력탄을 날렸다. 그녀에게 더 이상 마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믿고 있던 마룡은 놀란 것인지 화염의 홍수를 내뱉던 입을 다물고 그녀를 향해 은색 눈을 돌렸다.

"어떻게 네놈이...?"

펠리시아의 손에는 휘광을 내뿜으며 마력을 분출하는 수정이 쥐어져 있었다. 그 광채로 발산되는 마력을 빨아들이며 그녀의 몸은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마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을 넘어서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순환 시키기 시작하자 그녀의 피부와 혈관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과 꼬리 까지 피얼룩을 뚫고 청록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호오?"

마룡이 흥미로운지 몸을 낮추고 그녀의 발악을 조금 더 가까이 보려고 몸을 다시 숙였지만, 그녀는 작은 돌풍을 일으키더니 텅 빈 수정 만을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니-?!"

펠리시아가 다람쥐 처럼 마룡의 가랑이 사이를 넘으며 그녀의 몸을 올랐다. 어느새 비늘 밑의 맨살이 드러나 있는 허벅지에 다다라 검을 크게 휘두르자 피가 솟구치며 일대를 피로 적셨다. 당황한 마룡이 팔을 공중에 있는 그녀에게 휘둘렀다.

"이 놈이!"

공중에서 마력탄을 발사해 위치를 바꾼 그녀는 마룡의 손가락에 검을 걸쳐 그녀의 손에 올라탔다. 잠시 손가락에 매달려 날려가지 않도록 버틴 펠리시아는 손이 마룡의 어깨 근처에서 멈추자 그것에서 뛰어내려 그녀의 날개로 향했다.

"하아앗!"

그녀가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고 더욱 많은 마력을 몸에 쏟아부었다. 오른쪽 첫번째 날개의 뿌리에 도달한 그녀는 그것의 주위를 돌며 겉을 베어낸 뒤 바닥을 향해 도약하며 그것을 완전히 잘라내버렸다.

"크아악!"

마룡이 괴성을 지르고 무릎을 꿇으며 주위의 건물들을 무너뜨렸다. 도시의 한 구역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날개는 땅에 닿기 전에 새하얀 방울로 흩어지며 공기속으로 증발해버렸다.

"하-흐으, 네놈이..."

고통이 상당했는지 마룡은 말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펠리시아를 향해 세로눈을 부라렸다. 펠리시아는 곧바로 그 눈을 노리며 달려왔지만 거대한 마법 장벽에 막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크기를 아무리 늘려봤자 날 맞출 수 없으면 소용 없어."

펠리시아가 마룡의 벽 앞에 서서 그녀를 도발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허세와 도발일 뿐이었다. 비록 이런 일이 있을까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을 더욱 단련해온 펠리시아였지만, 이런 상대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그레고르와 비질들이 하고자 하는건 시민들이 거리를 벌릴 수 있을 때 까지 시간을 버는 것,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다. 슬슬 도망칠 기회를 찾아야 했다.

용들의 무한한 마력이 거짓은 아닌지 어느새 마력으로 된 새로운 날개가 그녀의 상처에서 자라났다. 완전히 형태를 갖추자 그것은 유체 같은 투명함을 탈피하고 다시 원 모습을 되찾았다.

"적당히 끝내주려고 했건만... 네놈 만큼은 절대로 편하게 보내줄 수 없다."

갑자기 마룡의 일그러졌던 표정이 미소로 바뀌었다. 그녀가 손을 뻗자 펠리시아는 이번에는 뭘 하려는건가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마룡은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옅은 푸른색의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반딧불이 처럼 하나둘씩 도시 곳곳에서 몰려든 그것은 마룡의 손 위에 등불 처럼 모여 은은한 빛을 내었다. 펠리시아는 그것을 보며 분명 어디선가 비슷한 빛을 본 기억이 있음을 느꼈다.

"!"

곧 그녀는 기억해낼 수 있었다. 에탐의 기둥, 꼭대기 층에 있던 거대한 수정. 베인이 사람의 영혼을 모으기 위해 개조했던 수정과 같은 빛을 내고 있었다. 마룡은 그녀의 안색이 시체의 그것 처럼 질리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구나. 그래, 이것은 모두 인간의 영혼들이지. 지금 이 순간 죽어가고 있는 놈들을 내가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놔줘!"

펠리시아가 그녀에게 외쳤지만, 마룡은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모양인지 실실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글쎄, 이걸 놔버리면 이 영혼들은 전부 그냥 죽어버릴 텐데. 몸으로 돌아갈 수 없는걸?"

그녀의 비아냥 거리는 태도에 펠리시아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다시 한번 마룡에게 달려들려고 하였지만, 마법의 장벽은 아직도 서 있었고 그것을 뚫기에는 그녀의 힘이 부족했다. 에인의 검으로 수십번을 내질러 봐도 마룡의 장벽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 아, 그래. 네놈이 놓아달라고 하였으니, 네놈에게 주면 되겠구나?"

갑자기 마룡이 이상한 말을 속삭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펠리시아는 무기를 내리고 다시 뒷걸음질 쳤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장벽이 그녀를 가두는 상자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문득 겁에 질린 그녀는 전력으로 달려 한쪽 벽에 부딪혔지만, 방금 처럼 벽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서로간의 공간을 좁힌 벽들은 어느새 그녀를 가두는 상자가 되었다. 몸부림 치는 작은 늑대가 담겨있는 상자를 마룡은 연약한 동물을 다루는 어린 아이 처럼 조심스럽게, 하지만 기대에 찬 모습으로 들어올렸다.

"저번에 네녀석이 한 말은 잘 들었다. 가족은 보내달라? 사람을 우습게 보지 말라? 마치 성자인 마냥 말을 하였구나."

마룡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독기가 담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수정에 갇혀 있으면서도 투기장에서 벌어졌던 일을 모두 듣고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선 하나."

영혼의 덩어리에서 마룡이 딱 하나를 떼어내더니 펠리시아의 앞으로 가져왔다. 또 다시 하얗게 질리는 펠리시아의 표정을 보며 기대에 찬 웃음소리를 낸 그녀는 그것을 펠리시아의 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여긴... 어디야?'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펠리시아의 머릿속에 울렸다. 그녀의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이며 자신이 갇힌 보호막을 더듬거렸다.

"자-잠깐만-"

펠리시아가 아이를 멈추려 하였지만 지평선을 가릴 듯 거대한 마룡의 모습을 본 아이는 곧바로 공황에 빠졌다.

"괴-괴물-"

"제발, 침착해줘! ㄱ-"

"-괴물이야!"

아이의 두려움에 주도권이 빼앗긴 그녀의 몸이 뒤로 넘어지며 주저앉았다. 공포에 같이 휘말리기 시작한 펠리시아는 여전히 간곡하며 그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줘!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하아... 하아..."

'내 말 들리지?'

"누-누구세요?"

'미안해, 지금은 설명해줄 수 없어. 하지만 날 믿어줘,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아이의 마음 속에 불신과 안도감이 싹텄다. 결국 그가 그녀를 믿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몸의 주도권을 되찾아 다시 일어섰다.

"쿡... 킥킥-아하하하!"

마룡이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 속의 아이가 다시 움찔했다. 그의 두려움을 통제하기 위해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그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가관이구나! 가관이야! 기대했던 것 보다 너무나 재밌구나!"

"그 입 닥-"

"그럼 이번에는 두개를 해볼까?"

그 말과 함께 펠리시아 앞에 두개의 영혼이 다가왔다. 말문이 막혀버린 펠리시아는 자신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손발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일까, 아이의 마음일까.

"서-설마..."

"자, 받아!"

그것들이 몸 속에 들어가자 마자 펠리시아는 몸을 뒤틀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네명의 사람이 한 몸을 쟁탈하려 하며 비명을 지르려 하고, 팔을 뻗으려 하고, 일어서려 하였다. 도저히 가늠이 안되는 몸과 감정에 휘말리며 펠리시아는 최대한 그들을 진정시키려 하였지만, 세명의 영혼은 이미 그녀의 통제 밖이었다.

"이제..."

어느새 그녀의 주위에는 마룡이 모은 수백개의 영혼들이 있었다. 그녀의 몸에 들어온 영혼들 중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펠리시아는 두려움에 휩싸여 간절한 눈빛으로 마룡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걸하였다.

"아-안...으...ㄷ"

그녀의 입에서 말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겨우 세명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셀 수 조차 없는 영혼들이 그녀의 몸 안에 몰려들어온다면 그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들 사이에서 네가 자아 조차 유지할 수 있을까?"

마룡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모든 영혼들이 일제히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비명.

두려움.

고통.

혼란.

흩어지지 않았다. 하나의 혼돈의 파도가 되어 펠리시아의 머릿속을 감정과 광란의 심연 속에 묻어버렸다. 홍수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작은 나무 처럼, 찰나의 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그것에 휩쓸려 버린 펠리시아는 자신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조각조각 뒤섞여버린 기억들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몸도, 마음도, 이성도, 감정도. 모두 펠리시아의 통제를 떠난지 오래였다.

아니.

펠리시아는 누구인가?


이제 그녀의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발작하며 마룡의 손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눈과 표정은 완전히 풀려버려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에게 의식이란 것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이따금씩 신음 소리가 나왔지만 사람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마룡은 완전히 마비된 그녀를 보고 미소를 얼굴에서 지워버렸다.

"그래, 고통스러워 보이는구나."

마룡이 그녀를 들고 도시 밖으로 나오더니 그녀를 평야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 어찌된 일인지 평온 밖에 없는 그곳에는 짐승들도 마룡의 명을 받은 것인지 절대 다가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마룡은 그녀가 고통을 만끽하기를 바랬다.

아무도 없는 곳에, 짐승 조차 없는 구석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도록.

"그렇게 죽을 때 까지 혼돈의 고통을 맛보거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망고반쪽입니다. 

다음주 연재는 제가 여행을 가게 돼서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주 쉬는 점 사과드리며,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9 티없는하늘
    작성일
    18.09.16 04:01
    No. 1

    단숨에 1부부터 3부까지 쭉 읽었습니다. 휴재가 길어지시는 것 같아 아쉽네요.
    비록 사람들이 '고구마'라고 할 만한 요소가 너무 많아서 저도 읽는 내내 계속 답답하고 짜증나긴 했습니다만 필력이 좋으신 것 같아 댓글 남깁니다.
    주제 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너무 답답한 상황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2부 결말에서도 표면적으로 갈등은 마무리되었지만, 왕국이 일으킨 일들에 대해서는 불길한 암시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물론 3부 내용의 중요 시작점이기에 그러셨던 것 같지만, 독자 입장으로서는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읽을 맛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3부에서도 티아의 행동이 왕의 죽음까지도 너무 어리석은 게 답답합니다. 최소한 현장에 있었다면 모든 비극이 왕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달았을텐데 끝까지 아리아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지요.
    물런 마룡에게 모든 걸 잃은 증오심에 그랬을 거라는 건 알겠지만 일부러 마룡 부활을 위해 억지로 행동시킨다는 모습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분명 작가님의 소설은 충분히 매력있지만, 계속해서 답답함이 이어진다면 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금방 떨어질 것 같네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부디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망고반쪽
    작성일
    18.09.20 04:42
    No. 2

    우선 멋진 댓글 달아주신 점 정말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저로서는 전혀 주제 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되려 제가 필요로 했던 문제점들의 제시를 정확히 해주신 것 같군요.
    휴재가 길어진 점에 대해서는 제가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서 잠시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글에 대한 피드백이 없던 점, 그리고 제 소설을 먼저 읽으며 문법의 확인과 코멘트를 담당해 주던 에디터와 연락이 두절되어 솔직히 말해 지친 감이 없잖아 있었네요. 비록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는 데도 아무 말 없이 연재를 중단해 버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제 용기를 복돋아 주신 것 같네요. 가능하면 생각과 구상해 놓은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다음주에 연재를 제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많이 부족한 소설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끝까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음 화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 더 나은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메시안 테일즈 - 수인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월 연재 공지 19.03.03 42 0 -
공지 휴재(01.12.18) 18.12.01 52 0 -
공지 공지: 길어졌던 휴재에 관하여 +1 18.09.20 67 0 -
공지 휴재 (22.06.2018) 18.06.21 207 0 -
공지 읽으시기 전에 18.02.16 156 0 -
45 네메시안 테일즈 -에필로그- 19.04.13 42 1 14쪽
44 39: 수인의 이야기 (완) 19.04.13 29 1 17쪽
43 38: 소원 +1 19.04.06 35 1 20쪽
42 37: 마지막 희망 19.03.30 35 1 14쪽
41 36: 죽음을 맞이하며 +2 19.03.23 46 1 20쪽
40 35: 끝 +2 19.03.16 51 1 20쪽
39 34: 두번째 희망 +2 19.02.23 56 1 16쪽
38 33: 마지막 새벽 19.02.09 71 1 12쪽
37 32: 어둠 속으로 19.01.26 57 1 12쪽
36 31: 사람의 마음이란 2 +2 19.01.12 72 1 11쪽
35 30: 화 +2 18.12.29 69 2 12쪽
34 29: 첫번째 희망 +2 18.12.15 77 1 18쪽
33 28: 끝의 시작 18.11.17 61 1 15쪽
32 27: 사람, 삶 3 +2 18.11.03 70 1 16쪽
31 26: 엇갈림 +2 18.10.19 80 1 13쪽
30 25: 어제의 적 18.10.12 68 2 17쪽
29 24: 구원 2 18.10.05 78 1 17쪽
28 23: 구원 1 18.09.28 66 2 16쪽
» 22: 패배 +2 18.07.27 77 1 17쪽
26 21: 재격돌 18.07.20 82 1 15쪽
25 20: 수인 18.07.13 88 1 16쪽
24 19: 사람, 삶 2 18.07.06 90 1 15쪽
23 18: 기다림 18.06.29 76 1 21쪽
22 17: 격노 18.06.15 68 1 16쪽
21 16: 쟁탈 18.06.08 91 1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