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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Mango13

네메시안 테일즈 - 수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망고반쪽
작품등록일 :
2018.02.16 23:34
최근연재일 :
2019.04.13 10: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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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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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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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 일상

DUMMY

목표물이 나무와 바위들 사이를 통통 튀며 번개 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이번 목표물은 사슴 네메시스, 하지만 초식동물이라고 방심 할 수 없었다. 맹수의 그것 보다도 더 호전적으로 꿈틀 거리는 근육, 왕관 처럼 거의 사람의 키 만큼 날카롭게 뻗어 웅장함을 뽐내는 뿔, 그리고 분노에 휩쓸려 이성을 잃은 눈빛은 놈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놈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비질, '인간 사냥꾼'을 사냥하는 자들.

"분대장님, 놈이 오고 있습니다. 예상 도착 시간은··· 10초."

하윈. 나이 스물 둘, 긴 갈색 머리를 뒤로 묶은 앳된 얼굴의 사나이. 분대의 막내이지만 최신참은 아니며 정찰 담당, 특출난 시력과 청력으로 분대를 보조.

"좋아. 한스, 지나, 준비."

분대장 해롤드. 나이 서른 하나. 삭발한 머리와 짧은 수염의 단단한 인상의 남자. 철저한 계산과 바위 같은 묵직한 행동으로 네메시스를 압살 하는 전술가.

"예."

한스와 지나, 스물 셋 남매 쌍둥이. 황토색 머리카락과 주근깨가 특징. 분대의 함정 구축 및 전방 전투 지원 담당.

그들이 긴 밧줄을 나무 두 그루에 한바퀴 둘러 걸친 후 잡아 당겼다. 뒤로 완전히 누워 무게 까지 실은 그들은 네메시스가 밧줄에 걸릴 때 생길 충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과연 10초가 지나자 네메시스가 근처의 나무들 까지 날려버릴 기세로 숲 밖에 서 있는 해롤드와 비질들에게 돌진해 왔다. 당연히 밧줄을 보지 못한 놈은 곧장 넘어져 옆으로 굴렀다.

"티아, 지금이다!"

루크레티아, 스물 넷의 검은 단발머리와 푸른 눈의 여비질. 일반적인 전투교리와는 다르게 후위에서 장창을 다루는게 아닌 전방에서 단창을 다루며 방패병과 창병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

해롤드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그의 뒤에 서 있던 티아가 창을 들고 도약했다. 그녀는 높이 뛰어 올라 자신의 무게와 함께 창을 놈의 머리에 내려 찍으려 했지만, 그새 회복한 네메시스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머리에 찍혔을 창을 피했다. 그리고 반격으로 날아오는 날카로운 뿔을 그녀는 옆으로 굴러 피하며 놈의 목에 창을 휘둘러 얕은 상처를 입혔다.

다음 순간 숲에서 화살이 날아와 네메시스의 뒷목에 박혔지만, 그걸로는 놈을 더욱 난동 부리게 할 뿐이었다. 티아가 놈의 공격을 거리를 벌려 피하면서 창으로 얕은 상처를 계속 만드는 동시에 화살들은 계속해서 하나씩 놈의 몸에 박혔다.

"에카, 오웬! 티아를 엄호해라!"

노란색의 티아와 같은 단발머리를 한 에카. 그리고 짧은 검은 머리의 청년 오웬. 둘 모두 방패병 이지만 에카는 오랜 세월 동안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인 반면 오웬은 최신참 비질.

해롤드가 자신의 주 병기인 장창을 들며 분대의 마지막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에카가중앙, 오웬이 왼쪽을 막아 서서 놈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오웬은 이제 훈련 과정을 막 마친 실습병으로서 많이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세명이 네메시스의 주위를 분산시킴과 동시에 해롤드도 장창으로 놈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내었다. 그리고 놈의 신경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병사들에게 완전히 팔린 사이 한스와 지나가 밧줄을 던져 네메시스의 뿔에 걸었다. 나무에 걸쳐 당기는 밧줄은 아무리 네메시스라고 해도 힘으로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한번에 끝낸다, 모두 준비!"

해롤드의 신호에 모두 움직임이 구속된 네메시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그 때 갑자기 오른쪽의 밧줄이 느슨해지더니 네메시스의 뿔이 신참인 오웬에게 향했다. 당황한 오웬은 반응하지 못하고 방패를 든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다.

"오웬!"

밧줄을 놓아버린 당사자인 한스가 놀라서 오웬에게 외쳤지만, 그는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티아, 해롤드 그리고 에카가 동시에 놈의 옆을 공격하여 뿔의 궤도를 바꿔버렸고 뿔이 방패에 스친 오웬은 넘어지는데 그쳤다.

"한스, 정신 차리지 못해?!"

티아가 실수로 동료를 죽일 뻔 한 한스에게 호통을 질렀다. 일단 정신을 차린 그는 밧줄을 다시 주워 나무에 걸쳤다.

그리고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놈에게 화살이 연속으로 날아와 박혔다. 이미 벼랑 끝까지 몰린 놈의 위에 티아가 올라타며 창을 등에 꽂았고, 힘이 빠진 놈은 결국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직후 에카가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놈의 목을 베고 해롤드에게 보고했다.

"끝났습니다요, 분대장님."

"좋아. 하윈, 한스, 지나. 너희 셋이 뒷수습 담당이다. 나머지는 복귀하기 전 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그러더니 해롤드는 아직 넋이 나간 듯이 바닥에 앉아 있는 오웬에게 걸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나?"

"아··· ㅇ-예, 괜찮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에카, 돌아갈 때 까지 좀 봐주도록."

"예이, 예이."

"어이 오웬!"

그 때 분대의 저격수인 샨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샨, 스물 일곱의 붉은색 곱슬머리의 사내. 느긋하다 못해 나대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한 성격이지만 빠른 눈치로 알게 모르게 분대원 들을 챙김. 배테랑 저격수이자 분대의 부분대장.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네메시스가 덮쳤잖아, 뼈 부러지진 않-?!"

그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아직 어안이 벙벙한 신참을 붙잡고 흔들며 정신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에카가 결국 그를 밀쳐내면서 다그쳤다.

"어이구, 그렇게 신참 다그치면 누가 상이라도 준대요? 괜히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서 다른 애들이나 도와주셔요!"

"어-어어어? 잠깐만!"

한편 티아는 네메시스의 시체를 분주히 해체하고 있는 세명에게 다가갔다. 손에 작은 물잔 세개와 큰 물주머니를 들고 있던 그녀는 물을 따라 그들에게 건냈다.

"자, 받아."

"어··· 응. 고마워."

물론 그중에는 한스도 있었다. 그는 아까 한 실수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는지 표정이 어둡다 못해 흙빛이었다.

"아까는··· 미안했어."

"나한테는 미안할 필요 없어. 아니, 실수 한 걸 알았으면 그걸로 된거지. 다음에 조심하면 돼."

티아도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가방에서 작은 잔을 꺼내 물을 따라 마셨다. 아직도 자괴감에 빠져있는 듯 한 한스를 보고 그녀가 충고를 건넸다.

"너, 아까 분명 신참이 있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

"어-어떻게 알았어?"

"네가 방심해서 줄을 놓을 사람이 아닌건 알거든. 분명 신참도 왔으니까, 절대 놓지 않으려고 엄청 긴장해서 꽉 잡고 있었을거 아냐."

한스가 속마음을 훤히 읽힌게 무안했는지 물잔만 꼼지락 거리며 대답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이란 것도 네가 아까 잡고 있던 줄이랑 똑같아. 느슨하게 잡고 있으면 당연히 안되지만 너무 세게 잡고 있는다고 해도 좋을게 없어. 균형이 중요한거야."

"으-응. 고마워."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을 본 티아가 그의 등을 살짝 치고 일어섰다. 해체 작업도 막바지였고, 다른 병사들도 자신의 병기와 소지품을 확인하며 복귀할 채비를 하였다.

"모두 준비 되었나?"

"예!"

분대장의 확인에 모두 준비를 마치고 우렁차게 대답하자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좋아, 오늘도 성공적인 사냥이었다. 비질, 복귀한다!"

임무를 마친 그들은 숲에서 나와 그들의 주둔지이자 비질 중앙 본부가 있는 스파다로 향했다. 의기양양한 그들의 발걸음을 따스한 햇빛이 비춰주는 듯 했다.

"분대장님!"

걷던 도중 샨이 갑자기 해롤드를 불렀다. 해롤드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가 안절부절 못하는 오웬 옆에 해맑게 웃으면서 서 있었다.

"오웬이 분대장님 에탐 원정단 시절 얘기 듣고 싶답니다."

"부-부-분대장님, 그게 아니라···"

"그게 듣고 싶은건가? 괜찮다, 얘기 해주지."

괜한 질문을 한건 아닌가 하는 오웬에게 해롤드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너도 그 곳이 어떤 곳 이었는지는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 에탐의 기둥, 또는 네메시스의 탑. 그 곳은 네메시스··· 아니, 마물들의 소굴 이었어. 우리가 방금 싸운 네메시스는 새끼 처럼 보일 만큼 크고, 무시무시한 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나왔지."

그리고 그의 설명이 시작되자 오웬은 귀 기울이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주워 마음 속에 담았다.

"그 땐 정말 힘들었다. 하루 종일 싸우고, 다음 날 또 싸우고··· 하루 잠잠했다 싶으면 다음 날 더 치열하게, 피터지게 싸우고. 하루하루 사냥을 하는게 아니라 진짜 살려고 싸웠어."

다른 분대원들도 몇번 들었던 얘기들이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들으면서 그의 과거 시절에 귀 기울였다. 과묵한 지나도, 말 많은 샨도 이 때 만큼은 모두 합심해서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걸 모두 바꾼건 한 젊은 여인이었지. 네메시스의 힘을 가진 늑대 여인, 네메시안. 그녀 덕에 우린 탑을 완전히 탈환하고, 어쩌면 사자연맹의 끝이었을지도 모르는 네메시스 대침공 사건도 막았다. 그 일이 있고 2년 후, 난 이곳의 분대장으로 오게 되었어."

"그 때는 진짜 지독했다, 사냥 좀 한다는 비질 병사들은 전부 원정단으로 끌고 가버려서 야생에 돌아다니는 네메시스를 사냥할 병사가 없었어."

그 때 샨이 과장된 몸짓과 함께 뭔가 자신의 영웅담을 말하는 듯 한 말투로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그의 낌새를 눈치 챈 몇몇 분대원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부분대장님은 어차피 저격수라서 꿀 빠신거 아닙니까?"

하윈이 결정적인 일침을 박자 모두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샨은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며 분대원들의 공세를 받아 쳐내기 바빴다.

"야-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심각한 얘기를 너무 편하게 하시는거 아닙니까? 부분대장님이 하시는 말들은 진지하게 말하셔도 믿음이 갈까 말까 한데."

"진지해지라고? 난 큰일났을 때만 진지해져. 몰랐어?"

"지금 부분대장님이 처한 상황이 큰일 같습니다만."

"야!"

그리고 결국 조용히 듣고만 있던 지나 까지 가세하였다. 오웬은 끼어들지 않고 말 없이 부분대장이 동네북이 되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스파다의 성문에 도착하였다. 성문을 지나 본부에 도착한 그들은 네메시스를 퇴치하며 가져온 가죽과 고기를 본부에 제출한 후 대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들어가는 해롤드를 밖에서 기다렸다.

"에-에카 비질님이랑 루크레티아 비질님은 실력이 엄청나신 것 같습니다."

오웬이 잠시 생긴 틈을 타 에카와 티아에게 자신이 느낀 점을 얘기했다.

"응? 나랑 에카? 걱정 마, 너도 금방 늘거야."

"나는 이걸로 입에 풀칠하고 산게 벌써 5년이 넘긴 했는데··· 넌 그런 말 진짜 하면 안된다, 티아."

"응? 무슨 말이야?"

"얘는 뭐라는데! 비질 3년차 주제에 스파다 본부의 수석비질에다가 대회란 대회는 다 쓸어담는 지지배가!"

"수-수석비질이라고 하셨습니까?"

오웬이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자 티아가 뭔가 귀찮아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에카, 내가 그 얘기는 신참 앞에서 하지 말라고 했잖아."

"뭔 상관이여, 어차피 금방 들을텐데. 너 그러고 보니까 내년에 실적 양호로 3등 비질 조기진급 아냐? 나 보다도 빨라 얘는."

남들이 빨라야 5년이라는 진급을 4년 만에 한다니까 오웬이 완전히 넋이 나가 티아를 멍하니 쳐다 보았다. 티아는 괜한 자랑은 하고 싶지 않았는지 에카만 계속 나무랐다.

그 때 해롤드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유난히 빨리 돌아온 그를 보고 분대원들이 당황하며 그의 주위로 모였다.

"어··· 분대장님, 벌써 나오셨습니까?"

"그래, 보고가 빨리 끝났다. 모두 수고 많았다, 오늘은 조기퇴근 하도록. 해산!"

조기퇴근 이라는 말에 모두들 신이 나서 자신들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분대의 간부인 샨과 해롤드를 빼고 모두 생활관으로 복귀해 오랜만에 주어진 휴식을 만끽할 준비를 하였다.

"오늘 고생했다, 오웬."

생활관에 들어가기 전 한스가 오웬의 어깨를 살짝 치며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격려의 말에도 불구하고 오웬의 표정은 약간 무거워 보였다.

"죄송합니다, 아까···"

"무슨 소리야, 내가 잘못한건데. 나야 말로 미안하다."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스가 다행이라는 미소를 짓더니 그의 등을 강하게 치고 생활관 안으로 향했다.

"그래, 안 다쳤으면 된거지. 나중에 보자."

"..."

어느새 모두 안으로 들어가고, 오웬 혼자만 남았다. 이상한 마음에 붙잡힌 그는 혼자 덩그러니 서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나는 이분들이랑 싸울 수 있는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두렵기도 하고, 망설임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래, 오웬?"

하지만 그 때 누군가가 그의 등에 손을 살짝 얹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보니 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억지로 말 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할 말이 있다면 언제든 들어줄 거니까, 망설이지 말고."

"...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그도 자신들의 동료를 따라 안식처 안으로 향했다.

----------

"준비 됐지?"

"예."

"... 어라? 티아 누나 어디가?"

하윈이 평상복 차림으로 복도를 거닐다 다시 무장한 채 서 있는 티아와 오웬을 발견했다.

"아, 나 오늘 순찰 당직이라서."

그러더니 그는 그녀의 대답과 그녀 옆에 아직도 긴장한 채로 서 있는 오웬을 보고 모두 납득이 됐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던 길을 향했다.

"아, 그래. 수고해! 오웬 너도!"

"예! 가-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자신들의 무기를 챙겨 밖으로 향했다. 해질녘의 도시는 왠지 사람이 아직 많이 있는데도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신참과 둘 만이 나서니 오래전 일 이지만 티아 자신이 처음 비질이 되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순찰에 대해서는 배워서 알고 있지?"

걸으면서 티아가 일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할 겸 오웬에게 물었다.

"ㅇ-예. 도시나 마을의 외곽 및 근처의 길가에 네메시스나 야생동물이 출몰 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퇴치하는 일입니다."

"잘 알고 있네. 다만 네메시스가 아닌 보통 야생동물인 경우에는 보통 쫓아내기만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예, 아-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일단 기본적인 것 부터 말해주자면··· 우린 도시 외각으로 나가서 서쪽 숲으로 향할거야. 거기서 다른 당직자들이랑 합류할 텐데, 스파다 서쪽 조는 열명이 한 조야. 분대 보다는 조금 크지만, 별로 다를거 없어. 조장 한명에, 부조장 한명, 나머지는 그냥 역할에 맞는 비질들."

오웬이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중요한 부분을 빼먹지 않도록 집중하였다.

"일단 네가 온다고 해서 마침 사정이 있는 비질 한명이 빠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네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넌 오늘 견습이니까, 만약 실제로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투에 가담 하기 보다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 하는지 잘 봐."

"알겠습니다."

성문을 나서자 스파다의 사방에 펼쳐져 있는 평원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어둠이 천천히 깔리고 있는 평원의 하늘에는 오후의 찬란했던 태양이 산기슭과 지평선을 건너며 달과 밤하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었다.

"저기··· 루크레티아 비질님."

"응?"

"여쭙고 싶은게 있는데···"

"물어봐, 물어봐."

"루크레티아 비질님은··· 네메시스랑 싸우는게 무섭지 않으십니까?"

질문을 들은 티아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 순간 잘못된 질문을 한 것 같다는 직감이 든 오웬이 서둘러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그··· 비질이 된 주제에 이런 질문을 하는게 바보 같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다만 훈련을 모두 끝내고 막상 현장에 나와보니 제 자신이 오만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

"ㅇ-예?"

"놈들이 무서운게 정상이야. 무섭지 않은게 되려 오만한거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린 함께 싸우는거야. 물론 우리 개개인은 놈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두려움을 나누고 서로 도와가며 놈들을 쓰러뜨리는 거지. 그 두려움에서 우리는 동료의 소중함을, 그리고 진정한 사람됨을 배우는거야. 부끄러울 것 하나도 없어."

"···"

오웬은 그제서야 그녀의 자신감이 넘치고 빈틈도 없어 보이는 모습에서 그 누구보다 부드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 중에 호통을 치는 모습도, 전투가 끝난 후 동료들을 격려 해주는 모습도, 모두 여유가 넘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섬세한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가-감사합니다."

"... 풋. 하하하!"

갑자기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당황한 오웬은 눈을 크게 뜨고 웃는 그녀를 쳐다 보았다.

"아, 미안해. 실은 이거 내가 한 말은 아냐. 내가 처음 비질이 되었을 때 내 선임이 해줬던 말이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충 비슷한 말이었어. 그래도 난 여태까지 비질로 살면서 그 말만 마음에 새기고 살아왔어."

"아···"

" '두려움도, 분노도, 슬픔도, 즐거움도, 모두 덧 없이 받아들여라. 그것들이 우리를 사람되게 하는 것들이니.' "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그녀의 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메아리 치는 것 처럼 들렸다.

"그 말도 그 선임께서 해주신 말입니까?"

대답은 없었지만, 오웬은 자신의 과거를 다시 돌이켜 보는 듯 한 그녀의 미소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듣고 싶었던 대답을 모두 들은 그는 말 없이 그녀를 따랐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망고반쪽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모두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시겠지요?외국에살아서연휴없는건함정

드디어 네메시안 테일즈의 마지막인 3부, 수인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 보았으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조금이나마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한번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네메시안 테일즈 3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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