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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Mango13

네메시안 테일즈 - 수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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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망고반쪽
작품등록일 :
2018.02.16 23:34
최근연재일 :
2019.04.13 10:42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903
추천수 :
49
글자수 :
334,185

작성
19.02.09 17:08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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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33: 마지막 새벽

DUMMY

어둠 속의 무리가 무너져 내리는 산 처럼 끊임없이 몰아쳤다. 자신의 정면을 향해 달려오는 네메시스를 감지한 티아는 뛰어 올라 놈의 머리 위에 착지하며 자신의 창에 무게를 실어 놈의 두개골을 관통시켰다. 그것을 다시 뽑아낼 시간이 없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그것을 내버려 둔 채 뒤로 구르며 이미 쓰러진 전우의 검을 집어 들었다. 자신을 덮치기 위해 높이 뛰어 오른 네메시스를 본 그녀는 검을 던져 놈의 복부에 박은 뒤 단검을 꺼내 놈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것을 놈의 턱에 찔러 넣었다.

비명, 다급한 외침, 짐승들의 울부짖음, 귓 속의 박동과 가쁜 숨소리.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진 어지러운, 하지만 또렷한 소리는 그녀의 신경과 촉각을 점점 더 날카롭게 갈았다. 뒤에서 달려오는 무언가를 느낀 그녀는 옆으로 몸을 뻗으며 또 하나의 단검을 뽑아 그녀의 머리가 있었던 자리에 그것을 박았다. 곧바로 눈이 자신이 이끄는 곳으로 향한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동료를 덮친 네메시스를 걷어 차 그를 구하고 있었다.

"일어서!"

"가-감사합니다."

그녀의 발길질에 떨어져 나갔던 네메시스가 다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한 비질 병사를 당겨 그를 넘어뜨리는 동시에 그의 손에서 검을 뺏어 네메시스의 목을 횡으로 그어냈다. 피를 뒤집어 쓴 그녀는 멈추지 않고 달려가 놈의 목을 찔러 확인 사살을 하였다.

"정신 차려."

그녀가 어안이 벙벙한 비질의 옆에 검을 꽂으며 무심히 말했다. 그가 일어서는 것을 보지도 않고 그녀는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근처의 바닥에 있던 창을 주워 들고 다음 네메시스를 향해 돌진했다.

사방에 붙은 불이 비추는 빛은 오히려 혼란스럽게 흔들리기만 하며 적들이 무엇인지 밝히지 못하였다. 비질들은 자신들이 무슨 네메시스들을 상대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밝은 어둠 속의 혼돈과 함께 창을 내지르고, 검을 휘두르고 화살을 쏘아대며 무리를 저지하려 했다. 섞이지 못하는 기름과 물 처럼 그들은 서로 밀고, 당기고, 흩어지고 다시 뭉치며 혈투를 이어갔다. 비질들은 처음으로 겪어보는 지옥의 단면에 자신들의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하지만 티아에게는 이건 전부 또 한날밤의 악몽일 뿐이었다. 매일 밤 보아왔던 관경을 한번 더 본다고 두려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홀로 올곧게 선 그녀의 창이 붉은 어둠을 갈랐다.

----------

"내려 주세요!"

에인의 말대로 테나가 그를 착지도 하기 전 높은 상공에서 놔 주었다. 자신의 보호막을 발판 삼아 금색 조각들을 흩뿌리며 먼저 착지한 그는 검을 들고 단번에 앞에 있던 두마리의 네메시스를 횡으로 베어버렸다. 테나도 곧바로 그를 따라 착지하며 수개의 고드름을 흩뿌려 주위의 남은 네메시스들을 처리했다.

그들이 소식을 듣고 이곳 까지 날아오는데 걸렸던 시간은 5분. 전령이 그들이 있던 야영지 까지 말을 타고 달려온 시간을 생각해도 고작 20분 남짓한 시간 만에 이곳은 지옥도로 변해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비질들의 신호라고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 뿐, 눈에 보이는 푸른 갑옷들은 모두 핏덩이들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검을 쥔 에인의 손이 떠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비질들을 물어 뜯던 네메시스들은 그들이 등장한 것을 보고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에인과 테나에게 눈빛을 꽂았다. 그들을 바로 공격하려고 했던 에인과 테나는 그들의 한 방향으로 모인 은색 눈빛에 멈칫하였다.

다음 순간 짐승들이 울부짖고 괴성을 내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시작한 불협화음에 에인과 테나는 그들이 소리로 공격하려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놈들은 웃고 있었다.

얽히고 섥힌, 깨진 울음소리들로 네메시스들은 그들을 쳐다보며 계속해서 웃기만 하였다. 짜증이 난 에인이 달려나가 그들 중 한 놈의 목을 베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고 초라한 사람들을 보고 있는 듯, 그들은 숨이 넘어가라 그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몇 마리를 더 베어 넘기고 테나와 에인 둘 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이 표정이 일그러지고 나서야 그들은 멈추었다. 그러더니 놈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

"에인!"

"테나 씨!"

테나가 그의 팔을 붙잡아 멈춰 세우자 그가 항의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가지 말라고 하였다.

"지금은 아냐, 에인."

그제서야 그는 숨을 짧게 들이 마시고 주위를 다시 둘러 보았다. 비질들이 거의 전멸했지만, 분명히 방금 까지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검을 다시 집어 넣은 그는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방향을 돌려 야영지의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한편 테나는 자기 나름대로 생존자들, 그리고 네메시스들이 정말로 가버린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날개를 펼쳤다.

참기 힘들 정도의 피냄새와 시체의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계속해서 달리면서 주위를 둘러 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비질과 네메시스들의 시체, 이따금씩 보이는 산산조각 난 천막, 그리고 불에 붙은 나무들 뿐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멀찍이 서 있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생존자가 있다는 안도감에 그 사람을 향해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간 그는 풍경이 순간 달라지는 것을 보고 온몸이 굳고 말았다.

그곳에는 대략 열댓명의 비질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뭉쳤던 그들의 주위에는 짐승들의 사체가 벽 처럼 둥글게 쌓여 있었고 혈투가 끝나자 그들 모두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져 있었다. 그들 사이에 유일하게 티아 만이 피에 완전히 절어 검게 변한 갑옷과 함께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도... 도대체 무슨 일이..."

"보시는 대로 입니다. 놈들은 저희를 기습했고 방금 당신들이 도착한 것을 보고 뿔뿔히 흩어진 모양입니다."

"다른 비질들은 모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쪽의 생존자는 더 없는 모양이었다. 에인은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고 그들의 상태를 봐주기 위해 다가갔다.

생존자들 중에는 샨과 오웬도 있었다. 그리고 전투가 짧았기 때문인지,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서로를 필사적으로 지켰기 때문인지 막상 살아 남은 병사들의 부상은 별로 심하지 않았다.

마침 테나도 주위를 살피는 것을 끝냈는지 다시 에인에게 돌아왔다. 착지하자 마자 그녀가 심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에인과 비질들 모두 티아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멸하지 않으려고 나뉜건 맞는데... 정말 이렇게 몰살될 줄이야."

비질들 중 한명이 한탄하듯 혼잣말을 하였다.

"... 일단 본대로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상태가 괜찮아 보이시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티아가 마지막으로 남은 최상급자로서 비질들에게 말했다. 몇몇 오웬과 샨을 포함한 몇몇 병사들은 말 없이 그녀를 따랐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들 중 한명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대변할 목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십니까? 보십시오, 몇백명의 비질들이 순식간에 학살 당했습니다. 저희 동료였고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병사들 중 한명이 그녀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여기서 쓰러져서 울어봤자, 그들을 위해 온종일 눈물을 흘려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

그녀의 차가운 대답에 병사는 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티아는 여전히 그에게서 등을 보인 채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들을 위해 복수하는 것 뿐.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 이겨야 하는 겁니까?"

왠지 그 질문을 한 병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물음은 분명 모두의 마음 속에 계속해서 울려왔던 의문이었다. 에인도, 테나도, 그들 사이에서 이 질문이 결국 나왔다는 사실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해가 뜨는 새벽의 빛 앞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 비질들이 언제 부터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왔습니까?"

----------

그레고르의 본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은 다시 한번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던 것인지 야영지의 입구에 있던 천막들은 박살나 있었고 몇몇 비질들이 부상당한 동료들을 살피고 있었다.

"테나 씨!"

거기다 그레고르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아예 입구 까지 나와 있었다. 그들을 향한 다급한 부름에 그들 모두 빠른 속도로 남은 거리를 좁혔다.

"잠깐... 자네들이 전부란 말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티아의 대답을 듣고 그의 안색이 검게 변했다. 백명이 넘는 비질들이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 사이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는것 믿을 수도, 믿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여기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에인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젓고 직면한 문제를 향해 다시 눈을 돌렸다. 그가 손짓으로 몇몇 비질들에게 살아 생존병들을 봐 주라고 지시했다.

"함정이었습니다. 저쪽만 공격한게 아니라 이쪽도..."

"근데 피해는 별로 심해 보이지 않는걸요?"

주위를 한참 둘러보던 테나가 그에게 물었지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더 일그러졌다.

"바로 그겁니다. 놈들은 저희 비질들을 노리는게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막상 말을 하려니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것인지 그가 머뭇거리며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그리고 그가 겨우겨우 꺼낸 대답은 에인과 테나의 귀에 들어가기를 더더욱 거부하였다.

"에인 씨의 동생, 피아 양. 그리고 펠리시아 씨. 놈이 그 둘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 예?"

그의 말을 들은 에인의 얼굴이 시체 처럼 창백하게 굳었다. 그가 더 이상 말을 않자 에인은 그를 지나 피아가 펠리시아를 지키고 있었을 천막을 향했다.

그의 말대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너진 침대와 싸움의 자국, 펠리시아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아가 쏘아냈던 마법창의 흔적들, 하지만 전투의 승자는 분명 그 침입자였다.

"안돼..."

손을 뻗어봤지만 그의 동생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허무함과 분노에 그가 무릎을 꿇었다.

"왜! 도대체 왜!"

"에인!"

어느새 테나도 그의 곁에 와 있었다. 그의 옆에 무릎을 꿇은 그녀는 그의 흐느끼는 목소리에 그의 어깨에 손만 얹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왜... 내가 지키려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꼴이 되는 거냐고! 펠리시아 씨도, 아리아도, 피아도!"

그의 주먹이 땅을 내리쳤다. 격렬하게 움켜쥔 그의 주먹은 자신의 손바닥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나를 죽이란 말야, 나를!


나를..."

그가 자신의 감정을 못 이기고 눈물 만을 흙 위에 쏟아냈다. 그가 포기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그녀는 그나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다.

"에인... 아직 늦지 않았어. 놈은 분명 우리가 가주면 걔들을 죽이지 않을거야."

"..."

그가 다시 상체를 들어 올렸다.

"... 네, 테나 씨 말이 맞아요."

그의 얼굴을 본 테나가 놀라서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그가 흘리고 있는 눈물은 더이상 슬픔과 억울함의 눈물이 아니었다.

순수한 분노와 증오로 나오는 눈물이었다.

"가요. 놈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거예요."

그가 다시 일어서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테나는 서둘러서 그의 뒤를 따랐지만, 그녀는 내심 그가 펠리시아가 한때 처했던 것과 같은 처지에 처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지금 멈춰 세울 용기도, 힘도 없었다. 그 무엇도 지금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지켜야 할 사람. 구해야 할 사람. 기다리고 있는 사람.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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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6: 죽음을 맞이하며 +2 19.03.23 53 1 20쪽
40 35: 끝 +2 19.03.16 52 1 20쪽
39 34: 두번째 희망 +2 19.02.23 60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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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9: 첫번째 희망 +2 18.12.15 79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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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6: 엇갈림 +2 18.10.19 81 1 13쪽
30 25: 어제의 적 18.10.12 68 2 17쪽
29 24: 구원 2 18.10.05 8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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