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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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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3.12 14:40
조회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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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행단(行團)

DUMMY

“모른 척한다고 내가 넘어갈 것 같아? 고영훈 팀장님이야 널 좋게 보겠지만, 난 아니야.”

“······.”

“이번은 알고도 넘어가 줄게. 지금까지 네가 해 온 것도 있으니까. 하. 지. 만.”


성하련이 신세기를 향해 고갤 가져갔다.

귀에 가까이 대고 명확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다음은 없어. 알았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아이는 말을 잘 들어야지, 안 그래?”

“······.”


그 말을 끝으로 성화련은 신세기를 스쳐 지나 나아갔다. 뒤로 그녀의 무리가 따라 움직였다.


근데 여전히 자리에는 두 여성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신세기 씨. 이번에 팀장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예의 바르게 앞으로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여성. 근데 복장이 꽤나 독특하다.


‘저거······ 메이드 아니야?’


영국 빅토리카 시대를 대표하는 사용인, 메이드.


화려한 레이드가 달린 감색 원피스에 앞치마까지 차려입은 꽤나 본격적인 모습이었다.


‘근데 왜 메이드인 거지?’


내가 묘한 시선을 보자 그녀는 시선을 마주하고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거기서 묘한 소름이 돋았다.


난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나도 모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신세기. 고작 이름뿐인 팀장이나 되려고 나갔던 거냐. 실망이군.”


한편 나머지 한 여성은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딱딱한 말투와 진지한 표정이 맞물려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뿜어낸다.


두 사람과는 안면이 있는지 신세기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쪽이야말로. 저 딱딱한 사람을 팀장으로 잘도 모시고 지내느라 고생이 많아.”

“뭐?”

“후후, 팀장님이 그런 면이 있긴 하죠.”

“잠깐! 유라, 인정하면 어쩌는데?!”

“사실인데요. 팀장님께서 듣지만 않으시면 문제 없잖아요.”

“넌 정말이지······.”

“둘 다 뭐하고 있어?”


그때 앞서가던 성화련이 잠시 멈추고 두 사람을 불렀다.


“후후, 팀장님께서 부르시네요.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신세기 씨. 그리고 나머지 팀원분들도요.”

“흥.”


그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황급히 성화련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

그야말로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듯했다.


“꽤나 살벌한 팀이네요.”

“뭐, 그렇지. 특무부 안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내는 팀이잖아.”

“귀찮게시리. 팀장부터 시작해서 팀원까지 다 맘에 안 들어.”

“그야 선배를 라이벌시 하잖아요, 저 두 사람은.”


팀장과 라이벌?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태연수가 설명했다.


“백조팀의 양대 부팀장인 고유라와 문성연은 선배와 동기거든. 신입 때 1, 2위를 다퉜던 사이라나 봐.”

“하, 다투기는 개뿔. 내가 언제나 압도적인 1위였거든?”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아, 그래서 보통 분위기가 아니었던 걸까.


확실히 신세기와 같은 급이라 한다면 저런 분위기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근데 그 대단한 사람들이 다 한 팀에 있네요.”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없듯.

같은 시기 한 팀 안에 유능한 두 사람이 함께 있기는 힘들다.


“그건 좀 특별한 사정이 있는데······.”

“뭔 특별한 사정이야. 저 꼰대 아줌마 때문이지.”


설명하기 난감해하는 태연수를 대신해 신세기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꼰대 아줌마라고 하면······.


“백조팀 팀장인 성화련 헌터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여자 말고 또 있겠어?”

“선배는 언제나 말을 심하게 하시네요. 사실이라고 해도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는 너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잖아.”

“전 그래도 대놓고 말하진 않는다고요.”

“그게 더 음흉해서 기분 나쁘다고.”


둘은 서로가 더 나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둘이 거기서 거기다.


“백조팀 성화련 헌터면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굴마담으로 유명하다.

직접 얼굴은 본 건 처음이지만, TV로 봤던 것 이상으로 미인이었다. 마치 엘프가 현실에 나타났다고 해야 할까.


“흥. 유명하고 인물이 괜찮으면 뭐해. 성격이 개차반인데.”

“선배가 그렇게 말씀하시기에요? 뭐, 뻣뻣한 거야 저도 인정하지만요.”


두 사람에게 직접 들은 평가는 많이 달랐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피곤할 정도로 고지식한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딴지나 걸고 말이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맘에 안 들었어.”

“뭐, 잔소리로 저도 몇 시간이나 잡힌 적 있으니까요.”

“넌 그냥 농땡이 부리다가 걸린 거잖아.”


휘파람을 불며 태연수는 모른 척했다.


이 선배도 신세기만큼 제대로 된 헌터는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팀에 있는 거겠지만.


“아~ 어쨌든 싫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쳇, 괜히 기분만 잡쳤네.”


신세기는 휘휘 손을 저으며 먼저 퇴근하겠다고 했다.


“그럼 낼 보자 신입. 준비 잘하고.”

“네. 선배도 낼 뵙겠습니다.”


나도 태연수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아주 화려한 일정이었다.


***


“남부 지역으로 가시는 분은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대전까지 갑니다.”

“인천 방향~ 인천 방향~.”

“수도권 순환합니다. 출발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서울 터미널.

이전 세대에는 고속버스와 기차가 모이는 교통의 중심지였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변한 점이 있다면 주요 교통수단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몬스터와 던전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지난 세대의 교통수단은 힘을 잃었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롭게 탄생한 게 행단(行團)이다.


헌터와 같은 무력을 지닌 자들이 호위로 동행하는 걸 기본 조건으로 하는 이동 수단을 총칭한다.


상인과 여러 여행객이 비용을 내고 행단을 통해 각 지역을 이동한다.


이것이 지금 시대의 기본적인 교통수단이다.


터미널에는 아침부터 상인과 여행객으로 붐볐다.


더불어 호위로 고용되기 위해 모인 프리랜서 헌터들의 모습도 보인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김에 돈벌이하려는 거겠지. 싸게는 한 번에 500부터 많게는 천만 원도 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


“좋은 아침.”

“아, 팀장님.”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사이, 신세기가 나타났다.

간단한 짐이 담긴 스포츠백을 매고 있었다.


“아침부터 많이 붐비네. 그것보다 다른 녀석은?”

“선배님은 아직 안 오셨는데요?”

“이 후배 자식이.”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신세기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디로 연락하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기다리기 몇십 분 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긴 한숨을 내뱉으며 태연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는 딸랑 긴 막대 형태의 가방 하나만을 메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암~.”

“어이 한심한 실눈 후배. 오늘은 뭐 때문에 늦은 거야?”

“음··· 그야 잠을 자다 늦었습니다만.”

“······.”


아주 당당히 지각을 인정하는 꼴이 듣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든다.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전혀 미안하거나 잘못했다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도 참 가지가지 한다.”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한 거 아니야, 이 멍청아.”


신세기는 됐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해서는 입만 아프다는 거겠지.


“자, 다 모였으니까 바로 출발하자.”


예약을 한 모양인지 신세기는 한 무리에게 다가가 표를 내밀었다.


“네, 세 분 확인했습니다. 바로 출발할 테니 차에 오르세요.”


안내 직원에 따라 거대한 트럭에 올랐다.


몬스터의 공격을 대비해서 두꺼운 철판으로 외각을 코팅했다. 크기도 일반 트럭에 2배 이상을 자랑한다. 거기에 바퀴도 크고 두꺼운 걸 보면 거친 지형에서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어 보였다.


“트럭 형태는 처음 타 보네요.”

“보통은 버스 형태이니까.”


나도 몇 번 외각으로 출장을 나간 적이 있어서 행단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서 보통 버스를 운용하지만, 이쪽은 어째서인지 트럭이었다.


“우리가 지금부터 갈 지역이 특수한 곳이라서 그러지. 여행 목적보다는 상인이나 물류가 더 많이 가는 지역이니까.”


신세기의 말대로 넓은 트럭 위에는 승객을 위한 좌석보다는 짐이 다 많았다.


“강원도 지역은 몬스터와 던전이 많기로 유명하니 말이죠.”

“그래. 일반인이 사는 도시도 거의 없지. 대부분 헌터들이 임시로 머무는 기지니까.”


속속히 타는 승객들의 면면을 보며 두 사람은 말했다.


여행객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비즈니스 사원이나 보자기로 싼 짐 하나씩 들고 있는 나이 많은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우리 세 사람이 제일 이질적 보였다.


“각자 어제 나눠준 자료는 읽었겠지.”

“네.”

“대충은요.”


나와 태연수에 대답에 신세기는 고갤 끄덕였다.


“한심한 후배는 넘어가고, 우리 신입에게 질문이 있는데.”

“네.”

“혹시 자료를 살펴보면서 이상한 점 못 느꼈어?”


역시 그랬던 건가.

언제 물어볼까 생각했던걸 그녀가 묻자 곧바로 입을 열었다.


“네, 느꼈습니다. 언제 말씀드릴까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호오, 그래? 어디 그럼 들어볼까.”


다리를 꼬며 신세기가 턱짓했다.

난 담담히 생각했던 말했다.


“임무는 던전 공략. 난의도는 B입니다.”


협회 특무부가 하는 일 중 대표적인 건 상식 이상의 높은 난의도 던전 공략과 몬스터 토벌이다.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처리하기 힘든 일을 국가에서 나서는 것처럼.


난의도가 상식적으로 어렵거나 높은 던전과 몬스터는 특무부가 맡아 처리한다.


이번에 우리 팀에 들어온 임무도 거기에 속한다.


등급 B면 대형 길드 수준의 규모가 아니면 공략하기 힘든 던전이다.


일단 등장하는 몬스터 개체는 C등급부터 시작되고, 던전 보스는 최소 B에서 A로 예상되는 그야말로 재앙에 해당하는 레벨이다.


개요를 쭉 설명하자 이내 신세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문제가 뭔데?”

“먼저 이 일이 저희에게 들어온 경위입니다.”

“경위?”


나눠준 서류에는 어떻게 이 던전이 공략이 되지 못하고 특무부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강원도에 있는 대형 길드 중 하나인 ‘태백’에서 몇 차례 공략하다 실패했다고 써져 있었습니다.”

“그래, 보통 길드에서 공략하다 실패한 던전이나 몬스터가 우리에게까지 오는 거니까. 이상한 점은 없잖아.”

“겉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이 던전을 공략해 달라고 요청한 건 공략을 실패한 길드가 아닌 ‘익명의 의뢰자’였습니다.”


내 지적에 신세기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태연수도 눈에 띄게 놀란 표정이었다.


“오, 신입이 이걸 눈치챘다고? 너 쫌 하는구나.”

“제가 신입이긴 하지만 나름 보조로 업계에서 5년을 있었거든요.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흠.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걸. 보통은 그냥 넘겨버리는 문제이니까.”


특무부 헌터라도 다 대단한 건 아니다.

사소한 건 넘어갈 수 있는 무력과 실력이 있기 때문에 잘 보지 않는다고 신세기는 말했다.


“역시 경력은 무시 못 하는 모양이네요.”

“그렇지. 뭔 일이든 일단 성실히만 하면 경험이라는 큰 자산이 쌓이는 거니까. 현석은 그걸 성실히 했던 거고.”

“감사합니다.”


들어오자마자 생각 못 했던 칭찬이라 그런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무튼, 내 얘기에서 신세기는 다음 부분으로 넘어갔다.


“그래, 이번 일은 단순한 던전 공략이 아닐 수 있어.”

“단순한 던전 공략이 아니면 뭔가요?”

“뭐, 여러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겠지만.”


신세기는 그리 말하면서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나도 뭔가 싶어 그 시선을 따라갔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를 보고 신세기는 빙긋 웃었다.

아직 신입은 신입이네 하는 느낌이었다.


“곧 알게 되겠지. 예상대로라면 금방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


나와 태연수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출발한다는 기사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편한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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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길드 태백 (2) 22.03.20 676 16 13쪽
26 길드 태백 +1 22.03.19 788 16 12쪽
25 도적의 최후 +2 22.03.17 901 20 14쪽
24 신입 특무부 헌터 22.03.15 952 22 13쪽
23 무법 헌터 22.03.13 1,079 21 11쪽
» 행단(行團) 22.03.12 1,209 24 12쪽
21 문제아 22.03.11 1,305 23 12쪽
20 이게 신고식이라고요? 22.03.10 1,460 27 14쪽
19 영입 +2 22.03.09 1,664 28 14쪽
18 정리 +2 22.03.08 1,813 32 12쪽
17 피를 보다 +5 22.03.07 1,848 34 13쪽
16 받은 대로 돌려주다 (3) 22.03.02 1,838 30 12쪽
15 받은 대로 돌려주다 (2) +1 22.03.01 1,824 32 12쪽
14 받은 대로 돌려주다 (1) 22.02.28 1,865 36 12쪽
13 드레이크 22.02.27 1,831 34 12쪽
12 보류 던전 22.02.26 1,948 31 12쪽
11 짜여진 각본 +5 22.02.25 2,000 29 13쪽
10 미친개 +2 22.02.24 2,052 34 14쪽
9 각자의 생각 (2) 22.02.23 2,132 34 14쪽
8 각자의 생각 (1) +1 22.02.22 2,259 36 15쪽
7 답이 이거입니까? 22.02.21 2,345 36 12쪽
6 날 왜 찾아? 22.02.20 2,550 39 13쪽
5 이번에는 깨부숴주겠어 +2 22.02.19 2,731 39 11쪽
4 별거 아닌 잡종 22.02.18 2,943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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