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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24
추천수 :
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3.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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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리자드맨

DUMMY

리자드맨.


드래곤의 아종인 드레이크와 마찬가지로, 그 하위 몬스터 중 하나다.


협회에서 지정한 등급은 C급.

개개의 전투력은 D급 정도이지만, 지능이 있고 단체 생활을 하며 집단으로 움직이다 보니 조금 더 높은 등급으로 취급된다.


무엇보다 녀석들은 무기를 사용한다.

외날의 낡은 검이나 몽둥이, 또는 조잡한 창 등을 쓰는데.


고블린이나 오크와 달리 민첩하고 영리하기로 유명해서 되도록 무리 단위로 전투를 벌이는 건 꺼리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기습을 당했다고 하면, 웬만한 헌터 팀은 그대로 속절없이 사냥당했을지 모른다.


촤악.


피가 터지며 안 그래도 습한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든다.


비늘 위로 뚝뚝 떨어지는 피는 미끄러지며 작은 웅덩이를 붉게 물들인다.


당연히 이 피는 내 게 아니다.

자신들이 당연히 이길 줄 알고 덤벼든 어리석은 리자드맨의 피였다.


키에에엑!!


동족의 죽음에 분노한 걸까.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접근해왔다.


끈적거리는 습지 위에서도 날개 달린 것처럼 움직인다.


챙!


녀석이 휘두른 검을 쳐내고 이어서 주먹으로 면상을 후려친다. 머리가 기다란 만큼 한방에 180도 돌아서 꺾인다.

긴 혀를 내민 채 철퍼덕 쓰러진다.


“끝도 없이 밀려드네요.”

“그러게. 무리로 몰려다니는 녀석들이잖아.”


갈대 사이에서 찔려오는 창을 붙잡아 꺾고, 창대를 잡은 리자드맨을 맨손으로 박살내면서 신세기가 답했다.


벌써 주위 바닥에는 발에 챌 정도로 리자드맨 시체가 가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대 속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영리해지는 건 덤일까.’


처음에는 하나씩 덤비던 녀석들이 이제는 무리를 이뤄 덤벼들었다.


서너 마리가 연계하며 달려든다.

한 녀석이 창을 찌르면 다른 두 녀석이 양쪽에서 도끼와 칼을 내려쳤다.


슬슬 D대거 하나로 상대하기 벅차다.


스릉.


등에 맨 장검을 뽑아 수평으로 휘둘렀다.

리자드맨이 사용하는 조잡한 도끼와 칼이 박살이 났다. 이어 찔러오는 창은 슬쩍 D대거로 틀어 꺾어버린다.


리자드맨 셋이 놀란 반응을 보인다.


“셋이 덤비면 이길 줄 알았냐?”


어리석긴.


분명 수적 우위는 싸움에서 큰 이점이다.

그러나 수가 많다고 꼭 이긴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헌터 사이에서는 괜히 수만 믿고 깝치지 말라는 명언이 있을 정도니까.


“키에에에!!!!”


무기를 잃었지만 놈들의 전의는 여전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고 했던가.

길쭉한 입을 벌려 물어뜯으려고 했다.


“어림없어.”


퍽!


벌린 입을 주먹으로 쳐서 닫아주었다.

충격이 상당했는지 강제로 닫힌 입 사이로 피가 터져 나왔다. 입이 닫혀 비명을 못 지르고 고통에 바둥거렸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고자 그대로 목을 날려버렸다.


이어서 두 놈도 동시에 입을 벌리며 덤벼들었지만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장검으로 한 녀석은 벌린 입 채로 베어 버렸고, 나머지 녀석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입을 밟아 짓눌러 버렸다.


이 녀석들 뭘 먹었는지 몰라도 입 냄새가 장난 아니거든.


그 후로도 몇십 마리를 더 토벌했다.

아까의 상황을 교훈 삼아 무기를 든 채로 단번에 쓰러뜨렸다.


조잡한 무기라 내구력에 중점을 둔 내 무기 앞에선 나뭇가지나 다름없었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무기째로 베어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차례 공격이 끝났는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장검에 흐르는 피를 닦아 집어넣고 주위를 살폈다.


“다 쓰러뜨린 걸까요?”

“글쎄. 단순히 무리를 지어 덤벼든 녀석들치고는 이대로 끝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손에 묻은 피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신세기는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확실히 놈들의 습격은 단순히 무기를 지어 다니는 몬스터와는 좀 달랐다.


처음에는 하나둘 덤벼들어 간을 보더니 점점 수를 늘려가며 이쪽의 역량을 파악하는 양상을 보였으니 말이다.


“우두머리가 있겠군요.”

“그렇겠지.”


내 말에 신세기가 고갤 끄덕였다.


몬스터 무리가 영리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무리를 이끄는 영리한 개체, 즉 우두머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가리를 치면 나머지는 별거 아니다.


이번 던전 공략에 있어 현재 제1 목표는 리자드맨 무리를 이끄는 개체를 토벌하는 게 되겠지.


신세기는 손을 들어 크게 흔들었다.


잠시 후, 경계와 지원 사격을 했던 태연수가 다가왔다.


“두 사람 다 무사합니까?”

“대충은. 그래서 놈들이 도망간 방향은 확인했어? 제대로 일했다면 확인했겠지?”

“물론이죠. 안 하면 선배한테 한 대 맞지 않습니까.”

“이럴 때 눈치 하난 빨라요.”


신세기는 픽 웃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1시와 11시 방향입니다.”

“그럼 대략 12시 방향 쪽이라 생각하면 되나.”


보통 그게 맞다.

흩어진 무리는 어느 시점에 다시 뭉친다.

도망간 방향과 동선을 가지고 유추하면 몬스터의 서식지나 합류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헌터 아카데미에서도 가르치는 몬스터 추격 기본 원칙이다.


“아니요.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응?”


돌연 내가 반박하자 두 사람이 의아한 듯 쳐다봤다.


이건 생각보다 유한 반응이다.

헌터 팀에서 막내나 신입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면 썅욕부터 날아온다.


내 경우에는 보조 시절, 멋모르고 의견을 냈다가 헌터에게 심하게 까인 적이 있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내가 말을 꺼낸 건 이 두 사람이라면 들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신세기는 턱짓하며 이유를 물었다.


“두 분도 보셨겠지만, 놈들은 꽤나 영리합니다. 아마 이것도 계산된 움직임일 겁니다.”

“근거는?”

“놈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두 사람은 발밑을 보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습지를 이루고 있는 잔잔한 물은 분명히 흐르고 있었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니, 습지의 경우 잘못 발을 담그면 그대로 빠지는 늪지일 겁니다. 아마 그쪽으로 유인해서 공격할 생각이겠죠.”


헌터가 아무리 능력으로 날고 긴다고 해도 물리적 함정에 빠지면 답이 없다.


가끔 이런 방식으로 헌터를 유인하는 영리한 놈들이 있었다.


아마 이 리자드맨도 마찬가지겠지.


“흐음. 꽤나 그럴싸한데. 후배 생각은 어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직접 확인하면 되니까요.”


태연수는 아까 자리로 돌아갔다.

잠깐, 설마 그 지점에서 확인이 가능하단 거야?!


“후배가 보는 거 하나는 일품이거든. 신입 네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오겠지.”

“네에······.”


잠시 후, 태연수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왔다.


“직접 가 봐야 확신이 서겠지만, 놈들이 도망간 방향에 큰 늪지가 있네요.”

“그럼 신입 말이 맞네. 하, 몬스터들 주제에 머리 좀 굴렸네.”


신세기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할까요, 팀장님.”

“뭐 별거 있겠어. 놈들이 함정을 팠으면 이용해 줘야지.”


신세기는 즉석에서 작전을 짰다.


다 듣고 난 곧바로 물었다.


“그렇게 해도 괜찮나요? 본래라면 제가 맡는 게······.”

“신입 네가 지적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니까. 경험 삼아 맡아봐. 왜, 할 수 없어?”

“아, 아닙니다! 맡겨주시면 하겠습니다.”


내심 노리고 있던 거라 바로 받았다.


“좋아, 쌈박하게 처리하자고.”


목을 풀 듯 돌리며 신세기는 선언했다.


“겁 없이 누굴 건드렸는지 이참에 제대로 보여주자고.”

“네!”


씨익 웃는 신세기를 보며 나와 태연수는 힘차게 대답했다.


***


큰 늪지 위로 갈대가 덮여 있었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열에 열 못 모르고 늪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 주변 수풀에 숨은 리자드맨은 숨소리도 죽인 채 사냥감을 기다렸다.


이미 몇 번이고 했던 사냥이었다.

익숙할 데로 익숙해져 있어 굳이 역할을 나눌 필요도 없었다.


추격해 오는 사냥감이 늪에 걸리면 덮친다.


모두가 늪을 바라보고 몸을 숨긴 상태라 사냥감을 도망갈 곳이 없다. 그리고 늪 주위는 다른 곳보다 더 심한 진창이라 자신들 말고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야말로 천혜의 함정이다.


“쉬이이······.”


낮고 가는 울음소리를 내며 성공을 다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척이 느껴졌다.


인간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근데 하나?

이상하다. 분명 둘이었을 거다.

혹시 한 녀석은 도망을 친 걸까.


이상하게 여기는 사이, 그 인간은 늪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더는 생각할 틈이 없다.

습격할 절호의 타이밍이 왔으니까.


“어차차. 여기부터 늪인가 보네.”


정확하게 늪 앞에서 인간이 멈춰 섰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했다.


이 시점에서 리자드맨들은 이상하게 생각해야 했다.


늪은 지면이 깎아지듯 형성되어 있고, 그 위로 갈대가 덮여 있어 바로 앞까지 다가가 고갤 숙여 쳐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점을 눈치채기엔 리자드맨은 그간 경험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곧바로 적의를 드러내며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사냥감을 포위했다.


“정말 생각했던 대로 딱 움직이네.”


포위당한 인간.

아니, 그녀······ 신세기는 여유로웠다.


포위한 몬스터의 면면을 쭉 확인하곤 찌푸등한 어깨를 폈다.


“흐음, 함정이라 그런지 역시 공간이 별로 넓진 않네.”


늪 쪽을 제외하곤 빽빽이 리자드맨이 들어서 있는 데다가 진창이라 움직이기에 좋지 않다.


솔직히 감안하고 싸울 수 있으나 피할 수 있으면 굳이 전장으로 삼을 필욘 없었다.


“읏차.”


신세기는 늪 쪽을 향해 폴짝 뛰었다.

순간 경계했던 리자드맨은 경악했다.


설마 스스로 늪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것이다.


쩌저적!


하지만 곧 그건 착각임을 깨닫는다.


신세기는 늪에 빠져지지 않았다.

맨땅을 걷듯 그 위에 서 있었다.


“싸움에서 가장 큰 패인은 자신의 수준에서 상대를 판단할 때지. 뭐, 너넨 몬스터니까 못 알아들으려나?”


어느새 그녀의 한 손에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늪에 꽂힌 검에서 미친 듯이 새어 나오는 냉기에 눅눅한 땅은 한겨울을 맞이한 듯 단단하게 얼었다.


“자, 무대는 준비됐고. 뭐 하고 있어 덤비지 않고, 도마뱀 새끼들아.”


도발을 알아들었던 걸까.

분명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리자드맨이 그 순간 울음소리와 함께 일제히 덤벼들기 시작했다.


신세기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귀찮게 하나하나 쫓아가서 잡지 않아도 된다.


불나방들이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거니까.


“뭐, 살아남은 녀석들은 후배가 처리해주겠지.”


등에 다른 손을 가져다 댄다.

이윽고 화염이 일어난다.

불에 익은 강철과 재가 한데 섞인 검 한 자루가 손에 잡힌다.


그녀의 손에 닿자 터져 나오듯 화염이 일어난다.


- 스킬 발동 [폭열참]


수직으로 내리긋자 검이 폭발했다.

곧 폭염이 일대를 휩쓸며 달려드는 리자드맨을 산 채로 구워버린다.


오묘한 냄새가 살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며 열기가 눅눅한 습지를 바짝 태워버린다.


“나머지는 맡긴다, 신입.”


뒤이어 연달아 울리는 총성을 들으며 신세기는 신입이 향한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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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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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자드맨 +2 22.03.22 506 14 11쪽
28 던전으로 22.03.21 602 15 12쪽
27 길드 태백 (2) 22.03.20 676 16 13쪽
26 길드 태백 +1 22.03.19 788 16 12쪽
25 도적의 최후 +2 22.03.17 900 20 14쪽
24 신입 특무부 헌터 22.03.15 952 22 13쪽
23 무법 헌터 22.03.13 1,079 21 11쪽
22 행단(行團) 22.03.12 1,208 24 12쪽
21 문제아 22.03.11 1,305 23 12쪽
20 이게 신고식이라고요? 22.03.10 1,457 27 14쪽
19 영입 +2 22.03.09 1,664 28 14쪽
18 정리 +2 22.03.08 1,812 32 12쪽
17 피를 보다 +5 22.03.07 1,847 34 13쪽
16 받은 대로 돌려주다 (3) 22.03.02 1,838 30 12쪽
15 받은 대로 돌려주다 (2) +1 22.03.01 1,824 32 12쪽
14 받은 대로 돌려주다 (1) 22.02.28 1,865 36 12쪽
13 드레이크 22.02.27 1,830 34 12쪽
12 보류 던전 22.02.26 1,948 31 12쪽
11 짜여진 각본 +5 22.02.25 1,999 29 13쪽
10 미친개 +2 22.02.24 2,052 34 14쪽
9 각자의 생각 (2) 22.02.23 2,132 34 14쪽
8 각자의 생각 (1) +1 22.02.22 2,258 36 15쪽
7 답이 이거입니까? 22.02.21 2,345 36 12쪽
6 날 왜 찾아? 22.02.20 2,550 39 13쪽
5 이번에는 깨부숴주겠어 +2 22.02.19 2,730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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