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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59
추천수 :
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3.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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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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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리

DUMMY

“뭣들 하고 있어!”


송한길의 외침과 함께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 하나가 순식간에 당해서 멍하니 있던 것도 잠시, 각자가 무기를 꺼내며 가차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역시 실전 경험이 상당한 자들이다.


챙!


곧바로 D대거를 뽑아 공격을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금세 벽에 몰렸다.

아까와 달리 이곳은 공간이 좁다. 물러나더라도 한정되어 있다.


“죽어라!”


다 대 일의 전투에서 제일 안 좋은 건 포위당해 구석에 몰리는 거다.

그래서 무리의 중심부로 파고들어 상대들을 교란하고 서로 협력하지 못하게 휘저어야 하는데······ 이곳에선 그럴 공간이 부족하다.

어쩌면 이점까지 상정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정면에서 깨부숴줄게. 각오하라고.”


정면에서 날아드는 검날을 피하고 팔을 잡아 꺾어 방패로 삼았다.


아무리 녀석들이라도 동료를 함부로 찌르지는 못한다.


잠시 모두가 멈칫 하는 순간,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놈의 등을 발로 차서 밀어낸 뒤 다음 목표를 향해 날아들 듯 접근한다.


“윽?! 이 자식······!”

“느려.”

“···컥!”


휘두르려는 손도끼를 팔째로 막으며 D대거 손잡이로 명치를 강하게 쳤다.

사람의 마력은 명치에서 모여 온몸으로 퍼지는데, 이런 식으로 마력을 담아 명치를 치면 순간 온몸에 흐르는 마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상시 방어 스킬을 둘렀다고 해도 일시 해제되어 무방비 상태가 된다.


곧바로 이어서 안면에 주먹을 두 방 먹인다.

스킬이 풀려서 그런지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다. 이 정도면 굳이 [가속] 스킬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위력이다.


코와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한 놈이 쓰러지는 사이 나머지 인원이 겨우 태세를 정비한다.


그러나 이미 둘이 추가로 전투 불능이 되었다.

이제 남은 상대는 대략 10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알 법도 하잖아. 니들은 내 상대가 안 돼.”

“이 새끼가······!”


상대가 엄청난 실전을 구른 베테랑이라고?


나도 보조로 5년 가까이 밑바닥을 굴렀다.


이들이 생존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만큼, 나도 내 나름대로 무시와 조롱, 핍박, 그리고 끊임없는 좌절 속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왔다.


보조라고 헌터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살아왔을 것 같나?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너무 순진했다.

언젠가는 정식 헌터가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노력했다.


몬스터와 던전에 대해 조사하고. 사용 가능한 몇 안 되는 스킬을 활용하고 이를 실전해 적용할 수 있을지를 매일같이 고심했다. 어떤 면에선 잘 나갔던 아카데미 때보다 더 노력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러한 노력은 무의미했다.

태생적 재능이란 벽은 한낱 인간 하나의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달라.’


보상받을 길 없는 노력하던 내가 드디어 벽을 뛰어넘었다.


과연 그간 막혀 있던 내 노력의 성과를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너희가 대단할까?


정면에서 내려쳐지는 검을 확인하고 D대거를 왼손으로 바꿔 쥔다.

날을 역수로 잡아 미끄러지듯 공격을 흘린다.


당연히 역수로 잡아서는 공격이 어렵다.

휘둘러 베는 방법도 있지만, 두 다리를 붙인 상태에서는 어려울뿐더러 움직일 공간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진 않다.


스릉.


청명한 소리와 함께 검이 울었다.


아직 스킬을 습득하지 않은 상태라 마력만 담은 어설픈 기술이지만 임기응변 방법으론 나쁘진 않다.


검에 서린 마력이 명확한 기세를 더한 걸 확인하고 등에 찬 장검을 오른손으로 뽑아 그대로 내려치듯 휘두른다.


“커헉!”


종(縱)으로 그려지는 궤적.

반 박자 늦게 핏줄기가 터지면서 상대는 어깨를 부여잡고 상체가 뒤로 기울었다.


여기까지 걸리는 데 든 시간은 단 1초가 채 되지 않는다.


“뭐, 뭐야······.”

“검을 뽑는 것도 안 보였는데······?!”


나머지 놈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보지 못한 게 당연하다.

검 궤적의 잔상이 겨우 보일 정도로 빠르게 휘둘렀고, 거기에 더해 [가속] 스킬을 두 번 중첩했다. 이전에 다리에만 [가속] 스킬을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런 움직임은 불가능하지만.


거기에 나는 한 가지를 더했다.


동일 스킬 중첩에 대한 비효율적 마력 소모를 해결하고 위력을 더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했다.

각 동작에 따라 신체 부위에 순차적으로 동일 스킬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검을 휘두르는 하나로 보면 단순한 동작이다. 하지만 부분 부분 나눠보면 꽤나 많은 미세한 동작으로 나눌 수 있다.


못해도 최소 다섯 동작에서, 많게는 몇천 동작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각 동작에 쓰이는 신체 부위는 상이하다.


그럼 동작에 따라서 각 신체 부위에 스킬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같은 스킬을 쓴다고 해도 소모량을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동일한 스킬 사용한 패널티는 어디까지나 어느 부위에 어떤 스킬을 사용하느냐가 기준이라는 게 그간 내 경험에서 나온 결과였으니 말이다.


대게의 헌터는 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스킬은 전체 몸에 적용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난 그 방식을 채용하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마력량으로 가진 스킬의 최고 효율을 뽑아내야 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각 동작을 의식하고 거기에 맞춘 스킬 적용.


물론 이는 매우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당연히 인간이 무심코 쓰는 모든 동작에 적용하기 힘들뿐더러,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의식하고 마력과 스킬을 운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검을 뽑아 휘두른다.


총 다섯 개의 동작으로 나눠 [가속] 스킬을 적용하여 섬광처럼 베는 공격이 가능했다.


방금 참격에는 딱 두 동작, ’뽑는다‘와 ’내려친다‘에만 [가속] 스킬을 부여했다.


근데 이것도 못 감지한 걸 보면 더 끌어올릴 필요는 없었다.

이거 최대 다섯 번까지 가능한데 말이지.


“뭐야. 이제 더는 덤빌 생각이 없나 보네.”


공격이 멈췄다.

숫자만 믿고 덤벼서는 답이 없다 판단한 거겠지.


“······.”


하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포기한 거로 보이지 않는다.

서로 눈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눈치를 보던 녀석들이 동시에 무언가 꺼내 던진다.


바닥에 떨어진 뭔가가 굴러서 발에 걸렸다.

뒤늦게 뭔가 알아차린다.


3cm 정도 되는 둥근 막대였다.

철로 만들어졌는지 데굴데굴 구르며 특유의 철제 소리가 청명하게 들렸다.


“아······ 씨 치사하게······!”


뒤늦게 알아차리고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스파크와 함께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실전에서 치사하고 말고가 없지. 우린 돈을 받은 대로 어떤 식으로든 널 제압하면 끝이거든.”


녀석들이 쓴 건 다른게 아니다.


대 헌터 제압용 도구인 ’마력 충격탄‘이다.


보통은 총에 장전해서 쏘지만, 이런 식으로 투척해서 발동시킬 수도 있었다.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젠장. 마력 운용이······!‘


마력 충격탄은 일시적으로 작은 범위에 충격파을 일으켜 각정자의 마력 회로를 교란시킨다.


이렇게 되면 마력 운용이 더는 안 됨은 물론이고, 기존 운용되고 있던 마력이 엉망이 되면서 순간 몸이 말을 안 듣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를 막아낼 스킬이나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 대비 없이 당하면 최강 헌터라 하더라도 움직임일 수 없게 된다.


젠장, 무슨 용병들이 각국 협회만 가진 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아깐 잘도 설쳤겠다.”

“하하··· 제압하기만 해도 돈을 받지만, 그 전에 좀 맞자. 이건 쓰러진 동료들의 몫이다.”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살기등등한 녀석들이 여유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 시발. 이대로 끝나는 건가.


“와. 너네 그거 어디서 구했데?”

“응? 넌 또 뭐야?”


그때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협회에서만 사용 가능한 중요 무기인데······ 이게 민간에서 사용한다라.”


이미 효력이 끝난 마력 충격탄을 집어 들며 신세기가 말했다.

탄환이 리드미컬하게 그녀 손가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흥. 그게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텐데.”

“호오, 꽤나 배짱이 좋네. 이 사실이 협회에 알려지면 평생 감옥에서 썩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럴 리는 없을 거다.”


용병은 신세기를 향해 무기를 들이댔다.


“그리고 여자,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나서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걸. 우린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

“너 나 몰라?”

“응? 네년이 누군데?”

“모르면 됐어. 지금부터 알면 되지.”

“뭐?”


순간 그녀가 시야에 사라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퍽!


내려꽂히는 발차기를 맞고 용병의 상체와 하체가 즉시 자리를 바꾼다.

서 있던 사람이 그대로 위아래만 바꾼 모양새다.


순간적으로 날아오른 신세기가 발로 용병의 머리를 내리꽂은 것이다.


“원래는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네 선 넘었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은 안 가린다고 해도 협회 소속이 내 앞에서 이건 좀 아니잖아.”

“혀, 협회 소속? 너, 넌 누구냐?!”

“나?”


경악에 차 묻는 용병을 향해 신세기가 씨익 웃는다.


“신세기. 특무부 소속인데?”

“트, 특무부?!”

“아니, 여기에 왜 특무부 헌터가 있는 건데?!”

“시발······!”


남은 용병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헌터 생활을 해본 사람인 이상 특무부 명성을 들어보지 못했을 리 없다.


특히나 용병으로 별의별 현장을 다 뛰어봤다면 더더욱 잘 알겠지.


언제나 제일 위험하고 난의도가 높은 현장에는 특무부 소속 헌터들이 있었을 테니까.


“이건 계약과 다르잖아!”

“시발. 도망쳐!”

“으아아아!!!!”


결국 남은 용병들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송한석도 상황이 잘못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어이, 어딜 도망가려고?”

“······으악!”


들어올 때 맘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듯 신세기는 어느새 남은 놈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맨손으로.


’정말이지······ 특무부 소속 헌터가 다르긴 다르구나.‘


그 사이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마력 충격탄은 성능이야 확실하지만 지속 시간은 1분 내외로 그리 길지 않다.

물론 헌터의 전투에서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지만.


“그럼 저쪽은 맡기도록 하고. 난 이쪽을 정리해 볼까.”

“······헉?!”


멍하니 현장을 보고 있던 송한석이 내가 쳐다보자 놀란 듯 반응했다.


곧바로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지더니 다가오는 내게 소리쳤다.


“자, 잠깐! 뭐, 뭔가······ 오해가 있었네.”

“응? 무슨 오해?”

“그······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하태훈 팀장이 내 얘길 너무 과대 해석해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까 좋게 좋게 처리하는 게 어떤가. 자네가 혹할 만한 조건을 내 마련해 보겠네.”

“싫은데.”

“뭐?”


이제 와서 무슨 조건인가.

그건 하태훈 팀장이 내 앞에 X 같은 계약서를 내민 시점에서 이미 날아갔다.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 잘못된 건 피를 봐서라도 고치겠다고.”

“······.”

“일단 너부터 시작하자. 각오는 됐겠지?”


각오가 안 된 모양이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양반이 딸꾹질까지 하면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순간 망설였지만 잠시뿐이었다.


이 새끼가 지금까지 뒤에서 했던 짓을 생각하면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았다.


퍽 하고 깨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안면에 내 주먹이 꽂혔다.


피와 함께 무언가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당연하지만 쓰레기 같은 인간이어도 피는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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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던전으로 22.03.21 602 15 12쪽
27 길드 태백 (2) 22.03.20 676 16 13쪽
26 길드 태백 +1 22.03.19 788 16 12쪽
25 도적의 최후 +2 22.03.17 902 20 14쪽
24 신입 특무부 헌터 22.03.15 953 22 13쪽
23 무법 헌터 22.03.13 1,080 21 11쪽
22 행단(行團) 22.03.12 1,209 24 12쪽
21 문제아 22.03.11 1,306 23 12쪽
20 이게 신고식이라고요? 22.03.10 1,460 27 14쪽
19 영입 +2 22.03.09 1,664 28 14쪽
» 정리 +2 22.03.08 1,814 32 12쪽
17 피를 보다 +5 22.03.07 1,849 34 13쪽
16 받은 대로 돌려주다 (3) 22.03.02 1,838 30 12쪽
15 받은 대로 돌려주다 (2) +1 22.03.01 1,824 32 12쪽
14 받은 대로 돌려주다 (1) 22.02.28 1,865 36 12쪽
13 드레이크 22.02.27 1,831 34 12쪽
12 보류 던전 22.02.26 1,948 31 12쪽
11 짜여진 각본 +5 22.02.25 2,000 29 13쪽
10 미친개 +2 22.02.24 2,052 34 14쪽
9 각자의 생각 (2) 22.02.23 2,132 34 14쪽
8 각자의 생각 (1) +1 22.02.22 2,259 36 15쪽
7 답이 이거입니까? 22.02.21 2,345 36 12쪽
6 날 왜 찾아? 22.02.20 2,550 39 13쪽
5 이번에는 깨부숴주겠어 +2 22.02.19 2,731 39 11쪽
4 별거 아닌 잡종 22.02.18 2,943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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