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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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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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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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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팩 메모리즈 4

DUMMY

이 지역대가 새로 이동한 이곳도 원래 루트 포인트였으나, 확률이 희박하다고 여겨 작계 섹터인 타 여단 어느 지역대가 부수 임무로 맡고 있었다. 사령부는 이 루트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었고, 어느 순간 그 지역대가 여기를 담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던 중 어떤 정보 혹은 낌새를 채고 동쪽에 있던 이 지역대에 즉각 기동을 하달했다.


드디어 TARGET POINT 일대에 들어서자 병력을 사주경계 시키고 지역대장과 중대장들이 야산 끝으로 모여 작전을 논의했다. 일대는 평평하고 길을 따라 북쪽에서 산이 시작된다. 어둠에서 본 지형은 단지 어둠에서 본 지형이다. 각자 경험으로 밤의 관측을 커버할 객관적 전술사고가 필요하다.


살펴본 결과 지역대장은 산으로 들어가는 도로 요철이 아닌 그 이전의 평평한 곳을 택했다.


“이런 좁은 비포장도로 오긴 오겠습니까?”


“가장 은밀한 시간, 은밀한 도로로 이동하는 게 맞지.”


“지역대장님 말처럼 큰 도로 타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일단 우린 여기 꼽았고, 더 생각할 거 없습니다.”



“저기 산으로 들어가는 굽이진 곳이 좋지 않을까요?”


“산에서 하면 단시간 종결이 힘들어져. 사격도 부정확해지고. 호위국 병력이 산으로 흩어져 봐. 그래도 걔네들이 국가대표 최정예인데 쉽겠어? 좀 위험해도 여기가 깔끔해. 또렷이 보고 확실하게 아도 치고 시마이.”


“호위국 얼마나 붙을까요?”

“생각보단 적을 걸?!”

“위험하게 차량 몇 대로 다닐까요?”

“공중에서 다 보고 있는데 30대 씩 다니며 광고해?”

“모르죠. 비 상식적인 얘들이라 엄청 끌고 올지도.”


“그럼 정말 생각이 없는 거지. 많지는 않을 거야.”


“많이 오면 VIP가 떼를 쓴 거고, 적으면, 적어도 참모는 생각이 있는 거지.”


“중무장 호위병력 필요하면, 오히려 앞이나 뒤에 좀 떨어트리지 않겠어?”


“누군가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렇겠지...”


“노출 된 거면 그냥 항폭으로 때려도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납득이 좀 그럽니다.”


“미국은 victory! 좋아하는 나라야. 텔레비전에 살점 하나 들고 나와 DNA 분석하니 맞는 것 같아요... 이러고 싶겠어? 대중에게 확실한 걸 보여줘야 하는 나라라고. 의회에도, 봐라, 이렇게 돈 잘 썼다 보여줘야 하고.”


지역대장은 배치를 결정했다.


“도로 넘어가지 말고, 이쪽 방향에 매복 중심 1중대 기관총과 2중대 로켓이 일렬로 깔고, 그 뒤에 지휘통신, 저 북쪽 높은 곳에 5중대 관측 저격, 저 아래 근접 공격 4중대. 3중대는 지본 옆에서 예비. 이상. 병력차량은 로켓과 기관총. 승용차가 여러 대라면 맨 앞 차량은 로켓과 기관총, 나머지는 총으로 정지시킨다. 이걸 기본으로, 나타나는 거 보고 내가 결정한다. 사격 중첩되어 오발 없게 첫 사격 포인트 잘 기억해. 넘어가면 서로 오발 난다.”


참고 기다리고 시간을 인내하는 그런 거 없다. 미군도 지켜보는 작전이다. 금방 위성폰으로 떴다.


[타깃 도달 2분 전.]


나타난 장갑차 하나와 차량 세 대. 속도가 무척 빨랐다. 세우고 어쩌고 할 속도가 아니었다. 이 컴컴한 시골길에서 사고 나고 싶어 환장했나 생각했다.


[골프장 하달. 맨 앞 장갑차와 맨 뒤 트럭에 LAW! 승용차는 총으로. 240은 사수에게 먹여진 순번대로 1번부터 조준. 벨트탄 연장결합. 재블린은 Top Mode로 장갑차 상판을 때려. 공격 1분 전!]


대열이 1-2중대 매복조 중간에 왔을 때 바로, 각자 규정된 목표취득... 쏴!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1분. 로켓과 기관총은 물론 지역대 본부와 K-7을 제외한 모든 중대 소총이 적외선 스코프와 표적지시기로 1분간 맹렬이 쐈다. 지역대장이 사격그만을 외치고 20초도 더 지나 모든 중대가 잠잠해졌다.


펑~~!!


가장 먼저 재블린이 나가고, 미슬이 수평으로 날다 공중으로 상승한다. 어느 순간 불꽃이 밑으로 휘더니 수직으로 선두 장갑차를 향해 떨어진다.


꽈릉~!!! 시작이다.


타짜가 날렵하게 깔아 던지는 포커처럼, 그 한 장 한 장의 포커가 면도날처럼 기관총알들이 승용차와 트럭으로 날아가 살을 도려냈다. 맨 앞 장갑차는 LAW 두 발을 더 맞았고, 엔진에 LAW를 맞은 뒷 트럭은 후드에 큰 연기가 나고, 호로가 갈가리 찢어져 바람구멍이 면도날에 베인 듯 슝슝 뚫려 너덜거린다.


안에 누가 살아있을 리가 없다. 어차피 이런 식으로 끝날 줄 예상했다. 위장검문소 만들어 정지시키거나 타이어에 적중시키거나, 첫 차를 지뢰로 정지시키는 낭만적인 이야기는 애초 불가능했다.


지역대장은 난감했다. 예고대로 정확히 나타난 표적에 정확하게 공격해 제압했다. 그런데 내심 놀라 자빠질 준비를 했던, 상상한 진짜 그 목표물이 없다. VIP... 계급은 높은데 얼굴을 못 알아볼 사람 뿐이다.


“지역대장님, 한 명이 살아 있습니다!”

“뭐라고?”

“저기 앞 차에!”


첫 번째 차량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한 명이었다. 지역대 행보관이 1번 승용차에 남아서 신분증이나 증거를 찾기 위해 시신을 뒤지던 중 한 명이 눈을 떴다.


“계속해.”


채증조가 두 번째 차량 시신들에 작업을 하는 동안 지역대장과 장교 두 명이 달려가 보니 고위장성이 분명한 사람이 숨이 떨리며 길게 늘어지고 있다. 지역대장은 라이트를 비추고 얼굴을 봤으나 여전히 누군지 모르겠다. 서열표와 사진을 상당한 레벨까지 암기했지만 떠올라 중첩되는 인물이 없다. 뚫어져라 암기했던 인물 사진들은 밥 먹고 정상 상태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해상훈련장에서 새벽에 자던 사람 깨울 때 얼굴을 아무리 비춰도 몰라, 결국 군장 어깨끈 주기로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지역대장은 나이가 꽤 찬 그 장성과 눈을 맞췄다.


“누구십니까?”

“......”


“남조선 항공륙전 김소령입니다.”

“......”


“밝히시오. 안 쏩니다.”

“......”


“말씀해 보시라요.”

“난, 말할 거이... 없다.”


지역대장을 포함한 모두는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 지나친 공격이었다. 적외선 조준경까지 달려 있는 기관총은 치명적이었다. 예광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밤에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유는 산에서 내려와 알았다. 운전병과 조수석 선탑자들이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채 죽어 있었다. 자동차 앞에 시계 수리공 두 명이 난자되어 죽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눈에 볼 것이 아니었다. 사진으로도 그런 걸 볼 수는 있지만 거기 냄새가 있었다. 살이 터지고 피로 범벅된 장성을 보니 측은함이 든다.


“의무. 이 분 치료 좀 해드려.”

“놔두라... 얼마 못 가.”

“치료하시오. 전쟁 얼마 못 갑니다.”

“누가 알아. 남조선은 강하지 않아.”

“......”

“압록강... 아직도 못 왔어.”


지역대장 김소령은 갑자기 자존심이 상했다.


“어이, 별이 많이 달리신 동무. 군인의 운명, 몸에 총알을 맞아서 시원섭섭하시갔소. 난 연장자인 동무를 무시하지 않소.”


“하려면 똑바로 하던가.”


“우린 똑바로 하고 있소. 생각이 없는 건 당신들이오. 인생 애매모호하시오? 여기 내 옆에 내 부하 군관동무들 하전사 동무들, 우린 말이오, 정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소.”


“말도 되디 않아...”


“그런 우리가 모여서 싸우는 게 신기하지 않으쇼? 동무레 국가 명칭에 ‘민주주의’ 잘못 쓴 거요. 민주주의는 섞이는 거요. 좌로 삐딱한 놈도 있고 우로 삐딱한 놈도 있고, 우린 모여서 싸우지. 그게 민주주의요. 한쪽에 치우치면 여기처럼 돼. 우리가 바로 정. 반. 합이야. 리(이)론은 당신들 거구만. 당신들은 아주 오랫동안 [반]이 없었어.”


지역대장은 필요 이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누운 이 장성은 전형적인 강건한 억양으로 말하며 측은함을 자아냈다. 여전히 그들 방식 맹종의 정당함을 보였다. 지역대장은 총알로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로 정당성에 관해 말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평생을 두고 한번 해보고 싶었던 대화였을 수도 있다.


“기래서 썩은 거요. 어다 민주주의를 같다 부칩니까?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뭔지는 가르쳐 주오? 당신들에게 빠진 것은 이성과 논리요. 거 사람 하나 때문에 이 지경 난 거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옆에서 기생한 거요. 까놓고 말해서, 어린 사람 밑에서 그러는 거 속으로 거북하지 않습디까? 뭐 말해봤자 이해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장군이니 예우는 해드겠습니다.”


“우리 뇌까지 개돼지인 줄 아시오?...”


“자, 그냥 갈까요? 어떻게 할 까요?”

“......”

“많이 아프십니까?”

“권총.”

“어이, 권총집에서 빼 장전해, 손에 쥐어드려라.”


행보관이 장군 본인의 권총을 빼서 탄과 자물쇠 확인하고, 쥐어주는 권총을 장군은 유심히 바라본다. 행보관이 손에 쥐어주고 살포시 가슴에 눌러주었다.


“자물쇠는 안전에 걸려있어요이?”

“자물쇠가 뭐이네.”


행보관이 권총 자물쇠를 틱틱 안전으로 돌렸다 돌려놓는다.

“이거 이거... 짜증나게.”


“남조선 소좌도 하나 모르시는 게 있구만.”

“말... 하시오”

“어린 사람에게 다 굽실댄 건 아니라오...”

“무슨 뜻이오?”

“내 얼굴 기억하고, 상부에 보고 하라. 내가 P-3요.”


“P-3?"


"말하면 알아들을 사람 알 거외다.“

“뭔진 모르지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난 여기 당신들이 있을 걸 알았어...”

“???”

“가라.”


“단결. 안녕히 계시라요.”


[총. 로드킬 37. 길로틴. 아웃.]


정작장교는 위성폰으로 현 상황을 문자로 입력하고 사진을 전송하고 있었다. 1중대장이 휘파람을 불어 지본병력을 주목시켜 정리하고 이동할 준비를 시켰다.


“지역댐, 가시죠?”

“가야지. 근데 어디로?”


갑자기 이 어둠이 무거워진다. 1중대장은 말문이 막혔다. 작전 끝났다고 퇴출헬기를 요청해봤자 아니라는 게 떠올랐고, 지역대장은 1중대장을 보고 웃는다.


“일단 보고 및 요청은 해보시고 말씀하시죠.”


“해보나 안 해보나 똑같다니까. 상황 파악 안 되지?”


“여기 지역대를 찾아볼까요?”


“1중대장 동무, 여단 1년 차지?”


“예.”


“더 이상 그 지역대는 안 묻는 게 좋겠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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