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연재수 :
372 회
조회수 :
223,637
추천수 :
6,935
글자수 :
2,036,187

작성
22.04.04 12:00
조회
353
추천
10
글자
11쪽

馬場洞 1

DUMMY

馬場洞



가끔은,

세상이 무성영화 같을 때가 있다

학, 퇘!

그럴 때 침이나 뱉는 거지

귀나 확 트이도록,,,


먹음직한 고기를 보면서 침을 뱉고 싶을 때가 있어

갑자기 저게 살이다! 그런 생각 든 적들 없나?


그럴 때 소리와 냄새가 사라지고 그림만 보여

담배 피우면서 침까지 뱉으면 무성영화가 되지

내 침뱉는 소리도 안 들리거든


“위험지구도 아니고 적이 나타날 염려가 없는데, 와 총을 거총하고 다녀?”


정적.

원래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할 말이 있어도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그리고 거리를 가까이 당겨 속삭인다. 갑자기 말을 꺼낸 거다.


“등 뒤에서 내 총구가 왔다 갔다 할까 봐 불안해?’

”아니, 니가 불편해 보여서.“

“적이 나타날 염려가 없다고 믿어? 항상?”

“아니지. 하지만 이제 공기는 읽어. 못 믿어?”

“믿어. 아는데...”

“그래서 물었잖아. 예민하게 왜 그래.”


먹구름 하늘


“거총은 그거하고 상관없어.”


“그럼 항상 총구를 들고 이유가 뭐야. 적이 매복하고 있다면 널 먼저 쏘겠쓰? 한두 명이 저격하겠쓰? 그중에 널 먼저 골라? 총구를 들었으니까? 일불러 시선을 끌어서 팀원들을 위하는 거야? 봐라 마, 우리를 속일 정도로 제대로 매복 당하면 순식간에 몰살이야. 우리가 몇이나 된다고.”


“운을 바라는 거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운.”


“음...... 내가, 항상 거총하고 다니는 이유는, 죽더라도 날 쏜 놈을 맞추고 싶어서야.”


“너도 죽어라?”

“그런 셈이지.”

“지금 자동이야?”


“응. 자동에 놓고 다녀. 제대로 조준할 분위기가 오면 단발로 돌리고.”


“알았어.”


Fuck the world


“기분 나쁘잖아. 날 맞춘 놈이 병신도 안 되고 산다는 것이.”

“저격병이면.”

“기어가서라도 맞추고 죽고 싶어.”

“자존심인가?”

“자존심? 몰라. 그냥 그러고 싶어. 죽일 거야. 날 맞춘 놈은 죽어야 해.”


외로운 둘


“나도 이제 어깨총 안 해. 니 말이 맞다.”


내가 죽으면 다 죽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죽어주겠다


세상의 중심은 나이고,

내가 없는 세상은 너희들에게 무의미해야 한다

무의미할 거면 죽는 게 낫지 않아?


“인자, 총 내려놓지?”

“후...... 팔 떨어져.”


“그만 둘러보고. 니가 총 든 대신 난 손을 썼잖아.”

“뭘 잘해서 니가 했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참 내, 예민하게.”

“마장동이냐?”


“얼른 하고 가자고.”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Body Check


‘인간의 피부가 투명하다면 어떨까? 심야 어종이나 미생물 중에 속이 다 보이는 그것처럼, 내장기가 다 보이면? 그러면 매일 느끼겠지? 아, 여기 칼 맞으면 이렇게 피가 나고 총알 맞으면 이것들이 찢어져 복잡 자상과 복합 출혈, 골로 가겠구나. 응급처치할 때도 편하긴 하겠다. 의무 주특기라도 내장기 손상과 출혈은 의사도 힘든 거다.


인간 몸이 투명하다...


다만, 성교가 좀 힘들어지겠네.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의사들이 있다던데... 우리가 보면 아름답고 늘씬한 여자인데 – 그게 해부도처럼 보이는 환상. 아름다운 건 간과 위장 등, 그리고 특히 전장에서 많이 보는 길게 늘어지는 소장과 대장. 갈비뼈 아래 내장기는 여차하면 밖으로 튀어나온다.’


어깨와 허리가 뻐근하다.


‘장점도 있지. 복강 출혈로 죽는 일은 줄어들겠네. 배가 뻘겋게 액체로 차는 게 보이니까.’


안 풀린다. 잠시 쉬고 일어나면 돌덩어리가 몸에 있는 것처럼 힘들다. 따뜻한 구들장에서 이틀만 지지고 잤으면 좋겠다. 이곳은 남한과 달리 구들장이 존재한다. 나무를 때니까.


‘군인은 어떤가. 응급치료는 편하겠지만 포기할 사람은 바로 포기하겠지? 돌격. 공격. 무서워질까? 두꺼운 구경의 기관총 총알 한 방이면 작살이 나는데도 용감할 수 있을까? 난 지금 그 중간에 있다. 총알보다 무서운 건 수류탄, 박격포탄이야.’


폭발로 인한 폭압, 폭력으로 이 얇은 피부는 그냥 뚫린다. 뇌관만 터트려도 뚫린다. 공포탄도 살에 대고 쏘면 뚫린다.


예전에 조직폭력배들은 칼을 맞아도 깊은 내장 출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도 뱃살을 두껍게 키웠다는데, 맞는 말인지 뭔지 표본이 있나? 일본의 유명한 프로레슬러 역도산이 복부 봉합이 제대로 안 되어 죽었다는 말도 있어. 비계를 꿰매다 샛다는 소린가?

로마 원형 경기장의 검투사들도 영화처럼 근육질이 아니고, 생각보다 비만 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선가 로마 검투사 유골을 분석해서 나온 거라 했어. 뼈에 상처가 엄청 많았다고.


뱃살이 두꺼우면 찔려도 대동맥이나 큰 혈관을 안 건드리므로, 찌웠다? 그 검투사들이 영화처럼 매일 죽고 죽이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 검투사들을 조달할 수도 없다. 매일 전쟁을 일으켜 포로들을 끌고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은 시합으로 검투사들 상처는 무수했고, 깊은 상처로 다치면 생계도 곤란하고 죽으면 부양가족의 수입이 끊긴다. 한번 나가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 스팔타커스처럼 폭동을 일으키지 누가 고분고분하게 환호성 지르는 놈들 앞에서 처참하게 쪽팔리게 죽겠어. 어차피 죽을 거. 프로 검투사는 부양 가족이 있었다고 해.


‘봤노라. 보았노라. 인간의 몸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피부가 투명하면?


‘의사란 직업이 좀 비전문직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치료는 편하겠다. 응급실에서 진단이 늦어서 죽는 일은 줄어들테니.


건강검진도 참 쉽네. 진단실에 커다란 거울을 세우고, 환자를 앞에 세우고 짚으면서 [여기 십이지장, 용정 보이시죠? 지금 이게 문제입니다.] 그러면 환자도 [전에부터 이게 뭔지 좀 이상하긴 했어요. 샤워 끝나고 자꾸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그러나 지금은 하찮은 것보다 움직이기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


묻지 마라

대답할 것이 없다


하루하루 누적된다. 그러다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의문이 든다. 자꾸 떨어진다. 딱 꼬집어 체력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육체적 심리적으로 자꾸 떨어진다. 심리적인 것이 저거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들은 작전 예상 일자는 예상보다 단기였다.


담당관이 그랬지. 저걸 믿냐고.


떨어지고 떨어졌지만 그 이하의 바닥은 없다. 최소한의 필요한 근육으로 최소한 먹고 쉬면서 계속 움직인다. 멈추면 힘들다. 생각하면 무엇이 허하다. 반드시 먹는 것 때문은 아니다. 24시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날이 최후가 될 수 있다. 톡 치면 벌써 뛴다.


예열 시간은 없다.


휴식이 더욱 그렇다. 정신은 그럴지라도 몸이라도 편히 쉬면 좋을 텐데, 안 움직이는 것이 일상이 되고 멈추면 불안하다. 항상 쫓기는 마음과 저 바위와 수풀에서 누가 튀어나오고, 눈으로 보지 못한 총구에서 불이 튀길 것 같다. 그 소리를 들으면 이미 난 맞은 거다. 더럽게도 많이 보급된 인민군 저격총이면 총알 맞고 소리를 들을 거다.


피로에 더 치명적인 것은 추위. 불을 못 피운다. 몸을 녹이는 건 오직 태양. 태양이 뜨지 않은 날은 몸이 딱딱한 채로 오래 간다. 비가 오면 더욱 몸이 딱딱하고 차가워진다.


훈련이라면 아주 좋은 물건이 있다. 에어 매트리스. 두꺼운 군용 침낭도 있었다.


등이 배긴다. 딱딱하고 차가운 곳에 등을 대고 눈을 붙이니 일어날 때 몸이 무겁다. 등이 돌맹이에 맞은 것처럼 배긴다. 땅은 본디 차갑다. 풀도 나무도 차갑다. 도시는 따뜻하고 야전은 차갑다. 도시는 아무리 겨울이라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태양의 미열을 오래 간직한다. 노천은 그게 없다.


일어나서 조금 움직이면 몸이 슬슬 돌아가지만, 일어날 때는 끄응~~~ 목부터 허리 골반까지 근육이 딴딴하게 뭉쳐서 목석같다. 뜨거운 걸 먹고 따뜻한 자리에 누운 지 오래됐다.


파병 갔을 때 공병대원이 물었다.


‘체력측정은 기준이 그렀다는 걸 알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전력 질주처럼 달려요? 몸이 풀려서 그렇게 뛰는 겁니까? 생각보다 스트레칭도 길게 안 하고 바로 뛰던데.’


‘내 몸은 내가 모르겠고, 하도 자주 측정을 해서 그래. 우리가 그렇게 몸을 안 푸나?’


군인이 살찌지 않는 이유 : 운동선수와 평범한 사람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전문 운동선수는 일반인보다 열량을 지속적으로 더 소모하고 있다. 운동선수 몸은 언제 또 뛰고 힘을 사용할지 모른다. 자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상 준 예열 상태다. 하루에 네다섯 시간, 길면 여덟 시간 열 시간도 운동하니 몸이 항상 준비한다. 몸이 늘 긴장 상태란 거지. 그러니까 운동선수 은퇴하면 선수 버릇으로 금방 살찌기 십상이다. 이제 몸이 예열을 안 하는데 말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휴식을 취하면 일반인은 살이 찐다. 군인과 운동선수는 늘 기본적인 긴장 상태가 있어 몸이 항상 준비하고, 항상 준비한다는 건 언제라도 뛰려고 몸이 준비하고 있는 거다. 좋은 것인가? 아니. 골병의 지름길이지. 노가다와 다를 바 없다. 헬스클럽도 그렇게 운동하면 근 손상과 골격계 무리 간다. 48시간 회복은 법칙이다. 그러나 몸이 골골 해도 운동선수와 군인은 또 거품 물고 뛰라면 뛴다.


골병 : 노가다, 운동선수, 군인 모두 일반인의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걸 들고 지고 걷고 뛴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골병이 들어도 근육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아도 또 한다. 아파도 또 한다. 결려도 계속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휴식은 우리가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선사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큰길에서 멀면 멀수록 은거지 조건이 좋은 거다.


추억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회상하지 마라. 죽음으로 가는 추억. 주마등을 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적을 죽이는 추억을 만들고 있다. 무엇을 추억한다면, 내가 산다고 할 때 지금도 추억해야 한다.


그냥 사는 거지.


언제 끝날지 모르게 사는 게 뭐가 이상해. 언제 끝날지 모르게 하던 짓을 계속하면서 사는 게 뭐가 이상해. 배부르고 잠자고 또 하는 거다.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어둠은 피를 감추고

터진 내장을 감추고

깨진 머리를 감추고

우리 몸이 투명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굳이 낮에 볼 필요가 있어? 굳이 낮에 보면서 리처드 센델처럼 생각이라도 하라고? 왜 생각이 없으면 인간이 아닌 것처럼 그러셔? 너는 삶이 지루하게 반복된다는 생각을 안 하나? 안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뭘 이룬다고 생각하나? 뭘 이뤘다고 생각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3 울프팩 메모리즈 5 22.05.23 337 14 11쪽
272 울프팩 메모리즈 4 22.05.16 356 12 11쪽
271 울프팩 메모리즈 3 22.05.09 355 13 11쪽
270 울프팩 메모리즈 2 22.05.02 377 11 11쪽
269 울프팩 메모리즈 1 +2 22.04.25 423 11 11쪽
268 22.04.18 343 13 12쪽
267 馬場洞 2 22.04.11 518 8 12쪽
» 馬場洞 1 22.04.04 354 10 11쪽
265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학살 +2 22.03.28 380 16 14쪽
264 Haeju Burning 10 22.03.21 351 13 12쪽
263 Haeju Burning 9 22.03.14 306 12 13쪽
262 Haeju Burning 8 22.03.07 305 12 12쪽
261 Haeju Burning 7 +2 22.02.28 326 10 12쪽
260 Haeju Burning 6 +2 22.02.21 308 8 13쪽
259 Haeju Burning 5 +1 22.02.14 322 8 17쪽
258 Haeju Burning 4 22.02.07 327 9 12쪽
257 Haeju Burning 3 22.01.24 350 9 11쪽
256 Haeju Burning 2 22.01.17 322 10 12쪽
255 Haeju Burning 1 22.01.10 384 15 11쪽
254 물 좀 주소 22.01.03 301 8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