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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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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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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馬場洞 2

DUMMY

馬場洞




생각은 독이다. 생각은 딱 한 번, 죽을 때 하는 거다. 그 생각조차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전장에서 군인은 상당수가 갑자기 죽는다. 인류가 문명을 만든 이후로 (죽음 이후) 뭐가 있는지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도 믿으니까 나도 믿는 거지. 군인은 다 지옥 가나? 뭐가 있다는 거야?!


다 필요 없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잘라 의심치 않는다.

난 그냥 해.

그게 나의 하루로 나의 시간이야.

대한민국 사랑해.

국가를 위협하는 적은 쓰러져 마땅하다.

끝.


“안 피우잖아!”

“그냥 줘.”

“피우지 마, 그냥.”

“우리가 지금 장기 이식 생각하냐?”

“뭔 소리야?”

“폐 누구 줄 거냐고.”

“자, 자!”

“동기란 놈이 담배 가지고.”

“새끼야. 뭐가 동기야. 3개월이나 고참인데, 내가.”

“피우지 말라니까!”


“뭔 상관이야. 내가 돈 주고 산 담배냐?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카는 거지. 내가 끊었다가 피워보니 알아서 그래. 넌 전혀, 잖아.”


“오호, 아직도 희망이 있으시다?!”


콜록. 컥.


“그 생각 난다. 사형수한테 사형 집행 전에 담배 줄까요? 하니까 건강에 해롭다고.”

“와, 꼴통.”

“술이 달아서 마시냐? 담배는 맛있어서 피우냐?”


전장의 軍人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냄새일 수도 있다.


“어느 길이로 잘라?”

“좀 길게. 너무 짧으면 못 알아보잖아.”


마장동


“그냥 위쪽이나 아래쪽 하나를 걸어두자.”

“여길 어떻게 잘라. 언제 잘라 이걸.”

“그렇네. 분질러야 될 거야. 분지른 다음에 잘라.”

“이게 좀 그렇긴 하네. 도끼가 필요해.”

“발보다는 이게 강하지. 걸어두면.”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무슨 노래야...”

“몰라. 이 구절밖에 몰라.”

“자본주의 퇴폐성 노래처럼 좋다.”

“남조선 종간나 새끼. 날래 날래 아이 하니?”

“그대, 슬픈 밤에는...”


벌레도 새도 잠들었는지

이상하게 고요하네

혹시 먹을 거리로 보고 있는 거지


“이게 효과가 있나? 있을까?”


“있지. 미군이 왜 일본군을 무서워했겠어. 그로 인해 원폭 맞고 항복도 안 받아주고 갈겨버렸지만, 우린 뭐 어때. 우릴 다 잡는다고 모조리 갈겨버린다고 할 만큼 우리가 많나?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들만 열폭하는 거지.”


“냄새 때문에 싫으니까 그렇지. 잡히면 이런가?”

“안 그럴 줄 알았냐 이 새끼야...”

“말렸다 자를까?”

“안 되냐?”

“숫돌 있어? 날이 상당히 무뎌지겐데?”

“노획하면 되지.”


“단디 갈지도 않은 놈을 들고 다니니까 그렇다이가.”


“이 기다란 놈은 총검 목적 같아. 찌르는 거. 그건 날카롭지 않아도 몸에 들어가. 푸욱 누르면.”


“남에서도 이런 거 있었지?”

“음. 난 들었는데.”

“언제.”

“잠수함 때. 그런 루머가 있었대.”

“들은 거 같다. 뉴스에는 못 나오고.”

“6·25 때도 이러지 않았나? 베트남전?”


“이러지 않았음을 떠나서, 이런 건 전장에 항상 널려 있었어. 참호에서 포격 무자비하게 받고 그랬으니까. 잘 기억해. 우리가 시작한 거 아냐. 뇌에 기스 났냐? 그렇게 한다고 우리가 겁 먹을 줄 알았나?”


“겁 먹었잖아!”

“그렇지. 헤헤.”

“그게 누구였다 그랬지?”

“몰라. 누가 아는데 말을 안했다는 소리도 있고.”


“그리고 겁도 곧 지나갔지. 한번 보고 말아야 무섭지. 미친 새끼들 아냐?”


“우리가 무섭다! 여기가 이렇게 무서운 땅이다! 그런 농촌 같은 프라이드가 있어. 여기.”


“그러니까 그 지랄을 했지. 짐승 맨치로.”

“바보 아냐? 우리가 착한가 봐.”

“담배 꺼 이제!”


“산낭에서 낙하산 전개되어 나오는 것 같다, 그쟈?”

“응? 그렇네.”

“와 씨펄. 이렇게 길어.”

“침까지 넘어가네. 나도 미쳤어.”


배고프다. 이게 뭐라고


“뚝뚝 떨어진다. 널쪄! 뭐 먹은 거야 이거.”

“뭐 먹으나,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아이 씨... 냄새.”


“생라면 묵고 따슨 물 마시고 몸을 존나 흔드나? 뭘 어떻게 먹으나 똑가타?”


“뭐 이렇게 질겨...”

혀가 수염을 더듬는다.

“인형 같다. 사람이 사람 같지 않아.”

“날 것과 죽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젖 같은 거야.”

“당한 놈이 빙시이다. 내는 절대로 이리 안 당한다!”

“좀 잡아봐. 안 흔들리게.”


이것을 잡고있는 구멍 난 장갑, 검은 손톱.


“남은 건 어째?”


“글쎄다. 이것도 걸까? 힘쓰기 싫어서.”


“애초부터 그냥 널어놓으려다가 무거워서 한 거 아냐! 로프도 없어서 이렇게 한 거 아냐. 어차피 할 거면, 누인 것보다는 널어놓는 게 좋을 거라고.”


“지금도 무겁네. 뭐 이렇지?”


“이걸 나무에 건다고? 이 무게 몰라? 대충 하고 빨리 가자!”


”가긴 어딜 가.“


”없지만, 빨리 자리는 떠야지.“


눌쌍의 피로로 항상 찌푸린 눈. 처음 태양을 보는 것 같은 졸린 눈.


”의사들은 이 냄새 어쩌냐.“


”피가 덜 빠져서 그런가? 그냥 잘 보이는 산길까지 끌고 가까?“


뻐꾹. 뻐꾹. 드디서 산새가 운다.

짐승과 벌레가 보기에 두 사람이 나쁜 놈은 아닌 것 같다.


”진돗개가 자기 영역에다 오줌 싸는 거 같다.“

”정육점에 걸린 돼지 우습게 봤네. 뭐가 달라 이게.“

”아.... 담배 연기. 후. 훗!“


”아후....“

”왜 그래.“


”이 얼굴...... 얼굴 보니까 바이트 쏠린다. 씨.“

”야! 감상할 때냐?“


”얼굴에 뭐 더파~라! 풀이라도 더파~라. 니미, 우리 제정신이가?“


”이 새끼가 적응 좀 하니까 센스 터지네. 죽고 싶나... 날 봐. 말하는 사람 보라고! (사이) 넌 제정신이냐고? 야 이 개새꺄. 통신 주특기 맞아? 눈에 든 거 잊었어? 기억력 쥐야? 우리가 그거 보고 찔찔 짰냐? 이미 제정신 아냐 새꺄. 받았으면, 하다못해 족구도 열 받으면 묻고 따블이다. 우릴 알로 보잖아. 도끼만 있었으면 목을 잘라서 들고 다닐 거다. 옛날 북방의 장수들은 자기가 벤 수급을 허리에 달고 다녔어!“


”고마 해!!!“


정상

그 나라 정상은 그 땅에서 정상이다

징기스칸 우러러 보면서 이런 건 상상 안 해봤냐


”살 거 같냐? 우리가 살 거 같냐? 내가 나 쏜 놈 죽인다 그랬지. 잠수함 때는 작업 나온 병사를 이렇게 했어. 총도 없는 불쌍한 병사를. 여기선? 날 봐 이 새끼야. 중대장을 훼손했어!“


”아냐. 중대장 아냐!“


”까는 소리 하고 있네. 모두가 쉬쉬하는 거야. 모두가 군복에 달린 거 다 뗐으니까 둘러대는 거야. 해부된 거는 우리 중대장! 관사아파트 나동 303호! 그 안에 누가 살아! 누가 살아! 누가!!! 애 얼굴 떠올려 봐 새끼야. 이 정도 가지고 그래 씨발. 아무 것도 안 달려 있으니까 쟤들은 우리 중대장인지 몰랐겠지! 우리만 우리 중대장이야! 난 이거 구워 먹고 싶다. 맛이 아니라 와, 신, 상, 담, 씹어먹고 싶어서. 개호로 상놈의 새끼들.“


정상 인간. 이게 정상의 눈으로 보는 정상적인 세상인가?

문제는 누가 시작했느냐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양쪽 다 하니 시작도 중요하지 않다.

[그래, 곧 죽을 놈들이 그런 정상적인 생각으로 돌아오지. 꼴까닥.]


”고난의 행군 때 사람 잡아먹던 동네야! 우리 죽으면 예의 차려서 손 가지런히 매장해줄 것 같냐? 봐! 이렇게 병신 되는 거야! 이 꼬라지 나는 거야! 봐! 이 새끼 얼굴을 보라고! 이 꼴이야! 이런 바보 되고 싶어?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냥 해!“


”얼굴 놔라. 안 보고 싶다.“


”이러기 전에 이 손이 할 수 있는 걸 할 거다. 이거 시작이야. 이 얼굴 되고 싶어? 이 바보 같은 졸린 얼굴 되고 싶어? 이 바보 같이 벌어진 입을 봐. 이 얼굴 되기까지 가만히 있고 싶어??? 진중문고 마음의 소리 읽는 소리 하고 자빠졌어...“


모든 생명체를 절멸하고 싶다

내가 죽는다면


적은 그냥 쓰레기다

옆에 두기 불편한 쓰레기

그냥 보기가 싫다

좋은 소린, 에어컨 나오는 테헤란로에서 워드로 쳐


날 이렇게 만든 건 너희들이야

이것이 보름 전과 다른 나다

우리 팀은 3차에서도 빠진 줄 알았어

이런 거 경험할 줄 꿈도 구지 않았어


봐라.

우리 눈에 잊지 않도록 많은 이들을...

이렇게 고스란히 눕기 까지

군인 아니라도 고분고분하게 살 놈 누구야


”됐다. 마무리하자.“


”투명하다.“

”이제 가리는 거 없지? 잘 보이지?“


”그래. 투명해. 야들이나 우리나 이게 끝인 걸 뭐.“


”니도 내도.“

”내가 죽으면 다 죽어야 한다.“


”그래서 오래 살아야 돼. 아직 마음이 꾸꾸~~웁하다.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의 비극적 조미료 같은 ‘생각’이 빠진 물리적인 잔유물. 이 고깃덩어리에 아직도 ‘생각’이 있나? 공중을 쳐다 봐. 지금 영혼이 보나? 몰라. 어찌 알아. 봐라 우리 몸속에 들어 있을 여러 가지들. 그중, 이제 익숙해진 몸통 중앙의 못 보던 것들. 봐봤자 순대.


‘간 좋아해요? 더 드려?’

‘오돌뼈랑 섞어서 많이 주세요.’

‘오늘 물건 왜 이리 뻗뻗하지? 도살할 때 삐졌나?’


있으나 느끼지 않고 사는 인생. 의사도 자기 뱃속은 못 본다. 다른 사람이 열어줘야 치료를 하니까. 이것들... 존재하나 잘 못 느끼는 것. 가끔은 생각한다. 생각하게 한다. 소화불량. 위염, 폐렴, 위암 2기입니다. 내 위가? 내 위가요? 내 소중한 위가 썩어 가고 있단 말입니까? 내 폐가? 내 췌장이? 내 전립선이? 하다못해 내 후두가?


개구리 해부 재미있게 했었지.

나도 개구리였어.


선생은 위를 항상 생각하셨습니까? 위를 위해서 무엇을 하셨나요? 그런 식습관과 흡연을 맘껏 하면서 존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몸을 학대한 거죠. 소주는 그냥 화학 혼합물입니다. 돈이 남아돌아서 와인 마시는 줄 알아요? 담배, 술. 이건 다 본인이 만든 겁니다. 뇌는 흡연 앞에 또 무슨 죄입니까. 뇌출혈 약간 나면 풍 오는 겁니다. 아이고 내 몸. 아이고 내 몸.


몸이 가장 적절하게 쓰일 때는, 생존.

몸이 가장 진실하게 쓰일 때는, 생존.


어려서부터 키운 하얀 털 진돗개 백구가

어느 날 입가에 시뻘건 피를 잔뜩 묻히고 왔다.

수돗물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놀랐다.


이제 그게 너다.


”땡겨.“


”니가 좀 세게 밀어!“


”말 존나 많네. 너도 힘을 써!“


”우리가 이렇게 살아 빠졌나? 힘 존나 없구로.“


하늘을 본다.


“뭘 봐.”


“영......혼?”


“얘? 있거나 없거나 뭔 차이야. 그리고 사회주의 사상 있는 놈에게는 영혼이 있어도 없어야 해. 유물론이야. 신은 없어야 해. 염라대왕 앞에 가면 눈 감고 무시할 거야. 공산당은 유물론 때문에 천국도 지옥도 아닌 따로 뭐 하나 있어야 할 걸. 고만 봐! 있긴 뭐가 있어!”


“없나?”


“여긴 무신론이며 유물론이야. 여긴 귀신도 숙청! 없어.”


“밤에 귀신으로 나타나려고 준비하나?”


“왜 갑자기 영혼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어!”


“벌 받을까 봐.”


“무서워?”


“아니.”


“그럼.”


“진짜로 있는지 궁금해서, 하하하 쓰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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