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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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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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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ju Burning 1

DUMMY

Be crap Haeju Burning




서로 속이고 있었다. 여기가 더 숨기고 있었지만 남에서 보고 들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상상하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한 초라한 동영상 많이 봤다. 저걸 자랑하는 게 정상인지... 바로 북한의 의식 수준이다.


여군 조종사가 비행 후에 수령에게 화환 받고 악수하는데 그게 미그-15다. 전 세계로 퍼진 사진. 그걸 내보낸다고 검열을 끝낸 사람들이 뭐가 이상한지 모른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전투기로 날고 있는 MIG-15를 본다.


우리가 보는 것도 한계도 있었다. 우리도 막고 저들도 막고 왜곡했다. 우리가 텔레비전과 유트브로 본 북한은 일부였다. 우리나 저들이나 상대의 좋은 건 안 보여준다. 물론 북한은 더 이상 보여줄 게 별로 없다. 이 북한 땅에서 난 북한제 스마트폰을 주어 이리저리 작동도 해봤다. 배터리 방전될 때까지 정보취득 목적으로 휴대했다.


북한도 짝퉁 스마트폰 만들어 판다. 다만 인터넷이 북한이 만든 인트라넷 외에는 접속이 안 되니, 서핑 해봤자 북한 공영방송을 읽는 수준이다. 도시 건물도 현대식으로 지은 것 꽤 있었다.


도로도 콘크리트였지만 잘 닦여 뻥뻥 뚫린 걸 봤다. 통용되는 음식도 우리 예상보다는 좀 덜 허접하다. 북한은 소 돼지는 물론 가금류도 오리농장이나 닭농장에서 집단 사육해 알과 고기를 유통하고 거기서 바로 통조림으로 만들어버린다. 오리농장 닭농장은 함경남도 오지 농촌 같은 곳에 많다. 고기도 못 먹고 살 거란 상상을 묻어두어도 우리 전투에 지장 없다.


언어도 그렇다. 했음둥 하라우 이런 말 이제 북한에서 듣기 힘들다. 남한 드라마에서 나오던 억양 크고 거북한 북한말은 북한에 없다. 세월 흘렀다. 남한 드라마가 억지로 북한 구어를 강조하며 사용해서 우리가 착각한다. 우리나라도 저 시골이나 가야 진짜 사투리를 듣고, 젊은이들은 인터넷 발달로 언어가 비슷해진다.


북한도 시골 오지 노인들 빼고 남한 말과 거의 다르지 않다. 특히 문장의 어미 ‘했습니다’ 하면 어디나 다 통한다. 북한군대 말의 기본 어미이기도 하다. 하나 특징이 있다면 북한 일부 지역 억양이 경상도 억양의 고조와 굉장히 비슷해서 놀라기도 했다.


대신 명칭과 용어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단어 듣고 자세히 생각하면 대충 알 정도로 순수 한국어로 되어 있다. 군사용어는 90% 다르다. 흉내 내서 위장하는 건 다른 문제다. 단어는 남쪽에서 교육받고 시험도 쳤다.


문제는 ‘억양’이다.


말은 대동소이한데 억양이 지역별로 달라서 따라 하기 힘들다. 새터민들이 남한 말 금방 적응하나 억양이 오래 걸려 사라진다. 북한군으로 위장하려면 단어 위주 강압적으로 짧고 강하게 하는 게 확실하다. 만약 구식 북한말에 의지하고 싶으면 오히려 당당히 강력하게 토해야 한다. 남한도 저 멀리 외딴 곳 사투리 잘 모른다. 그런 구어 북한말을 강하게 쓰면, 어느 촌에서 올라온 상또라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과감하게 위압적으로 행동하면 할수록 먹힌다.


요즘 북한 젊은애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공식명칭 '동무'라고 부르는 걸 바보 같은 옛날 방식으로 생각하며, 남조선 용어도 많이 섞였다. '하트! 하트!(너 좋아, 너 괜찮아)' 남조선 드라마의 영향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북한의 음성경제 장마당이 활성화된 이후 아이들을 '장마당 세대'라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북한제 아리랑 스마트폰의 외장 메모리로 남한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탈북자들은 어느 남한 드라마를 봤었는 가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한류 가요 드라마가 가장 파괴력이 가장 센 곳은 사실 북한이다. 개성공단의 소문도 북한 전역으로 퍼졌다. 초코파이도 알려졌고 개성공단에서 우리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남한제 이불은 은밀히 거래되어 혼수용 이불로 높게 쳐준다. 그러나 북한은 2천년대가 아니다. 2천년대라는 말도 표현도 애매하다. 이들은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한 주체년을 고립적으로 사용한다.


북한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있고, 생각보다 그럴 듯한 것도 있었다. 특히 도시와 기간산업. 그러나 일정부분 멀쩡한 나라란 현혹은 잠시다. 이 모든 것에 언발란스가 있다. 묘한 불균형. 어느 도시 못지않게 좀 갖추고 싶어 했고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게 전반적인 성장이란 기분이 안 든다.


무슨 말인가 하면, 수령이 여기 이런 거 서 있어야 잘 살아 보인다... 그런 거다. 마식령 스키장은 뭐 하러 지었나. ‘겨울이 추운 정상적인 나라라면 그런 거 하나 있어야 한다’ 그거다. 어차피 보통 북한인은 입장도 안 된다. 평양의 화려한 건물들 내부는 외관과 다르다. 어디나 그렇게 ‘그럴 듯한’ 것들이 세워져 닦여져 있다. 하지만 그런 보여주기를 하면 할수록 그림자만 짙어질 뿐이다.



내가 해주를 통해서 경험한 걸 보면, 우리가 평양을 점령해서 오래된 건물 부수고 새로 지은 건 놔둔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을 거다. ‘겉’만 멀쩡한 거다. 내부의 수준은 우리와 충격적인 문화적 차이를 알게 한다. 어설프면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낫다. 놔둔다 해도 내부는 거의 다 뜯어내고 리모델링 해야 한다. 겉은 2천 년대를 흉내냈고 내부는 1970년대까지 내려간다. 우리 건설사들 최고의 경기는 앞으로 딱 하나, 통일이다.


우린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공들여 만든 걸 부수고 싶었다. 가난한 놈을 더 쪽팔리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여기 장군들보다 좋은 가전기기로 잘 먹고 잘 살았다. 이것들이 좀 컸다고 개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듯한 걸 만드는 동안 일반 사민은 더욱 허덕이고 굶주리고 - 중국과 똑같이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는 심각해진다. 격차가 아니라 당원이 사는 도시와 촌은 그냥 다른 세계다. 없는 놈이 멋진 양복을 입고 다니고 집안 애들은 굶어 뒤진다. 체제 붕괴될까봐 전면적인 경제개방 못한다. 김정은이 취임?해서 처음 강조한 게 경제.


까는 소리다. 개방도 없이 자급자족경제로 부풀리겠다고? 없는 나라 국민 고혈을 짜내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그들의 경제화. 그래서 없는 돈 들여 만든 거 부수고 싶었다. 아주 씨바 무너져 버리라고...


우리가 저 멀리 좀 컸다 하는 도시를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망상의 제국, 당원 아니면 영원한 노예국가. 씁쓸했다. 정확히 말해 ‘짜증’이 났다. 우리도 남에서 격차로 인해 일정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긴 신분의 격차가 제정 저리가라다. 하얗게 빛나는 건물들이 짜증난다.


우리 여단 다 모른다. 그럭저럭 비슷했을 거다. 축차적으로 헬기 타고 강습해 넘어왔다. 서부전선 바로 북쪽 빽빽한 군사밀집지역 위에서 낙하산으로 점프한다는 건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다. 침투하다 수송기 다 떨어지고 강하자 다 죽는다. 다행히 우리 여단은 목표가 가까웠다.


현대전에 걸맞는 공중강습이 우리의 프라이드였다. 새벽에 강습하고 헬기 승무원들은 돌아가 따슨 아침밥 먹을 거리였다. 대신 헬기가 모자란다. 강습은 점프에 비해 병력 장비를 온전히 유지해 정확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지만, 세상 모든 건 장단점이 있다.


우리가 편한 강습으로 침투해 받은 좆같은 것...


도망갈 곳이 없다.


사방에 군부대다.


도시 부근에 준군사조직 엄청 깔리고, 우리의 전통적인 게릴라베이스이자 고향... 깊고 험난한 산악이 없다. 우리 목표는 이 도시 인근이고, 도심 근처 산악은 등산로도 개척되어 적들이 쉽게 우릴 추격한다. 인구밀집지역 근처는 죄다 화목으로 벌거숭이다.


우리 공군과 미 공군이 가장 주목한 개전 초기 폭격대상은 개성 바로 위와 바로 여기 해주였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부터 공중폭격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결과?


우리가 전 여단 중에서 가장 짧고 강렬하게 충돌하고 소모된 여단일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우리도 작계대로 목표 때리면서 소모도 서서히 일어났을 거다. 그러나 북한군 서부전선 보급과 지원을 책임지는 이 지역 2선의 힘은, 다른 의미로 위험한 것이 존재했다. 폭격이 아니었으면 원래 북한이 하려던 명백한 것이다. 바로 북한의 ‘역습’. 이 일대의 힘은 원래부터 김포반도를 상륙해 서울을 향해 압박하는 전술을 가지고 훈련도 많이 했다. 서로 아는 사실이다. 이곳은 타 지역에 비해 공세로 나올 힘이 충분히 모여 있었고, 해주가 병목이다.


침투하고 작전 시작 4일이 지났을 때, 사령부는 우리 여단에게, 모든 수단을 동원한 해주 일대 동시 전격적인 파괴를 하달했다. 원래 그게 우리 작계였지만, 이제 뭉쳐서 도시로 들어가라고 했다. 이 군사도시를 할 수 있는 대로 다 부수라... 산에 침낭과 개인물품 모아 매몰했다. 왜? 목표 야간에 때리고 산악이나 오지로 도피탈출해 다음 작전을 도모하는 방식을 일단 버렸기 때문이다.


미군은 여기 들어간 우리에게 급박하게 무엇을 막으라고 한 것이다. 여긴 우리 밖에 없다. 필사적 이유? 역습과 역공 밖에 더 있는가. 그 역습의 축선이 김포로 상륙하는 것이든 6.25 때부터 전통적인 서부축선인 자유로 부근을 따라 남하하는 것이든 우린 모른다. 우리가 4일 차에 수령한 명령은 무박으로 지속되는 도시 게릴라전이었다.


우리가 상상도 못했고 다른 여단도 상상도 못했을, 일종의 시가전이자 내전 분위기였다. 도시에서 3일간 북한군은 잠들 수 없었고 우리도 자지 못했다. 이런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은 원래 딱 두 군데였다. 이들의 수도와 바로 여기. 개성 부근은 기갑이 미싱하우스할 평평한 곳이었으나, 이곳은 그렇게 밀고 들어오기 좀 까깝한 모양이다. 사령부 명령을 잠깐만 비켜서 보면 다른 뜻이 보인다.


도시 자체보다는 인근 군부대와 요새 시설이 격파 대상이다. 우리가 해주로 들어가면 일대 북한군을 해주로 끌어들인다. 다시 단점과 장점이 교차한다. 전선에서 평양은 멀다... 해주는 가깝다. 헬기 직선거리로 30분이면 떡친다. 단점이 마지막으로 걸린다. 여기에 헬기든 수송기든 재보급 불가하다. 침투 이상으로 자살행위다. 구형 대공포 몇 천 문 있을 거다. 그래서 사령부는 이 작전 기한을 짧게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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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馬場洞 1 22.04.04 348 10 11쪽
265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학살 +2 22.03.28 377 16 14쪽
264 Haeju Burning 10 22.03.21 347 13 12쪽
263 Haeju Burning 9 22.03.14 304 12 13쪽
262 Haeju Burning 8 22.03.07 303 12 12쪽
261 Haeju Burning 7 +2 22.02.28 323 10 12쪽
260 Haeju Burning 6 +2 22.02.21 306 8 13쪽
259 Haeju Burning 5 +1 22.02.14 318 8 17쪽
258 Haeju Burning 4 22.02.07 324 9 12쪽
257 Haeju Burning 3 22.01.24 347 9 11쪽
256 Haeju Burning 2 22.01.17 317 10 12쪽
» Haeju Burning 1 22.01.10 379 15 11쪽
254 물 좀 주소 22.01.03 299 8 16쪽
253 물고기 축제 +2 21.12.27 295 5 14쪽
252 막간극 - 민족해방전선 5 +1 21.12.20 289 10 12쪽
251 막간극 - 민족해방전선 4 21.12.13 244 10 12쪽
250 막간극 - 민족해방전선 3 21.12.06 252 9 11쪽
249 막간극 - 민족해방전선 2 21.11.29 268 6 11쪽
248 막간극 - 민족해방전선 21.11.22 318 6 11쪽
247 베레모는 없다 2 21.11.15 28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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