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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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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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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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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팩 메모리즈 1

DUMMY

사람에 따라 이 글은 읽다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식은 아니나, 책(글)을 읽으면서 무조건

납득하려는 건 객관적 자기 지식을 막는 방법입니다.

관심 없는 것은 끄고, 이해 안 되는 것은 던지고,

자신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북한 것은

내가 왜 거북한지 자기 생각을 발현하십시오.


이 모든 것들은 당신이라는 인생의 책을

완성하기 위한 부목에 지나지 않습니다.


조휘준




울프팩 메모리 [Wolfpack Memory]




한 때는 모든 것이 느렸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먹을 것을 가리고 사냥하고 배우자를 만나 애를 낳고 죽을 때까지, 여전히 돌도끼였다. 그 사람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돌도끼로 살았다. 할아버지가 태어날 때부터 손자가 죽을 때까지 똑같은 공룡이 돌아다녔고 초목도 똑같았다. 그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도 똑같았다.


아니, 그랬던 기간이 지구 상 인류 역사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 세대 20-30년 차이도 엄청 초라해 보인다. 현재 아이들이 차지할 세상 역시 부모의 과거 시절을 초라한 것으로 볼 것 같다. 손자가 보기에 할아버지는 조선시대다. 밀리는 것이 빨라졌다. 내가 모은 것이니 넘겨줄 수 없다는 경련성 발악성 노인도 늘어날 것이다.


젊은 세대는 잡다한 걸로 중년과 노인을 소외시킨다. 아니, 자신들 세대의 개별성을 부각시킨다. 캐미. 핵노잼. 엄친아... 10년도 못 가 없어질 말이다. 갈비 갠소 광클 빵터진다 글설리... 인싸 아싸 쓰면 노땅 취급 받을 날이 멀면 참 좋겠다만. 곧 유튜브에 그 제목들 다 수정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지나갈 이런 말을 어른들이 강제로라도 알아야 뒤처지지 않는 거란다. 물론 아버지 세대도 젊어서는 건방진 세대였다.


그런 말을 쓰는 지금 젊은이들이 구세대로 취급 받을 날도 그리 멀지 않다. 무척이나 빠를 거다. 사회가 빠른 걸 조장하고 젊은이들도 빠른 걸 좋아하니까 구세대로 밀리는 날도 그들의 불만만큼 빠르게 다가온다. 그런 은어들이 잊혀지고 노땅 취급 받는 날이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온다.


어른들은 모르고 자기들만 안다고 킥킥대는 아이들을 보는 성인들도 씁쓸한 미소가 난다. 곧 그 다음 세대가 ‘뭐야, 웃기지도 않은.’ 그런 시간이 곧 올 거니까. 10년만 지나도 밀리기 시작한다. 이 철옹성 같은 대한민국 컨베이어벨트에서 못 벗어난다. 젊어서 가진 것이 없으면 옛날을 연구하라. 대한민국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알아서 뭐가 될 것이란 젊음의 병.


그 빨랐던 것에 대한 불안과 여파는 후대에 넘겨지지 않는다. 후대는 ‘그걸’ 모른다. 너무 빨랐던 걸 조장 방관한 모두가 죽기 전에 여파를 받는다. 뭐 이런 새로운 놈들이 다 있나 했던 90년대 X-세대? 별다를 거 없었다. 지지고 볶는 것 같아도 결국 특별한 일 없이 거기 도달한다. 자식들이 알아도 못 들은 소녀시대와 4G 스마스폰 같은 걸 떠들며 뱃살을 걱정할 것이다. 노인들이 소녀시대 노래를 오부리 까고 옆에서 보는 젊은이들은 인상 지푸리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건 하나도 빠짐 없이 최신이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에서 벗어나 봐야 보인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세대로 추락할 거였다. 밀려, 단순히 밀려서... 컨베이어벨트에서 벗어나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거기 서 있으면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벨트 외에 대안이 없다. 말도 안 듣던 녀석들이 이제 다음 세대를 훈계하는 코미디가 등장한다. 밀리고 밀려... 그러다 보면 용광로로 soft duck 낙하한다. 제발 새롭게 살아봐. 남 따라가면 재미 없어...


과연 남는 건 무엇이지? 인생에 수지가 맞았나?

당신은 90이 되어도 여전히 애였어...


그런데 이제, 전쟁은 90년대와 2천 년대 태어난 세대가 부담한다. 아버지 세대는 80년대 낭만이나 빨아야 하고, 아들 세대 경험이 양자 도약으로 점프한다. 소설가 선우휘가 500명 쯤 등장한다.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건 오히려 6.25이나 월남전을 겪은 할아버지 세대다. 체첸처럼 나이 불문 총을 들 것도 아니고, 현 아버지 세대는 이제 아무 것도 안 한 세대처럼 된다. 입을 닥칠 시기가 온다.


민주화에 모두가 참여한 것도 아니다. 상당수는 굴복에 무난해져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무지했다. 시간이 흘러 민주화를 고마워 하지도 않는다. 태어날 때 이미 세워져 있던 담벼락처럼 그냥 있는 것이 되었다. 똑같다. 아버지도 4.19 실감 없다. 그걸 제대로 그린 영화도 없다.


장군들도 이제 자기 밑바닥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고가와 측정에만 주력하던 평시 군대에서 평생 복무했다. 어떤 사람이 정녕 무지한데도 높은 곳에 올랐다면, 자기 목숨을 내놓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용기와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전역하고 자신이 대신 올랐다면, 곧 남의 자식들을 죽이기 시작할 것이다.


열 명 죽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수백 수천 수만 단위가 될 수 있다. 전쟁은 젊은이들이 죽는 것이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으나, 여기서 ‘죽이기 시작한다’는 표현은, 자신의 빈약과 억측으로 전술적 실수를 저질러 놓고 하던 대로 슬그머니 묻어버리는 걸 말한다.


적어도 조선시대까지는 단 1회 전투 패배 책임으로 관직 박탈 흔했다. 이제 장군은 유지의 보직이 아니고 자신도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군장 50kg에 이틀을 굶고 포격에 정신이 반 쯤 나갔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로 눈에 살기가 등등한 소대원 중대원 대대원 연대원과 산중에서 단 둘이 만나 돌격명령을 내려 설득시켜라. 존경과 신뢰는 전쟁 전에 시작되어야 했다. 없다가 전쟁이 시작되어 나타난다면 남들이 오판했던 원래 타고난 지휘관이다.


대충 좋은 지휘관으로 보였다가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아래서부터 위까지 처음이다.


전장에도 없을 아버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들딸들이 죽어갈 이 마당에...


인생은 정상인 듯 불완전하다. 저 사람은 안정적인 것 같지만 알고 보니 나보다 더 불안하다. 자신은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생각도 말고 그냥 앞으로 토껴라. 현재를 규정하는 우주와 과학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것 자체는 왜 그런지 모른다.’는 말을 만난다. 아직 모르기 때문인지 원래 모호한 건지 모른다. 그래서 신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불안하다는 걸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철저하게 불안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철없을 때가 그리 행복하다.


불안해서 자꾸 뭘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적이기 위한 모든 지식은 인간 전용이다. 인간이 왜 지적이면 좋은지도 모른다. 파트린느 쥐스킨트의 소설에서 ‘너는 무게가 없어’란 말 때문에 여자가 방황하다 자살한다. 자신이 노력해도 도저히 꺾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는 이러한 불완전과 욕망이 결합할 때 폭발한다. 이러한 자기의 코어를 인식하지 못하고 엄한 것에 폭발한다. 자기를 숨긴(모른) 채 엄한 것에 분노하다 가는 게 가장 피곤하고 무익한 인생이다. 폴리스틱스들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데 대중은 한 마리 충실한 개처럼 일방통행에 목숨을 건다.


인간은 지적이길 바라면서 잔인하다. 지구상 모든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무덤의 맨 위에 선 잔인한 역사는 역사책에 설명이 없다. 적자존의 간판에 설명은 필요 없다 이거다. 맘모스를 때려죽여 먹은 건 설명할 이유가 없으며, 알렉산더에게 학살당한 아이와 부녀자는 아무도 써주지 않으며, 이름을 모를 사람은 그저 역사적 엑스트라다. 존재했었는지조차 모른다.


소 돼지를 집단사육해 먹어도 정상적이라 생각하고, 감전시켜 도살한 소돼지를 먹고 돌아와 순수이성비판을 읽는다. 정상적인 먹이사슬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어디서는 사람이 굶어죽는데 어디서는 사람이 먹어도 되는 곡물을 배 터지도록 먹여 집단사육한 고기에 대한 탐욕. 수정체부터 인간이 관여한 병신 돼지와 병신 소와 병신 닭은 강제로 태어나 인간 입으로 다이빙한다.


노루 하나 잡기 위해 질주했던 원시인들이 보면 얼마나 부러울까. 돼지 입장에서는 어린애조차도 자기를 죽일 포식자다. ‘아빠 난 삼겹살 좋아.’ 한국은 전 세계에서 쓰레기 부위로 취급받는 삼겹살에 열광한다. 과거 살코기는 다 일본에 수출하고 그것 밖에 먹을 수 없었다는 걸 잊었다.


삼겹살은 기름 중독이며 소고기 마블링은 무식해서 한국만 집착하는 용어다. 다른 나라는 삼겹살 부위 비계를 완전히 잘라내 사료나 식용유 만든다. 지금 전 세계가 쓰레기 삼겹 부위를 살코기보다 비싸게 죄다 한국에 팔아치우고 있다. 풀만 먹고 운동한 소는 마블링이 없다. 풍부한 마블링은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먹였다는 뜻이다. 옥수수 잔뜩 먹은 지방 덩어리 소고기 꽃등심. 남조선 식욕 만세!


인간은 인간 이외 동물을 죽여 먹는 게 당연하고, 아이큐 낮은 인간도 차별 받는다. 그래도 개는 가족 취급을 받는 전통적으로 선별된 적당한 아이큐다. 바퀴벌레가 80kg 체구로 커지고 평균 IQ 210이 되어 (양손이 두 개 이상이므로) 톱니바퀴를 한 번에 세 개를 깎게 될 때, 인간은 도살당해 먹혀도 할 말이 없다. 이유는 똑같으니까. 과도한 육욕을 위한 대량 사육 대량 도살의 양심 불량. 이제 바퀴벌레의 감시 아래 약한 수컷 인간들은 살해당하고 건장한 놈들만 살려 씨받이로 쓴다.


오직 인간이 인간을 죽인 것만 역사책에서 구라를 깐다. 심오하게 다뤄지길 바라며 후대에 열렬한 논문이 줄을 잇는다. 그냥 경쟁자라서 찔러 죽인 건데 신분이 높았다고 진지하게 포장한다. 빵 하나에 사람이 둘이었을 뿐이다. 빵을 먹은 자는 혼자 칼을 가지고 있었거나 먼저 휘두른 사람이다.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것은 불시에 뒤통수를 까는 거다. 돼지를 죽이는 건 지나쳐도 사람 죽인 이야기는 갑자기 눈빛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이 워드 프로세서는 인간이 인간을 죽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다. 읽고 있는 유기체들이 모기 파리 두꺼비 고슴도치 개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장으로 사라질 양들의 독백은 없다. 어떤 영화에서 신문사 편집국장이 대한민국 영장류가 개돼지 맞다고도 했다. 말한 본인은 개돼지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게 심심치 않게 웃겼다. 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협잡하는 게 개돼지보다 뭐 얼마나 우월하다고... 웃기고 자빠졌네. 왜 그런 착각에 빠질까?......


제러미 레프킨이 그랬다.


‘인류문명은 0.1%의 안목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 선도하며, 나머지는 잉여 인간, 그저 먹고 싸는 동물 유기체 다름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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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馬場洞 1 22.04.04 353 10 11쪽
265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학살 +2 22.03.28 380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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