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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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해서 이제 취미로 글 쓰기가 어려워 그간 쓴 거 올립니다.
귀신이라고 외롭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스칼렛 양은 이 분명하고 간단한 사실을 죽은 지 50년이나 지나고서야 깨달았지요. 늦다면 늦고, 빠르다면 빠르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성불하거나 퇴마당할 때까지 변변찮은 솜씨로 남을 괴롭히거나 혼자 틀어박혀서 살다가는 귀신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스칼렛 양은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걸까요? 혼자 깨달았을까요?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스칼렛 양은 살아생전 예쁘고 심성이 고운 아가씨였지만 결코 똑똑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후, 좋아. 그 신사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나를 믿어보는 거야.”
안개처럼 뭉게뭉게 흐릿한 고 스칼렛 양은 한때 왁자지껄한 오찬이 열리고는 했던 큰 식당으로 가서 그곳에 놓인 작은 테이블을 내려다보았어요. 뭘 하려는 걸까요? 신사가 뭘 말해주었을까요?
스칼렛 양은 있는 힘껏 손에 힘을 주고서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나이프를 만졌어요. 그리고 들어올렸답니다.
“됐다! 됐어! 드디어 됐다!”
스칼렛 양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방 뛰며 식당과 주방을 쏘다녔어요. 그녀는 자기 발이 50년 만에 땅에 닿았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지요. 화장대로 다가가 그 위에 놓인 거울로 얼굴을 살펴보고 이제는 빛이 바랜 붉은 비단 이불에 몸을 파묻고 먼지 냄새를 맡았어요.
브라보! 잠시 동안 스칼렛 양에게 박수를 보내도록 해요. 그녀는 방금 고참 귀신들처럼 염동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살아생전의 모습을 다시 얻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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