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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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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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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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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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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2 하이우즈 탈환전

DUMMY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오후.

탕탕! 기둥이 세워지고 빗물에 젖은 천막이 올라간다.

보급병들은 자재를 가지고 바쁘게 뛰어다닌다.

백작의 소대를 만들라는 지시에 보수대에서 보급병이 나와 이렇게 막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난, 눈물과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레이종이 널 많이 따르는 것 같으니. 한번 잘 만들어 보아라. 껄껄껄.


백작의 그 사악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소대장이라···”


진급한 일은 분명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신분이 상승한 것도 아니고 부대원 전원이 그레이종 노예.

무식한 놈 다섯이더니 이제는 25명을 관리하란다.


“자네가 이번에 부임한 소대장인가?”

“...”


그때 2명의 보급병이 나에게 다가와 턱으로 날 가리켰다.

난 세상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보급병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해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자네가 소대장이 되었다고 해도 노예부대네. 소대 밖에서는 자네의 권한이 없으니 예의를 갖추게.”

“...”


나의 멍한 시선은 보급병의 가슴으로 향했다.

초록색 배경, 둥근 표식의 정예병 마크.


“좋겠다. 자유민이라서.”

“어허!”


옆에 있던 보급병이 막아섰다.


“자네가 참게. 그레이종은 원래 성격이 괴팍하지 않은가?”

“그래. 네가 참아야지.”

“어허! 이 노예 놈이 그래도!”


나는 피식 웃었다.

놀려 먹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전쟁터에 와서 좋은 점이라면 병사들이 그레이종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골칫덩어리 유닛이었는데 현실에선 그 악명이 더 대단했다.


“흠흠! 아무튼, 소장용 막사는 다 만들어졌네. 분대 쪽은 모레쯤이면 다 끝날걸세. 보급품은 일주일 뒤에 나오니, 그때까지 따로 와서 받아가게나. 그럼.”

“...”


보급병은 나를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나는 한참을 그들을 지켜보다 만들어졌다는 나의 막사로 향했다.

노예부대라도 소장은 소장.

개인 막사가 지급된다.

처음으로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그 공간이 전쟁터다.


“마구간 다음은 맹수 우리냐···?”


나는 개인용 막사에 도착해 투덜거리며 물건들을 확인했다.

우선은 백작의 명령에 따라야 하기에 맹수 우리에 맹수를 처넣어야만 한다.

난 우리 조에 있던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우와~ 이게 개인 막사야?”

“여기엔 씻을 물도 있네.”

“먹을 것도 있군.”

“어디, 어디?”

“...”


한동안 어린아이처럼 이것저것 만지며 구경하는 녀석들.

건포를 나누어주자 조용해졌다.

이제 조금 그레이종을 알게 된 기분이다.

휴대하기 쉬운 건포는 항상 들고 다니자.

비기 아저씨가 건포를 씹으며 말해왔다.


“우물우물. 그래, 우릴 부른 이유가 뭔가? 아, 이제 소대장이니까 존댓말을 해줘야 하나?”

“그냥 평소대로 불러 주시죠.”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지. 크하하!”

“응응! 스톤은 스톤이지!”

“...”


애초에 난 기대도 하지 않았다.

기사들에게도 맞짱뜨는 게 그레이종이니까.


“그것보다 백작님께서 그레이종으로 이뤄진 독립 부대를 하나 만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호오~ 독립 부대라? 그렇다면 부른 이유가?”

“네. 비기 아저씨를 비롯해 여기 4명에게 부관직을 좀 부탁할까 싶어서요.”


녀석들은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역시 자네는 보는 눈이 있구먼! 사실 좀 기대는 하고 있었네. 하하하.”

“챙겨주는 건 우리 조장뿐이라니까!”

“오우! 그럼 한 번만 더 공을 세우면 평민이 될 수도 있겠군요!”

“역시 스톤님은 제노 스톤님이···.”

“...”


사실 직업 레벨을 따져 다른 사람을 부관으로 앉힐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포기.

통솔 스탯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노예 레벨이라고 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사람을 봐가며 뽑을 자신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무력보다 의사소통이다.

그나마 가장 친숙하고 말이 통하는 건 이들이었다.

그리고 부관 자리가 하나 남았었는데 난 이들의 추천을 받아 이번 전투에서 가장 용맹했던 카이렉이란 자를 부관으로 임명했다.


“충! 제 모든 걸 걸고 제노 스톤님을 보필하겠습니다!”

“...”


무릎까지 꿇으며 인사를 해온 그레이종은 처음이다.

덥수룩한 수염, 몸 여기저기에 난 칼자국의 흉터.

근육도 다른 이들에 비해 무척 강인해 보였고 이글거리는 눈빛 또한 바이렉 못지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머리 위에 표시되고 있는 직업이 남들과 달랐다.


[검투사 Lv. 19]

‘뭐냐, 검투사는···?’


용병이었던 비기 아저씨조차 머리 위에 뜨는 직업은 노예다.

‘군주’는 가장 높은 레벨이 유닛의 직업으로 표시되기에 노예는 대부분 노예로 표시된다.

하지만 카이렉은 검투사.

그는 오리지널 검투사다. 게다가 레벨도 상당했다.

만약 커맨드 창이 동작했다면 포텐셜이 얼마나 되는지, 스탯이 어떤지,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무섭다.

내 호칭 때문이다.

이곳에서 내 이름은 정확히 스톤. 노예답게 성은 없다.

하지만 감옥을 나오고부터 날 제노 스톤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처음은 단순한 수식어인 줄 알았는데, 부르는 이가 계속해서 늘어나, 난 비기 아저씨께 물어본 적이 있었다.


- 자네, 아무리 그래도 제노서기를 까먹으며 쓰나?

- 그게 뭡니까?

- 인다렉의 예언서 말이네.

- ...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다.

제노 스톤은 신화 속 인물이라고 한다.

이슈타르의 축복으로 탄생하는 아주 머리가 뛰어난 그레이종인데 그레이종을 규합하여 최초의 왕국을 건설한다는 이들에겐 메시아적인 인물이었다.

신 한번 잘못 들먹였다가 삼도천이 코앞이다.

그래도 며칠 전엔 삼도천이 좀 잔잔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 발짝 잘못 내딛는 순간 급류에 휩쓸려 구천을 떠도는 망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각자가 원하는 소대원을 재량껏 뽑아주시길 바랍니다.”

“충!”

“알겠네.”

“오우!”


아무튼, 그렇게 25인대의 특수 노예부대가 만들어졌고 또다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전투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브발러스 백작이 사망해 레니아 왕국의 기세가 꺾인 문제도 있었고 군권을 잡은 호워드 백작이 페링이라는 곳까지 전선을 끌어 올리면서 상황은 대치국면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 페링은 삼국지에 나오는 동관 같은 구조로 긴 절벽을 따라 큰 성벽이 이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뚫기가 매우 어려운 지역이었고 레니아 왕국 또한, 로즈벨이라는 절벽 위에 진을 구축하면서 우리 또한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난, 더더욱 그레이종에 대해 배워가고 있었다.


“하앙?! 이 새끼, 불 주먹에 한 대 맞아 봐야 정신 차리겠군!”

“입만 살았군, 물 주먹. 덤벼라.”

“오오! 서열 7위 살렉과 서열 6위 티아렉이 드디어 터졌다!”

“오우!”

“...”


왜 게임에서 그레이종 유닛이 부대에 들어가면 [불화],[싸움],[하극상] 같은 로그가 수시로 떠오르는지 사무치게 알게 되었다.

식사시간에 이렇게 싸움이 수시로 터진다.

부관이라는 녀석들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한 손에 접시를 든 채, 싱글벙글 구경하러 뛰어가기 바쁘다.

말 그대로 개판.

일반적인 군법이라면 다들 영창감인 게 분명하지만, 이 부대에서만큼은 군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관리를 못 하고 있었다.

내가 별말이 없자 이들은 그레이종 특유의 관습대로 행하고 있었고 온종일 이렇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만큼이나 난 그레이종이 다른 종족과 사회체계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사회 부적응자들···.”


답답하거나 화가 나면 일단 주먹부터 오가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무슨 싸움에 미친 동물도 아니고 일주일 밤낮으로 이렇게 싸움이 벌어진다.

처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도 많았지만, 지금은 될 대로 돼라다.

어차피 말릴 수도, 말릴 힘도, 내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려! 복부가 비웠어!”

“반격해! 티아렉!”

“우오오오!”

“으으아아!”

퍽! 쿵! 퍽!


물론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다.

그레이종의 싸움은 크게 다치는 사람이 없다.

워낙 재생력이 뛰어난 신체라 큰 상처가 아닌 이상 이틀이면 다 낫는다.

또한, 이런 싸움으로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해져 알아서 계급이 정해졌다.

지금 싸움은 서열 6위와 7위와의 싸움.

애매한 서열이 꽤 있는데 6위와 7위, 그리고 10위와 11위, 그리고 또···

아무튼, 5번의 싸움이 더 남아 있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우오오오!”


그때 돼지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살렉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었다.

드디어 싸움이 끝났나 보다.

살렉은 수프를 떠먹는 나에게 살기 어린 시선을 보내온다.

처음은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이제는 조금 적응되어 버렸다.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며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승리자는 살렉이다!”

“우오오오!”


살렉은 또다시 괴성을 지르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드디어 내가! 이 살렉이! 제노 스톤님께 인정받았다!”

“우오오! 살렉이 서열 6위로 올라섰다!”

“오우! 살렉이 제노님께 인정받았다!”


주변의 구경꾼들도 손을 들어 올리며 열렬히 환호한다.

그리고 난 그 열광만큼이나 답답한 한숨을 쉬며 먼 산을 바라본다.

몇몇이 날 제노 스톤이라 부르더니 이제는 이 소대의 모든 그레이종이 날 제노 스톤이라 부른다.

이제는 차마 내가 제노 스톤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 제노 스톤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나마 관리할 수 있었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제노 스톤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왕국을 못만든다.

애초에 이런 사회 부적응자들로 나라를 만들 순 없을 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제노 스톤은 누군가가 만든 상상 속 인물이 분명하다.


“결국, 6위는 살렉이 차지했네.”

“응! 나도 살렉이 이길 줄 알았어! 강철 주먹이잖아.”

“응응!”


부관들은 싸움이 끝나자 나의 주변으로 다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비기 아저씨는 여운이 남았는지 손까지 뻗으며 허세를 부렸다.


“...살렉 정도면 나랑 싸워볼 만한데 말이야.”


다린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흔들었다.


“칫. 비기 아저씨는 한방에 나가떨어질걸?”

“다린아. 네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싸움이란 말이지. 덩치로 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란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비기 아저씨도 딱히··· 솔직히 살렉 상대할 사람은 카이렉 빼고는 여기엔 없는 것 같은데? 카이렉, 넌 어떻게 생각해?”


다린은 비기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카이렉을 바라보았다.

카이렉은 이 스펙타클한 하루를 시작하는 부대의 서열 1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관들은 따로 서열을 매겼다.

그런데 카이렉은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열전에 참가한 그야말로 싸움에 미친 놈이었다.

우리 부대의 서열 1위는 카이렉.

그리고 바이렉이 2위, 비기 아저씨와 다린이 3, 4위이고 마지막으로 펜릭이 5위다.

그리고 난 다행히도 제노 스톤이라 서열에서 제외되었다.

정말 다행이고 다행인 일이다.

카이렉은 수프를 떠먹으며 바이렉을 턱으로 가리켰다.


“바이렉 정도면 충분하다.”


바이렉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싸움은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은 있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뭐, 순둥이라서 그렇지. 화나면 무섭긴 하니까.”

“그러고 보니 저번 전투 때 바이렉이 기마 대장 머리를 손으로 터트리지 않았어?”

“그건··· 제노님께서.”

“아~ 맞아. 그랬었지.”

“응.”

“...”


솔직히 난 이들의 대화를 아직도 따라갈 수가 없다.

두개골이 그렇게 약한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곳은 그야말로 맹수 소굴이라는 것이다.

그때 새파랗게 질린 병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특, 특수부대 25인 소대장, 스톤! 백 백작님께서 전술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신다!”

“...전술 회의?”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전술 회의는 3000명을 거느린 단장급은 되어야 참석할 수 있다.

일개 25인대, 그것도 노예병으로 이뤄진 특수부대의 소장이 참석할 자리가 아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나도 잘 모르오!”

“...”


통신병은 땀을 삐질삐질,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답해왔다.

서열 싸움을 본 후라 무척 긴장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선 나밖에 없다.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갔다 올 테니 정리하고 계시죠.”

“그래, 갔다 오게나.”

“스톤 소장! 가, 같이 가세!”


난 지휘관 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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