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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622
추천수 :
30
글자수 :
42,481

작성
21.05.13 22:34
조회
71
추천
4
글자
10쪽

2-1 콜체스터 전투.

DUMMY

“910번, 미네이어!”

“911번, 살토스!”


노예병의 목소리가 빈 공터에 울려 퍼진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는 우람한 성벽이 보이고 성벽을 따라 큰 해자도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성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목적이 나무가 아니라 전쟁이다.

신인지, 관리자인지, 어떤 새끼인지 모르겠지만 그 새끼는 날 죽이려 하는 게 분명하다.

노예 인생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또다시 땅굴을 판다.

노예병은 보병으로 최전방에 포진한다. 그것도 허접스러운 방패와 창을 들고서.

그냥 죽으란 소리다.


“그럼, 조 편성을 시작한다. 조장은 제일 앞줄이다. 부르는 순서대로······”


징집관이 번호를 외치자 노예병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도 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꼴에 백작가의 노예라 조장으로 임명되었다.

지구로 치면 분대장 같은 직책이랄까? 하지만 형식적인 직책에 불과하다.

어차피 노예병은 전방에서 다 죽을 테니까.


“난 못 한다. 이런 허약한 놈을 조장으로 인정 못 한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아니, 자네들 그러지 말고···”


그때 나의 옆줄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시끄러움에 이끌려 멍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들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몸집이 큰 사내가 한 사내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고 있었다.

키는 2m가 넘고 마치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한 큰 몸집을 자랑하는 사내.

처음 보았다. 나와 같은 그레이종이었다.


“조장은 가장 힘이 세야 한다.”

“컥! 컥! 아후~ 씨발! 이거 좀 놓으라고! 차출관 나으리. 저 또한 이런 무식한 새끼랑 전장에 못 갑니다요!”

“아니, 그러니까 둘 다 좀 진정하라고!”


차출을 담당했던 사내는 진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사내들을 말리며 설득한다.

하지만 그레이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흔들흔들, 멱살을 잡은 두 손을, 거세게 흔들기까지 한다.

피식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문득 ‘군주’를 할 때가 떠오른다.

군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불화], [명령 불복종], [사기 저하] 등 로그로 떠올랐는데 이렇게 일인칭 시점으로 보니 색다른 기분이다.

게임에서 병력을 모집할 때 종족별로 유닛을 구매하게 되는데 능력치만 보고 샀다가 크게 낭패를 보는 유닛이 바로 이 그레이종이었다.

통칭 ‘빡대가리 전사’

오죽하면 공략 글 말미엔 항상 ‘그레이종 예외’라는 붉은색 궁서체 글이 있을 정도니까.


“저기, 저놈이라면 조장으로 인정한다! 너 그레이종이지?”

“...”


그때 갑자기 불똥이 나에게로 튀었다.

씩씩거리던 그레이종이 나를 지목한 것이다.

순간 나는 멍한 표정에 입이 어? 하고 더해졌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차출관을 바라보자 차출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조원을 바꾸는 건 어떨까? 어떻게 생각하나, 115조 조장.”

“···”


군대가 이렇게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건가?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조원들에게로 시선이 돌아갔다.

하지만 바로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번은 흥미로워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자조적인 미소였다.


"나!"

"나! 나랑 바꿔."

"아니, 나랑 바꿔야지!"


조원들은 자신을 뽑아달라며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한 번씩 내가 그레이종이라는 걸 망각할 때가 있다.

나 같아도 조장이 빡대가리라면 불안해 할 것 같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관리자를 바라보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도 저 조로 가고 싶다!”

“나도 가고 싶소!”

“나도!”


한 명, 두 명 다른 조의 그레이종도 날 지목하기 시작하더니 관리자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 동의 없이 나의 조원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말릴 새도 없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난 어느새 그레이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행이야. 우리 조장이 허약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레이종은 그레이종이지.”

“암~! 등을 맡길 수 있는 종족은 우리 그레이종 뿐이야! 근데 자네, 운동 좀 하게. 몸이 그게 뭔가? 비실비실, 어휴···.”

“저런 힘없는 놈들과 전장에 나가는 건 말이 안 돼!”

“···”


그러면서 그들은 번갈아 가며 나의 가슴에 주먹질을 해왔다.

잘해보자는 표현인가? 만나서 반갑다는 표현인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뼈저리게 아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또한, 그 아픔보다 심적, 내적 가슴이 더 저려온다.


‘하아..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질끔 감았다.

사실 그레이종은 무식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무식하다.

이곳에는 척도가 없어 딱히 표현할 순 없지만, 내가 게임을 할 당시 그레이종의 지력은 바닥을 기는 수준이었다.

일반 병종의 지력 최대치가 20이라고 한다면 그레이종은 최대치가 5다.

괜히 빡대가리 전사란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상하 불복종은 기본, 툭하면 잦은 불화와 사기 저하를 일으키고 심지어 명령 커멘드가 잠기기까지 하는 정말 제멋대로인 유닛이 바로 이 그레이종이었다.


“조장! 그럼 누가 창병하고 방패병 할 거야?”

“...”


그때 한 녀석이 나의 상념을 비집고 들어왔다.

살며시 눈을 뜨자, 한 명의 그레이종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녀석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에는 여성도 있다.

그레이종은 덩치가 크다 보니 다른 종족의 여성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구분한다.

나의 조에 들어온 그레이종 여성 또한 큰 키에 마치 게임 속 춘리 같은 비이상적인 몸매를 자랑한다.


“뭐야··· 왜 그렇게 봐!? 나도 그레이종이라고!”

“...”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신이 강하다는 걸 어필해왔다.

그런 뜻으로 본 건 아니지만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래, 네 똥 굵다···’


그리고 조용히 다른 녀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다들 방패를 들어 올리며 자신이 방패병이 되기를 피력한다.


“한번 맡겨 봐! 조장!”

“조장! 내가 꼭 방패병이 돼야 한다.”

“내가 가장 용맹하다!”

“...”


나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희들도 똥이 굵구나···’


다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다.

급조된 노예병이라 해도 나름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팔랑크스 대형의 축소판이고 어떻게 보면 황건적 농민의 확장판이다.

3명은 방패병으로 전방에서 방어를 담당하고 2명은 창병으로 후방에서 방패 사이를 찌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로마 병사들의 히스파니아 검처럼 근접전에 용이하게 1큐빗 반 그러니까 약 70센티 정도 크기의 조금 큰 단검을 보조로 사용한다.

‘군주’에서도 나오는 아주 기초적인 진이다.

그래서 난 이 진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노예병이 전방에서 이 진을 사용하는 이유는 딱 하나.


'지연..'


고기 방패로 적 공격을 지연하라는 의미가 크다.

그중에서도 방패병은 가장 위험한 포지션인데 이들은 ‘가장 용맹한 자’라며 동경하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질문해온 여성을 보며 답했다.


“나랑 아가씨는 후방으로.”

“쳇! 어쩔 수 없나?”

“그러면 우리가 전방이구먼! 하하하. 좋아, 좋아. 조장도 그레이종이니 우리 전공 하나 크게 세워보자고!”

“오우! 이러다가 우리 평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들은 기분이 좋은지 방패를 두드리며 맡겨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인간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생명체다.

노예 또한 평민이 되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나는 물끄러미 착용한 장비들을 바라보았다.


“...”


크게 내리치면 부러질 것 같은 목재로 만든 타원형의 라운드 쉴드.

라운드란 뜻이 언제부터 타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라운드 쉴드가 아니라 오발 쉴드에 가깝다.


“...”


그리고 약 3m 길이의 둥근 각목에 칼날을 박아 만든 조잡한 창.

몇 번 찌르면 금방 부러질 것 같은 퀄리티다.

솔직히 이게 창인지, 이쑤시개인지···


“...”


그리고 70센티 길이의 날이 뭉뚝한 단검.

그나마 단단해 보이긴 하지만 이건 단검이 아니라 몽둥이에 가깝다.

언제부터 칼이 타격 무기 카테고리로 바뀌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아··· 신새끼···”


나는 또다시 눈을 질끔 감았다.

현실적으로 이 무기로 살아남는 건 기적에 가깝다.


“자자! 이제 다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조별로 정렬하도록!”


그때 관리병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하나, 둘 노예병은 조에 맞춰 정렬하기 시작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사단을 축으로 기병들이 성문 밖으로 나왔고, 그 뒤로 정예병들이 뒤따라 움직였다.

정돈된 분위기 속에 백작은 나의 룸메이트 그러니까 샤이를 타고 등장했다.

그리고 3000명가량의 병사 앞에서 출병식을 거행했다.


“칼데리안의 용감한 후예들이여, 오늘부터 우리는······!!”


백작은 과장된 연출로 병사들에게 사기를 불어 넣는다.

역시 변경백의 진두지휘한 경험자답게 병사들을 잘 다를 줄 아는 것 같다.

다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백작을 바라보며 우렁차게 답한다.

하지만 노예들은 그렇지 않다.

정예병과 처지가 다르며 입고 있는 장비부터 다르다.

당연히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오오!! 우리는 승리한다!”

“오우!!”

“...”


정정한다.

그레이종 노예병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열렬히 환호하고 있었다.


“그럼 전군~! 앞으로!”

빵~ 빵~


어느덧 백작의 출병식이 끝나고 호른형태의 긴 나팔이 신호를 알렸다.

기사단을 시작으로 기마병과 정예병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예병들이 움직이며 우리는 전쟁터로 향하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이곳 약 3천의 병사는 북동쪽 콜체스터 지역의 전선으로 향한다고 한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오오!”

“···”


제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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