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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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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
추천수 :
30
글자수 :
42,481

작성
21.05.13 22:11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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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 노예 스톤.

DUMMY

“스톤, 언제까지 잘 거냐! 아침이다, 얼른 나오거라!”


톨린 영감의 찢어지는 알람 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눈을 뜨며 껌벅껌벅.

조금씩 초점이 맞추어지자, 구멍 난 천장 사이로 보름달이 날 바라본다.

나는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달이 저렇게 시퍼렇게 떠 있는데 아침이라니.”


자리에서 일어나, 풀풀 옷에 붙은 지푸라기를 털어냈다.

내가 지내는 곳은 마구간.

그리고 당연히 나의 룸메이트는 말이다.


“잇히잉~”


샤이라는 이름의 무척이나 몸집이 큰 말.

나는 샤이를 보며 힘없이 답했다.


“···잘 잤냐?”

“잇히잉~ 푸드득~”

“조금만 기다려.”


나는 이불이었던 밀짚을 주섬주섬 모아 샤이의 여물통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샤이의 인사를 받으며 어기적어기적 마구간을 걸어 나왔다.

이른 새벽이라 바깥 공기는 무척이나 으슬으슬.

그래도 마구간 공기보단 신선한 공기라 크게 한번 들이켰다.


“후우~ 춥네.”


그리고 투덜거리며 마구간 뒤편 창고로 발걸음을 옮긴다.

창고에 도착하자, 장작을 나르던 톨린 영감이 눈에 들어왔다.

영감은 날 보자 소리부터 지른다.


“뭐해, 이놈아!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장작이나 펴!”

“네···.”


난 심드렁히 답하며 도끼를 집어 들었다.


퍼걱!


난 노예다.

그것도 마구간에서 자는 하급 중에 최하급.

하지만 왜 내가 노예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난 게임을 즐기던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전략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군주’

세계대전이라는 역대급 이벤트가 터져 싱글벙글 참여하였다가, 너무 열중한 나머지 과로로 뒈졌는지, 지구 시스템에 오류가 났는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이 이상한 세계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마치 게임 같은 세계.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군사(사용 불가)] - 군주가 아닙니다.

[내정(사용 불가)] - 영지가 없습니다.

[연구(사용 불가)] - 자금이 없습니다.

[등용(사용 불가)] - 명성이 부족합니다.


그 어떤 커맨드도 회색으로 잠겨 있고 머리 위에 나타나는 직업 또한 NPC 정보창이다.


[노예 Lv. 4]

[소속: 리오넬 왕국] [종족: 그레이종] [성별:남]


아무래도 난 게임 속 NPC로 전생한 것 같다.

롤의 미니엄, 스타크래프트의 SCV, 삼국지의 병사1 같은···.


“빌어먹을···!”


퍼걱!


“이제 좀 장작 패는 맛이 나네, 그려. 얼른 씻어라.”

“...”


어느새 톨린 영감이 손수레를 끌고 와, 장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또한 알겠다며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고는 조용히 근처 우물가로 향했다.

우물을 퍼 올려 입을 헹구고 손과 얼굴을 씻는다.

그동안 톨린 영감은 장작을 손수레에 담는다.

영감은 장작을 다 담자, 턱으로 수레를 끌라는 신호를 보내며 재촉했다.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네···”

“읏차. 오늘은 고기가 좀 커야 할 텐데.”

“···”


나는 앞에서 수레를 끌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봐야 고기 2점 들어가 있는 닭고기 수프니까.

밀을 옅게 풀어 만든 맛도, 영양도, 지지리도 없는 개밥 같은 수프.

하지만 톨린 영감은 백작가가 아니면 이런 수프도 못 먹는다며 엄청 좋아한다.

솔직히 난 고기 몇 점 든 거 가지고 되게 생색내는 기분일 뿐.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늘부터 장작 부족하니까 빨리 가져오라고 했잖아요.”


지하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하자 하녀들이 우르르 나와, 잔소리부터 해댄다.


“아니, 이놈이 늦잠을 자서.”

“···”


톨린 영감은 허허 웃으며 화살을 나에게 돌렸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또 희생양은 나다.

하지만 딱히 변명하질 못한다.

어차피 이런 잡일은 우리 일이고 난 장작 셔틀로 불리는 몸이니까.

이내 하녀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스톤, 아무리 스톤라고 해도 정말 늦었다고요!”

“···”


그중 카린종의 어린 하녀가 날 노려보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카린종.

'군주'의 종족 설정과 똑같다.

대체로 지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종족이다.

키가 좀 작은 편인데 여성은 3큐빗 반 그러니까 지구로 치면 약 150센티가 조금 넘는 키를 가졌다.

참고로 난 그레이종으로 불리는 종족으로 이 대륙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소수종족 중의 하나다.

키가 4큐빗 반으로 2m에 가까운 큰 신장을 자랑한다.

그러니 카린종 여성이 아무리 허리에 손을 얹고 화난 표정을 지어봐야, 아무런 위협도, 아무런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오히려 조금 귀엽게 느껴질 뿐.


“···알아들었어요! 스톤!”

“네~”


딴생각하느라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시늉을 한다.

일명 알아들은 척하기.

6개월간 배운 나의 처세술이다.

아무튼, 그렇게 잔소리가 한바탕 끝나자, 우리는 겨우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방은 지하창고 옆에 있기에 나선형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나선형 계단을 지나칠 때마다 벽면에 걸린 초상화를 마주한다.

백작도 아니고 백작가의 선조도 아닌 이슈타르라는 여신의 초상화.

여기뿐만 아니라 성 곳곳에 이런 초상화와 조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슈타르는 전쟁을 관장하는 신으로 백작이 믿는 주신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그레이종의 주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항상 초상화를 지나칠 때마다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하고 지나간다.


‘쌍년! 너지?’


볼 때마다 울화통이 치미는 게 왠지 날 이곳으로 데려온 신이 이 신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주방이 나타나고, 하녀들이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직 귀족들의 아침을 위해 이렇게 분주히 움직인다.

노예의 아침은 저기 보이는 큰 냄비에 있는 수프.

그냥 데우면 끝나는 무척이나 간소하고 영양가 없는 개밥이다.

나와 톨린 영감은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곧 수프 2접시가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던져졌다.

귀족과 달리 노예의 아침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톨린 영감은 요란스럽게 수프를 떠먹으며 말해왔다.


“우물우물, 많이 먹어둬. 오늘은 나무하러 가야 하니까.”

“...”


나는 수프를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잔소릴 한바탕 들었으니 나무를 하러 가긴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장작이 별로 없긴 했다.

그때 출입문이 또다시 열리고 우르르 아침을 먹으러 들어오는 하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 스톤!”


그중 한 하녀가 살갑게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에밀리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랑 아주 친한 사이라고 한다.

하얀 피부에 주근깨가 많은 전형적인 서양인의 얼굴을 가진 아이.

엘파스종과 카린종의 혼혈이라 체구는 좀 작은 편.

에밀리는 앞에 앉아있던 톨린 영감을 무심하게 밀쳐내며 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언제 왔어?”

“...방금.”

“그래? 오늘 날씨 춥지 않았어?”

“그냥 뭐···”

“요즘 새벽 날씨가 좀······.”


그때 톨린 영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이구, 이게 어떤 수프인데! 쏟아질 뻔했네?!”


환한 미소의 에밀리와는 달리 톨린 영감은 수프를 감싸며 에밀리를 노려본다.

톨린 영감 나름의 시위다.

하지만 나에게 대하는 것처럼 버럭 화를 내지는 못한다.

노예사회에서도 은근히 서열이 존재한다.

간단히 귀족과 가까이 일할수록 서열이 높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런 영감을 투명 인간 취급하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손뼉을 치며 자기 할 말만 하는 스타일.


“아참, 깜박했네. 이거 어제 챙겨 놓은 건데 이것도 먹어.”

“···”


에밀리는 주섬주섬 큰 잎으로 감싼 음식을 나에게 내밀어 왔다.

잎을 열자, 닭 다리 2점이 나타난다.

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이다.

노예는 기념일이 아니면 이런 음식도 못 먹는다고 한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되는 게 사실.

하지만 부담된다고 말을 해도 에밀리는 계속해서 이렇게 가져왔다.

옆에 앉아있던 톨린 영감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쯧쯔. 지극정성이네, 지극정성이야. 저 멍청한 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이 영감탱이가 왜 또 시비야?! 스톤은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몇 번을 말해!”

“스톤만 보면 새색시처럼 헤~ 해져서는 무슨 생명의 은인이라고···”

“이 영감탱이가 또~! 정말 나랑 해보자는 거야?!”

“아니. 내 말은···”

“···”


시끌시끌.

삿대질이 오간다.

아니 정확히는 에밀리가 톨린 영감을 몰아붙인다.

뭐, 둘이 친하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라 난 그들을 무시하며 수프를 한 숟갈 더 떠먹었다.

사실 내가 에밀리를 구한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다.

듣기로는 6달 전, 백작가는 지방 귀족 연회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도중 마물의 습격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수가 너무 많아 한 번에 다 상대하지 못했고 기사들은 귀족들을 우선시하여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 하녀들을 보호했던 사내가 바로 스톤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이 몸의 진짜 주인인 스톤.

그때 당시 스톤은 생사를 해 멜 정도로 크게 다쳤고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내가.

이곳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의 일이다.


“어휴, 이 싹수없는 년.”

“이 영감탱이가!”

“...”


아무튼, 그래서 난 하녀들 사이에 평판이 무척이나 우수한 편이다.

물론 이 닭다리가 감사의 의미만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는 고기 한 점을 톨린 영감에게 내밀며 중재를 걸었다.


“...영감님도 하나 드시죠.”


하지만 에밀리가 불같이 화를 낸다.


“무슨 소리야?! 왜 톨린 영감한테 줘?!”


톨린 영감도 놀란 토끼 눈이 되어 크게 맞받아쳤다.


“안 먹는다, 이놈아! 그 고기 먹었다가는 내가 죽겠다, 이놈아!”

“그래, 힘들 텐데. 저런 영감탱이 신경 쓰지 말고 너만 챙겨. 응?”

“그려, 늙으면 사테스강을 건너야지. 얼마나 더 살 거라고···!!”

“···”

쿵!


그때 출입문이 거세게 열리고 농노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식사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다들 농노에게 향했고, 농노는 숨을 고르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하···. 하아···. 레, 레니아 왕국이 콜체스터 지역으로 쳐들어왔답니다!”

“뭐!?”

“그, 그게 사실이더냐?”

“네. 하··· 하아···.”


웅성웅성.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무시하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솔직히 치안이 나빠지긴 하겠지만 전쟁이 나든 안 나든 내가 알게 뭐냐.

애초에 왕권을 둘러싸고 귀족끼리 분쟁이 있을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아니, 오히려 이딴 나라는 쫄딱 망했으면 한다.

어차피 노예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전쟁터일 뿐이니까.

하지만 식당은 점점 엄숙한 분위기로 흘러갔고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나는 이상함을 느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에밀리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떡해··· 진짜···”

“...왜?”


나의 물음에 옆에 있던 톨린 영감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해왔다.


“하, 이 무식한 놈아! 넌 2차 징집대상이라고!”


난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처음 알았다. 난 2차 징집대상이라고 한다.


“아놔··· 또 군대 가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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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1 콜체스터 전투. 21.05.13 7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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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제노서기 21.05.13 150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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