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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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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42,481

작성
21.05.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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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 하이우즈 탈환전

DUMMY

*

저벅저벅, 백작은 힘차게 천을 걷으며 지휘관 막사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팀버레인과 펠릭스가 발맞춰 따라 들어온다.


“스톤이라는 노예 정말 대단했습니다!”


팀버레인은 신난 표정으로 막사로 오는 동안 계속해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백작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의자를 꺼내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볼썽사납게 토하고 그 위에 기절했다지.”

“네.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진두지휘했습니다. 아니, 혼자서 다 만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정예병의 위치까지 계산해서 적을 섬멸해 버렸습니다! 녀석의 목소리 들으셨습니까? 마치 사자가 포효한 것 같았습니다.”

“나도 들었다. 득을 보기도 했고···.”


녀석의 돼지 멱따는 소리에 브발러스가 반응했고 그 순간적인 빈틈이 승패를 갈라놓게 되었다.

괘씸하지만 기특한 녀석.

왕자를 안전하게 후송한 것도 모자라 따라오던 기마병 1000여 기까지 격파시켰다고 한다.

그것도 노예가.

그것도 무식하기로 유명한 그레이종이.

게다가 전술 이해 능력도 탁월하다.

강한 정예병을 중앙에 배치해 기마병 움직임을 상쇄.

그와 동시에 노예병을 측면에 배치해 움직임을 봉쇄.

그리고 후방에서 그레이종의 무자비한 돌격.

마치 기사단이 몰이 사냥할 때의 전술과 비슷하다.

운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계산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군법을 위반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펠릭스가 입을 열었다.

백작은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펠릭스 말대로 군법을 위반한 것도 사실이다.

한 번씩 미친 듯이 행동했지만, 이 정도로 미친놈일 줄은 몰랐다.

협박하는 노예라니. 세상에 그런 노예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행동이 과격해서 그렇지 벌써 백작가를 위해 두 번이나 목숨을 건 녀석이다.

이런 충성심은 기사라도 흔치 않다.

또한, 그레이종은 원래 과격한 종족으로 나름 녀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행운의 신 포루투가 함께 하는지, 녀석이 관여할 때마다 전세가 우리 쪽으로 기울어져 왔다.

문득 초대왕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평민이었던 자신을 끝까지 믿고 기사단장을 맡기셨던 주군.

노예이긴 하지만 기사로 키운다면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백작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건방진 게, 날 좀 닮긴 했어···.”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래도 괘씸한 건 괘씸한 거지. 우선 스톤을 투옥 시켜라!”

“충!”

“그리고 죄가 사면되면···”


백작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번 맡겨보자꾸나. 그레이 노예병으로 구성된 소대를 하나 줘 보아라.”

“소대 말씀입니까?”

"그래, 시작은 25인대부터지. 아참, 그리고 녀석, 그레이종이라 많이 먹는다. 신경 좀 써주거라."

“충!"


팀버레인은 미소를 지으며 예를 표했다.

그리고 빠르게 막사를 나섰다.



*

“스톤, 말 좀 해봐? 너 따라가면 전공을 세운다며?”

“이보게, 스톤. 자는 건가? 누워만 있지 말고 이야기 좀 해보게.”

“...”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내 몸은 녀석들에 의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흐느적.

어젯밤엔 잠결에 끌려왔다지만 아침에 깨어나니 투옥되었다고 녀석들은 난리다.

난 신을 들먹였을 뿐 전공을 세운다고 말 한 적이 없다.

녀석들의 머릿속에서 전공이라는 형태로 각색되어 만들어진 뇌피셜일 뿐.

또한, 군법을 어겼으니 당연히 군법에 회부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정말 공적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이 전쟁의 뒤가 문제다.

분명 백작은 셋째 왕자를 옹호해 내전에 뛰어들 생각이다.

왕권 다툼은 역사적으로 봐도 인정사정 봐주는 것이 없다.

이기면 절대 권력.

지면 일하는 종놈까지 연좌제의 몰살 루트다.

신인지 관리자인지 아무튼 그 빌어먹을 새끼는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꼬맹이를 왕으로 못 만들면 죽음이란다.


덜컹! 덜컹!

“어?! 밥차다!”

“다행히 아침은 주는군.”

“그렇지, 밥은 줘야지.”


수레 소리가 들리자, 나에게 쏠리던 관심은 곧바로 손수레로 향한다.

단순한 녀석들. 또 하나 배운다.

이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먹을게 중요하다.

그때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톤, 일어나라. 아침이다.”

“...”


팀버레인이라고 했던가?

아마 기사단 제1 수호대 대장이었던 기억이다.

기사단 대부분은 본성에서 생활하기에 웬만한 기사들과는 안면이 있다.

나는 살며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다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흘겨본다.


“뭐야, 스톤, 너 일어났었잖아? 빨리 말해!”

“...뭘?”

“감옥에 있는 이유!”

“아침 먹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으··· 아침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거다?”


역시 통한다.

다음부턴 항상 먹을 걸 준비하자!

팀버레인은 우리 모습이 웃긴지 껄껄대며 고개를 흔든다.

백작가의 기사들은 다른 가문에 비해 평민 출신이 많다.

백작이 평민 출신이라 그렇다.

그래서 노예에게 살갑게 대하는 기사도 더러 있는데 팀버레인도 그런 자 중의 하나다.


“하하, 감옥생활은 어떠하더냐?”

“시끄러운 것 빼고는 지낼만합니다요. 전장에 안 나가서 좋네요.”

“그래? 휴가라고 생각해. 원래 군법이란 것이 융통성이 좀 없거든.”

“근데 죄목이 어떻게 됩니까?”

“괘씸죄. 백작님을 협박했으니 괘씸죄지.”


팀버레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해왔다.

백작은 대범하다고 소문이 파다하던데 소문만 그런가 보다.

밴댕이 소갈딱지 영감탱이.

나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결단코 전 협박한 적이 없습니다요.”

“내가 백작님 기수였는데? 뭐, 왕자님 납치하는 걸 방관했으니 나도 널 거들었다고 볼 수 있겠지.”

“그건 협박이 아니라 설득이었고 납치라기보다는 왕자님의 신변 보호였습니다.”

“하하하, 언변은 과히 지휘관급이구나. 백작가 사람들이 왜 널 미친놈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


팀버레인은 눈물까지 흘리며 깔깔대며 웃는다.

어제 백작에 이어 또 듣는다. 미친놈.

사실 난 백작가에서 미친놈으로 유명했었다.

도망쳤다 잡혀 온 게 3번. 성문에서 덜미를 잡혀 미수로 그친 사건이 8번.

그리고 입만 열면 내가 내가 아니라고 하소연을 하고 다녔다.

내 사정을 이야기하면 노예에서 벗어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남는 거라곤 미친놈 취급하며 개 맞듯이 맞은 기억과 환경을 바꿀 힘이 없다면, 능력도 아무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난 백작가에서 꽤 유명인이다. 미친놈으로.

팀버레인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무튼, 백작님께서 음식에 좀 신경 쓰라고 하셨다. 감옥에 있는 동안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다.”


나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래 봐야 닭고기 2점 든 수프겠죠.”

“핫하···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나도 좀 신경 썼다. 그리고 고맙다. 기수라서 혼자 살아남는 것 같아 미안했거든. 네 덕분에 우리 기사단이 살 수 있었다. 너의 충심, 너의 용기, 너의 희생! 여기! 여기에 분명 전해졌다!”

“...”


팀버레인은 자신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착각도 유분수지. 충심은 개뿔.

간혹 기사 중에 이런 녀석들이 가끔 있다.

기사도에 흠뻑 빠져 오직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세상을 바라보는 단순한 바보 녀석.

세상이 어디 그렇게 흘러 가던가?

선과 선이 서로의 선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고 악과 악이 서로를 헐뜯고 죽여 평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번 전쟁도 그렇고 내전도 마찬가지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

결국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칠 뿐이다.

그게 선이란 이름의 민낯이며 사랑이란 이름의 이기심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유형의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는 악인보다 백배 나은 인간이며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못한 어린 새일 뿐이니까.


“흠흠! 내가 좀 주책이었지? 아무튼, 푹 쉬고 있어라. 곧 좋은 소식이 갈 테니까.”

“...”


그리고 팀버레인은 눈을 훔치며 사라졌다.

나에게 좋은 소식이란 백작가에서 벗어나는 것뿐인데.

제발~ 제발~ 좀 좋은 소식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에휴···.”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팀버레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식사는 해야 한다.

배도 고프고 뉘앙스를 보아하니 닭고기 수프만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우와! 통구이다!”

“소금도 있어!”

“빵도!”


접시에 담긴 통구이가 하나씩 철장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녀석들은 비명을 질렀다.

확실히 기대 이상이긴 하다.

오랜만에 인터넷으로 보던 먹방이 떠오를 정도로 무척이나 많은 양이다.

한 사람에 통구이 하나.

게다가 소금도 있고 빵도 한사람에 하나씩 분배된다.

전체적으로 백작가에서 귀족들이 먹는 음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양은 몇 배로 많았다.

녀석들도 당황했는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물어왔다.


“스톤! 아니 조장! 우리가 이걸 먹어도 되는 건가?!”

“조장님! 이거 공짜죠?”

“조장, 나··· 이거 먹어도 돼?”

"..."


확실히 가치라는 건 사람이 평가하기 나름인 것 같다.

조장이라는 가치가 이렇게 보잘것없었다니···.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한 명에 하나씩인가 봅니다. 일단 먹읍시다.”

“야호~! 이러면 나 맨날 감옥에서 생활할래!”

“다린아, 아까 그 기사가 한 말 못 들었니? 백작이 챙겨주는 거라잖아.”

“그래? 역시 스톤이 백작가 사람이라서 주는 거야?”

“당연하지! 아마 이게 그 포상인가 보다.”

“오오!”

“...”


녀석들은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요란스럽게 떠들어 댔다.

결론이 왜 저렇게 나는 걸까?

거기다 심지어 말수가 적던 바이렉도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낼 정도다.


“난 어제부터 결심했습니다. 스톤님만 따라다닐 거라고.”

“...”


그 순간 난 무척이나 오싹한 기분에 휩싸였다.

마치 중대한 결정을 내린 듯한 표정과 이글거리는 눈빛.


‘무섭게··· 쟤는 또 왜 저래?’


난 곰곰이 생각하다 아차!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를 긁적였다.

이슈타르 때문이다.

바이렉은 신앙심이 깊다 보니 내가 한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괜히 신을 들먹인 것 같다.

만약 녀석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스톤님, 할 말 있습니까?”

“...먹죠.”


생각하기도 싫다.

삼도천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감옥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난 계속해서 이곳에서 어떻게 도망갈지를 궁리하며···.

그렇게 감옥에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난 말로만 듣던 공적을 마주하게 되었다.

난 어느새 25인대 소장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그레이종으로 된 특별 노예부대로.


“충!”

“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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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5.18 12:00
    No. 1

    우연히 들어와 제노서기부터 정주행하게 되었네요. 특히 대화 읏기고 내용은 잼있어요 선작추천하고 갑니다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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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4 콜체스터 전투. 21.05.16 50 2 11쪽
5 2-3 콜체스터 전투. +1 21.05.15 57 2 13쪽
4 2-2 콜체스터 전투. +2 21.05.14 64 6 11쪽
3 2-1 콜체스터 전투. 21.05.13 71 4 10쪽
2 1. 노예 스톤. 21.05.13 129 4 12쪽
1 0. 제노서기 21.05.13 150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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