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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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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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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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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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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콜체스터 전투.

DUMMY

*

호워드 백작.

그는 렉타니아 왕을 도와 수많은 전공을 세워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서 변경백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변경백이라고 하면 능히 후작위 이상의 직위를 뜻한다.

하지만 귀족들은 그의 출신을 업신여겨 백작위 이상의 직위를 반대했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직위가 ‘백작위의 변경백’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직위였다.

초대(初代)왕은 안타까워했지만, 호워드는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다.

평민 출신이었던 그는 단지 조그마한 영지를 하사받고 조용히 사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백작위의 변경백으로 순순히 중앙 정계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초대가 한 여인을 궁으로 데려오면서 그의 꿈은 산산조각 부서지고 만다.


리오넬 왕국은 엘파스종과 레테종이 만든 신생왕국이었다.

리오넬 왕국 주민 대부분은 엘파스종으로 레니아 왕국 시절 무척이나 핍박받았었다.

이에 반기를 든 인물이 호족 세력이었던 렉타니아.

렉타니아는 과거 엘파스종이 세운 주바 왕국의 정신을 승계하여 호족 세력들을 규합했다.

하지만 엘파스종의 세력 규합으로 레니아 왕국에 대항할 수 없었고, 결국 그는 다른 지방 귀족들과도 손을 잡아야만 했다.

레니아 왕국과 같은 레테종이었지만 엘파스종의 핍박을 반대했던 지방 귀족들.

렉타니아는 이 지방 귀족들과 연합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맺게 된다.

그것이 현 공작가인 마키네스 가문의 딸, 세에레 드 마키네스였다.

그리고 이 연합은 10년에 걸친 전쟁 끝에 리오넬 왕국을 건국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쟁이 끝난 후, 리오넬 왕국은 근심거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초대왕과 왕비 사이에 자식이 태어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비가 나이가 들수록 그 근심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5년 후, 초대 왕은 또 다른 아내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엘파스 호족의 우두머리였던 후작가의 영애와 또 한 번 결혼 하게 된 것이다.

초대 왕은 두 번째 왕비 사이에서 왕자와 공주를 한 명씩 낳게 된다.

첫째 왕자인 루이, 그리고 둘째 공주인 루넬.

후작가에서 후계자가 탄생하자, 후작가를 중심으로 정계는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후작가를 중심으로 후계자 책봉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6년 뒤, 첫 왕비에게서도 기적적인 아들이 태어나게 되었다.

일 왕비, 세에레 드 마키네스의 42세 때의 일이다.

또다시 정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첫 왕비라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작가는 급속히 세를 불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공작가와 후작가를 축으로 빠르게 왕국이 분열되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초대는 정치질에 신물이 났는지 갑자기 한 여인을 궁으로 데려왔다.

초대왕이 정치적 정략결혼이 아닌 실제 사랑했던 여성.

그녀와의 관계에서 낳은 왕자 또한 승계권을 추가하라며 그녀와 왕자를 궁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결국, 정치권은 총 4명의 승계권자와 총 3개의 세력으로 분할되어 칼날 같은 살얼음판을 거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 초대왕은 갑자기 생을 마감하게 된다.

무심하게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서.

이 죽음을 시발점으로 왕권을 둘러싼 내전의 불꽃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리고 레니아 왕국도 이 기회를 노려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아··· 초대시여!!”


호워드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마음과 같은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자신의 주군이었던 무심한 초대가 원망스러웠다.

초대왕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 엘리제 라 호워드는 자신의 누이였다.

그러니 4번째 승계권을 가진 셋째 왕자, 앨런은 자신의 조카다.

초대왕은 자신만 믿으라며 누이와 조카를 궁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무심하게도 그다음 해 사테스 강을 건너버렸다.

칼날에 외줄 타기 하는 중앙 정계에 누이와 조카를 남겨두고서.

답답함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지방 변경백을 가진 귀족으로 자신의 영지에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어린 조카가 왕이 되는 건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 피바람이 부는 중앙 정계에서 조카가 살아남기만을 기도하고, 기도하고, 기도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조카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편지 한 통과···

누이가 죽었다는 비보.

편지를 읽는 순간 백작은 피눈물을 흘렸다.

주군이었던 초대가 미웠다.

중앙 정계에 있던 모든 귀족을 모조리 싹 다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우선은 조카부터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 전쟁을 이용해, 수도에서 조카를 빼 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 이 산만 넘으면 조카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콜체스터 평원에 도착한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콜체스터 평원은 벌써 전쟁이 한창이었다.

왜 자신의 부대가 합류하지 않았는데도 전쟁을 벌이는 것인가?

그것도 왜 이런 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왜!

조카가 전장 한가운데 있단 말인가!?

백작은 눈이 뒤집혀, 언덕을 급히 내려갔다.



*

“아, 탑똥···.”


나의 머릿속은 내가 살기 위해 그 무엇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첫 번째 탈영.

모든 군법이 그러하듯 탈영병은 그 즉시 사형이다.

거기다 난 백작가의 종으로 백작가에 불명예를 안겼다면 능지처참당할 게 뻔한 일이다.

생각만 해도 가랑이가 아파져 온다.

사람이 간사한 게 죽음을 똑바로 마주하자, 어떻게 죽느냐를 더 고민하게 된다.

죽는 건 둘째 치더라도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럼, 두 번째.

전투에 참여하는 것.

하지만 이 또한 개죽음에 불과하다.

노예병은 전장에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애초에 이 전투는 오기 전부터 이미 무게추가 기울어진 전투다.

탑신병자마냥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똥이 흘러넘치다 못해 이미 폭발할 지경.

아무리 몸을 사리며 전장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포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예병은 포로의 가치가 무척이나 떨어진다.

게다가 적군은 침략군으로 식량을 우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고 노예는 밥만 축낸다며 생매장당할 게 뻔한 일이다.


그럼, 세 번째.

백작을 따라 도망치는 것.

백작은 여차하면 왕자만 빼돌릴 생각이다.

언덕에 기다리고 있는 정예병과 노예병도 도망치기 위한 피스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백작을 따라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기병도 아닌 일개 노예병이 백작을 따라 도망갈 수 있을까?

무리다.

정예병도 여차하면 버릴 생각인데 장기로 치면 쫄 중에 쫄인 나 같은 노예는 제일 먼저 미끼로 활용당할 게 뻔하다.


“그럼, 마지막···”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매만졌다.

살아갈 방도는 딱 하나.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이 전투의 기울어진 무게추를 바로 잡는 것.

전제를 뒤집어 버리는 것.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예병으로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애초에 전투경험이 많은 백작조차 도망갈 생각을 하는데 일개 노예병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 생각났다! 브발러스 기사단. 레니아 왕국의 브발러스 백작의 기사단이야.”

“오우! 우리 종족만큼이나 용맹한데요? 검은 투구도 멋있고.”


그때 비기 아저씨와 펜릭의 대화가 귀에 스며들었다.

백작이라면 지위가 높다.

아마 단장급으로 이 전투에서 꽤 중추적인 인물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급히 비기 아저씨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물소 깃발입니까?”

“맞네, 검은색의 물소 깃발이 브발러스 백작이네.”


비기 아저씨는 깃발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깃발은 이런 전투에서 통신병 역할을 담당한다.

적군에게도 알려지겠지만 아군에게 정보를 보내는 게 주목적이다.

셋째 왕자의 깃발처럼 아군이 발견하면 그 즉시 1순위로 그를 보호하며 명령을 따른다.

이건 군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중요인물들 근처에는 기수들이 항상 그들을 따라 다닌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저 검은 투구의 선두에서도 그 기수가 따라 달리고 있었다.

나는 이마를 긁적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전장을 주시한다.


“...전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


전쟁은 항상 돌발적인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육도삼략의 한 구절이다.

정확히는 ‘군주’의 로딩창 화면에 나오던 구절이었다.

만약 이게 게임이었다면 난 어떻게 공략했을까···?


“하나···”


아홉 살배기 꼬맹이의 전투 참여.


“변수, 둘.”


기사단 2백여 기만을 이끌고 적군 한가운데로 돌진한 지휘관.


“변수, 셋.”


이곳에서 전신이라 불리는 호워드 백작.


“그리고 마지막 변수, 바로 나···”


찰싹!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두 손으로 강하게 뺨을 때렸다.

그리고 조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가야 한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명령 없이 움직이면 군법에 따라 처벌받아?”

“어차피 여기 있으면 개죽음밖에 안 돼. 무조건 가야 한다!”

“난 싫어.”

“나도.”


부대원들은 나의 요구에 다들 고개를 흔든다.

역시 쉽사리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안 된다면 혼자서라도 가야 하겠지만 우선은 인원을 모을 필요가 있다.

나는 두리번두리번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다들 백작과 기사단을 구경한다고 정신이 없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주변 병사들이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보았노라!”

보았노라···.

보았노라···.


쩌렁쩌렁.

나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콜체스터 평원에 울려 퍼졌다.

주변 병사들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지만, 사실 나조차도 놀라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큰 성량을 가졌는지 몰랐으니까.

나는 슬쩍 다시 정예병들을 확인했다.

역시 기사단이 없으니 큰 제재도 없다.

또한, 내가 그레이종이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나는 병사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 나와, 또 한 번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어젯밤 꿈속에서 한 여인을 보았노라! 그 여인은 온화하지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아름다우면서도 무척이나 강인해 보였으며! 그녀의 눈동자는 태양처럼 빛나며 달처럼 푸르렀다!”


내가 앞에 나서자 병사들은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몇몇은 미친놈 취급했고 몇몇은 히죽거리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난 상기된 표정으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 그 여인을 보호하고 있었으니!”


지구의 고대 전쟁에서도 이런 방법은 많이 행해졌다.

특히 이런 빌어먹을 세계라면 더더욱 잘 먹히는 방법.

노예병으로 할 수 없다면 규격 외의 존재를 끌어들이면 된다.

게임에서도 간혹 사용하는 에픽 스킬.

[신의 부름]이라는 사기충천 스킬을 따라 하는 것이다.


“아아···!! 나의 이슈타르 님이시여!”

“이슈타르? 그게 누군데?”

“뭐?! 이슈타르 님이 꿈에 나타났다는 이야기야?”

“오~ 이슈타르 님이!”


웅성웅성.

이름을 말하자 그제야 반응하기 시작한다.

특히 그레이 노예병은 놀란 눈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이슈타르는 전쟁의 신이기도 하지만 그레이 종의 주신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미안하다.

꿈은 개뿔이고 이슈타르를 본 적조차 없다.

단지 백작가 저택에 걸려 있는 초상화를 묘사할 뿐.


“이슈타르께서 나에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나의 아이여, 선택의 기로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어린 사자가 홀로 외로이 울고! 검은 소 떼 무리가 그 어린 사자를 죽이려 할 때이다!”


여느 예언처럼 지금 상황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설명해 본다.


“검은 소는 뭐야?”

“사자는 또 뭐지?”

“혹시··· 검은 소란 게 브발러스 백작이 아닐까?”

“맞아! 깃발이 똑같았잖아. 그럼 사자는?”

“....왕자님?”


노예병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나의 말에 무척이나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걸 믿는 바보가 있다니···

하지만 이곳에서는 무조건 통하는 방법이다.

이곳은 지구와 다르게 신이 강림하기도, 또한 신이 실제로 축복을 내리기도 하니까.

물론 거짓을 행한다면 천벌을 받는다고 한다.

근데··· 내가 알게 뭐냐고!

애초에 천벌이고 나발이고 만나서 선빵을 날리고 싶은 건 바로 나다.


“그리고 그녀가 말씀하시기를!”

“말씀하시길?”

“말씀하시길!”

“나의 아이여.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땐!”

“기로에 섰을 땐?”

“섰을 땐!”


나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쇠몽둥이 아니 단검을 뽑아 들었다.

변명거리는 대충 만들어졌다.

병사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이 길로 냅다 도망치자!

하지만 따라온다면···

나는 있는 힘껏 크게 소릴 질렀다.


“어린 사자를 구해라아아아!”


그리고 꽁지 빠지게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이젠 될 대로 돼라다!


“단독 행동은 불허한다! 돌아와라! 노예병! 노예병, 명령을··· 미친!”

“피해!”


우르르! 쿠쿠쿠쿵쿵!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앞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발을 타고 전해진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그레이종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나를 따라 언덕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앞만 보며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허세가 먹혔던가?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너며 말했던가?


“우오오! 그를 따르라아아!”

“주신님의 가호다아아!”

“우리가 바로 이슈타르님의 아이들이다아아!”


그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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