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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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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481

작성
21.05.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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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 콜체스터 전투.

DUMMY

*

타닥타닥.

어제 타다 남은 장작이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 간다.

모락모락.

이른 새벽녘의 싸늘한 공기는 입김과 함께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공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오! 오늘도 고기가 2점이나 들어가 있어!”

“크~ 역시 전쟁터에 가면 음식이 빵빵하게 나온다더니!”

“아침부터 백작님 배포가 크시네! 하하하.”

“...”


그리고 녀석들은 나의 사색을 무참히도 짓밟아버린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뭘까? 이 소외감은···’


삶이란 이런 감정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아무튼, 난 톨인 영감이 왜 그렇게 잔소릴 해대는지 알게 되었다.

다른 노예들은 이런 개밥 같은 수프도 못 먹는다고 한다.

나의 삶이 최악이라 생각했었는데 세상 물정 모르고 지낸 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군주’를 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땅이 오염되었다는 설정.

작물을 기르기 위해선 정화작업이 필요한데 개발비용이 꽤 많이 든다.

그렇다 보니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당연히 목축업도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고기가 사냥으로 잡은 마수 고기다.

게다가 향신료나 조미료가 무척 고가에 거래되다 보니 마수 특유의 비린내를 고스란히 느끼며 먹어야만 한다.

게임을 할 때는 가성비를 따지며 테크트리를 올렸는데 실제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준나게 맛없다···.'


하지만 이들은 이것조차 기뻐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얼마나 더 가야 해요? 비기 아저씨.”

“음··· 이 작은 산만 넘으면 콜체스터니, 거의 다 왔다고 볼 수 있지!”

“오~ 그러면 오늘부터 한바탕할지도 모르겠군요!”

“응. 그러니 많이 먹어둬.”

“...”


녀석들은 입안에 든 수프를 튀겨가며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난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쿵쿵거리며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물론, 이곳에 오고부터 죽음이란 존재를 무시하지도, 모른척하지도 않았다.

정면에서 똑바로 마주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환경과 각오.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때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다린이 나의 수프를 보며 물어왔다.


“근데··· 스톤, 넌 왜 안 먹고 있어?”

“···그냥 입맛이 없어.”

“그래?”


다린은 나의 수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죽음을 마주 보고 있기에 입맛이 없기도 하지만 이 수프가 정말 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또한, 다행히도 에밀리가 챙겨준 육포와 닭고기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상하는 음식이라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했고 난 항상 후자를 택했다.

다린이 먹고 싶어 하는 눈치라, 나는 다린에게 수프를 내밀었다.


“먹을래?”

“진짜!?”

“어. 너 먹어.”

“너··· 엄청 자상하구나. 혹시 나한테 관심···.”

“없어.”

“칫, 부끄러워하기는~! 아무튼, 고마워!”


다린은 고맙다며 나의 가슴에 주먹질을 해온다.

가슴을 때리는 건 인사이기도 하지만 고맙다는 표현이기도 한가보다.

그리고 뼈저리게 아프다는 사실을 또다시 뼈저리게 느낀다.

아무튼, 난 며칠간 이들과 지내면서 이들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관심 있어.”

“정말?!”

“응. 보통은 식사를 양보하지 않지. 그러니까, 인연이란 건 말이지···”

“...”


다린에게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사내는 빅이란 사내다.

볼에서 입술까지 이어지는 긴 칼자국이 특징.

이름이 외자라 사람들은 곧잘 비기라고 불렀다.

비기는 노예가 되기 이전에 용병이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밥벌이로 사냥을 하거나 용병이 되는 이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용병에서 노예가 되는 이도 더러 있다.

비기도 그런 자 중의 하나다.


“...그래서 비기 아저씨의 인연은 어디 있어?”

“다린, 그건 말이다. 이 칼자국 때문이란다. 당시 내가 100명을 무찌르고 생긴 상처가 바로 이 영광의 칼자국인데.”

“오우! 근데 어제 저한테는 마물과 싸우다가 다쳤다고 한 것 같은데요?”

“크험! 펜릭! 다린에게 말하는 상처와 너에게 말했던 상처는 다른 상처란다.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그러니까 전투란 건 말이지···”

“...”


단점은 유별나게 허풍이 심하다.

그리고 아직도 나의 가슴을 때리는 활발한 여성은 다린이라고 불리는 여성이다.

얼굴만 놓고 본다면 꽤 미인이지만 몸을 바라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다린은 상인 밑에서 노예 일을 하고 있다는데 동시에 경호 일도 겸하고 있어, 기본적인 검술과 창술을 익힌 무시무시한 여성이다.


“오~ 고기도 남겨났어! 고마워! 스톤.”

“그, 그만··· 제발···”


그리고 나의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수프를 먹으며 다린을 바라보는 덩치 큰 사내는 바이렉이라고 불린다.

나의 머리가 바이렉 가슴 언저리에 오니, 못해도 2미터 20센티가 넘는 무척이나 큰 신장을 자랑하는 사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기도부터 하는 신앙심이 무척 강한 사내이기도 하다.

말수가 적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


“...”

“...”

“할 말 있습니까? 조장.”

“없습니다.”


솔직히 눈만 마주쳐도 무섭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오!를 자주 연발하는 리액션 최강의 사내는 펜릭이다.

펜릭은 칼데리안 북서쪽 대농장의 농노 출신이라고 한다.

용병이 되는 게 꿈이라 비기 아저씨 일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참! 바이렉! 내가 소 대신 쟁기를 끌어 봐서 아는데 수레를 끌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요령?”

“응. 그러니까 수레를 잡을 때도···”

“...”


특징은 항상 팁이라고 가르쳐주는데 전혀 쓸모가 없다.

아무튼, 이렇게 다섯이 한 조며 생사를 같이 나누어야 하는 전우들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힘이 세다는 장점도 있다.

작전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차피 각자도생. 얼마나 버티냐다.

그때 식사를 다 했는지 비기 아저씨가 자신의 배를 만지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든든하구먼!”

“응! 든든해! 난 스톤 덕분에 2그릇이나 먹었어!”

“그래, 어릴 때는 많이 먹어둬야지. 그래야 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지지.”

“정말!? 뭐든지?”


다린은 슬쩍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다.

비기 아저씨는 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오우!! 그럼 남자도?”


이번엔 펜릭이 자신의 아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다시 비기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암~! 우리 그레이종은 약점이 없단다. 남녀 구분 없이 모든 부위를 근육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지!”

“...”


뇌도 근육으로 단단해지나 보다.

솔직히 난 이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런 게 문화 차이인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빡대가리일 뿐이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식사가 끝나자 병력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합류 지점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많이 서두르는 느낌이다.

계속해서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약 3시간 정도 지나자 우리는 산을 넘을 수 있었고 드디어 아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콜체스트 지역은 대부분 산악지대지만 딱 한 곳이 평탄한 지대를 이룬다.

이름하여 콜체스트 평원.

양쪽 큰 언덕을 기점으로 푸른 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

하지만 지금 그곳에는 약 1만의 리오넬 왕국 군과 약 2만의 레니아 왕국 군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끝없이, 끝없이···

새빨간 피를 붉게 물들이며.


“와···”

“굉장한데···.”

“...”


다들 할 말을 잊은 채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전장을 바라본다.

나 또한, 속에서 올라오는 신물을 되삼키며 긴장한 표정으로 전장을 주시했다.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

붉은 피 웅덩이는 여기저기 고여 있고 시체의 바닥은 무른 진흙과도 같다.

하지만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체를 밟고 뛰어넘으며 서로, 서로를 죽인다.

마치 벌레 잡듯 쉽게 죽이고 쉽게 죽임을 당한다.

그 참혹한 광경에 속에서는 신물이 올라오지만, 한편으론 너무나도 의아스럽다.

백작가의 병사들이 합류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걸까?


‘기습?’


아니다.

난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기습이라면 이런 평원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다.

콜체스트 지역은 리오넬 왕국령 소속으로 아군이 지역적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런 정면전을 펼치는 평원 지역을 전장으로 택했을 리 없다.


“이럇!”

“이럇!”


그때 하나의 무리가 급하게 언덕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의 시선은 빠르게 그들에게 향했고 그들이 곧 백작과 백작의 기사단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백작은 정신을 놓은 듯한 표정으로 나의 룸메이트를 끌고 질주한다.

그 뒤로 100여 명의 기사단도 무척이나 다급하다.


‘다급하다?’


나의 시선은 빠르게 백작을 따라 일직선으로 선을 그어 나간다.

그리고 한 깃발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푸른색 사선이 그려진 배경, 그 위에 그려진 황금색 사자의 엠블럼.


“리오넬 왕가.”


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혼잣말을 뱉었다.

다린이 나의 혼잣말에 답해왔다.


“응?! 왕자님 발견했어? 어디?”

“왕자님은 성인이 아니라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실 텐데.”


비기 아저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비기 아저씨 말대로 왕자의 나이는 이제 아홉.

아홉이라는 나이에 전장을 경험한다는 게 내 기준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더 황당한 사실은 전쟁터 중앙에 그의 깃발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쫓기는 것 같은데?”

“응. 저 기사단 주변으로 다 갈려 나가. 와~”

“...”


비기 아저씨와 다린은 왕자 뒤를 가리키며 감탄사를 뱉었다.

우리 측 병사들은 왕자의 길을 트기 위해 움직이고 그 뒤로 적군 기사단이 진을 갈라버리며 무서운 속도로 쫓아 온다.

셋째 왕자 때문에 단단했던 진이 무너져 나간다.

이 균열은 안쪽뿐만 아니라 바깥까지 영향을 미친다.

양쪽 날개에 있던 보병들은 축을 잃고 우왕좌왕.

아니나 다를까? 레니아 왕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병들을 양쪽 날개에 배치한다.

이런 위급한 상황인데도 우리 편 지휘관은 보이지 않는다.

진의 전위는 벌써 무너져 흘러내리고, 단단해야 할 중심은 좌우로 양분되어 간다.


‘망했다···’


난 상기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백작이 다급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이 전투는 이미 망했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난 빠르게 정예병과 병사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언덕 아래를 향해 방진을 구축하는 정예병.

그리고 그 위에서 준비하는 기마병까지.

진의 배치가 기병을 보호하는 배치.


‘왕자만 빼돌릴 생각인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인다.

난 빠르게 내가 살 방법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엉켜버린 끈을 풀기 위해 머릿속은 뒤죽박죽.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모두 최악.

난 나도 모르게 울상이 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탑똥. 씨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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